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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나’의 아틀리에에 고교동창 N의 소개로 그의 사촌여동생 유자가 난데없이 찾아온다. 위암에 걸린 27세의 화가 유자는 이틀 사흘씩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가 멍청한 모습이 되어 지치면 며칠씩 의자위에 까부라지는 기이한 잠버릇을 갖고 있다. 유자는 화가임에도 불구하고 그림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입을 열지 않는다. ‘나’는 그런 유자에 대해 거의 환장할 지경이 되어버린다.
그러던 어느 날 유자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창호지에다 손가락으로 푸른 계열의 물감을 풀어서 형태를 만든 뒤 곧 없애버리는 묘한 화법인 것이다. 그것은 그녀가 어렴풋이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행위이기도 하다. ‘나’는 시샘과 두려움으로 유자의 빛나는 예술적 성취를 바라본다. 내가 이루지 못할 예술적 성취를 꿈꿀 때 유자는 영원한 길을 떠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