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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유토피아
2000년간의 실험에서 우리가 좋은 삶에 관해 배울 수 있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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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저자의 말

1장 전인미답의 장소를 과감하게 탐험하기
: 블루스카이 사고방식은 우리를 어떻게 해방시키는가

격동의 좋은 면
꿈을 꾸는 자를 싫어하는 사람은 늘 있다
소행성 채굴자와 불멸을 꿈꾸는 자
가부장제의 두 기둥
정치적인 것은 늘 개인적이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는 왜 〈스타트렉〉을 사랑했을까

2장 담장에 갇힌 집을 넘어서
: 단일세대라는 틀 밖에서 사고하기

거실에 묻힌 뼈
신을 사랑하기 위해 모여 살기
팔랑스테르로 가라!
현실이 된 유토피아
콘크리트와 강철 속에서 꿈꾸기
도심의 상업적인 공유주거 생활
“유토피아적 삶을 위한 덴마크의 청사진”
신베긴회와 가모장 마을
행복한 어린이, 함께하는 가사노동
“좋은 얘기만 할 생각은 없어요”
텅 빈 펜트하우스는 이제 그만

3장 아이는 공공재다
: 사유화된 아동기는 어째서 가족에게 해로운가

양육비 계산하기
칼리폴리스의 아이들
『공산당 선언』마저 부담스러워했던
미국의 영적 완벽주의
갈릴리 해변에서 꿈을 꾼 사람들
“이런 목적이 아니라면 어째서 국가를 구성한단 말인가?”
제대로 하면 모두 수혜자가 된다
혈연이 만드는 족벌주의

4장 좋은 학교
: 사회적 꿈을 꾸는 다음 세대 교육하기

자본주의 미국에서 학교를 다닌다는 것
우리는 얼마나 많은 아인슈타인을 놓쳤을까?
상상 속의 중세판 위키피디아
우크라이나의 남다른 비전
“모든 학교에는 농장이 있어야 한다”
장애부여 총감
좋은 삶을 위한 배움
철학 축제와 캄파넬라의 담장

5장 소유 없는 세상을 상상하지 못할 이유가 있나요?
: 공유로 마음의 문을 여는 법

재산이 대체 뭔 상관이지?
비혼, 비폭력, 비건 아나키스트
부가 부를 낳는다
위키피디아의 소유자는 누구인가?
생산자를 생산하기
성서 공산주의자
유토피아에 세금 매기기
코뮨 주민과 생태마을 사람들
“어쩌면 화장실을 같이 쓰는 게 가장 힘든 일 같아요”
진정한 공유경제를 향하여

6장 내가 그대를 난폭한 유인원과 비교해도 될까요?
: 왜 핵가족일까

핵가족은 실수일까?
침팬지 고환의 진화적 교훈
칭기즈 칸의 숱한 증손자들
일처일부제의 법제화
성난 총각들

7장 핵가족은 왜 비참한가
: 사랑과 돌봄의 네트워크를 확장하기

고대 스파르타의 진짜 주부들
“모든 독점 가운데 가장 혐오스러운 것”
노동자들의 왕
로맨스를 해방시키기
한국의 비혼과 일본의 크리스마스 케이크
가족을 선택하기
미래의 양육
가족의 확장

8장 〈스타트렉〉 게임 계획
: 급진적인 희망은 디스토피아적 절망을 어떻게 무너뜨리는가

전투적 낙관주의
인지적 역량으로서의 희망
디스토피아의 정치적 패악
전통적인 삶의 익숙한 비참함
그게 낙원이 아니라 지옥이면 어떡하지?
급진적인 희망을 실천하기
무엇이든 가능하다

