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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나 _7
작가의 말 _179 |
裵琇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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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가지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단어가 가지는 의미와 그것이 연상시키는 것의 범위는. 세계는 언어를 초월해서 존재하는 것일까? 언어는 가시적이고 물리적인 세계 이외의 것도 지배한다. 언어 이전이나 이후의 세계란, 어쩌면 없다. 언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열정이고 지성이며 향수와 상상력이고 사유와 경험일 것이다. 그것은 또한 모든 사람들의 축적된 과거이고 갈증이었을 것이다.
--- p.23 그들은 서로의 목소리를 들었다. 아니 그것을 처음으로 알아보고, 발견했다. 그들은 서로의 이름을 발음했다. 그들은 서로의 침묵을 깼다. 그들은 전율했다. 그들은 서로의 이름이, 그 목소리가 영혼을 건드리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서로의 발자국 아래에 가서 누웠다. --- p.71 거기 있는 것처럼, 거기 있는 것을 믿는다. 거기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는다. 마침내는 ‘있다’라는 것이 왜 ‘없다’와 다른 단어로 표현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 pp.75-76 잠과 죽음이 어째서 다를 수 있는지, 우리는 이해하지 못한다. 말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감히 죽음을 겪어보지 못했다. (…) 그후에도 나는 계속해서 살아 있었으나, 나의 어느 부분은 이미 종말을 맞이했다. 내 죽음을 그곳에 두고 온 것이다. --- pp.160-1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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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침묵을 찾아 떠나는 여행에 관한 이야기다.”
『이바나』는, 지금은 오래전부터 독일에 체류하고 있는 작가가 처음으로 독일로 떠나 있던 동안 쓰여진 소설이다. 침묵이란 곧 비밀이다. 그러므로 침묵에 대해 떠들어대는 것은 얼치기 같은 행동이라는 생각에 나는 좀 괴로웠다. 그러나 적어도 그것은 나 자신에 대해 떠들어대는 것보다는 덜 바보 같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익명의 이니셜이거나 혹은 규정되지 않은 모호한 이름으로 존재한다. 그들이 살아간다, 라는 말을 나는 그들이 그 대가를 치른다, 라고 표현한다. 과오의 유무나 내용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닐 것이다. 설사 침묵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해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 내가 관심을 가졌던 것은 그들이 살아 있음으로 인해 치르는 대가였다. _‘작가의 말’ 중에서 과거 망각됨에 다름아닌 침묵을 찾아 떠났던 작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쓰는’ 사람이 되어 굳건하게 제 자리를 찾은 듯 보인다. 이 세계를 자신만의 언어로 번역해 보이려던, 이미 충분히 낯설고 새로웠던 그의 어떤 문장들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언어와 침묵과 이 세계와 그리고 음악에 대해 드러나는 작가의 사유는 자연스레 작가의 현재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작품이 처음 출간된 2002년, 문학평론가 손정수는 “『이바나』는 배수아 소설세계의 한 정점에 해당”하며, “새로운 국면을 향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또한 “『이바나』에서 펼쳐지는 의식의 모험은 우리 소설사의 맥락에서 보더라도 단연 문제적”이며 바야흐로 배수아의 새로운 출발을 예감하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고 평한 바 있다. 그로부터 이십여 년, 그사이 그 무엇과도 비견될 수 없는 자신만의 어떤 궤도에 정착한 듯 보이는 작가의 자장 안에서 우리는 기꺼이 유영하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