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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서문 9
감사의 말 15 프롤로그 삭제의 짜임 21 1장 유령에 살 붙이기 61 2장 트라우마의 계보 99 3장 사라진 양공주를 찾아서 161 4장 명예 백인이라는 판타지 225 5장 디아스포라의 비전: 트라우마를 보는 방법들 279 에필로그 추모하며 339 해제 유령이 배회하는 역사_김은주 347 주 357 찾아보기 391 |
Grace M.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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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속에는 모든 버전의 과거가 현재 속에 살아 있게 하는, 그리하여 다른 종류의 진실에 가까운 역사?침묵당한 자들이 목소리를 찾고 지워진 자들이 가시성을 획득하게 되는 역사?로 이어지는 급진적인 개방성이 있다. 우리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사회 세계social world는 유령에 의해 세대를 가로질러 대물림되는 말해지지 않은 강력한 기억을 통해 움직임을 얻는다. (...) 우리의 몸은 부모와 조부모들이 말할 수 없었던 것을 물려받는다. 과거는 물질적인 방식으로 우리를 빚어낸다.
--- p.12~13 너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내 가족 안에서 일어난 어떤 특정한 일이 아니라, 침묵이 어떻게 내 일상의 짜임을 규정하게 됐는지에 대해서 말이야. (...) 어머니가 말없이 저녁을 먹는 가족들 속에서 왜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느껴졌는지 완전히 살을 붙여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걸렸어. 시간이 갈수록 나는 어디나 이런 식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고, 나의 호기심은 쌓이고 쌓이다 그 자체로 역동성을 가지고 굴러가게 돼. 우리 가족의 비정상성은 거의 감지되지도 않던 침묵에 있었어. 때때로 우리 집 구석구석을 휘젓고 다니다가 종내는 배경으로 자리를 잡은 그 침묵. --- p.22~23 결혼을 통한 미국 이주는 군인 대상 성노동에 연루된 한인 여성들에게는 자신의 성노동을 합리화함으로써 과거의 낙인을 지울 기회를 상징한다. 그렇게 되면 성노동임을 더 이상 알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미국 땅에 발을 들인 이 여성은 이제 자신의 한국 가족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신성한 지위를 획득한다. 전쟁 신부는 한인의 미국 이주를 개척한 다음 지정학적 폭력을 가정의 영역 속으로 사라지게 만드는 인물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물 샐 틈 없이 보초를 서는 가정이라는 공간보다 사회적 트라우마를 파묻기에 더 좋은 곳이 있을까? --- p.42 유령의 배회를 전달하는 한 가지 방법은 비선형적인 시간성, 반복, 판타지, 픽션을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만들어진 양공주에 관한 다층적인, 종종 상충되는 여러 겹의 이야기를 펼쳐내는 과정에서 서사적인 방법과 비서사적인 방법 모두를 사용한다. 양공주라는 유령은 망자의 혼 또는 과거를 우울하게 연상시키는 존재일 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활동하는 생산적이면서도 강력한 힘이다. 이것은 트라우마에 관한 기획이지만 동시에 텍스트 자체에 트라우마를 입히려는, 내가 이론을 통해 제시하고자 하는 유령 같은 흔적들과 트라우마로 인한 불안에 생명을 불어넣으려는, 그리고 그 유령을 미래에서 온 목소리로 대하고자 하는 글쓰기 실험이기도 하다. --- p.48~49 고든의 정의에 따르면 배회는 희귀한 초자연적 사건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음미되지 않은 변칙성일 때가 더 많다. 