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1. 두 개의 생년월일
밥을 그릇에 담아 먹건 공기에 담아 먹건 큰 차이가 아니다 두 개의 생년월일, 두 개의 고향, 두 개의 조국 일본을 모방의 천재라고 비웃어 온 조선의 직계 자손들 2. 일본에 눌러 살 수 있을까 일본인 마모루 씨는 맞아 죽지 않았다 섹스를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강아, 나무야, 꽃아 네가 사람이 되어 보렴 일본에 라멘이 있는 한 일본은 너무 까다로와서 나 같은 사람은 못 산다 점령국 사령관에 오르고 싶다 3. 나는 친일파다 나의 대통령을 낀 이런 친일파 행각은 못 막는다 당신은 매국노요, 실망했소 나는 지금 일본에 망명온 게 아닙니다 조영남 씨가 일본의 기미가요를 부르시겠다고요? 나는 험한 지일파의 강을 건넜다 4. 韓류 뒤집어 日류 보기 욘사마 열풍을 통해 실감했다 우리에 대한 일본의 개떡같은 인식 일본 밤 문화의 유학생인 셈이다 하토리 얼마 전 한국에 왔다 갔는데요 5. 일본을 만나다 야스쿠니 신사 앞에선 나는 포르노에 관한 한 일본은 단연 승전국이다 안 그런 사람도 있어요 온 국민이 빠찡꼬에 매달려 있을까 호텔 비너스가 일본에서 성공을 거두었다면 일본 택시의 등받이 하얀 자수천 선데이 인 센다이 1인을 위한 콘서트 6. 나에게 일본을 돌려 다오 예배당에서는 사랑을, 학교에서는 증오를 청추운을 돌려 다아아~오, 일보온을 다아아~오 무궁화와 부지깽이 |
조영남의 다른 상품
|
일본은 일찍이 축소의 상징인 도시락 벤토와 트랜지스터라디오를 만들어 냈고, 확대의 상징인 세계 최대 항공 모함과 태평양전쟁 선포 경력을 쌓았다.
우리는 뒤늦었지만 일본의 실체를 가늠해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도 축소 문화, 작은 소리, 여린 소리의 테크닉을 습득해 둬야 한다. 창피할 것 없다. 극단적으로 축소된 작은 소리를 가장 잘 구사하는 기술자가 바로 옆집에 사는데 뭐가 문제인가. 그 집에 가서 초인종 누르고 주인장 불러 툭 털어놓고 한 수 가르쳐 달라고 하면 된다. 쪽팔리는 건 잠깐이다. 그들은 우리가 초인종을 누를 것 같아서 이미 빗장을 내리고 문을 반쯤 열어 놓은 채 기다리고 있다. 다른 것 없다. 잘사는 게 복수다. 혼자 잘살 수 있다고 큰소리치던 북한의 인민공화국을 보라. 아사 직전이다. 나보다 잘사는 나라는 무조건 찾아가 한 수씩 배워야 한다. 두리번거릴 시간이 없다. --- p.26 |
|
이 글을 쓰면서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아! 나는 일본 치하에서 무려 1년이나 살았다. 그러나 50년 이상이나 이 땅에 살면서 나는 단 한 번도 내가 일본의 식민지 시절에 태어났다는 사실을 느껴 본 적이 없다. 나는 늘 남 앞에서 떳떳했다.
나는 늘 해방둥이라고 주장해 왔고 일제 강점기와 나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나는 깨끗한 대한 독립의 나라에서 태어났다고 큰소리를 쳐 왔다. 왜 이런 차질이 빚어졌을까? 어디서 이런 엉터리 계산이 나왔을까? 간단하다. 내가 나를 속인 거다. 내가 나한테 치사했다. 나 스스로 최면을 건 것이었다. 나는 일제 강점기와 관계없다. 나는 식민지 출신이 아니다. 나는 나의 아버지 엄마와는 다르다. 나는 일본의 구정물을 직접 뒤집어쓴 적이 없다. 이런 식의 최면 말이다. 그래서 나는 두 개의 생년월일과 두 개의 고향과 두 개의 조국을 가지고 산다. 일본한테 된통 당하고도 정신 못 차리고 우리 형제끼리 치고 받고 싸우다 이 지경이 되었다. 나의 개인사는 정녕 한겨울 거지 발싸개같이 너절하다. --- p.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