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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독자들에게 / 저자 서문 / 주요 사건 연표
프롤로그_부르주아 페미니즘, 그 불편함에 대하여 첫 번째 발키리 전설의 저격수_류드밀라 파블리첸코(1916~1974) 두 번째 발키리 혁명의 아이콘_알렉산드라 콜론타이(1872~1952) 세 번째 발키리 진보적 교육자_나데즈다 크룹스카야(1869~1939) 네 번째 발키리 뜨거운 심장_이네사 아르망(1874~1920) 다섯 번째 발키리 글로벌 여전사_엘레나 라가디노바(1930~2017) 에필로그_미래의 레드 발키리를 위한 아홉 가지 조언 감사의 글 / 고드시가 추천하는 더 읽어보면 좋을 책 / 주 / 찾아보기 |
Kristen R. Ghods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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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저격수, 류드밀라 파블리첸코
309명의 적을 사살한 그녀는 단순한 전쟁 영웅이 아니었다. 류드밀라 파블리첸코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성공적인 여성 저격수로 기록된 인물이다. 소련군의 저격수로서 309명의 적을 사살하며 ‘죽음의 여왕(Lady Death)’이라 불렸다. 그러나 그녀의 삶은 단순한 전쟁 영웅 서사가 아니다. 미국과 영국을 순회하며 여성들의 적극적인 전쟁 참여를 촉구했던 그녀는, 단순한 군인이 아니라 여성의 역할과 능력을 입증한 혁명가였다. 여성은 남성과 같은 총을 들고 싸울 수 있으며, 능력이 있다면 결코 후방에 머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파블리첸코의 이야기는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전투에 참여할 수 있다는 팩트를 넘어 여성이 역사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해준다. 혁명의 아이콘, 알렉산드라 콜론타이 자유주의 페미니즘을 거부한 최초의 여성 정치인 알렉산드라 콜론타이는 세계 최초의 여성 외교관이자, 여성 노동자들의 해방을 위한 사회주의 페미니즘의 선구자였다. 그녀는 기존의 부르주아 페미니즘이 엘리트 여성들만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여성의 해방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과 계급 문제와 맞닿아 있다”고 주장했다.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소련 최초의 사회복지 인민위원이 되어 유급 출산휴가, 탁아소, 공공 보육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앞장섰다. 또한, 여성의 성적 자율성을 주장하며 ‘사랑의 해방’을 외쳤다. 그러나 그녀의 급진적인 사상은 스탈린 시대에 철저히 배척당했고, 역사 속에서 점차 지워졌다. 그녀의 이야기는 부르주아 페미니즘을 넘어서 여성 노동자의 해방과 계급 문제를 함께 고민한 혁명적 사상가의 삶, 그리고 성적 해방과 자유연애를 주장하며 여성의 자율성을 강조한 급진적 사상가의 삶을 드러낸다. 오늘날 그녀의 사상은 여성 해방이 단순한 ‘자리 차지’가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투쟁이라는 측면에서 그 가치와 의미가 재발견되고 있다. 진보적 교육자, 나데즈다 크룹스카야 “여성이 교육받을 권리가 없다면, 혁명도 없다”고 말한 나데즈다 크룹스카야는 흔히 레닌의 동반자로 알려졌지만,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인물이다. 러시아에서 최초로 문맹 퇴치 운동을 주도한 혁신적인 교육자였고, 혁명 이전부터 노동자들과 농민들이 교육받을 권리를 위해 싸웠으며, 혁명 후에는 소련의 공공 교육 시스템을 확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오늘날과 달리 어린이와 임산부를 포함한 일부 노동자가 과중한 업무량에 시달리는 한편 유휴 상태에 있거나 실직한 노동자, 혹은 노동자가 절망적으로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모습을 더는 보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 사회가 약자, 병자, 노인을 돌볼 것입니다. (…) 사람들은 병에 걸려도 가족이 빈곤에 빠질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회 전체가 아이들을 키우고, 그들을 강하고 건강하며 지혜롭고 유용한 시민으로 길러내는 일을 책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라는 그녀의 글은 그 어떤 시보다도 감동적이다. 