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Shuichi Yoshida,よしだ しゅういち,吉田 修一
요시다 슈이치의 다른 상품
오유리의 다른 상품
|
"너 말이야."
수화기에서 형의 소리가 났다. "너, 지금, 행복하냐?" "뭐?" "아니, 그러니까....." "뭐야, 기분 이상하게." "아니 그러니까 말이야, 너처럼 살아도 한평생, 나처럼 살아도 한평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형이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다바타는 쉽게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행복하냐는 갑작스런 질문에 그리 간단하게 대답할 수는 없었다. 다바타는 직사광선에 조금 익숙해진 눈으로 해를 마주보았다. 그리고 혹시라도 오늘밤 갑자기 자기가 모습을 감추면 도모미는 눈물을 흘릴까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울겠지. 그리고 언젠가 반드시, 눈물을 그치게 될 날도 오겠지. 아니,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거라 우긴다 해도, 그 날은 꼭 오고야 만다. 울음을 그칠 날이 올 때까지 곁에 있어 주면 된다고 다바타는 생각했다. 넌 바보야, 어리석어. 형은 그리 말할지라도 그런 식으로밖에 사람을 사랑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여보세요." 다바타는 수화기 저편에서 잠자코 입을 닫아버린 형에게 말했다. "태양은 말이지, 계속해서 보고 있으면, 더 이상 눈이 부시지도 않고, 뭐 아무렇지도 않게 되더라." --- p.47 |
|
서로 얼굴을 쳐다보던 형제가 "아, 엄마다.", "응"하며 고개를 끄덕거리는 걸 보고 다바타는 다행이라며 그 둘의 머리를 번갈아 쓰다듬었다. 처음엔 함께 있어줄까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왠지 그 어머니가 아이들끼리 여기까지 찾아왔다고 생각하는 것이, 다른 남자와 살고 있는 어머니의 마음을 더 움직이지 않을까 싶어 생각을 바꾸고 다바타는 문 앞에 아이들을 남겨둔 채 자리를 떠나왔다.
멀리서 상봉 장면을 지켜볼 수도 있었지만 한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역으로 향했다. 모자상봉의 감동적인 장면이라면, 딱히 보지 않고서도 눈을 감으면 금세 떠올릴 수 있으니까. --- p.43 |
|
일요일의 운세 - 무엇하나 매듭짓지 못하고 흐지부지 살아가는 남자의 이야기.
뭐든 쉽게 포기하는 성격인 다바타는 여자친구의 성화에 떠밀려 와세다 대학에 입학하고, 본의는 아니지만 유수의 증권회사에 들어가는 등 인생의 밝은 날을 살아가지만, 회사에서 만난 미모의 유부녀와 사랑에 빠지면서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다. 남자 나이 스물 셋, 사랑하는 여자에게 인정받고 싶어진 다바타는 유부녀와 주위의 질투를 뒤로 하고 함께 사랑의 도피를 떠난다. 하지만 1년 후에 그 ‘질투가 다 나는 여자’는 벌이가 좋은 남편 곁으로 돌아가고, 다바타 혼자 강변에 자리한 파친코의 종업원 기숙사에 남겨지는 신세가 된다. 일요일의 엘리베이터 - 넓은 일상과 단절되는 좁은 공간에서 느끼는 고독감. 사람들은 엘리베이터에 타면 의식하지 못했던 타인과의 거리를 느끼게 되고 좁은 공간 속에서 어색해진다. 그래서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면 서둘러 각자 다른 세계로 발을 내딛는다.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하며 인생을 허비하는 와타나베는 여자친구가 간호사가 아닌 의사가 되려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도 별 감흥이 없다. 하지만 국가고시에 꼭 합격하고 싶다는 여자친구를 보며 마음의 동요를 느끼고, 마침내 여자친구가 수련의가 되고 자신의 목표에 한 발 다가서자, 와타나베는 실업자 신세인 자신을 보며 애정과는 별도의 남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한다. 일요일의 피해자 - 많은 사람이 있는 도시에서 혼자 살고 있다는 현대인의 불안함. 조신하고 차분한 성격의 치카케와 활달한 성격에 남자를 밝히는 아야, 그 둘 사이의 조정자 나츠키는 평소에 같이 어울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친구들이다. 하지만 여행지에서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아야와 치카케가 싸우면서 세친구의 우정은 깨어지고 관계도 멀어져 간다. 어느 날 나츠키는 많은 친구들 중의 한명이라고 생각했던 치카케가 강도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자, 치카케의 입장에 자신을 올곧이 대입시켜 보고는 두려움을 느낀다. 도저히 혼자서는 잠을 잘 수 가 없게 된 나츠키는 한밤중에 남자친구 집에 찾아가고, 결국 마지막엔 남자친구 앞에서 치카케와 한 사람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일요일의 남자들 - 언젠가는 잊어버리지만 잊으려고 한 만큼 잊을 수 없다. 우직한 도편수 마사카츠는 아내에게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남편으로 군림하다가, 아내가 죽고 나서는 직접 집안일을 하며 아내를 늘 가슴에 담고 산다. 그의 아들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버지가 바라던 대로 일치감치 집을 나와 도쿄에서 혼자 살아가는 게이고는 결혼까지 생각했던 여자친구를 교통사고로 잃고, 애인의 사진을 치우지 못하고 간직한다. 친구 아들의 결혼식 참석 때문에 도쿄에 올라온 마사카츠와 오랜만에 함께 지내게 된 게이고는 달라진 아버지의 모습이 어색하기만 하지만, 점차 자신과 같이 마음 한 구석에 누군가를 잊지 못하고 담아두는 것을 알고 조금씩 마음을 열어간다.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가 주는 허전함을 알고 있는 두 사람은 따뜻한 말 한마디대신, 부자지간의 묵직한 정으로 상처를 치유해 나간다. 일요일들 - 나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며 내일을 조금은 믿어보고 싶게 만든다. 마지막 장 일요일들에서 아무 연관성 없이 살아가는 인물들을 이어준 어린 형제의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도쿄에서 파견사원으로 일하며 불안정한 삶을 살아가는 노리코는 이삿짐센터에서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하던 교이치를 만나 동거를 한다. 하지만 점점 들어나는 교이치의 폭력에 노리코는 자립지원센터를 찾아가고 그 곳에서 가출한 어린 형제를 만나게 된다. 가출한 어머니를 찾아 도쿄로 온 어린 형제는 시설에서 지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한밤중에 센터에서 도망치려고 했지만 절대로 형제를 헤어지지 않게 하겠다는 노리코의 약속을 믿고 센터에 남게 된다. 노리코는 그 후 자립지원센터의 도움으로 교이치의 폭력에서 벗어나게 되고 그 일을 계기로 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착실히 삶을 살아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