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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시 펴내며
시작하며: 사소한 것이 인생을 바꾼다 일주문 - 들어올 땐 업장소멸 나갈 땐 복덕구족 찻잔 - 차향을 머금은 찻잔 도반 - 도반은 수행의 전부다 탑과 부도 - 수행자의 시작과 끝 의자 - 참외와 호박한테도 앉을 자리를 내줘야지 차안과 피안 - 여기 또는 거기 발 - 맨발과 양말 나무 - 나무(木)와 나무(南無) 와불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선재동자 - 어린왕자와 지구별 친구 바람 -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출가 - 틀을 깨고 나와야 다다를 수 있다 노을 - 해 질 무렵, 여운을 남기는 삶 길과 암자 - 길 위에서 여행 - 내 인생의 ‘초우따라’ 감성과 이성 - 알고 보면 각자의 입장이 있을 뿐 스승 - 스미고 번져나가 피어나는 것 소리 - 구월이 오는 소리 편지 -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안경 - 내가 보는 것이 진실은 아니다 꽃 - 어제는 우화(雨花), 오늘은 금화(今花) 볼펜 - 가난한 볼펜, 만년필을 품다 출퇴근 - 스쳐간 일상에 부처 아님이 없다 노년 - 늙어가는 것에 대하여 마치며: ‘인생 호흡’의 타이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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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 일주문에 매달려 있는 풍경들은 그 절의 온갖 애환을 간직한 타임캡슐과도 같다. 바람결에 그 절절한 사연들을 모두 풀어내며 무상법문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 나의 가슴 아픈 추억의 한 장면도 월정사 일주문 밖 어디쯤에선가 서성이고 있을 게다.
--- 「일주문」 중에서 탑에는 불탑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민초들이 자갈밭을 일구다 나오는 돌멩이로 쌓은 돌탑도 있다. 목숨을 이어가기 위해 산비탈 언덕에 찰싹 들러붙어 끝도 없이 파내고 골라낸 돌 더미들, 그 서리서리 맺힌 한들이 사리가 되어 탑을 이룬다. 비바람 눈보라에 시달릴 대로 시달리며 견뎌낸 돌 더미는 한 많은 민초들의 ‘사리탑’이나 다름없다. --- 「탑과 부도」 중에서 ‘여기’에 사는 중생들은 늘 고된 삶을 부지하며, ‘거기’에 있다는 행복을 얻기 위해 죽을 때까지 애를 쓴다. 그러나 그렇게 애를 써도 결국에는 다 이루지 못하고 거기로 간다. 어찌 보면 우리네 인생 자체가 ‘여기’에서 ‘거기’로 지향하는 원을 세우고 하나씩 이루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차안과 피안」 중에서 나는 오래전부터 사람은 존재가 아니라 바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문득 바람 냄새를 맡게 될 때 가슴 아린 그리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 내 삶에서 ‘어제의 바람’은 병든 한 청년이 고뇌하던 질풍노도의 바람이었다. ‘오늘의 바람’은 불보살님의 가피로 다시 태어난 행복한 수행자의 바람이다. ‘내일의 바람’은 따뜻한 훈풍으로 중생들 곁으로 다가가는 바람이다. --- 「바람」 중에서 스님은 스승님의 줄인 말이다 . 스승과 제자는 1천 겁을 통해 만나 찰나를 통해 깨달음을 주고받는다. 진정한 스승이란 의식의 변화를 일으켜 삶에 영향을 주는 사람이다. 스스으이 가르침은 스미고 번져나가야 자연스럽게 피어난다. 나도 모르게 스승에게 물이 들어 그 스승을 닮아가는 것, 가르침은 그런 것이다. --- 「스승」 중에서 ‘황금’이란 꽃이 지나간 시간이라면, ‘지금’이란 꽃은 내가 얼마든지 쓸 수 있는 금이다. 살다가 문득 마음을 담아 누군가에게 준 꽃을 소환하고 싶을 때는 잘 생각해야 한다. 언젠가 ‘지금’이라는 꽃도 다시 소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금 돌아보면 안타깝고 아쉬울 따름이지만 그 순간순간들이 모두 내 인생의 꽃봉오리였던 것이다. --- 「꽃」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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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네 가지 ‘사소한’ 주제로 만나는