크룹스카야의 이야기는 교육이 단순한 학습 과정이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주었는데, 이는 교육 기회가 여전히 불평등한 오늘날의 우리 사회가 충분히 되짚어볼 부분이기도 하다. 뜨거운 심장, 이네사 아르망 이네사 아르망은 “여성 노동자의 해방 없이는 혁명도 없다”고 외친 볼셰비키 혁명 정부 최초의 여성 지도자였다. 그녀는 여성문제를 국가적 의제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련 최초의 여성부(젠더 정책 담당 기관)를 설립했다. 아르망은 단순히 여성들에게 더 나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는 여성이 아이를 낳고 기르는 부담을 혼자 지는 한, 진정한 해방은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그래서 보육 시스템, 무료 급식, 가사노동의 사회화를 추진하며, 여성들이 노동과 가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 아르망의 이야기에서 중요한 점은 그녀가 단순히 여성의 노동 참여를 주장한 것이 아니라 여성이 경제적 독립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돌봄 노동과 가사노동을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진보적인 정책 비전은 오늘날 여성의 ‘워킹맘’ 문제와 맥이 닿아 있다. 즉 여성이 직장에서 살아남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사회 자체가 변해야 한다는 급진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글로벌 여전사, 엘레나 라가디노바 “여성은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다. 저항할 수 있다.”고 외친 엘레나 라가디노바는 불과 14세에 나치에 맞서 싸운 불가리아 최연소 여성 파르티잔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저항운동에 참여하며 독재에 맞섰고, 이후 불가리아 여성운동의 선구자가 되었다. 그녀는 단순한 투사가 아니라, 농업 개혁과 여성의 노동 환경 개선을 이끈 과학자이기도 했다. 여성들이 ‘일할 권리’를 보장받는 것뿐만 아니라, 가정과 직장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역 식당 운영과 방과후 동아리 프로그램 등의 정책 제안은 요즘 한국의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라가디노바의 이야기는 여성은 단순한 희생자가 아니라, 저항하고 싸울 수 있는 존재라는 것, 그리고 과학과 정치 및 혁명을 넘나들며 사회적 변화의 주체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존재라는 각성을 촉구한다. 누가, 왜 읽어야 하는가? 이 책은 무엇보다 자본주의적 페미니즘에 회의를 느끼는 사람들 즉 ‘린 인(Lean In)’ 페미니즘, 걸보스 담론이 과연 모든 여성을 위한 것인지 의문을 가진 독자, 소수 여성의 성공이 아니라 여성 전체의 해방을 고민하는 새로운 관점을 원하는 독자, 그리고 여성 노동·돌봄·사회 구조적 불평등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여성의 경제적 독립과 돌봄 노동 문제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바라보고 싶은 독자들을 위한 것이다. 즉 여성의 노동권과 육아, 가사노동이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현대 사회의 불평등을 문제시하여 새로운 대안을 찾는 사람들이다. 다음으로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소외된 노동자와 여성의 현실을 직시하고 싶은 독자들에게도 이 책을 권한다. 즉 ‘자본주의가 답일까?’라는 고민 아래 대안적 사회 모델을 모색하고 싶은 사람, 역사 속 여성 혁명가들에게서 새로운 영감을 얻고 싶은 사람, 여성들이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투사이자 개혁자였음을 알고 싶은 사람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레드 발키리』는 단순한 혁명가들의 전기가 아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들어온 ‘성공한 여성’의 이야기도 아니다. 어떤 여성도, 어떤 계급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꿈꾼 여성 혁명가들, 진정한 ‘레드 발키리’들의 이야기이다.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남성 중심의 서사와 사회구조 및 자본주의적 페미니즘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독자라면 이 책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