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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덕의 사랑
정해왕
초봄책방 2025.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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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top10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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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봄청소년문학

책소개

목차

추천사
소리, 기억을 부르다
기억, 지우지 못한 이야기


역관에서 역적으로
보호색
끊어진 실낱
벙어리와 봉사 딸
손수건
공양미 삼백 석
처녀를 삽니다
운명의 선택
두 마리의 새
비밀과 거짓말
장가방의 백 부자(父子)
가짜 오누이
봄나들이
꾀꼬리 한 쌍
위험한 부탁
진짜 오누이
효녀의 진심
오래된 비밀
기훈의 속내
삼 년 만의 귀향
뜻밖의 만남
떠나야 할 시간

이야기, 소리로 되살아나다

떠도는 이야기, 소리가 되다
뺑덕의 눈물
넝쿨내 소리판
소리는 살아 있다

저자 소개 1

1965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났으며 연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그 뒤로 SEETEC, 민음사, 현대모비스에서 글 쓰고 책 만드는 일을 했다. 1994년 「개땅쇠」로 MBC 창작동화대상을 받아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지금은 ‘어린이책작가교실’ 대표로서 참신한 어린이 책 작가들을 길러 내는 한편, 재미있고 알찬 어린이 책을 쓰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동안 펴낸 책으로는 『코끼리 목욕통』, 『버섯 소년과 아홉 살 할머니』, 『세계의 지붕에 첫발을 딛다』, 『검은 암탉』, 『그림 성경 이야기』, 『오른발 왼발』『좁쌀 한 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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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410g | 135*205*16mm
ISBN13
9791194847007

책 속으로

뺑덕이란 이름이 썩 내키는 건 아니었다. 그것은 약전현의 외가 바로 옆집에 살던 ‘동네 바보’ 팔복이가 병덕을 부를 적에 쓰던 이름이었다. 병덕이 외가에 머물 때면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와서는 “뺑덕아, 뺑덕아” 노래를 부르다시피 하였으니, 어머니에게도 그 이름이 귀에 익은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름의 좋고 나쁨을 가릴 형편이 아니다.

뺑덕은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자기 앞에 바투 서 있는 처녀애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아아!’

숨이 멎는 듯했다. 세상에서 그토록 맑은 눈망울은 처음이었다. 천상의 선녀가 땅에 내려온다면 그 얼굴에서나 찾아봄직한 눈망울이었다. 그 순간 뺑덕의 머리에 무언가 번쩍 스쳤다.

‘네가 바로 청이구나! 눈먼 아비의 눈망울이 될 슬픈 운명을 지니고 태어난 아이.’

“뭘 그리 빤히 쳐다봐?”

청이가 두 눈을 끔적이며 물었다. 당황한 뺑덕은 얼굴을 모로 돌리며 강 건너를 보는 척했다.

마침내 청이가 앞으로 두어 걸음 내딛는가 싶더니, 희뿌연 허공 속으로 한 마리 흰 새처럼 몸을 던졌다. 불곰과 족제비를 비롯하여 뱃머리 쪽에 몰려 있던 선원들이 일제히 갑판 위에 넙죽 엎드렸다. 그것이 용왕께 바치는 절인지, 청이를 위로하는 인사인지는 알 길이 없었다.

모두의 이목이 뱃머리로 쏠린 틈을 타, 고물 쪽에선 또 한 마리의 새가 몸을 날렸다. 옆구리에 기다란 널빤지를 낀 채로였다. 하지만 짙은 안개와 파도 소리로 인하여 아무도 그것을 알아채지는 못하였다. 그저 십 년에 한 차례 돌아오는 남경 상인들만의 거사를 무사히 치른 것에 안도하며, 제 갈 길로 멀어져 갈 뿐이었다.

“자넨 말수가 적은 편이로구먼. 내가 먼저 소개를 했으니, 자네도 이름 석 자쯤은 알려줘야지 않겠나?”

“아, 제 이름요?”

“그래. 어디 살던 뉜가?”

뺑덕은 잠시 뜸을 들인 뒤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황주 살던 심덕이라고 합니다. 제 누이는 청이고요. 둘 다 외자지요.”

순간적인 판단이지만, 청이의 성씨를 제멋대로 바꾸기보다는 자신의 성을 바꾸는 편이 낫다 싶었다. 어차피 뺑덕이란 이름도 가짜이니 말이다.

하지만 심 대인은 엄청난 부와 권세를 손에 쥔 뒤에도 어미의 행방을 찾지 않았다. 이미 오래전, 평양을 떠나 수 차례의 죽을 고비를 넘기며 등주로 돌아오던 그 길에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나에겐 이제 어머니는 없다. 심 봉사의 집을 파탄내고 청이와의 인연마저 막아 버린, 그런 파렴치한 어머니 따위는 없다.

그리고 정말 모두 잊었다고 믿었다. 어머니도 청이도, 자신에게 슬픔과 고통만을 안겨 준 조선에서의 모든 악연도.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전지적 뺑덕 시점’으로 다시 쓴 《심청전》

《뺑덕의 눈물》은 순수 창작 소설이다. 아버지와 형이 역모에 휘말리자 신분을 숨기고 어머니와 멀리 도망가 벙어리 뺑덕으로 행세하며 살게 된 조병덕. 그가 같은 동네에 사는 심청을 만나고 우여곡절 끝에 청나라의 거상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가슴속에 응어리를 품은 영민한 청년의 성공, 심청을 위해 인생을 바친 절절한 사랑은 그 자체로 충분히 감동적이다. 더욱이 병덕의 역동적인 삶과 《심청전》의 줄거리가 치밀하게 맞물려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홀어머니의 아들 조병덕, 벙어리 뺑덕, 청이의 오라버니 심덕. 인생의 고비마다 자신의 정체와 이름을 바꾼 병덕은 결코 삶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간다. 그렇게 평생 자신의 존재를 숨겨야 하는 상황에서도,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점에서 《심청전》만큼이나 애잔하고 구슬프고 역동적이다.