사회학이 사회 세계를 활성화하는 기술이라면, 유령 연구는 우리가 통상 사회 세계라고 생각하는 것을 변형하고 그 경계를 부드럽게 만든다. 빈 공간에 거주하는 그림자 같은 존재가 그렇듯, 배회는 과거가 어떻게 현재 안에 들어 있는지를, 그곳에 없는 줄 알았던 것이 어떻게 숨 막히는 존재감을 가지고 당연시되는 현실에 작용하고 종종 거기에 간여하기도 하는지”를 드러내는 현상이다. “(그러므로) 유령은 배회가 일어나고 있음을 알려주는 (…) 표지 또는 경험적 근거일 뿐이다. 유령은 단순히 죽거나 사라진 사람이 아니라 사회적 존재이며, 그것을 탐구하는 행위는 역사와 주관이 사회적 삶을 만들어내는 밀도 높은 장소로 이어질 수 있다.” --- p.66 그래서 나는 한인 디아스포라를 배회하는 여성 인물을 탐구하면서 위안부 여성의 몸을 거슬러 올라가 터전을 잃고 그다음에는 늘 집을 잃은 상태로 지내게 된 환향녀의 몸을 좇는다. 위안부와 환향녀를 연결하는 회귀적인 움직임의 선들을 따라가다가 오늘날 남한에 있는 95곳의 미군 기지와 시설에 주둔하는 미군에게만 배타적으로 성을 판매하는 2만 7000명의 여성들이 존재하는 곳에 다다른다. 지난 15년 동안 군인 대상 성노동자 부대를 구성하는 여성은 인구학적으로 보았을 때 주로 필리핀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과 태국 출신 이주 노동자들로까지 확대되는 추세였다. 즉 다른 나라에 있는 집을 떠나온 여성인 것이다. --- p.174 미군은 기지촌 매춘 시스템을 창출하고 규율하는 데 있어서 자신들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발뺌함으로써 사실상 모든 공적 기록에서 양공주를 삭제했고, 이로써 일반 미국 대중에게는 양공주를 보이지 않는 존재로, 한국에서 복무하는 미군들에게는 일회용품 같은 존재로 만들었다. 매춘은 공식 역사에서는 제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비공식 역사에서는 대단히 큰 존재감을 가지며 심어 지배적이다. 이렇듯 깜박이는 등불처럼 대중의 시야에 포착되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다 보니 한편으로는 수치스러운 가족의 비밀을 계속 비밀로 하기가 힘들어졌고, 다른 한편으로는 수치라는 감각이 더 커졌다. --- p.181~182 기억의 한 양상인 목소리 듣기는 디아스포라적 비전의 한 요소로서 우리로 하여금 트라우마를 당한 주체는 직접 보지 못하는 역사 속의 그 트라우마 사건을 볼 수 있게 해준다. 라캉의 정신분석이 트라우마를 병리의 영역에서 꺼내 일반적인 인간 주체성의 조건으로 재개념화하듯, 나는 조현병을 꾸준히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배회당하는 역사의 목소리와 함께 진동하는, 디아스포라 무의식의 일반적인 기억 양상이라고 주장하고자 한다. 이 배회당하는 역사의 목소리들 역시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과거의 과거로부터 발화하고, 불확실성의 그늘 속으로 기원을 던져넣는다. --- p.319 이 책의 핵심적인 동기는 어머니였지만 여러분이 상상하듯 가족의 비밀을 털어놓는다는 것은 내게 많은 대가를 요구한다. 내가 말들을 무대 위에 올리자 가족 내에서 이견과 분란이 일어났지만 이 드라마가 이어졌을 때 내 글쓰기를 유일하게 지지해준 분은 다름 아닌 어머니였다. 어머니가 반대하셨더라면 이 책은 결코 세상에 나오지 못했으리라. 결국 어머니는 내가 수년 동안 입 밖에 내고 싶었던 그 말들을 발화할 수 있도록 허락함으로써 내 무의식을 다독이는 선물을 내게 주셨다. 어머니에게 “엄마, 난 어머니에 관한 그 어떤 것도 수치스럽지 않아요. 엄마는 인정받아 마땅해요”라고 말할 수 있어서 대단히 행복했다. 이 책은 책으로 남기지 않았더라면 망각되었을 것들의 기억을 살아 있게 만들려는 의도에서 저술되었다. 이 모든 말들이 종국에는 어머니를 그늘에서 끌어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 책을 어머니에게 바친다. --- p.345~3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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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연구란 무엇인가?
