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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7
Ⅰ 모두를 위한 최선 17 안개 28 선택할 수 없는 39 암흑 61 속죄의 가격 77 Ⅱ 고해성사 91 정적 110 향연 136 감금 145 무심한 아름다움 155 학살의 끝 179 Ⅲ 성과 속 207 낙원의 침묵 231 비밀과 책임 240 실낙원 253 Ⅳ 고통받지 않을 권리 275 경련 285 돌이킬 수 없는 304 침묵과 안식 320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 332 피에타 350 작가의 말 358 개정판 작가의 말 3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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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년간 운이 좋았을 뿐이다. 15년 전 운이 나빠 지옥의 가운데를 가로질렀던 것처럼 말이다. 누군가는 그것조차 하느님의 뜻이라 말할 테지만, 박 신부에게 그런 말은 모독이었다. 만약 그것이 정말 신의 뜻이라면, 그는 하느님이라도 용서하지 않을 생각이었으니까.
--- p.19 자신은 지금 지고 있는 이 죄를 그대로 짊어진 채 그대로 살아야 했다. 몇 마디의 고백과 몇 마디의 참회와 몇 마디의 기도로 이런 일이 용서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범죄였다. --- p.27 “기억해둬. 우리가 한다는 위대한 선행 역시 별다를 거 없다는 거야. 인간의 선의란 고작 상황과 본능에 휘둘리는 금박일 뿐이라는 거지. 물론 금박도 금이긴 하지만.” --- p.130 타인을 향한 사랑이야말로 하느님의 본질이라 했던가. 그렇다면 몽둥이를 든 저들의 구애는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 p.166 이곳에서 해왔던 그 모든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희망을 만든다고 믿어왔었다. 하지만 그저 끔찍한 괴물을 창조하고 있을 뿐이었다. --- p.197 “제가 신 때문에, 교리 때문에 이런다고 생각합니까? 빌어먹을 신 타령을 하려고 당신에게 이러는 게 아닙니다. 당신 말대로 인간이란 고작 짐승의 위에 금박을 발라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 얇은 금박이 우릴 인간으로 만든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겁니까? 그 금박이 바로 우리를 사람일 수 있게 하는 전부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습니까?” --- p.3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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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하고 다정한 사람들에 의해 왜곡된 세상
구원하고 구원받는 자는 누구인가 전직 의사였던 범준. 그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자들을 돕는 회사를 설립해 그들의 장기를 시한부들에게 이식해 생명을 연장시키는 일을 한다. 그러던 그의 앞에 과거 만난 적 있던 신부 현석이 나타난다. 그들이 처음 마주쳤던 것은 15년 전 내전이 끊이지 않던 아프리카에서였다. 의술로 사람들을 구원하려 의료봉사를 하러 온 젊은 의사 범준과, 신에게 헌신하며 종교 활동을 통해 사람들을 살피고 돌보고자 주임신부를 담당하게 된 신부 현석은 모두 거룩한 뜻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만의 이상적인 구원론을 펼치고자 도달한 그곳에서 그들은 자신 내면에 숨겨진 모순과 마주하게 된다. 아이의 시신을 보고 예산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학교 아이들에게 그 약을 나눠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건 헌신이 아니라 속죄였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박 신부 자신을 위해 필요한 행동이었다. 영혼을 구제하기 위해 말라리아 예방약을 포기해야 한다면 차라리 쌌다. _87쪽 각자의 부끄러움을 안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그곳에서의 기억은 끝없이 그들을 괴롭힌다. 그 지옥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범준과 현석은 무엇을 목격하고 느꼈는가. 이처럼 이들의 포부가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이야기는 선과 악이 뒤섞인 모순적인 사회를 고발한다. 