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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 5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19 눈이 내리는 환상 속에서 37 거의 닿을 듯 가까이 51 이곳 73 일요일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89 바다에 비가 내릴 것 같아 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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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왜 이렇게 조용하지?’ 민수는 생각했다. 동네는 평소와 다를 게 없고 늘 다니던 길인데, 너무도 조용했다. 조용함을 느끼는 감각 같은 게 오늘따라 예민한 것 같기는 했다. 길 건너 어둠 속에서 혼자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편의점을 향해 갔다. 겅중겅중. 추운 겨울이다. 별생각 없이 밖으로 나온 그는 양말도 신지 않고 맨발에 슬리퍼만 신었다. 발이 시렸다. 특히 새끼발가락 끝이.
--- p.11 “그러니까 그 조용하고 이상한 아침에…… 별일은 없었어. 그냥 사진 찍고, 산책했지. 너랑 통화하면서.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너한테 전화가 와서 기뻤어. 예전 학교 다닐 때도 그랬잖아. 친구도 없이 혼자 어색하게 있을 때면 네가 와서 자주 말 걸어줬었는데. 그러면 그제야 나는 알게 되고 그랬어. 내게 말을 걸어주길 기다렸다는 걸. 며칠 전 네게 전화가 왔을 때, 예전 생각이 났어. 그래서 기뻤고. 근데 그러고 보니까 너, 너무 이른 시간에 전화한 거 아니야? 그날은 그런 줄도 몰랐는데.” --- p.47 인주는 뒤를 돌아봤다. 아무도 없었다. 다시 앞을 봤을 때 누군가 다가오고 있었다. 안갯속. 가까워지고, 얼굴이 보였다. 인주는 순간 자신이 거울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쌍둥이처럼 닮은, 아니 그보다 더 자기 자신과 흡사한 얼굴이었다. 다만 얼굴은 눈을 감고 있었다. 눈을 감은 채로, 얼굴이 인주 앞에 멈춰 섰다. 인주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얼굴이 인주를 불렀다. 인주야. 너무도 익숙한 목소리로. --- p.67 잠깐이었던 것 같은데, 나는 왠지 모를 시간의 단절을 느꼈다. ‘잠이 들었었나?’ 그런 것 같았다.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예상대로라면 목적지에 벌써 도착했어야 하는데 택시는 여전히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택시운전사는 여전히 무표정이었지만 어쩐지 무슨 생각에 잠겨있는 것 같았다. --- p.78 나는 혼자 여행을 왔다. 바다에 오고 싶었다. 할 일을 다 미뤄두고. 그저 사는 일에 지쳐서 그랬는지, 갑자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해영의 장례식에 다녀온 뒤로, 바다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문득문득 보고 싶어서, 바다에 왔다. 온종일 흐리고 비가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있었는데 흐리고 비가 오는 날의 바다도 상관없었다. 그저 볼 수 있으면 그걸로 될 것 같았다. 확인만 하면 되는 것처럼. 그래서 확인하듯이, 바다가 보이는 방 안에서 바다를 보고 있다. 비가 내린다. --- p.1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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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완 작가와의 짧은 인터뷰
Q. 작가님의 소설은 평범한 일상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일상이 어딘가 낯선 시, 공간으로 변해버리는 순간들이 있나요? A. 그런 순간들은 우연히 찾아옵니다. 이를테면 얼음이 녹아 조용한 부엌 식탁 위에 놓인 컵 안에서 달그락 소리를 낼 때, 도로 위 자동차가 끼익 소리를 내며 유턴을 할 때, 동네를 산책하던 개가 별 이유 없이 저를 빤히 바라볼 때, 카페에서 누군가 울고 있을 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 생각을 지나가던 누군가가 말했을 때, 비 내리는 밤 낯선 여행지 숙소 창문으로 주인 잃은 우산이 도로 위를 굴러다니는 걸 볼 때, 김현식의 노래 「비처럼 음악처럼」을 들을 때……. Q. 이번 책에 담긴 소설 중 '사진'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작품이 있나요? 평소 어떤 사진을 찍거나, 감상하는 편이신가요? A. 「눈이 내리는 환상 속에서」에서 주연은 별 의미 없이 이곳저곳 동네 풍경을 찍고 다닙니다. 저도 비슷합니다. 동네 산책을 하다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면 스마트폰을 꺼내 찍고 많은 비가 내린 다음 날 불어난 강물을 보다가 그걸 멀리서 찍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초점이 맞지 않는 사진도 좋아합니다. 그런 걸 왜 사진으로 남겨두는지 잘 모르겠지만 사진을 찍고 그걸 보고 있으면 아주 잠시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이 존재하지 않는 사진 속 세계에 저도 사진처럼 시간 없이 존재하는 것 같은, 잘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기분이요. Q. 특히 여름 분위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번 책을 집필하실 때부터 계절을 염두에 두셨나요? A. 여름이 배경인 소설은 여름에 썼고 겨울이 배경인 소설은 겨울에 썼습니다. 계절마다 분위기가 다르고 4계절 다 좋아해서 봄, 여름, 가을, 겨울 다 책에 담고 싶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여름이 덥고 아무래도 다른 계절보다 불편한 면들이 있어서 그런지 여름 분위기의 소설을 쓸 때 감각을 더 사용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Q. 주연, 인주, 유영과 같은 소설의 등장인물이 마치 가까이 있는 친구 같고, 유독 섬세하고 가깝게 느껴집니다. 인물을 구상하실 때 어떤 부분에 특히 신경을 쓰시나요? A. 평범한 저의 일상에서 어떤 소설이 시작되고 소설 속 배경 속에서 인물이 등장하면 저는 소설 속의 인물이 일단 스스로 움직이게 내버려둡니다. 거의 매번 그렇게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소설 속 인물의 행동과 말과 생각들에 지나치게 간섭하면 왠지 부자연스러워집니다. 그래서 가급적 먼저 구상하지 않고 인물이 스스로 소설 속에 있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편입니다. Q. 작가님이 소설을 계속 쓰시는 데 동력이 되는 요소들이 있나요? 소설 만의 매력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A. 저의 일상은 평범하고 반복적이고 심심해서, 제가 저를 재밌게 해주려고 소설을 쓰는 것 같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소설 쓰기의 첫 번째 이유를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그리고 소설을 쓰면 혼자 방에 있어도 누군가를 만날 수 있고 어떤 일들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당장 시작할 수도 있어서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