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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발키리
걸보스 페미니즘에 도전한 사회주의 여전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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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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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한국의 독자들에게 / 저자 서문 / 주요 사건 연표
프롤로그_부르주아 페미니즘, 그 불편함에 대하여

첫 번째 발키리 전설의 저격수_류드밀라 파블리첸코(1916~1974)
두 번째 발키리 혁명의 아이콘_알렉산드라 콜론타이(1872~1952)
세 번째 발키리 진보적 교육자_나데즈다 크룹스카야(1869~1939)
네 번째 발키리 뜨거운 심장_이네사 아르망(1874~1920)
다섯 번째 발키리 글로벌 여전사_엘레나 라가디노바(1930~2017)

에필로그_미래의 레드 발키리를 위한 아홉 가지 조언
감사의 글 / 고드시가 추천하는 더 읽어보면 좋을 책 / 주 / 찾아보기

저자 소개 2

크리스틴 R. 고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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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sten R. Ghodsee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러시아 및 동유럽 연구학과 교수. 약 30년간 동유럽에서 1차 인류학 현장 연구를 수행해왔다. 『왜 여성은 사회주의 사회에서 더 나은 섹스를 하는가』, 『레드 발키리』를 포함해 다양한 책을 저술하면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역사, 정치경제 구조가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폭넓게 다루었다. 2012년에는 인류학 및 문화 연구 분야 공로를 인정받아 구겐하임 펠로우십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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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학교 사회학과에 재학 중이다. 글을 쓰고 책을 만든다. 생태와 노동문제에 관심이 많고,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기 울이는 삶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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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1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356쪽 | 130*190*30mm
ISBN13
9791193933091

책 속으로

오늘날, 우리는 우리보다 앞서왔던 여성들이 만들어낸 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 중 많은 이들이 실은 헌신적인 사회운동가이자 페미니스트였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들은 더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라는 이상 속에서, 경직된 전통으로부터의 독립과 자유의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노동자와 농민을 위한 해방의 꿈은 여러 세대의 여성들에게 자신들을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영감을 주었습니다. 현재 우리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전염병, 전쟁, 그리고 다가오는 기후 재앙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글로벌 자본주의 경제에 의해 더욱 가속화된 독재적 가부장제가 부활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때 번영했던 민주주의는 부의 불평등, 사회적 고립, 그리고 외로움에 지친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권자들은 초부유층(hyper-rich)의 특권을 보존하기 위해 설계된 체제에서 살아가며 좌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실제로,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에 대한 가장 신랄한 비판 중 일부는 한국에서 나왔습니다. 〈기생충〉과 같은 영화나 〈오징어 게임〉과 같은 드라마는 인간의 가치가 은행 계좌의 크기로 측정되는 현대 삶에서의 비인간화와 소외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 그렇다면 왜 귀중한 시간을 들여 오늘날 러시아, 우크라이나, 그리고 불가리아의 사망한 여성 활동가들에 대해 읽어야 할까요? 이 책을 쓰는 동안 저 스스로도 이 질문을 자주 던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상징적인 여성들의 전기를 접하는 것이─각각이 20세기 여성 권리의 궤적을 성공적으로 형성했던 이들─모든 세대의 여성 활동가들이 직면했던 도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한국의 독자들에게」 중에서

