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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 암이란 무엇인가? | 2. 암은 오늘날 사망원인 1위 질환이다 | 3. “감염병의 시대”는 저물었다 | 4. 암은 퇴조하고 있는 질환이다 | 5. 세계적 암 현황: 암은 후진국형 질환인가? 1장 우리나라 전통시대의 암에 관한 인식과 실제 1. 미키 사카에와 전통시대 조선의 암 | 2.『향약집성방』과 “암(癌)”이라는 글자의 등장 | 3. 우리나라와 중국 고전 의서의 암 관련 기록 | 4. 우리나라 전통시대 일반 문집에 나타나는 암 관련 기록 2장 근대로 향한 여정 1. 해부병리학의 탄생과 암 연구 | 2. 마취술의 개발과 유방암 수술 | 3. 한자 “암(癌)”의 새로운 탄생 | 4. 최한기의『신기천험』: 전통에서 근대로 | 5. “옹저”에서 “암”으로:『병리통론』의 번역 출간 3장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의학식 암 환자 기록 1.『조선정부병원 제1차년도 보고서』와 암에 관한 기록 | 2. 19세기 후반 유럽의 암 상황 | 3.『대한제국병원 연례보고서』와 암에 관한 기록 4장 일제 강점기 한국인(조선인)의 암 실태와 암 연구 1. 일제 강점기 암을 비롯한 보건의료 관련 통계자료 | 2.『조선인구동태통계』의 보정과 분석으로 드러나는 일제 강점기 조선인의 질병과 건강 | 3. 식민지 조선은 암의 청정지역이었나? | 4. 병리부검기록을 통한 일제 강점기 암 사망의 진실 찾기 | 5. 일제 강점기 언론 매체에 나타나는 최초의 암 사망자들 | 6. 일제 강점기 한국인(조선인) 암 연구자, 특히 병리학자들과 그들의 일본인 스승들 | 7. 암 고지(告知) 문제 | 8. 암의 사회적·문화적 이미지의 탄생: 악, 악당, 사멸, 어두움, 단절 | [첨부] 일제 강점기 암 연구 논문 목록 5장 현대사회 선진국 국민들과 한국인의 암 사망 변천사 1. 오스트레일리아의 암 사망 데이터, 1907~2020년 | 2. 미국의 암 사망 변천, 1930~2020년 | 3. 일본의 암 사망 데이터, 1920~2018년 | 4. 1983년 이전의 한국인 암 사망통계와 암 현황 | 5. 한국인의 급속한 건강수준 향상과 그에 따른 초고속 고령화 | 6. 암, 심장질환, 뇌혈관 질환 등 3대 만성 퇴행성 질환의 사망자 및 ASDR 변화 추이 | 7. IHME 통계자료의 시사점: “결핵 왕국” 한국은 또한 “암 왕국”이었나? | 8. 북한의 암 실태 |
黃尙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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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에 대한 정의와 개념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다른 의학적 정의나 개념들과 마찬가지로 오랜 역사 과정을 통해 계속 변화, 발전해 왔다. 특히 16세기 인체해부학의 탄생, 18세기 해부병리학의 성립, 19세기 세포병리학의 정립이 무엇보다도 현대적인 암의 정의가 형성되는 중요한 계기였다. 암이라는 질병의 역사는 인류의 등장과 함께, 더 거슬러 올라가면 다세포 생물체가 지구상에 나타나면서 출발했지만, 오늘날 우리가 받아들이는 암의 정의와 개념이 마련되기 시작한 것은 200년이 채 되지 않는다.
---「프롤로그」중에서 일본인 의사학자 미키 사카에(三木榮, 1903~1992)는 ??조선질병사??(1963)에서 전통시대 조선의 “암(癌)”에 관해 다루었다. 미키가 전통시대 조선의 질병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던 1930~1940년대 조선(한국)에서는 암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다. 그 무렵까지만 해도 암은 선진 문명국의 문제일 뿐이고 후진국에서는 일종의 희귀 질병으로 여겼다. ---「1장 우리나라 전통시대의 암에 관한 인식과 실제」중에서 오늘날 암 사망률 등 암 통계치는 국가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한편 공통점도 많다. 신뢰할 만한 후진국의 암 통계자료가 사실상 전무했던 20세기 전반기에 암은 후진국에서는 거의 문제가 되지 않고 선진국만의 문제라고 “잘못” 여겨졌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암은 문명병”이라는 인종차별적인 의미까지 포함하는 신화가 만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암이 과거부터 선·후진국 모두의 문제였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과거 후진국에서 암이 별 문제가 아니었다는 주장은 당시 암의 실상을 드러낼 근거 자료가 부족했기 때문에 통용되었던 것이지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는 견해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근대로 향한 여정」중에서 동아시아 전통의학의 인식 체계와 질병관은 근대 서양의학과 크게 달라 전통의학 서적 등에 나타나는 질병명이 오늘날의 근대의학적 용어로는 무엇에 해당하는지 알 수 없는 것이 태반이다. 적취(積聚), 일격(?膈), 반위(反胃), 유암(乳巖), 반화창(反花瘡), 목신(木腎) 등으로 불린 질병들 가운데 암이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그것들 중 구체적으로 어떤 게 암에 해당하는지, 또 그런 것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기는 현재로서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문헌적으로도 암이라고 확증하거나 단정할 수 있는 구체적 사례(케이스)는 사실상 없다고 할 수 있다. 요컨대 30만 년 전부터 한반도에 살던 우리 조상에게 암이 있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고고학적으로나 문헌적으로나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할 수 없는 것이 현재까지의 상태이다. ---「3장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의학식 암 환자 기록」중에서 1885년 4월부터 1년 동안 조선 한성(서울)의 제중원을 찾은 1만 460명의 환자 중 알렌과 헤론이 암 환자로 진단한 사람은 20명이었다. 이들의 암은 모두 “접근하기 쉬운 암”이었다. “접근하기 어려운 암”이나 자궁암, 질암, 유방암으로 진단 받은 사람은 단 1명도 없었다. 당시 제중원의 진단 장비와 진료 수준으로 보아 “접근하기 어려운 암”을 찾아내기란 거의 불가능했을 터이다. 