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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실에 도착하기 전에 진동으로 바꾸기 위해 핸드폰을 조작하며 모퉁이를 도는 데 그때였다. 갑자기 시커먼 그림자가 느껴진 것은. 반사적으로 몸을 돌렸지만 이미 늦어버린 그들은 서로 벽을 짚으며 그대로 부딪치고 말았다.
“아, 이런. 죄…….” 죄송하다고 말하려던 그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부딪칠 땐 몰랐는데 마주 오던 사람은 하필 여자였다. 충격이 컸는지 얼굴을 찡그린 채 옆구리 부분을 연방 쓰다듬는다. 오늘 운세는 여복이던가? “죄, 죄송합니다.” 못 다한 사과를 마저 마치며 지오는 주위에 흩어진 여자의 서류철을 열심히 주웠다. 그러면서도 간간이 고개를 들어 모습을 살폈는데 아직 충격이 가시지 않았는지 벽에 기대어 서 있는 그녀는 눈을 감고 있는 중이었다. “괜찮습니다. 제가 할 테니 가보세요.” 차분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위압적인 목소리. 지오는 여자의 목소리에서 무언가 모를 이질감을 느끼며 집어 든 서류철을 탁탁 쳐서 정리했다. “대충 줍긴 했는데, 아마…….” 일어서서 보니 여자의 얼굴은 밑에서 올려다보던 것과는 다르게 조금 나이가 있어 보였다. 검은 머리는 위로 틀어 올려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고, 몸에 잘 맞는 투피스는 여성스럽기보다는 오히려 중성적인 이미지를 보강해 주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수수한 차림이었지만 그 안에는 적당한 기품이 엿보이기도 했다. 지오는 다시 한 번 당혹감을 느껴야 했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그냥 여자의 얼굴을 보고 있던 것뿐인데 갑자기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가슴을 훑고 지나갔다. “아마 섞였을 겁니다.” 간신히 하고자 했던 말을 정리하고는 서둘러 목례를 했다. 어색하게 걸어가면서 어쩐지 뒤돌아보고 싶어지는 것을 꾹 참고 있는데 그때 뒤에서 여자가 그를 불렀다. “잠시만요.” “네?” 단정하고 차가운 느낌의 여자는 하얀 이마에 붙이고 있던 손을 떼더니 저만치 아래쪽을 가리켰다. “핸드폰이 떨어졌군요.” 그제야 손이 비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다시 고개를 꾸벅한 후 핸드폰을 집어 드는데 파르르 진동이 손바닥을 통과하여 어깨까지 느껴졌다. 성민이일까? 그러나 전화 속에서 들려온 건 낯선 여자의 목소리였다. “네, 제가 정지오 맞는데요.” 〔여긴 상무이사님실인데요. 지금 회의실로 가셨어요. 정지오 씨가 어디 계신지 연락해 보라고 하셔서 걸었습니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빨리 오셔야 해요.” 이 말을 마지막으로 전화를 끊다가 지오는 여자가 아직도 빤히 보고 있는 걸 깨달았다. 무슨 할 말이라도 남은 건가 싶어 그는 어색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당신이 소매치기 범을 잡았다는 그 정지오 씨?”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