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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스러운 환자
칠엽수꽃 - 어떤 편지 바다 어느 벼랑 위에서 느낀 감정 겨울 파리 레몬 애무 작은 양심 K의 죽음 벚꽃나무 아래 눈 내린 뒤 게이키치 역자 후기 | 밤하늘에 꼬리를 물고 저문 천재 작가 연보 |
Motojiro Kajii,かじい もとじろう,梶井 基次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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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는 몇 번이나 ‘기분 좋게 잘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랐다. 엄습하는 불안도 그 밤에 잠들 수만 있으면 아무런 고통도 되지 않을 것이다.
--- p.13 「태평스러운 환자」 중에서 몸이 안 좋아 마을로 돌아오고 얼마 안 되었을 때는 누군가 목매어 죽은 밧줄을 “그냥 속는 셈치고” 먹어보라는 말을 들었다. 그 이야기에서 어리석음을 빼고 보면 인간이 폐병을 대하는 방식과 절망이 남는다. 그리고 병자들은 어떻게든 자신이 나아지고 있다는 암시를 원한다는 걸 알 수 있다. --- p.32-33 「태평스러운 환자」 중에서 그것은 실로 밝고 쾌활하고 생기가 넘치는 바다다. 아직 피로나 근심과 걱정에 더럽혀진 적 없는 순수하게 밝은 바다다. 유람객이나 병자의 눈에 닳고 닳아 너무 달아져 버린 포트와인 같은 바다가 아니다. 시큼하고 떫고 거품이 생긴 와인같이 아주 깊고 야만적인 바다다. --- p.77 「바다」 중에서 “그 벼랑 위에 혼자 서서 열려 있는 창문을 하나하나 보다 보면, 나는 항상 그때 그 일이 떠올라요. 나 혼자만 이 세상에 뿌리내릴 곳을 잃어버리고 부초처럼 떠다니는구나. 그리고 언제나 그 벼랑 위에 서서 남의 집 창문만 바라봐야 하는구나. 이것이 바로 내 운명이다.” --- p.84 「어느 벼랑 위에서 느낀 감정」 중에서 바깥 공기 속으로는 절대 나가려고 하지 않고 왜인지 병자인 내 흉내를 내는 것 같다. 하지만 이 무슨 ‘살고자 하는 의지’란 말인가! 그들은 햇빛 속에서 교미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 아마도 말라서 죽기 직전인 그들이! --- p.116 「겨울 파리」 중에서 나는 마루젠의 책장에 황금색으로 빛나는 무시무시한 폭탄을 설치하고 나온 괴기한 악당이고, 이제 10분 뒤에 저 마루젠에서 미술 코너를 중심으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난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 p.151 「레몬」 중에서 부드러운 발바닥 안의 껍질 속에 숨겨져 있는, 갈고리처럼 굽고 비수처럼 날카로운 발톱! 이 발톱이 고양이의 활력이자 지혜이며 정령이고 전부라는 사실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 p.158 「애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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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 꼬리를 물고 저문 천재
인간의 감각 너머를 바라보는 독특한 정신세계 벚꽃나무 아래는 시체가 묻혀 있어 왜냐하면 벚꽃이 저렇게 멋들어지게 핀다는 게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잖아 무엇이 저런 꽃잎을 만들고 무엇이 저런 꽃술을 만들까 사람의 마음을 울리지 않고는 못 배기는 신비하고 생생한 아름다움이지 내 마음을 지독히 음울하게 만들었던 것도 바로 그거야 나는 그 아름다움이 어쩐지 믿을 수 없었어 오히려 불안하고 우울해져서 공허한 기분이었지 병약한 천재 작가의 기이한 상상력, 감각적인 표현 무엇보다 그의 작품 세계는 사물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과 기이한 상상력에서 비롯된다. 인생의 절반을 병과 싸우면서 병약한 육신과 불안한 정신으로 세상의 이면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아름다운 것이 아름답게 끝나지 않고, 그의 상상 속에서는 상큼한 레몬이 하나의 폭탄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흐드러지게 핀 눈부신 벚꽃을 바라보며 너무 아름다워서 불안하고, 불빛이 반짝이는 어느 집 창문을 바라보면 세상에 홀로 선 듯한 자신의 운명을 느낀다. 아름답고 푸른 바다를 보며 이질이 돌아 늘 시체를 태우는 어느 섬과 좌초된 배에서 죽은 선원의 사투를 떠올린다. 한없이 우울하고 어두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지만 지금까지 가지이 모토지로의 작품이 읽히는 이유는 한없이 절망을 이야기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음울한 상황도 삶의 한 단편으로 밀어버리는 감각적인 표현과 상상력으로 결국은 현실의 삶과 희망을 이야기한다. | 역자 후기 | “가지이 모토지로의 작품은 고단한 사람, 아픈 사람, 지친 사람들이 작은 행복으로 위안을 얻는 이야기다. 불치병에 걸려도, 삶이 따분해도, 사는 게 우울하기 그지없어도, 섬세해서 하루하루가 고달파도 지금 여기서 살다 보면 작은 행복은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아서 전체적으로 우울한 분위기이지만 책장을 덮고 나서는 마음이 따스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