가슴을 설레게 하는 절절한 사랑 이야기

벙어리로 행세하던 뺑덕은 동네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그런 그가 안쓰럽던 청은 뺑덕을 돕고 뺑덕은 청이를 사모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청이가 청나라로 팔려 간다는 소식에 몰래 배에 숨어들고, 인당수에 제물로 빠진 청이를 구하려고 자신도 바다에 몸을 던진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심청과 뺑덕은 이역만리 청국에서 조선 출신 상인들의 도움을 받아 살게 된다. 과거의 일을 숨기기 위해 자신들을 심덕과 심청이라는 오누이 사이로 위장하고 살지만 둘의 사랑은 날로 커져만 간다.

그러던 어느 날 조선에 다녀온 배를 통해 부모들의 소식을 듣게 되는데, 심 봉사와 덕이의 어머니가 혼인을 하였다는 것이다. 믿지 못할 소식이었지만, 덕이는 자신의 어머니가 자식을 잃은 복수심에 심 봉사에게 접근하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둘은 진짜 오누이가 되었다는 사실에 정말하고 만다.

세월이 흘러 덕이와 청이는 조선으로 돌아가고, 백방으로 부모를 찾으려 한다. 하지만 끝내 찾지 못한 채 덕이는 오라비로서 청이를 시집보내게 된다. 상처를 가득 담은 채 덕이는 청나라로 돌아가 밤낮없이 일만 해 거상이 된 후 조선으로 돌아온다.

다시 세월이 흘러 심덕은 자신의 회갑연에서 〈춘향가〉를 소리한 노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각색해 들려준다. 그 이야기에서 심청은 인당수에 빠진 뒤 살아 돌아오고 황후가 된 뒤 전국의 봉사를 초대하는 잔치를 열고, 아버지를 만나 눈을 뜨게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춘향가〉이다.

‘소리’의 근원을 찾아가는 이야기, 고전을 보는 새롭고 과감한 시선

‘고전’은 뻔하고 지루한 이야기로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문화 한류 열풍으로 한국적인 것에 바탕을 둔 콘텐츠의 가능성이 조명을 받으며, 최근에는 고전을 재해석한 작품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래도 청소년에게 ‘고전’은 여전히 즐기기 어려운 분야다. 특히 중·고등학교 교과 과정에 고전의 비중이 강화되면서 고전은 교과서에 나오는, 공부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 《뺑덕의 사랑》은 그런 독자들이 고전을 새롭게 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심청전》에 뺑덕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빈틈에 착안해 뺑덕에게 새 생명을 주고, 악처 뺑덕어미에게는 아들을 지키려던 강인한 어머니의 모습을 부여했다. 기대고 싶은 누군가를 바라는 하소연은 심청이 하늘이 내린 효녀가 아니라 열다섯 살 소녀였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뺑덕의 사랑》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인물을 색다르게 해석하고,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분을 극적으로 활용해, 고전 속에 박제되어 있던 인물들을 생생히 되살린다. 당연하게 여겼던 모든 것을 새롭게 보는 과감한 고전 비틀기는 청소년 독자가 고전의 매력을 만끽하게 해주는 데 충분하다.

추천평

《심청전》에는 ‘뺑덕어미’가 있지만, 그녀의 아들 ‘뺑덕’의 이야기는 왜 없을까?

이 소설은 모두가 알지만 누구도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던 이 작은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작가는 우리가 잘 아는 고전 《심청전》에 현대적 해석과 대담한 상상력을 더해 새로운 이야기로 꽃피웁니다. 원전에서 탐욕스러운 인물로 그려졌던 ‘뺑덕어미’에서 영감을 얻어 ‘뺑덕(병덕)’이라는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 냅니다. 뺑덕은 역모 사건으로 가문이 몰락하자 신분을 감추고 ‘벙어리 뺑덕’ 행세를 하며 외딴 마을 도화동에 몸을 맡깁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맑은 눈을 가진 열다섯 살 심청과 아름답고도 비극적인 사랑을 나눕니다.

작가는 세심한 고증과 풍부한 상상력으로 원전의 빈 공간을 채우며 이야기에 놀라운 개연성을 부여합니다.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이 백령도 근해에서 뺑덕과 함께 표류하다 백 행수에게 구조되는 장면은 실제 해류와 지리 정보를 바탕으로 그려 낸 것입니다. 심 봉사의 재산을 탕진한 뺑덕어미의 삶이 왜 그렇게 흘러갔는지, 그녀 행동 뒤에 숨은 사연이 무엇인지를 설득력 있게 풀어냅니다. 나아가 끝내 이루지 못한 사랑과 비극적 삶의 조각들을 판소리에 녹여 아름다운 꿈으로 승화시킨 마지막 장면은 깊은 여운과 감동을 선사합니다.

《뺑덕의 사랑》은 고전문학이 어렵거나 지루하다고 여기는 독자들에게, 또는 익숙한 이야기를 새로운 눈으로 보고 싶은 이들에게 신선한 문학적 경험을 안겨 줄 것입니다. 우리가 알던 이야기 속에서 새롭게 발견되는 반전과 깊은 울림, 그리고 인간다운 삶에 대한 고민들이 소설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작가가 새롭게 빚어낸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야기, 그 아름다운 변주를 만나 보시길 바랍니다. 익숙한 옛이야기 속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보물을 찾아내는 즐거움을 느끼고, 주인공 뺑덕처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의지로 자신의 길을 만들어 나가는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 김형태 (경기과학고 교사, 전국국어교사모임 경기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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