Ms. Monopoly 버전의 모노폴리 보드 게임에 나오는 모든 부동산은 여성들이 개발하거나 디자인한 발명품과 제품으로 대체되었다. 브로드웨이와 파크 플레이스를 소유하는 대신, 플레이어는 초콜릿 칩 쿠키나 줄기세포 분리기술을 구매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여성으로 정체화한 플레이어는 출발점을 지나갈 때 240달러를 받는 반면, 남성으로 정체화한 플레이어는 200달러만 받는다. 이를 두고 해즈브로는 Ms. Monopoly가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최초의 게임”이라고 자랑했다. 하지만 이러한 #걸보스 페미니즘은 대다수 여성이 자수성가한 투자 전문가가 되거나 경제 엘리트에 진입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현실을 간과한다. 현실의 대다수 여성에게는 기회, 인맥,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 여성 노동자들이 직면한 문제는 광범위하지만, 성 불평등으로 인한 부담은 특히 저소득층, 이민자 커뮤니티, 유색인종 커뮤니티에 불균형적으로 가중된다. 나의 할머니는 1947년 푸에르토리코에서 미국으로 이주해, 2년 뒤인 1949년에 어머니를 출산했다. 남편에게 버림받은 할머니는 뉴욕시 의류 공장에서 재봉사로 일하며 생계를 꾸려 나갔다. 하지만 어떠한 형태의 사회적 지원이나 신뢰할 수 있는 육아 지원을 받지 못했기에 (나의) 어머니를 푸에르토리코 사바나 그란데에 있는 (어머니의) 할머니와 함께 살도록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 후 상황이 변해 다섯 살이 된 어머니가 다시 뉴욕으로 돌아오게 되었을 때, 가톨릭 신자인 할머니는 어머니를 뉴저지 뉴어크에 있는 세인트 루시 학교로 보냈다. 그곳은 침례교 수녀들이 운영하는 고아원이었다. 어머니는 13살이 될 때까지 8년간 그곳에서 살았다. “할머니는 돈이 있어야 나를 보러 올 수 있었기 때문에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오시곤 했어.”라고 올해 72세가 된 어머니가 최근 문자 메시지를 통해 털어놓았다. “하지만 할머니가 몸이 좋지 않거나 탈 것이 없으면 몇 달 동안 오지 않으신 적도 있었지.” 나의 할머니와 어머니는 2021년 9월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도 어머니의 어린 시절을 두고 다투곤 했다. 어머니는 자신이 버려졌다고 여겨 이를 원망하며, 세인트 루시에서의 삶에 관해 묻자 눈물을 흘리며 무너졌다. 반면, 할머니는 어머니를 수녀원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하이츠에서 함께 사는 것보다 더 나은 삶과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할머니의 선택을 비난했지만, 할머니는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없게 한 당시 사회 시스템을 탓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소련군 내 여성들은 독일군에 의한 강간, 고문, 살해 위협 외에도 아군 남성들로부터 만연한 성차별과 괴롭힘에 시달려야 했다. 예를 들어보자. 715연대 소속 저격수 여성 부대는 전선에서 복귀하자마자 본부 마룻바닥을 닦으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들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맞섰다. 남성 상관들은 피로가 누적되었든 말든 청소는 여성이 해야 한다고 여겼던 것일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명령을 내렸을까? 명령에 불복종한 여성 대원들은 막사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했다. 그러자 야전 취사장에 있던 여성들이 연대의 의미로 여성 대원들에게 남성 병사에게 주는 것보다 훨씬 나은 음식을 제공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한 무리의 여성 저격수들이 48시간 동안 잠도 자지 않고 격렬한 전투를 벌인 뒤 임시 막사로 돌아왔을 때다. 갑자기 한 병사가 나타나더니 부소대장에게 이상한 명령을 하나 전달했다. 내용인즉 여성 저격수 두 명을 보내 (남성) 장교가 머무는 내무반 바닥을 닦으라는 것이었다. 여성 저격수들도 남성들과 나란히 최전선에서 싸웠다. 하지만 남성 장교들은 여전히 청소는 마땅히 여성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부소대장은 명령을 거부했다. 불복종한 죄로 그녀는 5일간 근신하라는 명을 받았지만, 상급 장교가 이를 번복하여 부소대장은 겨우 막사로 돌아갈 수 있었다. 소련 여군들에게는 성희롱과 성폭행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소위 ‘연애 감정’을 가진 소련 남성들이 (여성들의 의사와 관계 없이) 여성 전우들을 공격하곤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 병사들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개발해야 했다. 파블리첸코도 마찬가지였다.
--- 「전설의 저격수 류드밀라 파블리첸코」 중에서

콜론타이는 베벨과 엥겔스를 비롯한 주요 사회주의 이론가들의 연구를 통해 여성 개개인이 맞닥뜨리는 운명이 어떻게 해당 사회의 지배적인 경제 생산 방식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 점차 깨닫게 되었다. 특히 일부일처제로 구성된 핵가족 제도가 사유재산을 옹호하는 이데올로기 구조를 뒷받침한다는 게 문제였다. 어머니들은 악취가 만연한 섬유 공장에서 쥐꼬리만 한 급여를 받으며 일해야 했고, 동시에 차르와 러시아 경제를 주름잡은 엘리트들을 위해 차세대 노동자와 군인을 출산해야 했다. 어머니이자 노동자로서, 그들은 생산 수단의 소유주들에 의해 이중으로 착취당했다. 그것이 눈앞의 현실이었다. 콜론타이는 여성들이 노동에 공식적으로 참여하는 만큼 남성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한다는 베벨과 엥겔스의 주장에 동의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내이자 어머니로서 여성의 적절한 역할에 대한 사회적 기대에 맞서 싸우면서, 콜론타이는 사회주의가 단순히 생산 수단의 집단 소유 그 이상을 요구한다고 직감했다.

