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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끝 집의 비밀
이빨 자국 운동화 명탐견의 겨울 방학 글쓴이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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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전설’이라 불리고 싶은 명탐견 오드리
명탐견 오드리가 누구냐고? 아직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오랜만에 만나는 독자들을 위해 이번에도 책 앞쪽에는 오드리가 직접 쓴 자기소개가 실렸다. 첫 번째 책에 ‘오드리 님 전격 공개’였던 그림 제목은, 두 번째 책에서 ‘위대한 명탐견 오드리 님’으로 바뀌었다. 이번 책에서 오드리는 스스로를 ‘전설의 명탐견 오드리’라고 소개한다. 사실과 과장이 절묘하게 섞인 자기소개에는 넘치는 자기애와, 탐정으로서의 자부심은 물론 이어질 사건에 대한 실마리도 담겨 있다. 오드리는 무엇이든 자신들 위주로만 생각해 버리는 사람들을 뜨끔하게 만드는 주인공이다. 툭하면 ‘똥개’라 불리는 오드리가 ‘암행어사 박문수 수행견의 후손’이라는 사실은, ‘족보 있는 품종견’을 따지는 세태를 유쾌하게 꼬집는다. ‘똥개’라는 사람에게는 ‘똥인간이라고 부르면 기분이 좋겠냐’고 쏘아붙이고, ‘도둑고양이’라는 말도 사람들이 지어낸 거라 투덜대는 오드리는 자기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들을 답답해하기는 해도 탓하지는 않는다. 사람이 사람 말을 하고, 개가 개 말을 하는 건 당연하니까. 그러니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속담을 알지만 다른 산들이 섭섭해할까 봐 더러는 ‘백두산도 식후경’이라 말하고,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속담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방귀 뀐 놈이 돈 낸다’로 바꿔 버릴 수 있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하물며 명탐견으로 벌써 세 번째 책인걸! 작가가 아니면 탐정이 되었을지 모를 정은숙 작가의 꼼꼼한 추리와 시원한 입담, 캐릭터에 입체감을 불어넣는 이주희 작가의 그림이 절묘하게 맞물린 명탐견 오드리와 함께 추리 동화의 매력을 만끽해 보자. 찌릿, 명탐견의 온몸을 전율시키는 사건들! 『명탐견 오드리, 예감은 꼬리에서부터』는 오드리가 세 가지의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을 그렸다. 첫 번째 이야기 「골목 끝 집의 비밀」은 동네 잔소리꾼인 버럭 할아버지가 오드리네 집에 찾아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버럭 할아버지는 오드리가 자기 집 대문 앞에 똥을 누었다며 따지고, 졸지에 결백하다는 증거로 자신의 똥까지 내놓게 오드리는 억울하고 당황스럽다. 이건 견권(!) 침해 아닌가? 오드리는 버럭 할아버지가 이사 가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정작 할아버지의 옆집에 사는 세훈이와 그 가족들이 갑자기 모습을 감춘다. 오드리는 모든 사건의 연결고리를 쥔 버럭 할아버지를 주시하는데, 어느 날 할아버지마져 사라진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두 번째 이야기 「이빨 자국 운동화」는 동네를 순찰하고 돌아오던 오드리가 목격한 뺑소니 사고에서 시작된다. 한 트럭 운전자가 범이 아빠인 승태 씨의 차를 부수고는 그대로 달아나 버린 것이다. 오드리가 더욱 분노한 건 트럭 운전자에게서 술 냄새가 풍겼기 때문이다. 뺑소니범이 음주 운전으로 더 큰 사고를 내기 전에 잡아야만 하는 오드리와 CCTV가 없는 골목만을 노리는 범인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펼쳐진다. 세 번째 이야기 「명탐견의 겨울 방학」은 방학을 맞아 범이와 범이 친구들, 그리고 오드리가 시골 할머니댁에서 겪는 모험이다. 모처럼의 휴가에 한가롭게 별이나 보려던 오드리는 폐교의 수상한 불빛을 발견하고 바들바들 떨고 만다. 무서워서는 절대 아니다. 명탐견이 온몸으로 사건을 예감했을 뿐이니까! 