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머리말
“여기는 서울입니다.” 함경도댁 라 교수의 충고 결단 환생과 환상 長春 3월 진달래 먹고… |
김동익의 다른 상품
|
성경호는 어릴 적에 살아 있는 세상이 극락이라는 노인들의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오래 사는 것이 복이라는 얘기일 것이다. 그때만 해도 굶주리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먹는 것에 큰 걱정이 없이 살았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왔을 것이다. 지금은 어떤가. 살고 있는 세상이 지옥이다. 먹는 것을 걱정해야 하고 말조심을 해야 하고……. 이래도 살아 있는 세상이 극락인가? 인민군은 혁명대열의 전사가 아니라 굶주림과 싸우는 전사 아닌가. 공화국의 병사가 아니라 지옥의 병사 아닌가. 성경호는 참호 속의 삐쩍 마른 경비병들을 떠올리며 마음이 참담했다. 이 울적함을 입 밖에 내지 못하고 살아야 하니 지옥도 ‘숨 막히는 지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문 |
|
“여기는 서울입니다. 여기는 자유북한방송입니다…”
잠자는 땅 너머에 다다른 뜨거운 전파, 그리고 펼쳐지는 성경호 사단장의 자유를 향한 시나리오 북한이 붕궤하는 소리가 갑자기 나는 것이 아니라 조그맣게 여러 번 연속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천재지변도 그 하나일 수 있습니다. 또 휴전선에 배치된 부대의 지휘관이 철책을 넘어 귀순한다면 그것은 치명적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대외적으로 정권의 위신이 크게 손상되는 일입니다. 한구석이 무너지는 조그만 소리로 울릴 것입니다. 이 소설은 이 경우를 가상해본 것입니다. 더불어, 대북방송이 가져올 결실 하나를 상상해본 것입니다. ―「머리말」 중에서 언론인 출신 김동익 작가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 『어느 날 갑자기』(중앙북스 펴냄)가 출간됐다. 2013년 북한의 격변과 장성택 실각을 예측하여 화제를 모았던 『서른 살 공화국』의 후속 작품이다. 김동익 작가는 장성택이 숙청되기 5개월 전에 『서른 살 공화국』을 세상에 내놓아 북한의 권력지형 변화를 현실감 있게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1년 만에 새롭게 펴낸 『어느 날 갑자기』도 그 연속선상에서 오늘의 북한 현실을 실감나게 그려낸 작품이다. 김동익 작가는 1960년대 초 조선일보 기자로 언론계에 첫발을 디뎌 중앙일보 편집국장과 주필을 지냈고, 중앙일보 대표이사를 역임한 뒤 정무 제1장관을 지냈다. 건국대와 성균관대 교수를 거쳐 용인송담대학 총장을 지냈으며, 2010년 이후 장편소설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는 휴전선에 배치된 부대의 지휘관이 철책을 넘어 귀순한다는 상황을 가정하여, “우상숭배로 통치되는 1인 권위정치”인 북한 체제에 균열이 생기는 계기를 가상해본 소설이다. 김동익 작가는 머리말에서 “북한이 붕궤하는 소리가 갑자기 나는 것이 아니라 조그맣게 여러 번 연속될 수 있”으며, “부대의 지휘관이 철책의 넘어 귀순한다면 그것은 치명적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대외적으로 정권의 위신이 크게 손상되는 일이고, 한구석이 무너지는 조그만 소리로 울릴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이 소설은 저자가 오랫동안 언론계에 몸담아 쌓은 지식과 경험, 그리고 대북방송 관계자 등 관련 인물들의 취재를 바탕으로 쓰인 이야기로서 북한의 실상을 보다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북한 사회의 풍경이나 인물들에 대한 사실감 있는 묘사는 소설의 개연성을 높이면서 독자들을 소설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이 소설은 대북방송인 〈자유북한방송〉에서 울려 퍼지는 라디오 소리에서부터 시작된다. 부대 업무를 마치고 귀가한 성경호 사단장은 매일같이 서재에 숨겨둔 라디오를 꺼내 대북방송을 들으며 하루를 마감한다. 김정은의 사치품 수입에 관한 뉴스나 장성택 실각에 대한 뉴스를 들으며, 성경호는 공화국의 기본 노선에 대한 의심이 무럭무럭 커지는 것을 느낀다. 또한 부대 지휘관으로서 선전과 사상 사업을 때문에 굶주리고 있는 부대원들의 실상을 지켜보며 김정은 체제에 대한 불만이 점차 쌓이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지린대학 역사학부 교수이자 처남인 라봉규 교수가 성경호의 집에 방문하여 북한과 남한에 대한 실정을 전하면서, 자신과 가족들의 불안한 미래에 대한 생각은 점점 깊어지게 된다. 이윽고 성경호는 ‘대단한 결심’을 하게 되는데……. ■ 작가의 말 철통같은 체제를 무너뜨리는 작은 울림 북한은 망할 것인가, 안 망할 것인가. 이 의문에 정확히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의 붕궤를 가까운 시일 안에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철통같은 체제가 영속될 것이냐. 그렇지는 않습니다. 유연성 없이 강하기만 하면 부러진다는 게 진리입니다. 북한의 1인 체제는 공고하지만 유연성이 없습니다. 세계적인 보편성에서도 멀리 빗나가 있습니다. 북한이 오래가지 못한다면 어떻게 붕궤할 것인가. 북한이 붕궤하는 소리가 갑자기 나는 것이 아니라 조그맣게 여러 번 연속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천재지변도 그 하나일 수 있습니다. 또 휴전선에 배치된 부대의 지휘관이 철책을 넘어 귀순한다면 그것은 치명적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대외적으로 정권의 위신이 크게 손상되는 일입니다. 한구석이 무너지는 조그만 소리로 울릴 것입니다. 이 소설은 바로 이 경우를 가상해본 것입니다. 더불어, 대북방송이 가져올 결실 하나를 상상해본 것입니다. 이 소설이 북한을 좀 더 이해하고, 그래서 통일을 위한 우리의 마음가짐은 어떠해야 할지에 대해 조금이라도 기여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머리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