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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_엄마의 이야기를 듣는 딸의 속마음은
1장 “니는 딸이니까 니한테만 말하지.” 인터뷰에 앞서_엄마의 무감각에 균열이 일어나기를 그 시절, 그것은 너무나 당연해서 질서 같았다 “한글 배워서 편지 써주고 자픈디.” 남편은 부재중 딸이라는 목격자 아빠와의 대화_사우디 “집에만 있으니까 미칠 것 같더만.” 빈 시간을 견디는 방법 “맨날 밥만 갖고 살아” 반복되는 돌봄 노동의 고리 인터뷰 후기_듣는 딸 마음은 누가 알아주나 2장 “하고 싶은 건 하고 살아야지.” 어느 세일즈우먼의 모험 인터뷰에 앞서_엄마를 만나면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예쁜 옷을 좋아하던 우정아의 어린 시절 전주 유일의 호텔에서 수원 공장까지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넘어간 거야.” 어느 세일즈우먼의 모험 하고 싶은 건 하고 마는 사람 엄마의 엄마 이야기 엄마와 딸, 마주 앉다 내겐 너무 인색한 남편 인터뷰 후기_내 마음속 피아노 3장 돈보다 소중한 건 등 뒤에 있었다 인터뷰에 앞서_엄마는 도대체 왜 그럴까 다섯 살에 꿈보다 먼저 가진 것은 사랑은 곧 돈이라는 무서운 공식 혼인 관계 = 채무 관계 두 딸을 살리기 위해 선택한 일, 일, 일 시소 같은 사랑 가정폭력은 개인사(史) 아닌 개인사(死) 주먹보다 더 아팠던 한마디 이혼, 남겨진 딸들에 대하여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남편이었던 이유 큰딸의 증언_“그건 엄마 생각이고” 의리 있는 사기꾼 이토록 친밀한 빚쟁이 나를 인정해준 유일한 사람들 환불도 반품도 안 되는 실수를 통해 깨달은 것 인터뷰 후기_엄마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에필로그_남자 없는 돌봄의 세계에서 연표 추천사_최현숙 추천사_이진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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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도 인정받아본 경험이 없는 그녀들은 자기 목소리를 듣는 것도 낯설다. 오래된 수도꼭지를 틀면 녹물이 나오듯, 몇 십 년 된 묵은 이야기를 처음 할 때는 비명 같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 p.8 어떤 딸은 알고 있다. 어머니는 지른 적도 없는 비명소리가, 실은 오래 전부터 새어나오고 있었다는 것을. 들려오기 때문에 외면할 수 없는 고통이 있다. 이는 깊은 곳에서 딸의 고통과도 맞닿아 있다. 가부장적인 가족 안에서 어머니가 감당해야 하는 몫은, 결국 딸에게로 흘러넘치게 되어 있다. 고통의 낙수효과랄까. --- p.8 이 여성들은 언제나 생계부양자였다. 결혼 전에는 서비스직, 공장 노동자, 경리로 임금 노동을 했다. 결혼 후 전업 주부로 무임금 노동을 하다가, 아이들이 영유아시기를 벗어나자 틈틈이 돈을 벌었다. 아이를 돌보며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1순위는 자영업이다. 최숙희는 가겟집에 딸린 슈퍼를 했으며, 박경화는 집 근처에서 옷가게와 가구점 등을 운영했고, 우정아는 집 안의 방 한 칸에 피부 관리샵을 냈다. 자영업은 가게에서 손님을 맞이하며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다. --- p.10-11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어머니의 생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 내 인생을 대하는 태도뿐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자신에 대해 말하기를 시작한 어머니가 자신을 끝내 사랑하게 되기를, 자신의 생을 언젠가 두 팔로 껴안게 되기를 바라본다. --- p.15-16 자기 목소리를 되찾은 딸들이 언젠가 어머니의 집을 떠날 수 있기를 바란다. 다시 돌아왔을 때는 어머니도, 딸도 전과 같지 않으리라. 