단순히 여성이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것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 콜론타이는 또한 공동으로 운영하는 국영 세탁소, 구내식당, 아동센터 등의 방대한 네트워크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그녀는 여성이 가사로부터 해방되면 남성과 동등한 조건으로 공적 영역에 진출하여 원하는 교육을 받고 직업을 갖게 될 거라고 기대했다. 여성들이 기술과 재능을 계발하면서 자기 삶에 대한 주도권과 통제권을 획득하게 되면 남성과 다름없이, 즉 남녀 모두 다양한 일을 통해 수입을 창출하여 경제적 자립을 이룰 수 있을 터였다. 나아가 경제적으로 독립한 여성들은 이제 사랑과 상호 애정을 기반으로 연인 관계를 선택할 수 있게 되며, 부르주아 결혼에서 흔히 보였던 계산적인 의존관계를 탈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콜론타이는 확신했다.
--- 「혁명의 아이콘 알렉산드라 콜론타이」 중에서

공장 노동자들은 그녀의 수업에 열광했다. 음주 문제도 심각했고 결근을 감수해야 하는 형편이었지만 도시 프롤레타리아트들은 교육에 목말라 있었다. 크룹스카야는 도시 노동자들을 가르치면서 자신의 직업에서 개인적으로 대단한 만족감을 느꼈다. 매주 일요일과 주중 두 번의 저녁 시간, 노동에 지쳤음에도 꼬박꼬박 공부하러 오는 성실한 노동자들과 함께하면서 그녀는 1890년대 러시아 프롤레타리아트들의 가혹한 현실 삶에 눈을 뜨게 되었다. 크룹스카야는 러시아 여성이 처한 상황을 논하는 데 책자 전체를 할애한 최초의 러시아 사회주의자였다. (……) 1899년 사블리나라는 필명으로 집필된 『여성 노동자』는 러시아 자본주의와 전통적인 농민 가정에서 여성들이 맞닥뜨려야 하는 암울한 운명에 대한 초상이었다. 크룹스카야는 특히 러시아 여성들에게 독재에 맞서 투쟁에 나설 것을 촉구하면서, 그들이 노동자 계급 운동에 동참할 때 비로소 더 나은 세상을 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가 생산을 관리하게 되면 모든 사람이 노동의 의무를 져야 하지만, 노동은 지금처럼 고되지 않을 것입니다. (…) 또한 모든 사람이 일하기에 노동 시간이 현재처럼 길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날과 달리 어린이와 임산부를 포함한 일부 노동자가 과중한 업무량에 시달리는 한편 유휴 상태에 있거나 실직한 노동자, 혹은 노동자가 절망적으로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모습을 더는 보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 사회가 약자, 병자, 노인을 돌볼 것입니다. (…) 사람들은 병에 걸려도 가족이 빈곤에 빠질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회 전체가 아이들을 키우고, 그들을 강하고 건강하며 지혜롭고 유용한 시민으로 길러내는 일을 책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 「진보적 교육자 나데즈다 크룹스카야」 중에서