감사의 말

도판 목록

저자 소개 2

크리스틴 R. 고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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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sten R. Ghodsee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러시아 및 동유럽 연구학과 교수. 약 30년간 동유럽에서 1차 인류학 현장 연구를 수행해왔다. 『왜 여성은 사회주의 사회에서 더 나은 섹스를 하는가』, 『레드 발키리』를 포함해 다양한 책을 저술하면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역사, 정치경제 구조가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폭넓게 다루었다. 2012년에는 인류학 및 문화 연구 분야 공로를 인정받아 구겐하임 펠로우십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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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배우는 게 좋아서 시작한 일이 어느덧 업이 되었다. 영감을 주는 작은 손전등 같은 글을 좋아한다. 옮긴 책으로 『유령 연구』, 『가해자는 모두 피해자라 말한다』, 『미국 공산주의라는 로맨스』, 『가족을 폐지하라』, 『인셀 테러』, 『여성, 인종, 계급』, 『살릴 수 있었던 여자들』, 『디어 마이 네임』, 『백래시』, 『캘리번과 마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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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9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488쪽 | 140*210*30mm
ISBN13
9791171012664

책 속으로

나는 오늘날 너무 많은 사람이 ‘유토피아’와 ‘비현실적’이라는 표현을 동의어처럼 사용하는 세태에 맞서고 싶다. 내가 사용하는 ‘유토피아’라는 표현은 세속적인 목표를 추구하든 영적인 목표를 추구하든 더 조화로운 방식으로 함께 살아가겠다는 목적하에 지배 사회의 전통에서 크게 벗어나는 방식으로 가정 영역을 재조직하고자 하는 사상가와 운동을 일컫는다.
--- p.13

나는 과거의 그 어떤 특정한 유토피아적 비전이나 실험을 옹호하기보다는 그런 것들이 몇 번이고 반복해서 다시 등장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이 세상에 대격변이 일어날 때면 인간은 늘 유토피아에서 영감을 얻고자 했고, 지금도 많은 이들이 새로운 실험에 기꺼이 투신한다. 어떤 위험이 있든, 실망과 실패의 기록이 얼마나 유구하든, 유토피아주의는 ‘위험하다’는 경고가 얼마나 끈질기든, 사람들은 여전히 삶을 조직하는 다른 방식들을 꿈꾸고 있다.
--- p.39

1972년 보딜 그라에와 일군의 덴마크 가족들은 다양한 연령대를 포괄한 공동체주거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오늘날 세계 최초의 근대식 공동체주거 커뮤니티로 종종 소개되는 세테담멘Sættedammen이 바로 그것이다. 브리타 비에르와 그의 남편은 이 세테담멘의 최초 주민이었다. “교외 어딘가에 있는 주택에서 섬처럼 살아가는 가족이 되긴 싫었어요.” 비에르의 설명이다. “그런데 어느 날 어떤 사람들이 땅을 봐둔 게 있는데 그걸 사서 공동체주택과 개별 주택을 함께 지을 25세대에서 30세대를 찾고 있다는 신문 광고를 본 거죠.”
--- p.105

집단육아에는 또 다른 장점이 있었는데, 플라톤에게는 이 부분이 훨씬 중요했다. 그것은 바로 그 어떤 수호자도 자신의 핏줄에 너무 애착을 느낀 나머지 다른 사람들에게 배타적인 태도를 갖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플라톤은 공동양육이 여성에게 더 많은 자유를 선사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명시하지만 사실 그의 주된 목표는 공화국의 전사와 철인왕 사이의 경쟁과 긴장을 줄이는 것이었다. 만일 수호자가 모든 아이를 자기 자식처럼 대할 경우 이론상 공화국의 공통 이익은 개별 가정의 이기적인 이익보다 상위에 있게 될 것이며, 이는 특히 전시에 모든 사람에게 더 나은 결과로 돌아가게 된다.
--- pp.143-144

