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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찾아왔건마는, 1866 / 7
한로삭풍 요란해도, 1866 / 17 이산저산 꽃은 피고, 1869 / 41 네가 가도 여름이 되면, 1871 / 65 세상사 쓸쓸하더라, 1872 / 91 월백설백 천지백하니, 1872 / 119 분명코 봄이로구나, 1873 / 147 녹음방초 승화시라, 1873 / 171 황국단풍은 어떠한고, 1874 / 201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면, 1874 / 235 봄아 왔다가 가려거든, 1875 / 261 백설만 펄펄 휘날려, 1875 / 293 해설 / 312 민심民心과 조화造化의 이치를 깨치는 성장소설 ―이광재의 소설 『청년 녹두』가 지닌 ‘다시 개벽’의 뜻 임우기(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 3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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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아라!”
명령이 떨어지자 총성과 함께 연기가 피었다. 뒤에서 고각이 소리를 끌었고 둥둥 북소리와 깨갱깽 쇳소리가 싸움을 독려하였다. 말 탄 지휘관을 겨냥하여 탄을 날린 필상은 화약연기 속에서 그가 느슨하게 굴러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다시 장전하고 총을 쏘면서 보니 말에서 떨어진 지휘관이 사지를 잡힌 채 들려가고 산록에서 미끄러진 자를 끌어내리는 병사도 있었다. --- p.35 「한로삭풍 요란해도, 1866」 중에서 텁석부리가 사람을 아래위로 훑고는, “내 그쪽은 봐줄 테니 비키시오.”하면서 병호의 어깨를 떠밀었다. 그러나 쇠말뚝처럼 꿈쩍 않고 버티자 무뢰배의 눈이 대번에 꼿꼿해지는 순간 지켜보던 기범이가 다짜고짜 나서서 면상을 콱 박아버렸다. 기범이의 갓이 우그러지면서 상대가 코를 싸쥐고 넘어질 적에 내닫는 패랭이를 이번에는 병호가 밭다리로 퉁겼다. 상대가 어떤 선비의 시지에 벌러덩 나자빠지고 사람들이 솔개 만난 병아리처럼 혼비백산 흩어질 즈음 상대편 차일과 이웃 차일에서 무뢰배들이 와르르 쏟아져나왔다. --- p.109 「세상사 쓸쓸하더라, 1872」 중에서 “박치수가 죽었다! 내 친구 치수가 죽었다아아!” 목소리가 메아리로 돌아올 즈음 그는 퍼질러 앉아 큰 소리로 울었다. 원정마을 사내도 곁에서 함께 우는데 황소 두 마리가 우짖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며 물기 어린 눈으로 기범이가 말하였다. “저 봐. 사랑이 얼마나 위험한지.” 병호가 잔을 들고 말하였다. “많은 사람을 사랑하는 건 더 위험하구.” “그렇지. 그렇다고 안 할 수가 있나.” 기범이는 억구지와 원정마을 사내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 함께 울었다. 그 모습에 희옥이도 비질비질 울었고 필상과 병호는 괜히 잔을 들며 눈을 끔벅거렸다. --- p.258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면, 1874」 중에서 이광재의 소설 『청년 녹두』는 1894년에 일어난 동학농민봉기의 지도자 전봉준(1855~1895) 장군의 청소년기를 다룬 이야기다. 소설의 시간은 전봉준의 족보명族譜名 병호炳鎬의 열두 살 때인 1866년부터 스물한 살 되던 해인 1875년까지 십 년간을 다루고 있다. 소설의 시간을 이루는 십 년 세월은 조선의 안으로는 체제의 모순이 심화되고 밖으로는 서구 제국주의 열강들이 수시로 이양선을 앞세워 무력 침범을 일삼던 때이다. 전근대적 왕조가 붕괴되기 시작하고 바야흐로 근대 사회가 열리던 이 역사적 시기에 조선은 내우외환에 속수무책이고 민심과 민생은 악화일로다. --- p.312 「해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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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녹두」는 작가 이광재가 꼬박 일 년을 집필하고 꼬박 일 년을 묵힌 뒤 꼬박 일 년 동안 한국농정신문에 ‘이양선’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소설이다. 작가는 단행본을 펴내며 제국주의나 서구의 합리적 이성을 상징하는 말로 ‘이양선’이라는 용어가 적절하긴 하나 청소년들과 청년 세대에게는 낯선 말로 비출 수 있다는 우려에 제목을 바꿨다고 밝히고 있다.
“이양선이 밀려오는 상황에서 조선의 젊은이들은 고민했다. 이들은 유교 이데올로기는 근사하지만, 신분제 등 시대의 변화에 조응하지 못하는 유교를 더는 안 되겠단 생각을 당연히 했을 거다. 새로운 세계관을 모색하는 속에서 서구의 책들을 읽고 토론하며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다. 전 지구를 장악하고 현재도 관철되고 있는 서구 기독교 세계관에 동학은 맞서 대항한다. 이양선은 장차 지구를 휩쓴 자본주의, 제국주의, 근대이성, 합리성, 과학기술 등을 상징한다. 이 체제는 이제 인간종마저 끝장낼 기세다. 우리는 이에 대해 의문을 품고 쉼 없이 대안을 고민해야 하는데, 이 고민을 일찌감치 수행한 인물들이 있었음을 말하고 싶었다. 전봉준, 김개남, 김덕명, 송희옥 등이 그들이다.” _ 한국농정신문 인터뷰 중 작가는 「청년 녹두」 신문 연재에 즈음한 인터뷰에서 서구 기독교 세계관에 의문을 품고 대안을 고민한 인물들이 아주 오래전인 19세기에도 있었음을 말하고 싶었다고 밝히고 있다. 동학을 바탕으로 한 작가의 작품 「봉준이, 온다」와 「나라 없는 나라」에 이어 10년 만에 펴낸 동학농민혁명 지도자들의 성장기를 그린 「청년 녹두」는 동학에 천착해온 작가의 세계관이 더욱 넓고 더욱 깊어졌음을 방증하고 있다. 동학사상을 뿌리 삼아 농민혁명의 주역으로 성장해 나갔던 조선 청년들의 여정을 담은 소설 「청년 녹두」에 담긴 그들 모두의 삶이 얼마나 치열하고 절절했는지 확인하려면 지금 바로 이 소설의 첫 장을 넘겨보자. 그들의 성장기가 짙은 감동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