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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엄마의 첫사랑을 찾아서
제4회 혼불문학상의 주인공 박혜영 작가는 30여 년 가슴에 품어온 이 소설을 첫 장편으로 세상에 내놓으며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오랜 전통의 가문 노관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비극적이면서도 강렬한 사랑, 비밀정원에 숨겨둔 그들의 이야기가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2014.10.14.
소설/시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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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어린 시절 율이 삼촌 요정 요정의 편지 손님 소녀의 편지 학교 생활 사랑과 이별 방문객 열려라 연못 심사평 작가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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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켰을 때 안채 대청에는 모든 것이 놀랄 만큼 제자리에 있었다. 늘 어머니가 앉곤 하시던 색 바랜 우단 의자가 쇠 난로를 향해 있고 그 앞에는 볼품없는 다리를 가진 느티나무 탁자가, 그 위에는 바느질 바구니와 성격책이, 지게문 옆의 쇠못에는 묘자 아주머니가 젖은 손을 닦고 걸어둔 수건이 그대로 있었다. 안당은 그동안 시간을 가두어둔 것처럼 그토록 태연했다.---p.8
“할머니는 이제 돌아오지 않으신다. 그러니까…… 죽음은 문과 같지. 할머니는 그 문을 통과해 하느님 곁으로 가신 거란다.” 어머니는 나를 사랑채 방에 데려다주고는 바쁜 일들이 기다리고 있는 문 밖으로 서둘러 나갔다. 나는 혼자 방 안에 남았다. 나에게 시간은 직선으로 지나가는 게 아니고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자전거 체인 모양이었다. 나는 끝이 없는 세상으로 가보았다.---p.33 이제 내 편지를 귀하의 나무상자에 보관해주기로 한 우리의 계약은 성립되었습니다. 이 일이 당신에 그다지 피해가 되지 않는 한 쓸데없는 의혹은 갖지 말아요. 나에게는 성장의 기억을 송두리째 맡기는 아주 중요한 일이니까요.---p.80 그날 밤 이후 이틀이 지나도록 율이 삼촌은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는 밤새 고열이 나고 식은땀을 흘리다가 낮이 되면 우두커니 천장을 보고 누워 있었다. 방 안으로 들인 미음과 간장 종지가 그대로 놓인 소반을 거둬갈 때마다 묘자 아주머니의 표정이 어두웠다. 어머니는 수예점에서 새로 주문해온 병풍 자수 감으로 안당의 명주 발 안에서 밤늦게까지 십자수를 놓았다. 어머니는 가끔 수틀로 얼굴을 가리고는 모래언덕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p.174 “무엇을 망설이는 거요? 무슨 이유요? 당신을 기다리게 한 그 긴 세월을 납득할 만한 이유를 대보시오. 어떤 이유도 이 마음을 대체할 수가 없을 거요. 이 세상에서 사랑을 필적할 핑계거리를 찾기는 더욱 어려울 거요. 한 사람의 생을 구하는 일이 세상을 구하는 일이라 하지 않소? 지금 당신이 구해야 할 한 마리의 병든 새가 앞에 있소!” ---p.2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