이탈리아인 토마소 캄파넬라는 1602년에 출간한 『태양의 도시』에서 유토피아 선배들의 비전을 딛고 한발 더 나아갔다. 그는 지정된 교실이나 강의실에서 교육이 이루어지는 대신 지식이 일상 곳곳에 이미 스며든 세상을 상상했다. 캄파넬라가 그린 이상 도시는 일련의 동심원 모양 벽들로 독특한 구조를 이루는데, 각각의 벽에는 일종의 그림 백과사전처럼 인간의 지식 내용들이 그려져 있다. 아이들은 도시의 담 근처에서 생활하고, 놀고, 지정된 안내자를 따라 거닐면서 이 세상에 대해 배운다. 안내자는 아이들이 좀 더 어려운 개념을 파악할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한다. 문맹자가 대다수이던 시기에 캄파넬라는 지식이 책 속에 숨어 있거나 수도원 담장 안에 은둔하는 사회가 아니라 모두에게 열린 사회를 상상했다.
--- p.194

물론 주류 바깥에서 살아가는 데는, 즉 부모·친구·동료·이웃의 기대와는 딴판인 방식으로 사적인 삶을 조직하는 데는 늘 높은 사회적 비용이 따를 것이다. 다르게 산다는 건 험난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동체적인 가정 환경에서 또는 다른 사람들과 우리의 자원을 나눌 때 스트레스가 적고 더 건강하며 평등하고 지속 가능한 삶을 살게 되는데도 어째서 수천 년 동안 이런 삶의 형태에 그렇게 큰 저항이 있었을까?
--- p.280

부계지역주의와 부계혈연주의라는 양대 전통의 지배를 받는 일처일부 중심의 핵가족은, 불평등한 사회의 필요에 맞춰 발달한 특정한 적응 형태였을 가능성이 있다. 즉, 소수의 엘리트 남성들이 자신들의 분에 넘치는 부를 외부의 침입자들과 내부의 혁명군으로부터 지키고자 했던 사회 말이다.
--- p.324

일처일부 중심의 핵가족이 아직도 유지되는 것은 양친의 보살핌이 최적이라는 환상 때문이거나, 남성의 폭력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거나, 남성이 가진 자원에 의지해야 하는 필요 때문이거나 아니면 종교적 전통과 국가제도가 핵가족을 ‘정상’이라고 규정하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가 특수한 경제적 목적에 기여하는 낡은 가족 모델을 붙들고 있는 것은 관성 때문이 아닐까?
--- p.333

사도 바울은 기원후 53~54년에 고린도인들에게 보내는 첫 번째 서한을 작성할 때 특히 결혼제도를 비판했다. 바울은 자신이 그리스에 창건한 기독교 공동체 성원들에게 보내는 이 편지에서 “결혼한 자들은 이 생에서 많은 골칫거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바울이 종교적인 관점에서 독신 생활을 편드는 까닭은 칼리폴리스의 수호자들 사이에서 집단결혼을 제안한 플라톤의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적인 가정을 꾸릴 경우 더 큰 대의에 힘을 모으지 못하고 사람들의 에너지가 분산된다는 것이다.
--- p.338

진보는 예측도 힘들고 몹시 더디지만 사회는 반드시 변한다. 한때 실현 불가능해 보였던 사적 영역에 관한 유토피아적 제안들—보육, 이혼, 동성혼—이 지금은 상대적으로 일상화되었다. 변화는 늘 더 잘 해낼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의 고집을 연료로 삼는다. 우리는 희망이라는 근육을 계속 사용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기억력을 훈련한다. 그렇다면 더 나은 내일을 함께 상상함으로써 정서적·인지적 희망의 역량을 매일의 루틴처럼 갈고 닦는 습관을 기르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 p.428

출판사 리뷰

“역사적으로 진보는 희망적인 태도, 극단적인 꿈, 정신 나간 아이디어와 함께 시작되었다.”
수천 년에 걸쳐 유토피아는 현실이 되어간다
현실에 발 디딘 민족지학자의 내밀한 고백

★ 『21세기 자본』 토마 피케티 강력 추천
★ 《퍼블리셔스 위클리》 추천도서
★ 영국, 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중국, 일본 등 판권 계약

수천 년에 걸쳐 유토피아는 현실이 되어간다


미국의 저명한 민족지학자 크리스틴 R. 고드시는 『일상의 유토피아』에서 고대부터 동시대까지 200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선구적인 공동체나 사회 운동의 다채로운 양상과 그것들이 각 시대에 미친 영향을 탐구한다. 그리고 오늘날 주거·가족·양육·교육·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토피아적인 사상을 적용하거나 변주해볼 가능성을 살펴본다.