당시 유럽에서 쓰이기 시작한 내시경이나 조직검사를 할 수 있는 도구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전혀 없거니와 그럴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 또한 그 무렵 조선 여성들이 생식기나 유방에 생긴 병 때문에 낯선 서양인 남성 의사를 찾는 일도 떠올리기 어렵다. ---「3장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의학식 암 환자 기록」중에서 일제 강점기 세브란스병원의 외과 교수로 재직하던 러들로우는 1929년 ?조선인의 암. 예비 보고?라는 제목의 영문 논문에서 조선인에게 선진국 사람들에 못지않게 암이 많다고 주장했다. 단지 대부분 제대로 암 진단을 받지 못해 암이 많다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러들로우는 논문의 결론부에서, “앞으로 조선에서 의학이 발달하면, 조선인에게서 암종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악성 종양 빈도가 유럽인이나 미국인들과 거의 같다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 예견한다”라고 했다. 또한 필자는 일제 강점기의 여러 자료를 분석하여 당시 조선의 암 사망과 발생이 선진국들에 못지않다는 사실을 실증했다(4장 참조). 필자는 그보다 더 앞선 1885~1886년의 제중원 자료를 검토하여 조선 말기에도 암이 우리나라에 결코 적지 않았다는 사실도 규명했다(3장 참조) ---「5장 현대사회 선진국 국민들과 한국인의 암 사망 변천사」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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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나 자신의 문제가 되다
저자는 2012년 신장암 진단 후 수술을 받았다. 자신과 별 상관없는 듯했던 암이 나의 문제임을 자각했고, 한국인의 암에 관한 역사를 정리해야겠다는 연구자로서의 각오가 생겼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저자는 감염병의 역사에 관한 원고 청탁을 받았다. 각종 자료들을 정리하던 차에 ??조선총독부통계연보??의 통계 자료가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자료와 분석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선인구동태통계??의 “사인(소분류)과 연령(계급별)에 따른 사망자 수” 데이터를 활용하여, 사망진단자의 직역(의사, 의생)을 기준으로 보정하는 방법을 찾았다. 이로써 일제 강점기 말기 조선인의 주요 사망원인을 규명할 수 있었고, 특히 암으로 인한 사망 실태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었다. 조선은 암의 청정지역이었을까? 일제 강점기 “암의 청정지역”으로 여겨졌던 식민지 조선에도 암은 상당히 많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세기 전반 선진국에서 가장 중요한 암종으로 여겨졌던 위암과 자궁암의 조선인 연령표준화사망률은 현대 한국인과 비교했을 때 결코 낮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조선의 고령층 인구가 매우 적었기 때문에 암 사망자 수는 상대적으로 적었고, 이로 인해 암이 큰 문제로 인식되지 않았다. 저자는 경성제국대학 병리학교실의 부검기록 자료를 분석하여, 일제 강점기 조선인의 실제 암 사망률이 당시 일본인과 유사하거나 오히려 더 높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조선인들이 암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발견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약 100년 전, 조선에서 의사로 활동하던 러들로우, 필리핀에서 의료 사업을 하던 더들리와 베더 등은 조선인과 필리핀인들이 제대로 된 암 진단을 받지 못해 암의 유병률이 드러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의학이 발전하고 널리 보급되면 이들 지역에서도 선진국 못지않은 암 발생률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견했다. 저자의 연구는 이러한 통찰을 구체적인 데이터로 뒷받침하며, 과거 의사들이 제기한 문제의식을 현대적 관점에서 재조명한다. 일제 강점기 조선인의 건강과 질병 ― 암 사망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 결과를 제시하다 이 책은 일제 강점기 이전 한국의 암에 대한 인식의 부재를 강조한다. 저자는 암이 한반도에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사람들이 암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사실상 암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고 설명한다. 이는 암이 단순히 질병으로서의 존재를 넘어,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맥락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받아들여지는지를 보여 준다. 현대 문명과 현대 의학의 발전은 암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과거에는 암이 단순히 ‘불치병’으로 여겨지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되었지만, 현대에 들어서면서 암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이를 둘러싼 문화적, 사회적 이미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암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조기 진단과 예방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만든다. 이처럼 암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단순히 의학적 발전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에 걸쳐 암을 바라보는 시각을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암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며, 암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줄이고, 보다 나은 치료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