언어, 의식, 실증 바깥의 존재가 탐구의 대상이 될 때 한국계 미국인 사회학자인 그레이스 M. 조는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에 머무른 미국 상선의 선원이었던 미국인 아버지, 그리고 그와 결혼해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미국에서 디아스포라로 자라면서 몇 가지 경험을 한다. 어머니의 희미한 존재감과 그의 과거에 대한 집안의 침묵, 저자의 십 대 시절 발병한 어머니의 조현병, 그리고 스물세 살에 처음으로 알게 된 ‘양공주’라는 단어. 그 순간 “나라는 사람을 있게 한 폭력의 역사와 난데없이 마주”친 저자는 “가족에 관한, 그리고 내가 태어난 나라와 나를 받아준 나라, 그리고 나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학문적 여정을 시작한다. 저자는 대학원에 입학해 한국전쟁 당시의 일들과 미군 기지촌의 노동자들, 미국으로 이주한 ‘전쟁 신부’들의 경험을 연구하고자 했지만 이 작업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전쟁이 남긴 트라우마는 너무 고통스럽거나 위험해 입 밖에 내기 어려울 때가 많았고, 기지촌의 매춘부로 일했던 경험은 당사자 개인과 그들의 가족, 한국 정부에게도 숨기고 싶은 역사였기 때문이다. 전직 기지촌 여성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숨기거나 속였고, 심지어는 저자의 어머니처럼 정신질환으로 인해 온전한 서사를 구사하지 못했다. 이들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공적 담론 또한 부재했다. 실증주의적 전통의 사회과학계에 속하던 저자는 실증의 렌즈로는 이들의 존재를 포착하기 어렵다고 느낀다. 이를 계기로 그의 연구 질문은 다음의 형태로 나아가게 된다. “겹겹이 삭제된 층들이 셀 수 없이 많은 상황에서 과연 어떻게 진실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인가?” “트라우마의 주체도 지각하지 못하는 트라우마를 어떻게 보고 들을 것인가?” 저자는 트라우마 당사자와 정서적으로 깊게 연결된 몸, 바로 그들의 자녀들로부터 활로를 찾는다. 그는 홀로코스트 생존자 자녀들에 관한 연구가 보여주듯, 한국전쟁 생존자 자녀들 역시 부모가 숨긴 과거의 트라우마에 의해 지속적인 영향을 받고 있음을 발견한다. 그들은 손에 잡히지 않거나 보이지 않는 힘의 형태를 한 침묵이 자신을 배회하고 있다고 느끼고, 배회하는 것들에 무의식적으로 이끌리며, 가족 내의 침묵에 집착하거나 직접적으로 경험한 적 없는 트라우마를 지각한다. 라캉에 의하면 ‘불충분한 애도’ 때문에 생겨나, 데리다에 의하면 ‘계속해서 돌아오는 것’이 유령이라고 했다. 그렇게 저자는 실증주의의 관점을 벗어던지고 ‘유령 연구’를 시도한다. 유령 연구란 무엇인가? 비이성을 일축하는 전통적 사회과학의 범주를 넘어서는 것, 승인받지 못한 것, 얼핏 봤을 땐 부재하지만 숨 막히는 존재감을 가지고 현실에 작용하는 것, 현재 안에 들어 있는 과거를 연구하는 것이다. 유령은 단순히 죽거나 사라진 사람이 아니라 사회적 존재이며, 이들을 연구하는 일은 사회와 망자의 관계, 그중에서도 특히 불의에 희생당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재고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유령에 관한 탐구는 잊힌 폭력의 역사를 기억하는 한 양식이자, 그것에 윤리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현재적 장소가 된다. 한국사 뒤편에 묻혀 있던 양공주의 유령화 과정을 추적하기 그렇다면 누가 왜, 어떻게 유령이 되는가? 저자는 트라우마가 은폐되고 침묵당해 제대로 해소되지 못했을 때 유령이 생성된다고 말한다. 이 책의 2~4장을 통해 그는 양공주의 유령화 과정을 추적한다. 2장은 먼저 그 최초의 트라우마가 생겨난 현장인 한국전쟁 초기로 되돌아가 미군에 의한 학살의 참상을 생생히 보여주고, 이러한 전쟁의 트라우마가 양공주라는 유령의 토대가 된다는 점을 드러낸다. 양공주는 한국의 분단과 미국에의 종속을 고통스럽게 상기시키는 존재가 되고, 한국인들이 전쟁 기간 경험한 공포, 비통함, 수치심, 분노, 감사, 갈망과 같은 혼란을 투사하는 스크린이 된다. 3장은 한국전쟁 전후 기지촌 매춘의 역사적·정치적 조건들을 개괄하며 양공주가 군사화된 실천들에 종속되어 있는 한편, 한국의 트라우마적 역사에 의해 구성됨을 보여준다. 