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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時) 두 편 _ 010
작은 양심 _ 013 불행 _ 026 비겁자 _ 035 마늘 _ 050 방황 _ 063 나체상을 훔친 남자 _ 071 쥐 _ 085 카페 라벤 _ 088 어머니 _ 093 게이키치(奎吉) _ 100 모순과 같은 진실 _ 108 세토 내해(???海)의 밤 _ 117 귀가 전후 _ 126 다로(太?)와 거리 _ 150 세야마(?山) 이야기 _ 155 유나기바시(夕?橋)의 너구리 _ 203 가난한 생활에서 _ 221 개를 파는 노점 _ 231 눈 오는 날 _ 246 기차 외 _ 260 연 _ 263 강변 1막 _ 269 기어오르는 남자 1막 _ 284 유고 다람쥐는 바구니에 들어 있다 _ 304 어둠의 서(書) _ 308 일몰 구름 _ 313 기묘한 마술사 _ 316 고양이 _ 318 고토(琴)를 타는 거지와 춤추는 인형 _ 321 바다 _ 327 약 _ 333 교미 _ 335 구름 _ 339 덤불곰집 _ 341 온천 _ 349 옮긴이의 말 _ 362 |
Motojiro Kajii,かじい もとじろう,梶井 基次郞
가지이 모토지로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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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즐거움
레몬 하나 사서 가지고 노는 남자가 있네 전차 안에서는 망토 위에 길을 갈 때는 수건 사이에 레몬을 보면서 향기를 맡으면 마음속은 기쁨으로 가득 차네 슬프게도 벗은 떠나가고 홀로, 그저 홀로 서 있는 마루젠(丸善)의 양서 책장 앞 세잔은 없고 렘브란트도 가 버리고 마티스는 마음을 즐겁게 하지 않네 홀로, 그저 홀로 마음속에 떠오른 즐거움 살며시 레몬을 찾아 색깔에 맞춰 책을 쌓아 올리고 그 위에 레몬을 올려 보네 홀로, 그저 홀로 몇 발자국 떨어져서 그것을 바라보네, 아름다워라 마루젠의 먼지 속에 맑게 퍼지는 레몬 하나 미소를 지으며 또다시 집어 드네. 냉기는 뜨거운 손에 기분 좋게 퍼지고 향기는 아픈 가슴속에 스며드네 이상한 일이로다, 마루젠 책장에 맑은 레몬 음모를 품고 그 앞을 떠나네 미소를 지으면서 레몬은 쳐다보지도 않고 ―「시(時) 두 편」 중에서 그건 그렇고, 내가 어떤 말을 하면 그 말이 짐승의 소리처럼 울리지는 않을까. 귀머거리가 미친 듯 악기를 두들기고 있는 것처럼 밖에 있는 사람에게 통하지 않는 게 아닐까. 내 주변에 자욱하게 깔린 마법의 저주를 털어 버리기 위해 내가 밖으로 내뱉은 말은, “악마야, 물러가라!”가 아니었다. 그건 다름 아닌 내 이름이었다. “세야마!” 나는 내 목소리에서 이상한 점을 느꼈다. 마치 한밤중에 자신의 얼굴을 거울로 비춰 보았을 때의 오싹할 정도로 무서운 느낌이, 목소리 자체보다도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 느껴졌다. 나는 그 소리를 덮어 버리듯 다시 “세아마!”라고 말했다. 내 목소리는 조금 높은 푸가(fuga)처럼 맨 처음 목소리를 쫓아갔다. 그 목소리는 행등(行燈)처럼 일 미터도 채 못 가서 희미해지고 말았다. 나는 목소리를 내는 것에 이런 느낌이 있었나 하고 그 뒷맛을 마음속 깊이 느껴 보았다. “세야마” “세야마” “세야마” “세야마” 나는 여러 목소리로 불러 보았다. 하지만 이 얼마나 기이한 변곡(變曲)이란 말인가. 하나는 원망하듯, 하나는 나무라듯, 하나는 비웃듯, 하나하나 과거를 지니고 있으며 하나하나 기억 속의 장면을 되살리는 듯하다. 이 얼마나 기묘한 변곡인가! “세야마” “세야마” “세야마” “세야마!” 이번에는 안쓰러워하듯이. 조금 전 제1의 나와 제2의 나는 다시 내 안에서 분열되었다. 제1의 내가 호소하면서 안쓰러워하는 듯한 목소리에 제2의 나는 느닷없이 고개를 떨어뜨리고 눈물을 머금었다. “세야마!” 제1의 내 목소리도 울먹이고 있었다. “세야마” ……… 그리고 제1의 나는 제2의 나와 아주 강하게 포옹했다. ---「세야마(?山)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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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이 모토지로의 작품 세계는 날카롭고 섬세한 감수성이 넘치며, 색채적인 동시에 강한 이미지력을 가지고 있다. 젊은 날의 권태, 불안, 절망, 초조, 고뇌를 고백한 작품들은 모두 가지이 모토지로라는 사람의 ‘생명의 불꽃’과도 같은 기록이다. 또한 그의 작품이 현재도 끊임없이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원인 중 하나는, 그가 삶과 죽음을 테마로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그 테마의 본질에 다가가려고 고군분투했지만 결과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채 떠났다. 하지만 그가 취한 죽음에 대한 진지한 자세는 많은 사람의, 특히 젊은 세대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으리라 생각된다. 그의 인생은 너무나도 짧았고 어쩌면 건전한 삶의 방식을 취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영혼에서 나온 작품들은 그 빛을 잃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한데, 그가 좀더 오래 살았다면 어떤 작품들을 남겼을까? 이따금 그런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파온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