아르망에게는 다른 꿈이 있었다. 그녀는 서유럽의 사회민주주의자,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 아나키스트들이 이론가들을 존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로자 룩셈부르크, 알렉산드라 콜론타이와 같은 여성들이 마르크스주의를 연구하고 이론서를 집필하고 이를 출판하여 운동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져나갔듯이 아르망도 자신만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싶었다. (……) 같은 이유로 아르망은 10월 혁명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맡지 못했지만, 이 혁명은 결국 레닌이 주도하는 볼셰비키에 권력을 가져다주었다. 레닌은 정권을 공고히 다지기 위해 즉시 움직였고, 아르망에게 다양하고 새로운 임무를 맡겼다. 아르망은 이전에 레닌과 갈등을 겪으며 좌절한 적도 있었지만, 아르망은 충실한 볼셰비키로서 맡은 임무를 묵묵히 수행했다. 1918년까지 아르망은 여성 노동자들을 위한 회의를 조직하며 여성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 여성 대회는 노동조합회관에서 열렸다. 새로 탄생한 노동자 국가에서 여성의 미래를 논의하고 토론하려는 대표들로 북적였다. 레닌과 볼셰비키 주요 지도자들이 회의에 참석해 연설을 했고 콜론타이는 남녀관계가 지배와 소유욕으로 왜곡되고 있다며 지적하며, 평등과 상호 존중에 기반한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아르망은 부르주아적 가정 형태가 소련 여성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강조하며, 가사 노동을 여성 혼자 떠안는 대신에 이를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19년에 아르망은 이렇게 썼다. “가족 구조가 전통적인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가정생활과 더불어 아이들을 양육하고 교육하는 방식을 그대로 답습한다면, 착취와 예속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새로운 인간을 창조하는 것도, 사회주의를 건설하는 것도 이룰 수 없다.”
--- 「뜨거운 심장 이네사 아르망」 중에서

라가디노바는 둘째 오빠 아센을 잃었다. 그는 현상금을 노린 자들 때문에 결국 참수되었지만, 나머지 가족은 살아남아 전쟁 영웅이 되어 산에서 내려왔다. 어린 라가디노바는 커다란 흰말을 타고 당당히 마을로 들어섰고, 불가리아 민중의 영웅이자 반파시즘의 상징적인 인물이 되었다. 라가디노바가 참전한 이야기는 소련의 파블리첸코처럼 기자들과 선전가들에 의해 대대적으로 알려졌다. 소피아에서 모스크바까지, 어린이 잡지는 라가디노바의 초상화와 이야기를 전하며 사회주의자 소년·소녀들에게 “아마조네스처럼 용감해지라.”고 독려했다. (……) 여성위원회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하는 여성들은 일을 마친 후에도 요리를 하고 식사 후 정리를 하며, 필요한 물건을 사고 아이들을 돌보는 등 이른바 ‘이중노동’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에 대해 1977년 라가디노바는 한 인터뷰에서, 위원회가 여성들의 “실질적인 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와 기업에 공공 급식을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기 소련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사회주의 국가들은 학교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지역식당(예를 들어 폴란드의 유명한 밀크바와 같은 곳)에서 제공되는 식사에 국가가 보조금을 지급했다. (……) 여성위원회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위한 방과후 동아리와 다양한 활동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특히 보통 어머니가 아이들의 숙제를 지도하는 부담을 지는 현실을 고려하여 학생들이 학교에서 숙제를 모두 끝낼 수 있도록 하자는 권고도 내놓았다. 이렇게 하면 “학생들은 학교와 관련된 의무에서 벗어나고, 일하는 부모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 「글로벌 여전사 엘레나 라가디노바」 중에서

끈기와 관련된 또 다른 요소는 바로 실천이다. 즉 행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크룹스카야는 1901년 발표한 팸플릿 『여성 노동자』에서 여성의 정치적 의식은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한 행동에 꾸준히 참여하는 것을 통해 갈고닦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파업, 시위, 시민적·비시민적 불복종 같은 활동이 포함되지만, 글을 쓰거나 예술을 창작하거나 밈을 제작하거나 혁명적인 코드를 작성하는 것도 실천의 한 형태다. (……) 이 책에서 다룬 투사들은 모두 능동적이고 실천적인 삶을 살았다. 각자가 가진 능력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기여했다. 콜론타이는 강연을 하고, 파업을 조직하고, 사회복지인민위원회와 젠오트델(여성부)을 운영했으며, 여성 해방을 촉진하기 위해 기사, 단편소설, 장편소설을 썼다. 크룹스카야는 교육하고, 파업 기금을 모으고, 기사를 쓰고, 불법으로 간주되었던 신문을 발행하며, 해외 서신을 관리했다. 망명 중에는 레닌의 일상을 돌보았고, 1917년 이후에는 성인 문맹 퇴치 학교, 도서관, 독서실, 청소년 조직을 설립했으며 소비에트 여성들을 지원하는 노력을 조율했다. 아르망은 각종 회의에 참석하고, 지하 모임을 조직하며, 레닌을 중심으로 지지를 결집하기 위한 비밀 임무를 수행했고, 그의 기사를 번역했다. 파블리첸코는 전선에서 저격수로 자원했고, 라가디노바는 15세가 되기 전 파르티잔 부대에 합류해 활동했으며 60세에 은퇴를 강요받을 때까지 사회주의 건설을 위해 일했다. (……) 즉 무관심과 비활동은 현 상태에서 이익을 얻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태도다. 반면 실천은 끈기를 위한 기회를 창출하며, 끈기는 더 많은 실천을 통해 성장하고 강화된다. 이는 완벽한 선순환을 만들어낸다.