‘유토피아’를 ‘비현실적’인 것으로 보는 우리 사회의 편견에 맞서, 저자는 유토피아주의가 2000년이 넘는 역사에서 다양한 형태로 등장해온 꾸준한 흐름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과거의 그 어떤 특정한 유토피아적 비전이나 실험을 옹호하기보다는 그런 것들이 몇 번이고 반복해서 다시 등장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이 세상에 대격변이 일어날 때면 인간은 늘 유토피아에서 영감을 얻고자 했고, 지금도 많은 이들이 새로운 실험에 기꺼이 투신한다.”(39쪽)

역사를 돌이켜보면 유토피아적인 사회를 향한 움직임은 고대부터 존재해왔다. 그중 하나의 예는 보편적 보육이다. 플라톤은 “그 어떤 부모도 누가 자기 자식인지 모르고, 그 어떤 아이도 자기 부모가 누군지 모르는” 채 집단으로 양육되는 칼리폴리스를 상상했다. 19세기 중반에 이르러 엥겔스는 국가 기관이 주도하는 보편 보육 서비스를 최대한 빠르게 시행하자고 주장했다. 수많은 개혁가가 주장한 공공 보육은 21세기에는 일상이 되었다. 이혼의 사례를 보더라도 오늘날에는 일상의 제도로 자리 잡았으나 과거에는 법적으로 금지되거나 터부시되면서 엉뚱한 몽상처럼 취급되었다는 것을 보면, 유토피아적인 제안들은 현실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서구 사상사를 중심으로 다루긴 하지만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서구 바깥의 현실도 두루 살핀다.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가르쳐온 교육자인 저자는 아프리카대륙 탕가니카의 교육 개혁가이자 대통령이었던 니에레레가 실시한 협동과 자립을 위한 교육에서 귀감을 얻는다. 또한 아시아의 다양한 유토피아 공동체들을 소개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한국에 자리 잡은 ‘비혼’과 25세가 넘은 일본 여성을 멸시하는 표현인 ‘크리스마스 케이크’ 사례를 통해 동북아시아 여성들이 당면한 현실을 지적하면서 핵가족의 한계를 보여준다. 역사와 대륙을 가로지르는 『일상의 유토피아』는 폭넓은 시각으로 세계 각국의 구체적인 현실을 조망하면서 “사회적 꿈”을 함께 실현하자고 촉구한다.

현실에 발 디딘 민족지학자의 내밀한 고백

『일상의 유토피아』의 독특한 점은 50여 년을 살아온 1970년생 ‘나’의 인생과 2000여 년에 걸쳐 이어져온 유토피아주의의 역사가 교차하는 구조이다. 독자는 부제의 ”2000년간”이라는 숫자가 주는 무게감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8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각 장을 여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한 사람의 생생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민족지학(다른 민족의 문화와 언어를 연구하고 기록하는 학문) 연구자로서 30여 년을 살아오며 현장 연구에 잔뼈가 굵은 저자는 언제나 그의 연구 재료를 친숙한 현실에서 찾는다.

