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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Ⅰ 모두를 위한 최선 안개 선택할 수 없는 암흑 속죄의 가격 Ⅱ 고해성사 정적 향연 감금 무심한 아름다움 학살의 끝 Ⅲ 성과 속 낙원의 침묵 비밀과 책임 실낙원 Ⅳ 고통받지 않을 권리 경련 돌이킬 수 없는 침묵과 안식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 피에타 작가의 말 개정판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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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하고 다정한 사람들에 의해 왜곡된 세상
구원하고 구원받는 자는 누구인가 전직 의사였던 범준. 그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자들을 돕는 회사를 설립해 그들의 장기를 시한부들에게 이식해 생명을 연장시키는 일을 한다. 그러던 그의 앞에 과거 만난 적 있던 신부 현석이 나타난다. 그들이 처음 마주쳤던 것은 15년 전 내전이 끊이지 않던 아프리카에서였다. 의술로 사람들을 구원하려 의료봉사를 하러 온 젊은 의사 범준과, 신에게 헌신하며 종교 활동을 통해 사람들을 살피고 돌보고자 주임신부를 담당하게 된 신부 현석은 모두 거룩한 뜻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만의 이상적인 구원론을 펼치고자 도달한 그곳에서 그들은 자신 내면에 숨겨진 모순과 마주하게 된다. 아이의 시신을 보고 예산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학교 아이들에게 그 약을 나눠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건 헌신이 아니라 속죄였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박 신부 자신을 위해 필요한 행동이었다. 영혼을 구제하기 위해 말라리아 예방약을 포기해야 한다면 차라리 쌌다. _87쪽 각자의 부끄러움을 안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그곳에서의 기억은 끝없이 그들을 괴롭힌다. 그 지옥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범준과 현석은 무엇을 목격하고 느꼈는가. 이처럼 이들의 포부가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이야기는 선과 악이 뒤섞인 모순적인 사회를 고발한다. 소설은 홀로코스트, 불법 장기 적출 및 이식, 자살 문제 등과 같은 사회적 사안에서부터 개인의 윤리와 도덕에 기대는 사소한 문제들까지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러한 도덕적 딜레마와 성과 속의 혼재를 통해 우리 안에 숨겨진 비열한 면모를 통감하게 하며 독자들로 하여금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유리창 너머의 저 신부는 어쩌면 이 나라에서 유일하게 그곳의 기억을 공감하고 이해할 만한 인물이었다. 그도 15년 전 그곳에 남았을 터였다. 그리고 자신처럼 그 지옥을 어떻게든 겪어 나왔으리라. 그는 무엇을 보았던 걸까? 그리고 그 이후에 삶을 어떻게 견뎠을까? 그 기억이 그를 괴물로 만들었던 것일까? 마치 자신처럼. _156쪽 “이성이란 이름의 금박이 벗겨진 인간이란 결코 만족을 모르는 가장 영악하고 잔인한 야수일 뿐이니까.” “인간이 짐승과 다를 바 있나요? 생명의 가치, 존엄성, 다 좋은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런 말은 반짝일 뿐 아무 가치가 없는 얇은 금박 같은 것이지요.” “인간이 고작 그 정도 가치라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 겁니까? 구원할 필요가 없는 존재라면 이런 짓 자체가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_283~284쪽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 인간 본성을 진중하고 깊이 있게 파헤친다. 모순으로 이지러진 세계에서 인간은 얼마만큼 악해질 수 있을까. 성(性)의 세계를 대변하는 신부 박현석과 속(俗)의 세계를 표상하는 의사 최범준. 두 명의 인물은 처음에는 선한 동기를 가지고 있었으나 제3세계에서 마주한 참혹한 광경을 겪으며 변화를 맞이한다. 이들에게 시시각각 주어지는 문제들은 독자들 역시 자신을 반추해 보게 하는 계기가 된다. 작가는 이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비합리적인 사회와 시대를 향한 묵직하고 처절한 메시지를 작품을 통해 강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