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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프롤로그 I. 신념은 사치일 뿐이지, 오늘 밤 그걸 깨게 될 거야 1. 세 가지 질문 2. 어느 강박증자의 고백 3. 제욱시스와 파라시오스 4. ‘이웃’ 없는 정의와 도착적 쾌락 5. 빌런의 질문과 윤리성 6. 조커의 산파술 II.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는 영생을 가졌고… 1. 새로운 이방인 2. 언캐니 그리고 엑스 니힐로의 주체 3. 감염과 환대의 윤리학 4. 폭발하는 혁명성과 메시아적 폭력 5. 또 다른 주체의 가능성 III. 그렇다면 신은 누가 구원할 것인가? 1. 기독교, 자본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 2. 절대성의 붕괴 3. 사랑의 혁명성 4. 구원된 구원자 IV. 재난은 어떻게 우리를 어린아이로 만드는가? 1. 재난의 양가성과 일본의 재난 서사 2. 현대와 전통의 전쟁 3. 재난 가족과 전통이라는 인장 4. 사회적 재난과 실낙원의 소환 5. 유아기적 나르시시즘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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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캐니’는 낯익은 대상에서 낯섦을 느꼈을 때의 섬뜩한 감정을 말한다. 독일의 심리학자 에른스트 옌치는 언캐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어떠한 존재가 겉으로 보아서는 꼭 살아 있는 것만 같아 혹시 영혼을 갖고 있지 않나 의심이 드는 경우나 혹은 반대로 어떤 사물이 결코 살아 있는 생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연히 영혼을 잃어버려서 영혼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경우”이다.
--- p.19 배트맨의 역할이란 바로 고담시의 현 상태, 즉 만인을 위한 만인의 투쟁, 모두가 모두에게 늑대가 되는 시간, 서로가 서로를 사냥하는 ‘사냥꾼의 시대’를 보호하고 유지하는 데 있다. 첨단 슈트와 장비들을 동원한 화려한 스펙터클은 범인들을 검거하는 장면에서 윤리적 쾌락을 안겨주지만 정작 변하는 것은 없다. 배트맨이 고담시에서 청소한 것은 부패한 질서의 생태계를 교란시킨 자들이다. --- p.31 괴물들이 두려움과 매혹의 대상인 이유는 위반에 있다. 위반은 그들은 괴물로 만들면서 동시에 숭배의 대상으로 전환시킨다. 충동의 금지는 인간만의 법이다. 인간만이 예민하게 충동을 의식하며 금지의 법을 준수한다. 고대의 동물숭배 사상도 여기에 기인한다. 동물들이야말로 아무렇지도 않게 인간의 법을 무시하면서 자유롭게 충동을 향유하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 p.99 인간이 더 이상 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이 세계에서 신은 외로운 주인공일 뿐이다. 세계는 신을 주인공으로 한 비극의 놀이터가 될 것이다. 신이 주인공의 운명이라면, 그리고 이 세계가 언제나 대타자를 요청해야 한다면 우리는 무기력한 우울증에 빠져버린 주인공을 다시 영웅의 좌표 속에 정립시켜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 p.187 언캐니한 자들이야말로 사회공동체의 필요불가결한 요소이며 그들을 통해 새로운 윤리와 실천이 가능할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한 때이다. 속지 않기 위한 방황은 현재 진행형이어야 한다. 다시 대타자의 품속으로 돌아갈 일은 없다. --- p.2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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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목소리를 듣는 용기에 대하여
우리는 익숙한 것들에 안도한다. 히어로는 선을 상징하고, 괴물은 악을 상징하며, 신은 초월의 도덕적 기준이다. 하지만 이 책은 질문한다. “그 믿음 뒤에 숨은, 억압된 감정과 권력의 작동은 무엇인가?” 『언캐니한 것들의 목소리』는 우리가 너무도 익숙하게 소비해온 문화적 상징들-영웅과 빌런, 괴물, 신, 재난-을 낯설게 바라보게 만드는 철학적 사유의 안내서다. 저자는 정신분석, 철학, 신학을 넘나드는 언어로, 상징 너머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조커는 단순한 광인이 아니라 윤리를 시험하는 질문의 타자이며, 배트맨은 정의라는 이름의 신념 속에서 감시와 폭력을 정당화하는 존재라고. 좀비는 사회가 배제한 타자의 얼굴이자, 무의식 속 억눌린 자기 자신이라고.. 붕괴된 신은 이제 사랑의 윤리로 되돌아오길 요구받으며, 재난은 파국이 아니라, 우리가 묻지 않았던 질문이 떠오르는 순간이라고. 이 책의 미덕은 단지 해석에 머물지 않고, 독자에게 ‘사유하라’고 요구한다는 데 있다. 선과 악의 이분법, 구원과 질서의 신화를 해체하고, 그 속에서 억압된 윤리와 타자의 귀환을 마주하게 만든다. 『언캐니한 것들의 목소리』는 현대 사회의 무의식을 들여다보는 철학적 창이다. 동시에 그것은 독자 스스로가 ‘낯선 목소리’를 듣는 자리에 서도록 만든다. 이 책을 덮는 순간, 우리는 깨닫게 될 것이다. 언캐니한 존재는 멀리 있지 않다. 그것은 바로 우리 안에서, 오래전부터 조용히 말을 걸고 있었다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