저자는 어린 시절 좋아했던 〈원더우먼〉과 〈스타워즈〉를 회상하며 가상의 세계관에서 평등한 세계의 가능성을 발견하는가 하면, 20대 시절에 보모로 일했던 영국 중산층 가정의 삭막한 풍경과 키부츠 하체림의 인간적인 분위기를 비교한다. 또한 10대 시절을 회상하면서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는 미국 교육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하고, 2020년대를 살아가는 교육자로서 교단에서 목격한 교육 현장과 젊은 세대의 현실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자신의 청소년기에 가정 폭력을 일삼은 아버지와 이혼을 두려워한 어머니를 언급하면서 핵가족 구조의 문제를 지적한다. “내 이야기를 털어놓는 이유는 가족이라는 문제가 나에게는 그저 추상적인 이론적 고려 사항이 아니라 내 삶에서 몸으로 경험한 일, 그리고 여전히 모든 사회 구석구석에 배어 있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기 때문이다.”(292쪽) “모든 가족이 우리 가족처럼 폭력적이고 비참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배우지 못했더라면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가정을 깨기’가 두려워서 껍데기만 남은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불행한 부모 사이에 끼어 있을까?”(332쪽)

저자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혼란스러웠던 고등학교 시절에 자신을 돌봐주며 양육자 역할을 한 영어 선생님 부부의 일화를 들려주면서, 사회가 강제하는 ‘정상 가족’, 즉 ‘이성애자 여성과 남성으로 이루어진, 자녀를 둔 커플’이라는 허상을 비판한다. 그리고 혈연이나 법적 혼인 관계와 무관한 ‘선택된 가족(chosen family)’이나 ‘3인부모양육’ 등 새로운 가족 및 돌봄 형태를 오늘날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처럼 저자의 독특한 글쓰기 방식은 유토피아적인 사상이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이미 일상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옮긴이와의 인터뷰

Q. 『일상의 유토피아』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플라톤, 토머스 모어, 엥겔스, 그리고 우리에게는 상대적으로 낯선 인물인 마카렌코, 니에레레, 베벨, 콜론타이까지 다양한 사상가들을 소개합니다. 그중 특히 기억에 남거나 흥미로웠던 사상가를 알려주세요.

A. 번역가 성원(이하 ‘성’):

아무래도 다들 최소한 이름이라도 알고 있는 친근한 사상가보다는 마카렌코나 니에레레처럼 처음으로 접한 사상가/실천가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저자인 고드시가 러시아와 동유럽을 연구하는 학자인 만큼 책 전반에서 우리에게 별로 익숙하지 않은 옛 사회주의 국가와 그 영향권 국가들의 사례들을 자주 거론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 마카렌코와 니에레레의 사례에서는 우크라이나와 탄자니아가 해당 시기에 당면했던 어려움이 무엇이었나를 함께 엿볼 수 있었기 때문에 더 애정을 가지고 보게 되었던 듯합니다. 책에서 언급되는 대부분의 사상가들이 그렇지만, 이들 역시 사회변화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그 생각을 현실화하기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했던 점이 돋보였습니다. 영국의 식민통치 후유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통합적인 자립 교육에 매진했던 니에레레의 실천은 20세기 초 조선의 피식민 경험과 겹쳐지면서 무장항쟁과 더불어 민족교육에 사활을 걸었던 독립운동가들을 떠올리게 하기도 했습니다.

Q. 『일상의 유토피아』는 유토피아주의를 잘 보여주는 다양한 공동체가 소개됩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공동체를 알려주세요. 더 나아가, 그들의 선구적·진보적·대안적인 실천 사례들 가운데 한국 사회의 이슈를 떠올리게 한 것이나 한국 사회에 적용해보아도 좋겠다고 생각하신 것이 있을까요?