이상하게도 남의 엄마 이야기는 다 사랑스럽게만 들린다. --- p.16 “어린 숙희 씨의 하루는 들로 소를 데리고 다니고, 밭을 매는 일로 꽉 차 있었다. 집에서 따로 글공부를 봐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열한 살이 되자 학교 수업을 따라 갈 수 없어, 학업을 그만뒀다. 한글을 다 깨우치지 못한 채 스무 살이 된 숙희 씨는 처음으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할머니 할아버지는 아들을 대학 보내느라 여력이 없었다. 둘째 딸의 배움은 하염없이 뒤로 밀려났다. 그 시절, 그것은 너무나 당연해서 질서 같았다.” --- p.11 처음 학원을 다녀온 날, 엄마는 ‘가, 나, 다, 라’를 쓰면서 울었다. 자기를 안 가르친 할머니가 원망스럽고, 옆에서 글공부를 도와주지 않는 남편도, 딸도 미웠다. 엄마는 무섭도록 집중했다. 하루에 A4용지 네 장을 앞뒤로 거뜬히 쓸 만큼 눈에 보이는 모든 글자를 옮겨 적었다. --- p.23 엄마를 처음으로 이해해준 사람은 딸이었지만, 그 딸은 하필 화가 나 있었다. 그럼에도 듣는 일을 멈출 수는 없었다. 아무리 회피하려고 해도, 어린 엄마를 한 번 만난 이상 다시 엄마 앞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었다. --- p.24 내가 바라던 것은 하나였다. 엄마의 무감각에 균열이 일어나기를. 엄마 혼자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일, 한글을 몰라서 멍청하다고 믿는 일, 자신보다 타인이 우선순위가 되는 일. 관성처럼 그냥 넘겼던 일들, 너무 참아서 참는 줄도 모르는 말들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따져보고, 당연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 --- p.25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야지”라고 말하는 우정아는, 그러나 일밖에 모르는 무뚝뚝한 남편으로부터 원하는 만큼 관심을 얻지 못해 평생 목말라한다. 이 갈증을 채워주는 사람이 바로 장녀 홍아란이다. 엄마의 일상을 가만가만 들어주는 사려 깊은 청자로서 홍아란은, 그러나 엄마와 마찬가지로 누구보다 기민한 청자를 필요로 하는 딸이기도 하다. --- p.13 결혼 2년차, 엄마를 만나고 오면 종일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괜히 말했나? 이렇게 말할 걸 그랬나? 왜 이렇게 말하지 못했지? 다음엔 이렇게 말해야지.’ 하는 후회하는 마음 반, 다짐하는 마음 반이었다. 나와 엄마는 그리 편한 관계가 아니다. 다소 엄격하게 키운 영향으로 나는 어릴 적부터 엄마, 아빠를 어려워했다. 항상 엄마 말에 순종했다. 커서는 뭐든 다 받아주고, 얘기도 들어주고, 챙겨주고 있었다. 일찍이 철든 나에게 엄마는 항상 언니 같다고 했다. --- p.135 그것도 아빠가 십 원 한 장 안 보태줬어. 중고차도 그렇고 다 엄마가 일해서 번 돈으로 산 거야. 현금으로 천만 원 내고 나머지는 할부로 산 거야. 나는 성향이 쓸 건 쓰고 할 건 하는 그런 스타일이거든. 움켜쥐고 있으면 뭐 해. 그런다고 낭비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꼭 필요한 거는 사야 될 거 아니야. 남들도 다 그렇게 하는데, 우리가 능력이 안 되는 것도 아니고 왜 그렇게 못하고 사느냐 이거야. --- p.162 생활비는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이 동결. 월급을 많이 타도, 조금 타도 동결. 보너스도 안 주고 아무것도 안 주고. 엄마가 순진했던 것 같아. 그런 거에 대해서 막 파고들고 알려고 하지 않았으니까. 퇴직금도 하나도 없고 맨날 돈이 하나도 없대. 그렇게 말하면 내가 돈을 뺏을 수는 없잖아. 그러니까 항상 생활비가 똑같아. 나한테만 인색하게 왜 그러는지 몰라. --- p.197 내가 열네 살 때 부모님은 이혼했다. 학교 갔다가 집에 돌아오니 엄마가 곰솥에 전복죽을 잔뜩 끓이고 있었다. “다녀왔습니다.”라는 내 인사에 엄마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묵묵히 냄비만 저었다. 