그리고 한미 관계의 특정한 국면에 따라 양공주의 몸이 가시화되었다 비가시화되었다를 반복하며 한국의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들이 경합하는 전장이 된 과정을 다룬다. 이 과정에서 기지촌 여성이 경험한 실제 폭력과 트라우마는 단단히 함구됨으로써 유령이 생성된다. 4장은 미군과의 결혼으로 미국에 이주한 10만여 명의 양공주들로 시선을 옮긴다. 미국의 이민자 연구는 미국 내 한인들이 아시아계를 통틀어 가장 동화가 잘 된 ‘모범 소수 인종’이라고 평가하지만, ‘명예 백인’이 되는 일은 디아스포라의 역사에 내장된 트라우마적 기억들을 삭제할 것을 요구한다. 또 저자는 군인 신부로서 한인 여성들의 결혼 생활이 가족으로부터의 배척, 생활고, 가정폭력, 정신 질환으로 점철돼 있다는 점을 짚고, 이 모든 트라우마가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미국의 공적 담론에 의해 부정됨으로써 그들이 더욱 더 유령 같은 존재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광기를 재사유하고 역사를 현재화하는 정치적 행위자로서의 유령 이렇게 유령이 된 존재는 무엇을 하는가? 그는 자신이 말하지 못하는 것을 대신 말해줄 몸을 찾아 시공간을 가로질러 퍼져나간다. 유령은 독자적인 행위자성을 갖고서 자신에게 정동적으로 연결된 몸 주위를 배회하고, 그 몸들에게 트라우마적 이미지와 목소리를 퍼뜨린다. 트라우마를 체현한 이 몸들은 종종 그것을 조현병적 환시와 환청으로 경험하는데, 저자는 이러한 광기를 정신병리적 비정상성으로만 여기는 해석을 거부하고, 삭제된 것을 독해하는 생산적인 수단으로 새롭게 의미화한다. 서평가 정희진이 말하듯 저자는 “극복(re-covery)의 서사를 새로운 발견(dis-covery)으로 전환”시킨다. 또한 이 책은 트라우마를 체현한 몸들이 보고 듣는 이미지와 목소리를 ‘무대에 올려’ 보여줌으로써 유령의 영향을 개인적인 영역에서 사회적인 영역으로 끌어낸다. 이러한 시도는 유령에 정치적인 힘을 불어넣는데, 비슷한 트라우마와 취약성을 공유하는 몸들과 유령들이 서로를 찾아내고 정동적인 유대를 빚어내게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양공주의 유령은 청나라에 끌려갔다 돌아온 조선의 환향녀부터 일제 시대의 위안부, 미군 기지촌에서 일하는 각국의 이주노동자 여성들과 연결되고, 지금 동두천의 옛 성병관리소 철거 저지를 위해 싸우는 이들, 더 나아가 전쟁과 국가폭력에 희생된 모든 이들과 연결됨으로써 이 유령이 지금 우리의 주변 또한 배회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이로써 우리는 특정한 역사를 과거만이 아닌 현재의 순간으로, 이곳만이 아닌 저곳의 장면으로 확장하여 감각하고 연대할 수 있다. 유령을 어떻게 기록하고 재현하는가? 삭제의 잔해를 더듬어 기워낸 혼종적 글쓰기 실험 저자는 이 책에서 유령을 탐구하는 것만큼이나 독특한 또 한 가지 과제를 수행하는데, 그것은 바로 유령을 기록하는 글쓰기이다. 트라우마 경험은 한 줄의 정돈된 서사로 설명되기 어렵고, 폭력의 피해자에게 일관된 서사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인식론적 폭력임을 책 전반에 걸쳐 보여주면서, 저자는 선형적인 서사의 형식이 아닌 회귀적이고 다층적인 형식의 글쓰기를 시도한다. 이 책의 본문 곳곳에는 (검은색 바탕의) 픽션이 섞인 짧은 삽화(揷話)가 들어 있는데, 이는 한국전쟁 생존자, 미군과 결혼한 한인 여성의 구술사, 군인을 대상으로 성을 판매하는 한국인과 생존 위안부와의 인터뷰, 양공주가 주요한 등장인물인 대중 매체의 언설들, 디아스포라 한인들이 양공주를 다룬 문학과 영상과 공연/전시, 저자 자신의 꿈과 자문화기술지 등을 바탕으로 한 텍스트이다. 이 삽화에서 저자는 서로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중첩시키고, 목소리들 간의 경계를 의식적으로 흐리고, 실제와 허구를 얼기설기 엮는다. 이러한 글쓰기는 “다른 서사들을 엮어낼 수 있는 파편들을 모으고, 선택적 인용과 이 연구에 관련이 있는 사안들의 증폭을 통해 증언의 외관을 훼손하고 뒤틂으로써 그 대상 혹은 근원과 연결시키는 강력한 기억의 형태”이다. 