A. 성:

현존하는 모계사회의 사례로 제시되는 티베트의 모수오족 사회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래전에 읽은 헬레나 노르베리-호지의 『오래된 미래』(중앙북스, 2015)에 소개된 라다크 사회도 이와 비슷한 모계사회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때 굉장히 신선한 충격을 받았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다시 그와 흡사한 모계사회가 등장해서 반가웠습니다. 저야 선택할 수만 있다면 모수오나 라다크 사회의 방식을 택하고 싶지만, 혈연관계의 중심을 어머니로 할 것인가 아버지로 할 것인가는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장시간 동안 정치경제적 권력, 도덕관념, 관습이 누적된 결과로 나타난 것이니만큼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론적으로는 어머니의 성을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게 된 지가 오래되었지만 실제로 그런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것만 봐도 부계 중심의 사고가 기존 사회 질서와 사람들의 의식 속에 얼마나 강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 같거든요. 최근 들어 다자연애와 관련된 흐름이 국내외에서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는 것 같은데, 배타적인 관계를 지양한다는 점에서 모수오족의 ‘산책 결혼’ 풍습과 얼핏 오버랩되는 것도 같지만, 공동체 전체가 다자성에 합의한 상태와 그렇지 않은 상태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배타적인 이성애 관계가 아닌 모든 관계를 멸시하는 사회에서 ‘다른’ 관계를 지향하는 용기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부디 부계가족주의에 균열을 내는 다양한 시도들이 어떤 식으로든 면면히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Q. 『일상의 유토피아』는 고대부터 동시대까지의 역사를 다룰 뿐만 아니라 저자인 크리스틴 R. 고드시 개인의 역사와 경험을 나누기도 합니다. 저자의 솔직하고 내밀한 이야기 중 인상 깊었던 대목이 있으신가요?

A. 성:

전체적으로 저자의 모든 사적인 에피소드가 큰 울림을 주었고 저에게는 이 책의 가장 빛나는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보편적으로 인간에게, 특히 책을 집필하는 저자에게 ‘유머’만큼 중요한 미덕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저자의 사적인 에피소드 가운데는 웃음은커녕 통곡을 해도 모자랄 비극도 있지만, 제가 느끼기에 저자는 비극적인 가족사마저 객관화한 뒤 성장의 양분으로 삼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경지에 이른 사람이었고 그래서 힘겨웠던 시절의 에피소드도 크게 부담으로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하나를 꼽자면 뭐니 뭐니 해도 3장 「아이는 공공재다」 첫머리에서 출산 직후 수유 중인 몸으로 교원 채용 면접 자리에 갔다가 모유가 분출하는 바람에 난감했던 에피소드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데요, 제가 너무 미주알고주알 설명하면 스포일러가 될 테니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겠지만, 저에게는 그 대목이 저자의 사랑스러운 유머 감각이 절정에 달한 백미이자, 삶의 태도를 보여주는 일면이었습니다. 그런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삶의 가혹하고 잔인한 순간에도 실낱같은 웃음의 가능성을 찾아내 주변을 따뜻하게 비춰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거든요.

Q. 『일상의 유토피아』 번역 과정에서 흥미로웠던 점을 알려주세요.

A. 성:

저자가 유년기부터 지금까지 줄기차게 SF를 사랑하는 분이라는 게 대단히 흥미롭고 반가웠습니다. 저자가 공부하는 분야나 이제껏 저술해왔던 책들을 보면 SF는 좀 뜬금없어 보일 수도 있는데 말이에요. 사실 저도 SF를 좋아하거든요. SF도 분야가 워낙 다양해서 ‘어떤 SF’인지를 어느 정도 한정할 필요는 있을 것 같긴 한데, 일단 제 경우에 기본적으로 저자가 언급하는 〈스타트렉〉과 〈스타워즈〉는 ‘팬’이라고까지는 못해도 상당히 애정하는 편이고, 틈틈이 SF 소설을 찾아보는 편이에요. 마거릿 애트우드나 옥타비아 버틀러 같은 작가들은 (저자가 이들의 소설 속 배경을 부정적인 사례로 언급하긴 했지만) 지금 이곳의 현실과 전혀 무관하지 않은 SF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세계를 선보이고, 어슐러 르 귄은 그보다는 덜 직접적이지만 기시감이 드는 모티브가 많고 규모가 장엄해서 몰입감이 대단한 작품을 썼죠. 엘리자베스 문의 『잔류 인구』(푸른숲, 2021) 같은 작품은 SF의 상상력을 화려하게 동원해서 결국 우리 현실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을 하려는 것 같다는 인상도 강하게 들어요.