소설은 홀로코스트, 불법 장기 적출 및 이식, 자살 문제 등과 같은 사회적 사안에서부터 개인의 윤리와 도덕에 기대는 사소한 문제들까지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러한 도덕적 딜레마와 성과 속의 혼재를 통해 우리 안에 숨겨진 비열한 면모를 통감하게 하며 독자들로 하여금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유리창 너머의 저 신부는 어쩌면 이 나라에서 유일하게 그곳의 기억을 공감하고 이해할 만한 인물이었다. 그도 15년 전 그곳에 남았을 터였다. 그리고 자신처럼 그 지옥을 어떻게든 겪어 나왔으리라. 그는 무엇을 보았던 걸까? 그리고 그 이후에 삶을 어떻게 견뎠을까? 그 기억이 그를 괴물로 만들었던 것일까? 마치 자신처럼. _156쪽 “이성이란 이름의 금박이 벗겨진 인간이란 결코 만족을 모르는 가장 영악하고 잔인한 야수일 뿐이니까.” “인간이 짐승과 다를 바 있나요? 생명의 가치, 존엄성, 다 좋은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런 말은 반짝일 뿐 아무 가치가 없는 얇은 금박 같은 것이지요.” “인간이 고작 그 정도 가치라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 겁니까? 구원할 필요가 없는 존재라면 이런 짓 자체가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_283~284쪽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 인간 본성을 진중하고 깊이 있게 파헤친다. 모순으로 이지러진 세계에서 인간은 얼마만큼 악해질 수 있을까. 성(性)의 세계를 대변하는 신부 박현석과 속(俗)의 세계를 표상하는 의사 최범준. 두 명의 인물은 처음에는 선한 동기를 가지고 있었으나 제3세계에서 마주한 참혹한 광경을 겪으며 변화를 맞이한다. 이들에게 시시각각 주어지는 문제들은 독자들 역시 자신을 반추해 보게 하는 계기가 된다. 작가는 이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비합리적인 사회와 시대를 향한 묵직하고 처절한 메시지를 작품을 통해 강조하고 있다. 작가의 말 이상한 시대입니다. 과거 이뤘다 믿었던 시대정신이 다시 시험대에 오르고, 선과 정의의 이름으로 가치관은 극단으로 치닫는 시대입니다. 그런 갈등이 없던 시대가 없겠지만, 유난하다 느껴지는 건 제 기우만은 아니겠지요. 이런 시대에도 이런 미욱한 책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 여러분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어떤 신념을 믿는지 알 수 없지만 이 책에서 나름의 의미나 화두를 찾을 수 있다면 좋겠네요. 정답도 없고 확신도 줄 수 없는 소설이지만, 그 의심과 미혹 속에서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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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외면할 수 없었던 의사와 진실을 말할 수 없었던 신부가 죽음의 수술대에서 만났다. 그들을 만나게 한 건 우연일까, 필연일까, 신의 잔인한 안배일까. 《구원》은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컨설턴트》와 《문근영은 위험해》에 이은 작가의 세 번째 ‘회사’ 시리즈이다. 앞선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소재와 형식을 택했으면서도 한눈에 ‘임성순 소설’임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그의 문학적 유전자가 선명하게 드러난 작품이기도 하다. 이 패기만만한 젊은 작가는 ‘살아 있는 자의 장기를 적출하는 회사’라는 충격적 소재와 지구상 어느 땅에선가 벌어진 비극의 역사를 엮어 격정적이면서도 품격 있는 서사로 우리 앞에 부려놓았다. 뒷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도입부를 지나면, 이야기는 스스로 살아 현재와 과거, 대한민국 어느 소도시와 제3세계, 수술대와 신의 제단을 거침없이 오간다. 인물들은 ‘설마’ 했던 극지대까지 몰아붙여진다. 작가는 ‘죽음의 메스를 든 자’에게서 인간과 삶의 모순에 대한 통렬한 비애를, ‘누군가를 대신해 십자가에 묶인 자’에게서는 2000년 전의 그 사내보다 인간적이고 아이러니한 구원의 형판을 끌어내 보인다. 의학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인상적인 소설이다. 그 자체로 거대한 은유이자 세상에 던지는 어떤 질문으로도 읽힌다. 이야기적 세계의 구축과 머리를 어지럽혔을 근원적 질문 사이에서 시종 흔들림 없이 내달린 작가의 힘에 박수를 보낸다. - 정유정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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