--- 「에필로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전설의 저격수, 류드밀라 파블리첸코

309명의 적을 사살한 그녀는 단순한 전쟁 영웅이 아니었다. 류드밀라 파블리첸코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성공적인 여성 저격수로 기록된 인물이다. 소련군의 저격수로서 309명의 적을 사살하며 ‘죽음의 여왕(Lady Death)’이라 불렸다. 그러나 그녀의 삶은 단순한 전쟁 영웅 서사가 아니다. 미국과 영국을 순회하며 여성들의 적극적인 전쟁 참여를 촉구했던 그녀는, 단순한 군인이 아니라 여성의 역할과 능력을 입증한 혁명가였다. 여성은 남성과 같은 총을 들고 싸울 수 있으며, 능력이 있다면 결코 후방에 머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파블리첸코의 이야기는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전투에 참여할 수 있다는 팩트를 넘어 여성이 역사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해준다.

혁명의 아이콘, 알렉산드라 콜론타이

자유주의 페미니즘을 거부한 최초의 여성 정치인 알렉산드라 콜론타이는 세계 최초의 여성 외교관이자, 여성 노동자들의 해방을 위한 사회주의 페미니즘의 선구자였다. 그녀는 기존의 부르주아 페미니즘이 엘리트 여성들만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여성의 해방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과 계급 문제와 맞닿아 있다”고 주장했다.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소련 최초의 사회복지 인민위원이 되어 유급 출산휴가, 탁아소, 공공 보육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앞장섰다. 또한, 여성의 성적 자율성을 주장하며 ‘사랑의 해방’을 외쳤다. 그러나 그녀의 급진적인 사상은 스탈린 시대에 철저히 배척당했고, 역사 속에서 점차 지워졌다. 그녀의 이야기는 부르주아 페미니즘을 넘어서 여성 노동자의 해방과 계급 문제를 함께 고민한 혁명적 사상가의 삶, 그리고 성적 해방과 자유연애를 주장하며 여성의 자율성을 강조한 급진적 사상가의 삶을 드러낸다. 오늘날 그녀의 사상은 여성 해방이 단순한 ‘자리 차지’가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투쟁이라는 측면에서 그 가치와 의미가 재발견되고 있다.

진보적 교육자, 나데즈다 크룹스카야

“여성이 교육받을 권리가 없다면, 혁명도 없다”고 말한 나데즈다 크룹스카야는 흔히 레닌의 동반자로 알려졌지만,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인물이다. 러시아에서 최초로 문맹 퇴치 운동을 주도한 혁신적인 교육자였고, 혁명 이전부터 노동자들과 농민들이 교육받을 권리를 위해 싸웠으며, 혁명 후에는 소련의 공공 교육 시스템을 확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오늘날과 달리 어린이와 임산부를 포함한 일부 노동자가 과중한 업무량에 시달리는 한편 유휴 상태에 있거나 실직한 노동자, 혹은 노동자가 절망적으로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모습을 더는 보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 사회가 약자, 병자, 노인을 돌볼 것입니다. (…) 사람들은 병에 걸려도 가족이 빈곤에 빠질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회 전체가 아이들을 키우고, 그들을 강하고 건강하며 지혜롭고 유용한 시민으로 길러내는 일을 책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라는 그녀의 글은 그 어떤 시보다도 감동적이다. 크룹스카야의 이야기는 교육이 단순한 학습 과정이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주었는데, 이는 교육 기회가 여전히 불평등한 오늘날의 우리 사회가 충분히 되짚어볼 부분이기도 하다.