과학과는 담을 쌓은 사람이지만 SF에 끌리게 될 줄은 몰랐던 저도 지금 이곳의 현실에 관심이 많거든요. 사회를 바꾸는 것도, SF를 비롯한 소설을 쓰는 것도 모두 ‘상상’이 필수라는 점에서 어쩌면 서로 완전히 무관한 건 아닐 수도 있겠네요. 어쨌든 『일상의 유토피아』의 저자도 저도 지금 사회의 핵심적인 부분에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SF에서 부분적인 영감과 큰 즐거움을 얻는다는 공통분모 덕분에 이 책을 번역하는 동안 남다른 애정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Q. 『일상의 유토피아』 번역 과정에서 특별히 염두에 두셨던 점, 신경 쓰셨던 점이 있으실까요?

A. 성:

평생 어떤 종교든 진지하게 몸담아 본 적이 없고, 솔직히 외려 종교에 조금은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던 터라 종교 공동체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스스로 편견 어린 시선이 들어갈까 봐 조심스러웠습니다. 비종교인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종교와 관련된 정보를 접하는 통로가 뉴스 매체이고, 종교가 뉴스에 등장할 때는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부정적인 사건인 경우가 많다 보니 종교 공동체를 거론하면 저도 모르게 일단 의심부터 하게 되더라구요. ‘신앙’은 제가 알지 못하는 영역이고, 거기에 제 판단이 어떤 식으로든 개입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번역하는 동안 중립적인 시선을 유지하려고 애썼고, 그 덕분인지 지금은 종교의 이상(理想)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유토피아의 이상과 별로 동떨어진 게 아니라는 저자의 입장을 자연스럽게 수긍하게 되었습니다.

Q. 『일상의 유토피아』에 역주를 세심하게 달아주셔서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서구 역사나 사상사를 잘 모르는 채 읽더라도, 선생님의 깔끔한 번역과 세심한 역주 덕분에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그래도 혹시 이런 사회과학서를 처음 읽는 독자들, 평소에 사회과학서가 어렵다고 느낀 독자들에게 이 책에 대한 추천의 말씀을 전해주실 수 있을까요? 또는 이 책을 읽는 방식에 대해 조언해주세요.

A. 성:

이 책의 중요한 미덕은 기존에 우리의 일상을 구성하던 요소들을 의심하고, 대안을 모색했던 실험들을 탐색한다는 점일 겁니다. 사회과학이 전반적으로 워낙 거시적인 주제들을 다루는 통에 뭔가 모호하고 추상적이라는 느낌을 주고, 그래서 너무 어렵거나 나와는 무관하다고 젖혀놓기 십상이잖아요. 그런데 이 책은 우리가 집을 짓고 사는 방식, 가족을 꾸리는 방식, 재산을 나누거나 공유하는 방식, 아이들을 가르치는 방식처럼, 살면서 누구나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문제들을 놓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라는 고민을 적극적인 실천으로 옮겨본 역사적인 사례들을 제시한다는 게 남다른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거론되는 주제 어느 하나 ‘나 혼자’ 또는 ‘우리 집’ 수준에서 해결될 만한 건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주체적으로 선택했다고 생각한 일상이 ‘사회’ 그리고 ‘구조’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는 점 역시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저자의 언급처럼 여기 나온 모든 내용에 공감할 수 있는 분은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공유주거 방식에는 관심이 동해도 내가 힘들게 모은 재산을 다른 사람들과 나눈다는 생각에는 거부감이 클 수 있고, 재산을 어느 정도 공유하는 데는 동의해도 ‘자식’을 사회적 공공재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관점은 너무 과격하다고 보실 수도 있어요. 책의 분량이 만만치 않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기는 버겁더라도, 특히 본인의 고민과 맞닿은 부분만 따로 골라서 읽는다면 훨씬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어느 장을 선택하시더라도 마지막 장인 8장 「〈스타트렉〉 게임 계획」은 꼭 함께 읽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 장을 읽으면서 우리가 절망을 너무 손쉬운 습관처럼, 때로는 핑계처럼 들먹이는 건 아닌가, 그래서 꿈꾸는 법도 잊게 된 건 아닌가 곱씹게 되었거든요.

