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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실
벚꽃 낙원 화인火印 검객 사랑 수요일에 하자 김미선 용각산 워터파크 인생 찾아 율도 D-day 블루스 타임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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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리콰자가 본명입니까?”
스틱으로 허벅지를 두드리던 박타동이 고개를 들어 리콰자를 본다. 들이마신 담배 연기가 리콰자의 발성을 따라 입 밖으로 부서진다. “설마 싸이의 본명이 싸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혜은이의 본명은 김승희고 태진아는 조방진이죠. 리콰자도 그런 겁니다.” 박타동이 동작을 멈추었다. “그럼 왜 하필 리콰자죠?” “혜은이란 이름에 의미는 없어요. 그렇지만 관자놀이에 총구를 대고 내게 이유를 하나 대란다면…… 아실라나? 칠십 년대 영국 가수 중에 수지 콰트로라고. 전사처럼 노래하던 여자죠. 그 여자한테서 ‘콰’를 가져온 겁니다.” --- p.36~37 사랑하는 사람의 바짓단을 잡고 통곡하며 어떤 구렁텅이든 감내하겠다고 조아리면 마음이 돌아설까. 그 사랑을 향해 더는 내보일 게 없을 때 비로소 그것은 나를 향해 다가온다. 그 고독과 맞설 힘이 더는 남은 게 없어 자신의 하염없는 순정에 연민을 느끼며 남모르는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음악은 미네르바의 올빼미처럼 날개를 편다. 내가 음악을 연주하는 게 아니라 음악이 나를 연주한다. --- p.66~67 “노래가 별거냐? 신음이 노래지. 오늘 보니까 늬 기타 소리도 신음 같더라. 세상 노래가 다 신음이니라.” --- p.86 니키타의 솔로에 이어 기본 멜로디를 물고 라피노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건반을 타격하는 그녀의 손가락은 돌을 뚫는 정처럼 묵직하고 파괴적이다. 그 격렬한 움직임에 악기를 떠받친 철제 구조물이 부서질 듯 흔들거린다. 건반의 역동적인 연주는 기타 솔로와 같은 열두 마디였는데 따로 그녀를 소개할 것도 없이 해변의 청중들은 이미 라피노의 손놀림에 매료되어 있었다. --- p.2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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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묻지 않고, 쉽게 울지 않고,
오직 무대 위로 나아가는 여기, 여섯 명의 중년이 있다. 세월호 사건을 노래로 만든 고등학생 아들을 둔 학구파 기타리스트 리콰자. 대장에 생긴 암세포를 제거하고 딸과 함께 [젓가락 행진곡]을 치는 맨발의 키보디스트 라피노. ‘누런 액체’를 지리는 치매 걸린 노모를 돌보는 철부지 아들 기타리스트 니키타. 3개월차 노가다 잡부 긴 머리 베이시스트 배이수. 빚쟁이에게 쫓겨 다니며 위장 이혼을 한 드러머 박타동. 그리고, 더 잃을 게 없는 전직 텐프로 보컬 김미선. 이들이 7080 라이브클럽 ‘낙원’에서 뭉쳤다! “직장인들에겐 수요일이 일주일의 고비 같은 날이거든. 월화의 긴장감은 사라지고 슬슬 지루하고 피곤해지기 시작하는데 주말까지는 좀 더 버텨야 하는. 그러니까 수요일엔 뭐든 하자 이거야. 섹스든 술이든 음악이든…….” (본문 121면) 율도 해수욕장의 무대를 마치기 위해 십대 행동강령까지 세우고 본격적인 연습에 매진하는 수요 밴드. 지루하고 재미없는 삶에서 벗어나, 조금은 불온해도 짜릿한 꿈을 위해 삶의 무대 한복판에 서기로 결심한다! 십대 행동강령 1. 팀을 이탈하지 않는다. 따라서 무슨 일을 저질렀더라도 경찰에 붙잡히지 말며, 누구에게 납치되지도 말고, 아프지도 말아야 한다. … 4. 좋은 공연을 위해 술을 마시거나 책을 읽고 무대에 오르는 것은 허용하지만 상대에게 굳이 권하지 않는다. … 10. 아픈 사람은 아프지 않게, 심심한 사람은 재미있게 살도록 도와준다. 우리는 사람을 움직이는 연주를 지향한다. 우여곡절 끝에 선 율도에서의 마지막 무대, “앵콜!”을 외치는 함성소리와 함께 갑자기 밀려오는 거대한 쓰나미! 관객들이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지금 대한민국을 위로하는 자작곡들과 국내외 명곡들의 향연! 불 꺼진 빈방이여 허공의 노란 풍선 잊고 싶은 내 기억이여 눈이 부셔 아픈 꽃이여 - 자작곡 [검은 바다] 중 아름다운 젊음은 알바로 얼룩지고 끝없이 올라가는 고층 아파트 지하 단칸방엔 햇빛도 외면하는데 막다른 길이었지 인력시장 푸른 새벽 조용히 울었어 이별도 사랑도 없이 고지서에 저당 잡힌 또 하루가 저무네 - 자작곡 [노래 불러] 중 사랑 찾아 인생을 찾아 하루 종일 숨이 차게 뛰어다닌다 서울 하늘 하늘 아래서 내 꿈도 가까이 온다 - 조항조 [사랑 찾아 인생 찾아] 중 송창식과 조용필, 조항조와 해바라기를 지나 레드 제플린과 딥 퍼플, 레인보우의 불후의 명곡들뿐 아니라, 지금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로하는 자작곡들까지! “나부끼는 은사시나무 이파리처럼” 현란한 기타와 “돌을 뚫는 정”처럼 가슴을 파고드는 키보드 소리로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전율이 펼쳐진다! “연주자는 들어주는 사람이 있는 한 죽겠다는 각오로 소리를 내야 해. 우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결국엔 사람을 움직이게 해야 돼.” (본문 210면) 절정부 무대가 끝나면 누구나 가슴속에 품은 자기만의 인생 노래가 배경음악처럼 되감겨 흘러든다. 해가 갈수록 얻는 거라곤 나이밖에 없다는 쓸쓸한 농담 대신, 가슴 벅찬 삶의 열정을 되찾게 하는 이 소설은 ‘지금 부르는 노래가 가장 젊은 노래’라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우린 아직 살아 있다고, 당신의 손목을 힘차게 잡아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