뜨거운 심장, 이네사 아르망

이네사 아르망은 “여성 노동자의 해방 없이는 혁명도 없다”고 외친 볼셰비키 혁명 정부 최초의 여성 지도자였다. 그녀는 여성문제를 국가적 의제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련 최초의 여성부(젠더 정책 담당 기관)를 설립했다. 아르망은 단순히 여성들에게 더 나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는 여성이 아이를 낳고 기르는 부담을 혼자 지는 한, 진정한 해방은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그래서 보육 시스템, 무료 급식, 가사노동의 사회화를 추진하며, 여성들이 노동과 가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 아르망의 이야기에서 중요한 점은 그녀가 단순히 여성의 노동 참여를 주장한 것이 아니라 여성이 경제적 독립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돌봄 노동과 가사노동을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진보적인 정책 비전은 오늘날 여성의 ‘워킹맘’ 문제와 맥이 닿아 있다. 즉 여성이 직장에서 살아남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사회 자체가 변해야 한다는 급진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글로벌 여전사, 엘레나 라가디노바

“여성은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다. 저항할 수 있다.”고 외친 엘레나 라가디노바는 불과 14세에 나치에 맞서 싸운 불가리아 최연소 여성 파르티잔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저항운동에 참여하며 독재에 맞섰고, 이후 불가리아 여성운동의 선구자가 되었다. 그녀는 단순한 투사가 아니라, 농업 개혁과 여성의 노동 환경 개선을 이끈 과학자이기도 했다. 여성들이 ‘일할 권리’를 보장받는 것뿐만 아니라, 가정과 직장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역 식당 운영과 방과후 동아리 프로그램 등의 정책 제안은 요즘 한국의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라가디노바의 이야기는 여성은 단순한 희생자가 아니라, 저항하고 싸울 수 있는 존재라는 것, 그리고 과학과 정치 및 혁명을 넘나들며 사회적 변화의 주체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존재라는 각성을 촉구한다.

누가, 왜 읽어야 하는가?

이 책은 무엇보다 자본주의적 페미니즘에 회의를 느끼는 사람들 즉 ‘린 인(Lean In)’ 페미니즘, 걸보스 담론이 과연 모든 여성을 위한 것인지 의문을 가진 독자, 소수 여성의 성공이 아니라 여성 전체의 해방을 고민하는 새로운 관점을 원하는 독자, 그리고 여성 노동·돌봄·사회 구조적 불평등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여성의 경제적 독립과 돌봄 노동 문제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바라보고 싶은 독자들을 위한 것이다. 즉 여성의 노동권과 육아, 가사노동이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현대 사회의 불평등을 문제시하여 새로운 대안을 찾는 사람들이다. 다음으로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소외된 노동자와 여성의 현실을 직시하고 싶은 독자들에게도 이 책을 권한다. 즉 ‘자본주의가 답일까?’라는 고민 아래 대안적 사회 모델을 모색하고 싶은 사람, 역사 속 여성 혁명가들에게서 새로운 영감을 얻고 싶은 사람, 여성들이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투사이자 개혁자였음을 알고 싶은 사람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레드 발키리??는 단순한 혁명가들의 전기가 아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들어온 ‘성공한 여성’의 이야기도 아니다. 어떤 여성도, 어떤 계급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꿈꾼 여성 혁명가들, 진정한 ‘레드 발키리’들의 이야기이다.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남성 중심의 서사와 사회구조 및 자본주의적 페미니즘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독자라면 이 책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추천평

서양 중심이 아닌 동유럽 사회주의 여성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흥미로운 페미니즘의 역사. #걸보스 페미니즘의 대안을 찾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책. - 그레이스 블레이클리 (『The Corona Crash: How the Pandemic Will Change Capitalism』 저자)
이 책에 등장하는 다섯 여성은 혁명적 정치 투쟁을 통해 페미니즘을 실현하려 했던 진정한 투사들이었다. - 슬라보예 지젝
크리스틴 고드시는 자유주의 페미니즘이 여성사에서 쌓아 올린, 개인의 성취에만 집중하는 한계를 무너뜨리고, 여전히 싸울 가치가 있는 해방의 비전을 생생하게 되살려준다. - 조디 딘 (『Comrade: An Essay on Political Belonging』 저자)
명적 꿈을 현실로 만들어낸 사회주의 여성 전사들의 삶과 사상을 아름답게 담아낸 책. - 비제이 프라샤드 (『Washington Bullets: A History of the CIA, Coups, and Assassinations』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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