Q. 끝으로 『일상의 유토피아』와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을 추천해주세요.

A. 성:

저에게 이 책의 핵심어를 꼽으라고 한다면 “인지적 역량으로서의 희망”(390쪽)이라고 할 것 같아요. 이 책의 작업을 마무리할 때쯤 유토피아의 내용이 무엇이든 당장 일단 저부터가 “꿈꿀 능력”(425쪽)이 언젠가부터 많이 빠져나가버려서 일단은 다시 꿈을 꿀 수 있는 역량부터 닦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게 됐거든요. 긴 안목에서 보면 유토피아의 실험은 실패했는지 모르지만 ‘실험’이 실패한 것이지 그 착상 자체가 틀린 건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해도 누적된 실패의 역사를 딛고 무언가를 다시 시작해보려면 ‘마음의 힘’이 필요한데 주위를 둘러보면 그런 기운을 발견하기가 쉽지가 않더라구요.

다행히 책을 읽으면서 그런 기운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하나는 제가 번역했던 『나는 새들이 왜 노래하는지 아네』(원더박스, 2025)였어요. 이 책의 저자인 트리시 오케인이야 말로 “인지적 역량으로서의 희망”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눈부신 모범이라고 생각해요. (심지어 유머 감각도 대단해요. 인지적 역량으로서의 희망과 유머 감각은 떼려야 해도 뗄 수 없는 관계인지도 모르겠어요.)

두 번째는 앞서 언급했던 엘리자베스 문의 『잔류 인구』라는 SF 소설인데요, 결말의 통쾌한 반전은 유쾌한 낙관주의의 물길을 여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상상 속 이야기라고는 하나, 그런 통쾌한 기분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으면 현실에서 엇비슷한 상황에 놓였을 때 그 통쾌함의 기억으로 상상을 현실에 옮길 에너지가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는 역시 앞서 언급했던 고전 중의 고전인 헬레나 노르베리-호지의 『오래된 미래』(중앙북스, 2015)를 추천하고 싶네요. 21세기 대한민국과는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져 보이지만, 바로 그 낯섦이 지금의 우리 모습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힘을 줄 수도 있을 테니까요.

추천평

유토피아가 돌아왔다! 역사는 몽상가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법이니, 유토피아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의 사적인 삶에 새로운 미래가 펼쳐지기를 바란다면 이 참신한 책을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필독서이다. - 토마 피케티 (경제학자, 『21세기 자본』 저자)
이럴 수가, 바로 지금 나에게 필요한 책이다! 유쾌하고, 유머로 가득하고, 미래지향적인 이 책은 내 머릿속을 뒤집어놓았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것이 환상에 불과한 계획이 아니라 매우 진지한 정치적 계획임을 상기시킨다. - 레베카 트레이스터 (저널리스트, 『싱글 레이디스』 저자)
고드시는 더 큰 조화와 행복을 증진하기 위해 가정생활을 재구상하려 했던 사상가들과 운동들을 열렬히 탐색하고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 이 책의 가장 감동적인 부분에서 그는 핵가족이 역사적으로 여성을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분리시켜 여성과 자녀를 가정 폭력에 더욱 취약하게 만들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자기 부모의 폭력적인 결혼 생활이 끝난 뒤 결정적 시기에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이 자신을 보살펴준 이야기를 들려준다. 냉철하면서도 열정적이고, 폭넓은 영역을 다루면서도 내밀한 이 책은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도록 영감을 주며 독려한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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