그렇게 한 솥 끓여놓고는 그대로 집을 나갔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다. 그게 우리 가족의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난 남겨진 게 아니었다. 버려진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 p.218 그렇게 맞으면서 왜 한 번도 신고하지 않았어요? 그때는 신고해서 되는 게 아니었어. 경찰들이 온다 해도 와서 “부부 싸움인데 무슨, 그냥 잘 해결하세요.” 이러고 가는 게 다야. 경찰들이 가정사에 개입한다 이런 거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야, 누가 죽거나 하기 전에는. --- p.264 사실 나는 내가 뭔가 이루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 한번은 단골손님이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 “이 집은 올 때마다 가게가 두 개가 되어 있고, 넓어지고 대단하다.” 그때 처음으로 ‘그렇구나. 내가 이렇게 키운 거구나’ 하고 생각했어. 근데 내가 가게를 키우는 것보다는 너희한테 더 넉넉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 p.319 인터뷰하는 동안 엄마는 지난했던 과거보다 나아지지 않은 현재를 마주하는 것을 더 고통스러워했다. 물을 가득 담은 풍선이 빵 터진 것처럼 엄마는 속에 있는 얘기를 와르르 쏟아내며 눈물 흘렸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지 못하고 괜찮냐는 말조차 건네지 못했다. --- p.2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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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이 맞닿은 채로는 서로 마주 볼 수 없다. 거리두기와 역지사지야말로 사람을 이해하는 첫 번째 태도인데, 엄마이기 때문에 가장 힘들다는 것이 문제다. 질긴 기억과 감정들이 소환되어 몸을 뒤흔든다. 둘이 깔깔대며 웃다가, 누군가를 갖다놓고 같이 욕을 퍼붓다가, 함께 울거나 돌아서서 혼자 화내거나 통곡하고 나면, 그제야 해석과 재해석이 가능해진다. “엄마는 도대체 왜 그랬냐?”고 대놓고 물은 것은 이해하고 싶은 딸의 간절함이며, 마주 앉은 엄마는 이해받고 싶고 또 이해하고 싶어서다. 우여곡절 속에서도 서로에 대한 관심과 돌봄을 놓지 않은 모녀가 대화를 거쳐 얻어낸 깨우침은, 이전과는 다른 경로로 두 여자를 데리고 간다. 모녀간의 작업은 혈연 넘어 각각의 여자를 보게 한다. 이는 한국 현대사와 여성의 계급, 젠더, 노동, 생존의 조건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중요한 사회적 기록이다. - 최현숙 (구술생애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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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구성원이 여럿이라도 엄마의 정념은 딸에게로 흐른다. 가부장제와 가족주의가 결탁하여 파놓은 배수로 때문이다. 몰라도 되는 권력, 모를 수 있는 천진함은 딸의 몫이 아니다. 이 책은 엄마와 딸이 맺는 이 서사적 관계를 직면하는 용감한 책이다. 30대가 된 세 명의 딸이 각자의 엄마를 인터뷰했다. 세 딸은 대화를 섣불리 화해나 감동으로 봉합하지 않는다. 아물지 못한 상처가 터져 나오고, 공감하는가 싶다가도 좁힐 수 없는 간극이 드러난다. 어떤 딸이 인터뷰 도중 문득 중얼거린다. “듣는 딸 마음은 누가 알아주나?” 돌봄은 당신이 소중한 사람이라는 징표, 세 딸이 그러안고 온 녹진한 이야기를 읽는 것 또한 그 마음을 돌봐주는 일. 기꺼이 손을 들고 응답하고 싶다. 응, 내가 여기 있어. - 이진송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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