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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내용의 특징
서구 철학의 전통은 인간과 자연 사이에 직접적인 도덕적 관계가 있다는 것을 부정했다. J. R. 데자르뎅은, 서구의 윤리 이론에서는 오직 인간만이 도덕적 지위를 가지며, 모든 존재는 인간의 이익에 부합될 경우에만 윤리적 가치를 가진다고 했다. 더욱이 17세기의 기계론적 자연관에 따르면, 인간과 자연은 철저히 분리되며, 인간은 자연을 철저히 해부하고 도구화하는 주체로 변하게 된다. 그러나 동양 철학의 자연관은 인간과 우주를 분리하지 않고, 물질 세계와 정신 세계가 한 덩어리로 혼연일체되어 있는 광대화해의 세계로 본다. 동양인들에게 자연은 보편 생명 Universal Life의 흐름이 자신을 드러내고 자연의 본래적 가치가 만물에 가득 차 있는 광대무변한 세계이다. 곧 기계적인 인과 법칙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도덕적 정서가 투영된 존재인 것이다. 동양인들은 세계를 싸늘한 기계 질서로 보지 않고 발랄한 생기 질서로 보았다. 이렇듯 동양의 자연관이 지닌 특성은, 모든 존재는 연속되어 있다는 전일주의와 모든 존재에 생명이 깃들어 있다는 생명주의이다. 팡둥메이는 이 책에서 중국의 생철학 生哲學을 이해시키기 위하여 시종일관 서양 철학과 대비하는 형식으로 서술하였고, 동서 비교철학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서양 철학을 많이 인용하였다. 그리고 앙리 베르그송의 생철학과 화이트헤드의 유기체론에 『주역』과 『중용』에서 나타나는 우주론을 더해 광대화해 廣大和諧의 생명 정신을 드러내는 자신의 형이상학적 생철학 生哲學을 전개하며, 중국인의 삶과 인성, 우주관, 도덕관, 예술, 정치의 측면에 이러한 중국 철학의 특징이 어떻게 스며들어 있고, 또한 나타나는지를 말하고 있다. 이 책이 쓰이게 된 배경 중일 전쟁 때, 중국을 방문한 인도의 철학자이자 정치가인 라다크리슈난이 팡둥메이에게 외국인이 중국에 대해 쓴 글이 마음에 드는지를 물은 적이 있다. 그러자 팡둥메이는 지극히 불만스러우며 잘못 이해한 곳이 아주 많다고 대답했다. 이에 라다크리슈난은 “그러면 어째서 스스로 영문으로 쓰지 않소?”라고 물었고, 자극을 받은 팡둥메이는 그 뒤로 모든 글을 영문으로 쓰기로 결심했다. 그 첫 결실이 바로 이 책으로, 중일 전쟁이 일어나 두 달 전인 1937년에 중국 난징 방송국에서 “중국인생철학정의 中國人生哲學精義”라는 제목으로 여덟 차례에 걸쳐 했던 강연을 영문으로 써서 펴낸 것이다. 이 여덟 번의 강연은 마치 피히테의 “독일 국민에게 고함”과 같이 당시 극도로 위기의 순간에 처해 있던 중국인의 민족정신을 고취하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팡둥메이는 그 후로 동양 철학의 정신을 세계에 드높이고, 동양 철학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동서 철학자가 모이는 국제적인 철학대회에서 언제나 아름다운 영문으로 중국 철학의 정신을 강연하여 갈채를 받았다고 한다. 이 책은 영문으로 쓰였지만, 중국어로도 출판됐으며, 한국어 번역판은 중국어판을 근간으로 했다. 본문 속으로 一. 중국인의 삶의 지혜 서구의 사상은 종종 고질적인 이분화로 가득 차서 수많은 사물을 서로 용납할 수 없는 대립 상태로 설정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인간을 디오니소스적 인격과 티탄적 인격이 혼합된 존재로 본 것으로부터, 그리스 철학자들의 심신이원론, 유대교의 신마동재론, 그리고 인도 불교의 순수한 아뢰야식과 오염된 아뢰야식의 구별이 그것을 증명한다. 특히 서구 철학의 이러한 이분법적 전통은 17세기에 와서 더욱 강화되었는데, 17세기의 기계론적 우주론은 자연을 하나의 잘 조정된 기계로 인식하면서, 자연을 인간의 지배를 받는 대상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동양 철학은 이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사상을 보여 준다. 동양 철학에 있어 자연이란 어디에나 생명의 흐름이 스며들어 있는 신비한 영역이며, 보편적인 생명의 흐름이 자신을 드러내고, 그 본래적 가치가 만물에 가득 차 있는 광대무변한 세계이다. 자연 속에서는 신비로운 창조가 계속해서 이루어지며, 인간의 생명 또한 온통 우주의 생명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자연과 인간 본성의 사이에는 아무런 간격이 없다. 二. 중국 철학에서 보는 우주 중국 철학자들이 본 우주는 그 자체 내에 물질 세계와 정신 세계가 다 같이 포괄되어 있어, 양자가 한덩어리로 얽혀 있는 것이다. 그것은 서양 철학에서처럼 서로 배척하거나 심지어 정면으로 대결하는 두 영역으로 나뉘어 있지 않다. 우주는 싸움터가 아니다. 베르그송의 말을 빌면 “생명과 물질은 전쟁 상태에 있을” 수가 없다. 이 합일된 우주 안에서도 모종의 구분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중국인들이 생각하는 우주는 단지 물리적인 작용과 반작용이 나타나는 기계적인 활동 무대가 아니라 보편 생명이 흐르는 장대한 경지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한 설명을 전 세계에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유기체론, 크게 말해 만물이 모두 살아 있다는 “만물유생론 萬物有生論”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三. 