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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 대역
2막 신인 3막 독립 4막 여자 5막 여배우 6막 딸 에필로그 내가 건너 온 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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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의 언어로 바꿔서 두 번이고 세 번이고 계속 이야기해봐. 다음에 이어질 말을 생각할 필요가 없어질 때까지, 네 머릿속에 떠올린 남편과 아내 얼굴의 눈, 코, 입, 표정까지 모두 또렷해질 때까지 말이야.”
그러곤 덧붙였다. “이건 꼭 기억해. 모든 이야기는 한 문장에서 시작돼. 모든 이야기는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어. 그런데”, 언니는 일부러 잠시 뜸을 들였다. “이야기를 시작한 그 한 문장이 마지막 한 문장을 결정하는 거야.” --- p.12 그는 형용사로 디렉션을 내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 p.23 역할이 입혀진 그녀 자신은 본래 아무런 형태가 없었다는 걸 그녀는 처음 역할을 맡은 후에야 비로소 알았다. 무대 경험은 마치 강력한 먼지떨이처럼 그녀의 모든 감각을 닦아 반짝이게 했다. --- p.36 그들은 외국어로 대화했기 때문에 단어의 선택과 문장 구성에 신중했다. 그래서 황청은 영어로 말할 때면 시간이 느리게 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대화하는 시간이 몇 배는 길어졌다. 일상이 더없이 충만하게 느껴지는 건 당연했다. 시간이 부풀고 켜켜이 쌓이며 일상적인 대화마저 깊이를 더했기 때문이다. 쥘리에트 비노슈가 전문 무용수만 못한 건 당연했다. 다리는 유연하게 높이 올리지 못했고, 무게중심을 옮길 때는 넘어질까 걱정될 정도였다. 하지만 유명 여배우가 자신의 결점이 노출될 수도 있는 공연에 도전한 것은 하늘을 보여주는 것과 같았다. 짙고 옅은 파란색이 있고, 흐렸다 맑았다 하는 회색도 있으며 맑았다가 비가 내리기도 하는 그런 하늘 말이다. 이것만으로도 황청은 알 수 있었다. 배우가 되려면,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걸 당장 멈춰야 한다는 것을. --- pp.169-170 연기를 배우는 것은 언어를 배우는 것과 다르다. 모두가 같은 글을 읽고, 같은 문장을 분석하고, 단어를 익히는 것과는 다르다는 말이다. 언어는 어휘량이 많은 사람이든 적은 사람이든 결국 노력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연기를 배우는 것은 전혀 다르다. 강사는 학생에 대한 이해와 상상에 따라 대본을 선택하고 역할을 배정한다. 왜 원하는 배역을 직접 선택하게 하지 않는 걸까? --- p.187 그녀는 즉시 캐릭터 자서전을 쓰기 시작했다. 이어서 장면마다 배우에 대해 열 가지 질문을 하고 답을 썼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나는 어디서 왔는가, 지금은 언제인가,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가,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왜 원하는가, 왜 지금인가, 무슨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인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장애물은 무엇인가. --- p.235 인간의 내면은 외부로 표출되는 것보다 항상 크기 마련이다. 그녀는 감정은 ‘연기’할 수 없다는 걸 실감했다. 유일한 방법은 캐릭터가 지금의 그녀처럼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려고 노력하는 것뿐이다. 이건 겉으로 보여주는 연기를 훨씬 능가하는 것이었다. --- p.270 당시에는 아무도 이런 작업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설사 있었다고 해도 감히 말하지 못했다. 모두가 이 대본이 끝없이 발전해나갈 수 있다고 믿었다. 어떤 이야기도 완벽하게 끝날 수는 없고, 미래 뒤에는 더 먼 미래가 있으니까. 감독은 세 쌍의 부부를 동시에 무대 위에 올려놓고 후반부에는 구성을 흐트러뜨렸다. 황청이 연기하는 ‘현재’는 배역의 ‘과거’와 ‘미래’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현재가 미래에게 말한다. “과거를 사는 사람은 과거의 미래를 만들 뿐이다.” 미래가 현재에게 말한다. “용서란 자신이 다시는 상처받지 않게 하는 것.” 그들이 함께 과거에게 말한다. “미래는 영원히 부유하는 것.” 「끝내지 못한 일」은 관계를 통해 시간을 이야기했다. 매일, 매시간, 심지어 매순간 인간의 감정은 변화한다. 그것은 진화일 수도 퇴화일 수도 있지만, 전진이든 후퇴든 그 종착지가 어떤 모습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황청은 줄곧 시간이란 강물처럼 흘러가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시간이 어쩌면 강바닥에 더 가까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조용히 쌓여가는 것이다. 시간은 사람을 한순간에 부식시키는 것이 아니라 켜켜이 쌓이고 짓누르면서 서서히 비틀어놓는다. --- pp.326-327 배우인 그녀가 빛이 없을 수는 없다. 화가가 빛을 갈망하고 기다리는 데에 절대 지치지 않는 것처럼. 그리고 빛의 종류도 구분할 수 있어야 했다. 새벽빛인지 황혼빛인지, 어둑한 것인지 고요한 것인지 아니면 눈이 부신 것인지. 전자에는 기대가, 후자에는 축복이 가득했다. --- p.4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