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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토록 산을 봐도 산은 싫지가 않아.
산을 사서 그곳에서 늙어가리라. 산에 핀 꽃 다 져도 산은 그대로이고 산골물 흘러만 가는데도 산은 마냥 한가롭구나. --- p. 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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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으로 나는 제비 언제 돌아왔나?
언덕끼고 물가에 찰랑찰랑 복사꽃이 피었구나 봄비에 다리 끊겨 건너는 사람 없는데 쪽배 하나 버드나무 그늘 헤치고 나오네 제비가 짝을 지어 날고 복사꽃이 활짝 피며 버드나무 가지 늘어져 그늘을 드리우는 계절! 호수에 배를 띄우고 놀면서 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조목조목 사실적으로 묘사한 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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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하나 날려도 봄이 가는데
바람에 만점 꽃 펄펄 날리니 안타까워라 보는 이 눈앞에서 꽃 이제 다 져가니 술 많이 마셔서 몸 좀 상해도 저어 말지니라 강 위의 누각에 물총새 집을 짓고 궁원가 큰 무덤에 기린 석상 나뒹굴었네 세상 변하는 이치 잘 살펴 즐기며 살지니 뜬구름 같은 명리로 이 몸 묶을 게 뭣이랴! --- p. 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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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그린 매화
(서위) 하이얀 꽃 살폿한 향기 속기 아예 벗었으니 새삼 구름 스치는 가지 그릴 것도 없는 터 게다가 만사에 고상한 격식 싫어했던 사람 땅으로 늘어진 매화 그렸음을 이상해할 것 없다네. --- p.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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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수록된 시편들은 창석 이병한 선생이 정년 퇴임 직전까지 근 6년에 걸쳐 꼼꼼히 손을 보아온 것들이다. 1992년 봄, <자하헌>에 드나들던 동료 교수들에게 소일 삼아 소개하기 시작한 중국의 한시들을 바지런히 엮어둔 것이기도 하다. 이 시편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책 모두에서부터 감지된다.
요즘 같이 찌는 더위엔 무릇 복잡한 생각의 가지들을 쳐내고 한가로운 몸가짐을 갖는 것이 최고다. 정제된 구성과 간결한 수사로 복잡한 인간의 심사를 은은하게 풀어내는 한시는 그야말로 무더운 여름에 걸맞는 문학 형식이라 하겠다.이 책의 여름편 한시들은 등목처럼 상쾌한 정취를 선사한다. 여름 시편에는 선취가 느껴지는 시가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 안에 담긴 함축미와 깊은 철리는 읽는 이로 하여금 선뜻 이치에 다가서게 한다. 더불어 청정한 공간 안에서 속객의 태를 벗고 거듭남의 정화감을 당장이라도 체험할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