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석 신부의 삶이 고귀하다고 해서 그와 우리를 너무 구분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태석 신부가 처음부터 거룩한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그가 행 한 일들을 보통 사람은 이룰 수 없다고 여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태석 신부가 전해주는 감동은 그를 우러러보는 것으로 그쳐선 안 됩니다. 우리가 그를 닮으려 노력할 때 감동의 가치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 p.12~13

이태석의 유언인 “Everything is good”에서 차용한 책의 제목 “모든 날이 좋았습니다”는 이태석이 지닌 여러 정체성을 바탕으로 그가 남긴 족적을 따라가며 그의 삶을 망라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인제의대와 집필진은 이태석의 삶을 연구하되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여 이태석을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최대한 풀어쓰고자 노력했다. 이태석의 삶은 위대했으나 그가 남긴 자료는 연구하기에 너무나 부족했다. 이태석은 온몸과 마음으로 타인을 위해 살았을 뿐 자신을 위해 살지 않았음을 우리 집필진은 새삼 느꼈다.
--- p.18

타인을 향한 신부 이태석의 사랑은 톤즈에서 만난 ‘예수의 모습’이었고, 의사 이태석의 사랑은 육체의 질병과 아픔뿐만 아니라 톤즈 사람들의 삶의 고통까지 기꺼이 함께하는 치유였다. 이 두 가지 소명의식으로 그가 걸은 길은 관심과 배려와 나눔이었으며, 그 사랑은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향기였다.
--- p.45

자신보다 못 배우고, 못 가진 사람들에게 동정을 느끼며 수직적인 관점에서 그들을 가르치고 계몽하려는 것도 하나의 방식일 수 있다. 하지만, 이태석은 그것보다 훨씬 더 환자 중심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톤즈 주민의 일원이 되려 했다.
--- p.75

이러한 여러 사람의 영향, 곧 향기 가운데 성장해 간 이태석은 결국 자신만의 아름다운 향기를 낼 수 있었다. 그러한 점에서 사실 이태석에게는 어떠한 수식어도 필요치 않다. 그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이태석 자신이기 때문이다.
--- p.101

묵자 사상의 핵심인 ‘겸애’야말로 집단과 사회에서 각 개인의 상호 관심과 배려를 가리키며 혈연이나 친소관계의 여부와 무관하며 귀천을 가리지 않고 ‘남을 사랑하기를 자신을 사랑하는 것처럼 하는’ 보편적 사랑이며, 가장 큰 특징이 곧 ‘서로 이롭게 해주는’ 공리주의적 사랑이지 않은가? 궁극적으로 묵자의 사랑은 가족, 집단, 사회, 국가에서의 평화가 실천적 목표였다는 점이 이태석과 그대로 오버랩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이태석 관점의 단초가 아닐까 여긴다.
--- p.137

이태석 신부의 삶은 소수자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접근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고하게 만듦으로써,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다양한 역량을 통합하고 실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선구자적인 혜안을 남기고 간 것은 아닌가 한다. 그의 삶은 샤를르 드 푸코와 같은 서구 성인과는 또 다른 선 교자의 모델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여러 시사하는 바가 크다.
--- p.164

이태석은 ‘곧 나에게 해준 것이다’라는 말로써 자신이 쏟아 부은 열정을 표현했다. 그가 톤즈에서 행한 것은 톤즈 사람들에게 행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행한 것이다. 물을 주면 싹이 나는 기쁨이 있고, 아껴주면 커가는 기쁨이 있고, 거름을 주면 실한 열매를 맺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이태석에게 톤즈 아이들은 곧 나의 기쁨이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매력적인 기쁨이었기에 이태석은 톤즈를 사랑할 수 있었다.
--- p.210

가장 낮은 땅은 인종적 개념이나 지리적 차별의 뜻을 담고 있지 않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사랑은 종(하늘)과 횡(땅)이 만나는 십자가 사랑이기 때문이다. 선교사들은 십자가를 목에 걸고 사역에 나선다. 종과 횡이 만나는 그곳에는 수많은 사건이 있었고, 그것은 역사가 되었다. 이태석 신부가 내적 영성을 위해 되새겼던 말이 이를 방증한다. “내가 그들 안으로 들어가 낮아져야 한다.”
--- p.217~218

이태석 관련 영화 네 편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무드는 사랑과 공감의 힘이다. 진정으로 사랑하고 공감하면 자연스럽게 섬기고 나누게 된다는 것이다.
--- p.269

이태석 신부의 삶은 결코 과거의 감동으로만 머무를 일이 아니다. 그의 정신은 부산 지역사회의 정체성과 결합해 공공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현재화되어야 한다. 부산은 이태석 신부의 정신을 기반으로 사랑과 나눔, 공동체 연대를 상징하는 도시로 성장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 라는 신부의 메시지가 우리 속에서 재해석되고, 시민들이 그 곁에서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더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기념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해야 할 때다. 이를 통해 이태석 신부의 정신은 다음 세대에까지 이어질 소중한 부산의 미래 유산이 될 것이다.
--- p.298

이태석을 기억/기술하고 있는 문헌에 대한 조사와 분석 작업이 체계화되어야 미디어에 의해 재현된 이태석의 이미지와 담론이 아니라, 그를 조금 더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오해하지 말 것은, 지금의 신부 이태석, 혹은 인간 이태석의 삶이 과장되어 있다는 뜻이 아니다. 이 글은 미디어에 재현된 이태석이나 미디어 담론의 효과로서의 이태석의 모습이 아니라, 사제, 의사, 교육자, 음악가, 문학자 등의 다재다능한 모습으로 타인을 위해 헌신하며 살았던 이태석의 사상과 가치를 새롭게 이해하고 조망할 필요가 있다는 작은 제언이다.
--- p.328~329

어릴 때부터 저의 꿈은 의사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막연했던 이 꿈은 신부님을 만나고 나서 굳어졌습니다. 왜냐하면 신부님이 톤즈에 오셔서 하시는 모든 일들이 저에게는 감동이었고, 이러한 신부님을 닮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노력하고 애쓰시는 모습에서 결심을 하게 되었고, 의사라는 직업의 중요성도 알게 되었습니다.
--- p.336

이태석 신부님 같은 분이 멀리서 오셔서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 주는 실천과 하느님께 고마움을 표하는 모습에도 울림이 있었습니다. 남수단 사람을 구하고자 다른 대륙인 한국에서 건너온 이태석 신부님은 정녕 천사일지도 모릅니다. 어디에서든 사람들을 대하는 한결같은 태도가, 예수님께서 사람들을 대한 모습과 똑같다고 저는 느꼈습니다. 신부님은 어린이든 어른이든, 여자든 남자든, 연령층과 상관없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힘과 마음을 지니고 계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