인간 본성에 관한 시각 중국인의 인성론은 종교적 색채가 거의 없는 순수한 철학적 사색에 근거하고 있다. 이러한 근거에 따르면 중국 철학의 인성론에서는, 인도나 서구의 종교적인 인성론에서와는 달리 원죄 의식과 관련한 어떤 조그만 흔적도 볼 수 없고, 현세로부터 도피하려는 은둔 사상도 발견할 수 없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과는 달리, 중국인들은 마음(人性)을 정신의 작용, 합리적 지식의 중심, 선한 양심(良知)의 본질, 정감의 경험적 원천, 순환적으로 작용하는 기관으로 이해했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것들이 인간의 성품에 하나로 융합되어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중국인들에게 있어 인성이란 지극히 선(至善)한 존재인 것이다. 四. 광대화해의 생명 정신 고대 그리스인들 역시 어느 정도의 천인화해설 天人和諧說을 지녔으나 그들은 우주를 이상계와 현실계라는 두 개의 영역으로 나누고 인간을 그 우주의 작은 부분으로 생각했다. 이러한 이분법은 근대에 이르러서 더욱 심화되었는데, 근대 유럽인들은 인간과 우주를 서로 화해하기 어려운 대립 상태에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중국 철학자들이 생각한 우주는 보편 생명이 유행하는 경지이자 끊임없이 생명을 낳고 서로 연속되는 창조의 영역이다. 하늘(天)은 위대한 생명의 원천으로서 만물은 그에서 비롯되었고, 땅(地)은 생명을 퍼뜨려 만물은 그 위에서 형통하게 자란다. 그리고 이러한 천지의 영속적인 작용이 마침내 우주를 형성한 것이다. 따라서 이 우주 안에는 생명의 기운이 가득 차 있어 모든 고귀한 생명의 이상이 실현될 수 있으며, 우주의 커다란 조화를 보존하여 각자가 자신의 생명을 올바로 유지하여 생명의 기상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五. 도덕 생활의 근원 유가는 하늘이 정한 운명(天命)을 추구함으로써 근본적인 중용(中)의 원리에 따라 본성을 발휘하려고 애썼다. 도가는 도의 원초적인 뿌리로 돌아감으로써 하나(一)로 만물을 감싸려고 하였다. 묵자는 하늘의 뜻(天志)에 복종함으로써 겸애 兼愛를 실천하여 생명을 온전히 하려고 하였다. 그들이 이렇게 할 수 있던 이유는 하늘이 정한 운명, 도, 그리고 하늘의 뜻이 모두 보편 생명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중국인의 삶에 가장 중요한 도덕적 원칙은 자기에게 주어진 본성을 극진히 발휘하고 다른 사람의 본성도 극진히 발휘하게 함은 물론, 만물의 본성이 극진히 발휘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생명의 가치를 지극히 존중하고, 언제나 모든 생명이 충분히 발휘되어 궁극적으로 지극한 선에 머물도록 한다. 六. 인문주의적 예술 이상 일반적인 중국 예술의 공통적인 특징은 충만한 생명 의식을 표현하는 데 있다. 첫째 그것은 과학적이라기보다는 형이상학적이다. 과학은 실제적인 과정에 있어서 분석적 원칙에 따라 여러 가지 자연 현상의 상세한 구조를 파악하여 최종의 종합적인 결론을 이끌어 낸다. 그러나 형이상학은 처음부터 광대화해의 원칙에 따라서 사물의 참모습(眞相)을 전체로서 파악한다. 특히 형이상학적인 충동으로 가득 찬 중국 예술가들은 창작 활동을 통해 기운이 생동하는 우주의 기취機趣를 널리 알렸다. 또한 인간과 자연은 생명에 있어서 영원한 기쁨과 미를 공유하는 하나이기 때문에, 중국의 예술가들에게 자연은 인류의 영원한 경전이며, 인류는 자연의 장엄한 문학이다. 자연은 인간에게 오묘한 신기를 보여 주고, 끊임없이 창조하고 또 창조하는 대화원기를 흘려주며, 인간은 점차 이에 감응되어 이를 끊임없이 계승하여 진귀하고도 웅장한 기상을 펼친다. 이렇듯 중국 예술의 인문주의 정신은 참다운 힘으로 가득 찬 자연주의와 날아갈 듯한 이상주의가 결합하여 창조적 생명의 경이로 나타나는 것이다. 七. 덕치의 정치 사상 이상 정치에 대한 중국 철학자들의 정치 사상은 세 종류로 나타난다. 즉 덕에 의한 통치(德治), 예에 의한 통치(禮治), 법에 의한 통치(法治)가 그것이다. 술수(術)에 의한 통치와 힘(力)에 의한 통치는 언급할 가치도 없다. 일반적으로 원시 도가와 원시 유가, 묵가들은 덕치를 주장하고, 조금 뒤의 유가에서는 순자로부터 덕치와 예치를 함께 주장하는 경향이 있었고, 법가는 법치를 주장했으나 뒤에 어떤 법가들은 법의 타당성을 무시하는 권모술수로 빠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 중에서 중국 철학자들은 덕치를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는데, 그들이 추구하는 국가는 정치 체계, 법제, 경제, 군비 등의 형식을 띠고 있을 뿐 아니라 도덕적, 교육적, 문화적 우월성을 갖추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중국인이 생각하는 이상 정치의 표준은 국가 생명의 완전하고 아름다운 본질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것이며, 모든 정책과 정강은 도덕적 원동력에 의해 추진되어야 하며, 교육의 대계로서 보급되고, 문화적 가치에 의해 고수되어야 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