저자가 이러한 시도를 감행하는 이유는 이것이 공식 기록에 남아 있지 않은 역사를 기록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평론가 신형철의 말처럼 ‘알고자 하는 대상의 진실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글 쓰는 이의 사랑’이라면, 이 대담하고 시적인 글쓰기 실험은 저자 자신의 어머니를 향한, 트라우마로 얼룩진 자신들의 역사를 용기 있게 이야기한 여성들을 향한, 삭제되고 추방되고 조각난 모든 이들을 향한 치열한 사랑의 결실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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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1941년생으로 오사카와 부산을 거쳐 ‘군인 신부’로 미국에 정착한 어머니의 유령 같은 삶에 살을 입히려, 무에서 출발한 글쓰기를 시도한다. ‘해방군’ 미군이 저지른 양민 대학살과 남한 정부의 묵인 내지 공조를 가시화하는 엄밀한 사회학적 논문으로 학계에 수용된 이 책은, 미국 내 한인 디아스포라를 초세대적으로 배회하는 트라우마에 관한 정신분석학적이고 문학적인 텍스트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어머니의 기지촌에서의 삶은 저자가 스물세 살에야 ‘양공주’란 이름을 처음 알게 됐을 정도로 철저한 비밀이었지만, 어머니의 조현병은 트라우마의 퍼포먼스로 혹은 디아스포라적 비전을 체현한 역량으로 천명된다. 지식-권력을 소유하려는 기존의 공부를 ‘소수자로서의 나’를 긍정하고 확장하는 공부가 대체하고 있다. 그 흐름 속에 있는 이 책은 동시대 페미니즘·퀴어·장애학의 실천으로 부상 중인 자기이론의 전범이고, 내게는 올해의 책이다. 내 과거가 내 미래라고, “미래에서 온 목소리”가 유령이라고 긍정하는 이 책의 문장들은 한결같이 온기와 물기를 머금고 있다. 배회하는 유령의 슬픔과 고통을 어루만지는 글은 그렇게 되어가기 때문이다. - 양효실 (미학자, 《대화 비평》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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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인가? 사실 더 정확한 표현은, 이 책이 증명하듯 개인적인 것은 본디 국제/정치적인 것이다. 이 책은 지난 세기 유산流産된 세계사를 ‘복원’하는 대대적인 프로젝트이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듣기와 읽기의 억압을 경험하며, 쓰는 행위가 무엇인가를 묻는다. 그리하여 이 책은 자신의 삶을 연구 도구로 삼는 모범적인 연구 방법이 되었다. 그레이스 M. 조에게 공부와 글쓰기는 극복re-covery의 서사를 새로운 발견dis-covery으로 전환시키는 과정이다. 우리는 비밀의 덮개를 벗어던지는 그의 작업에 동참하면서 심장의 세찬 박동을 느낀다. - 정희진 (서평가,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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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학술적 연구이자 기억의 행위이며, 문화사이자 글쓰기와 지적 정치학의 실험이다. 트라우마에 잠식된 역사 속에 매듭진 침묵을 풀어내기 위한, 가장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대담하고도 시적인 시도이다. - 재키 오어 (시러큐스대학교 사회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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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놀라운 책은 어떤 범주에도 가둘 수 없다. 저자는 한국의 분단과 디아스포라에 드리운 부정된 혈연과 숨겨진 슬픔의 응축된 역사를 소환한다. 이 빛나는 디아스포라적 비전은 유령의 트라우마적 지형 위에서 펼쳐지며, 그들의 침묵의 경로를 따라, 인정받지 못한 군사적·정치적 폭력의 역사뿐 아니라 사회과학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일상적인 지식 생산의 과정까지도 함께 연루시킨다. - 데이비드 L. 엥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영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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