일상의 ‘깊은’ 울림 이 책에서 동은 스님은 스물네 가지 ‘사소한’ 주제와 관련해 직접 경험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40여 년 전 토굴 시절 사용하던 ‘찻잔’을 보고는 초발심을 경책하는 선지식이라도 만난 듯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하고, ‘일주문’ 앞에서는 생애 가장 위대한 포기이자 탁월한 선택을 했던 출가의 순간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산책길에 만난 ‘의자’ 덕분에 오솔길에 멈추어 서서 숲의 고요함과 아름다움을 더 깊이 음미하기도 한다. 찻잔, 일주문, 의자… 이런 것들은 누구나 비슷비슷하게 인식하고 있는 개념이지만, 자기 시각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저 그런 ‘사소한 존재’가 아닌 아주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바로 이것이다. 우리 삶을 풍성하게 채워주는 것이 이런 사소한 존재들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마음에 깊이 되새기는 일 말이다. 그리하여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존재에 대해 각자가 의미를 부여하고 곱씹어보면 ‘사소함’은 결국 ‘소중함’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세상 모든 일에는 사연이 있다. 혼자서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어지면 저것도 없어진다. 부처님께서도 6년 고행 끝에 깨달으신 것이 바로 이 연기의 도리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끝없이 상호작용을 한다. 우연이든 고의든 그것을 피할 수는 없다. 이 한 몸 살아내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인연들이 모이고 모여 애쓰고 있는지 모른다. 수많은 인연들의 도움이 있어야 마침내 성공도 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낼 수 있는 것이다.” _‘책을 다시 펴내며’ 중에서 “티끌 하나에도 시방세계의 진리가 담겨 있다” 티끌 같은 사소한 일들이 우리 삶을 바꾼다 〈법성게〉에 따르면, ‘한 티끌 가운데에 시방세계의 진리가 담겨 있다(一微塵中含十方)’고 했다. 진리는 깨달은 자의 큰 뜻에만 있는 게 아닌, 티끌 같은 사소한 것들 어디에나 있다는 말이다. 저자인 동은 스님은 이런 사소한 것들을 깊이 바라볼 수 있어야 자기 삶이 더 소중해지고, 거기서 인생의 깊은 의미를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정답이 따로 없으며, 각자가 간직하고 있는 이야기들을 깊이 바라볼 수 있어야 내 삶이 풍성해진다는 이야기일 테다. 이를테면 ‘와불’이란 주제에서 스님은 오래전 인도 순례길에서 친견한 와불을 떠올리며, 45년간 중생을 위해 설법하시다가 쇠약해지고 지친 몸으로 사라수 아래 누워 다시 일어나지 못한 부처님의 마지막 모습을 들려준다. 그러면서 ‘가장 인간적인 삶이야말로 가장 수행자적인 삶’이라는 생각을 와불을 통해 자연스레 펼쳐놓는다. 이 책은 이렇듯 ‘나’만의 시각으로 존재를 바라보고 이해하고 가슴에 새길 수 있어야 자기 삶이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스물네 가지 소재를 통해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의 메시지를 전한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소중한 물건이 하나쯤 생기게 마련이다. 내겐 오래된 찻잔 하나가 그러하다. 출가 후 가장 힘들었던 시절, 지리산 토굴에서 정진할 때 사용하던 찻잔이다. 투박하며 멋도 없고 여기저기 금이 가 있다. (…) 그런데 이 찻잔에 차 한잔하고 있노라면 문득 퇴색되어가는 초발심을 경책하는 선지식이라도 만난 듯 정신이 번쩍 들게 해주니 나에게는 아주 소중한 물건이 아닐 수 없다. ‘사소한’ 찻잔 하나가 수행의 의지처가 되고 위대한 포기의 밑거름이 되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이다.” _‘시작하며’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