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부: 꽃은 언제나 진심이야
페퍼민트 소풍 사랑의 언어 주소 얼음노래 은행나무 imago 슬픔이여 안녕 흰 꽃 검은 열매 나무 그리기 틈, 입 아침 브라키오사우루스 브로콜리 개에 관한 짧은 소고 2부: 기억해 살아야 한다는 걸 경주 어제 모든 사랑에는 광기가 있고 모든 광기에는 이성이 있다고 그는 말한다 기묘입자 도둑 너무 많은 사랑 녹슨 자전거는 사라지지 않는다 밤바다 산양 목욕탕 귀신 반지와 열쇠 슬픔 타는 꽃 3부: 거꾸로 내리는 눈 네 개의 손을 위한 협주곡 아픔, 친애하는 언어격자 사람을 찾습니다 감은 눈 4월 8월의 빛 2031 이태원 키워드 바다에 왜 가끔 왜가리가 있나 언젠가 가루가 미국밤나무 신앙 사실의 눈 부록: 슬픔이여 안녕 |
박시하의 다른 상품
|
사랑과 슬픔으로 엮어내는 언어의 우주
누군가와 입 맞추기 전에 슬픔을 꺼내어 영혼을 씻었다 ―「페퍼민트」 전문 박시하의 호흡은 찬찬하고 가느다랗다. 그 가느다란 목소리를 통해 시인은 조금 슬픈 눈빛으로, 동시에 약간 밝은 낯으로 현실과 꿈의 풍경을 바라본다. 생각에 잠겨 고속도로를 걷는 사람을 보고, 마르그리트 뒤라스를 만나고, 말로 지어진 커다란 집을 둘러보고, 안개의 바닥을 들여다보다가, 얼음에 불타는 성을 바라보기도 한다. 박시하 시의 화자가 이토록 현실과 꿈의 경계가 흐릿한 세계를 거닐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추천사를 쓴 김연덕 시인은 박시하의 화자에 관해 “그는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살아 있는, 동시에 스러져가는 모든 존재와 풍경 들을 태어나 처음 맞는 사랑들처럼 천천히 바라본다”라고 말했다. 그 말대로 박시하의 시선과 생각은 이 생명의 유한함에 자주 머무르는 듯이 보인다. 죽음을 향해 가는 매일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죽어가는 일이 사랑이라서 ―「흰 꽃 검은 열매」 부분 박시하는 부록에 실린 산문을 통해 삶이 끝없이 계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그것을 더욱더 사랑한다고 말한다. 박시하에게 있어 유한함이란 사랑의 씨앗이다. 그는 삶을 사랑하지만, 또한 그에게 삶이란 “무덤처럼 외로”운 것이며, “사는 일이 괜찮은 적 있었냐”라고 묻지는 못하는 것이다. 그러한 현실의 삶이 영원토록 계속된다면 그것은 영원한 고독과 아픔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과 인간은 유한하기에 언젠가 그 고통에서 벗어나게 되고, 또한 유한하기에 자라나고 피어나고 시들고 떨어지며 시시각각 변화할 수 있다. 그러한 변화가 곧 아름다움이며, 사랑과 비애가 동시에 펼쳐지는 순간이다.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나무가 뚝뚝 흘린 은행이라고 말하겠어요 ―「은행나무」 아프지 않은 당신 경주에 살고 있다 잘 죽어 있다 ―「경주」 부분 그에게 죽음은 다른 방식의 살아 있음이자 꿈이 현실이 되는 시간이다. 그렇기에 꿈은 그에게 있어 다른 현실이자 미래와 같다. 그는 꿈속에서 이미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커피를 마신다. 그것은 이제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꿈에서는 여전히 가능한 일이다. 그 꿈을 시로 옮기는 것은 현실 속 불가능을 가능한 진실로 만드는 일이다. 그것이 박시하가 말하는 “언어의 마법”일 것이다. 박시하의 시집을 읽는 일은 한 눈에는 사랑의 빛을, 한 눈에는 슬픔의 빛을 담은 산책자의 시선을 따라가보는 경험이다. 박시하는 삶이 유한해서 사랑한다고, 너무 사랑해서 못 견디게 슬프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비관이 낙관론자의 비관이라 말하며, 살아 있는 존재들을 사랑해야만 살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시인이다. 그의 비관적 낙관의 세계를 비추는 빛을 따라 걸어가며 산다는 것에 대한 생각에 잠겨보는 것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