더 확장된 무대, 더욱 풍부해진 이야기 〈명탐견 오드리〉 시리즈는 각 권마다 오드리가 세 가지 사건을 해결한다는 규칙을 지키면서도, 오드리와 주변의 관계를 변화시키며 독자를 즐겁게 했다. 1권 『명탐견 오드리, 추리는 코끝에서부터』는 오드리와 범이네 가족에게 일어난 사건을 다루어 주요 인물들을 소개했다면, 2권 『명탐견 오드리, 수사는 발끝에서부터』에서 오드리는 떠돌이 개 ‘준’을 비롯해 길고양이, 동네 아이들의 힘을 빌렸다. 사건 해결의 폭이 넓어지고, 약자들의 연대가 독자의 가슴을 뛰게 했다. 3권 『명탐견 오드리, 예감은 꼬리에서부터』는 오드리의 물오른 수사력이 한층 다양한 무대에서 펼쳐진다. 독자들은 오드리를 따라 범이네 집 마당에서부터 주차 공간이 부족해 차가 다닥다닥 세워진 골목, 연탄 창고의 흔적이 남은 ‘데칼코마니’ 주택,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급식 봉사 현장 등 동네 곳곳을 누빈다. 마지막 이야기에서는 급기야 오드리와 범이, 범이의 친구들이 모두 시골 할머니댁으로 떠나, 도시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곳들을 발견한다. ‘상엿집’을 처음 본 오드리와 아이들이 “상엿집이라면 상여가 살아요? 상여는 몇 살이에요?”, “상여는 혼자 살아요? 집이 왜 저렇게 작아요?” 하고 궁금해하는 모습은 어린이 독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장면이다. 그런가 하면 ‘집성촌’이라는 말을 두고 오드리와 할머니가 나누는 대화에서는 웃음을 참을 수 없다. “네가 두리구나, 반갑다. 여기 까치골이 오씨들이 모여 사는 집성촌이야. 두리야, 고향에 온 느낌이 어떠니?” 제 이름은 그냥 오드리예요, 왈왈! (102쪽) 정은숙 작가는 오드리라는 강아지의 눈높이로, 또 추리 동화라는 흥미로운 장르를 통해 동화 속 공간을 아주 섬세하게, 그리고 능청스럽게 소개한다. 어떤 사람이 살기 때문에 혹은 이제 더는 살지 않기 때문에, 그 공간이 어떤 이름과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고 들려준다. 독자들은 공간이 넓어지거나 자세해질수록 더 풍부해지고 새로워지는 사건에 푹 빠져든다. 세상 모든 존재를 궁금해하는 강아지 탐정 언제부터인가 동화 속 공간은 조금 비슷비슷한 풍경이거나, 인물이 이야기를 나누는 희미한 배경이 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명탐견 오드리〉 이야기에서 독자는 동네와 사람들, 생명들을 눈여겨볼 수밖에 없다. ‘추리’라는 장르는 존재와 시간, 공간, 사물까지도 모두 사건의 씨앗이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주인공이 ‘강아지’이기 때문이다. 오드리가 사는 동네는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아파트보다 주택이 더 많고 ‘골목’ 문화가 살아 있는 곳이다. 아이들이 친구네 집과 골목을 오가고,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동네 재활용 쓰레기장을 정리하며 이웃에게 잔소리하는 할아버지가 있고, 미옥 씨는 늦은 밤이면 오드리와 함께 ‘여성 안심 귀가’ 봉사에 나선다. 동네 약국 약사님은 골목 끝 집에 누군가 아프다는 걸 알고, 슈퍼 아저씨는 매일 같은 시간에 장기를 두는 친구가 있다. 그 모든 사실을 보고 듣는 것도 모자라, 어느 집 마당에 떨어진 과자 봉지마저 눈여겨보는 존재가 바로 우리의 명탐견 오드리다. 길에 떨어진 공에, 지나가는 비둘기나 고양이에게, 새로운 사람이나 냄새에 너무나 쉽게 마음을 빼앗기는 것이 강아지 본연의 모습이다. 어쩌면 오드리가 가진 천재성은 모든 개들이 아주 오랫동안 인간과 함께해 준 그 다정함과 호기심에서 온 것이 아닐까? 명탐정이 아니라 명탐견이기 때문에 오드리는 거침없이 땅바닥에 코를 들이밀고, 볼품없어 보이는 물건이 단서임을 알아내고, 사라진 아이와 혼자 사는 할아버지의 안부를 궁금해한다. 가족의 사정 때문에 갑자기 떠나야 했던 세훈이를 생각하는 오드리의 모습은 독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우리 동네에 이런 탐정이 있다면 정말 든든하지 않을까? 〈명탐견 오드리〉 시리즈는 어린이 독자들에게 내가 살고 있는 동네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만들어 가는 이야기를 기대하게 하는 동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