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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1부_ 끝나지 않는 이야기 끝나지 않는 이야기 지고 살며 주고 살자 어머니 별 코로나19와 백신 공부가 행복한 사람 까세 육필시화집 은은한 꽃향기 고운 햇살이 내리는 발길 2부_ 별 헤는 언덕 아름다운 배려 별 헤는 언덕 국어 순화-마약밥 오월, 장미의 응원 아파트 숲속에 찾아온 아름다운 소리 풀꽃 이야기 격세지감隔世之感 말이 곧 마음 3부_ 붉은 햇살 품은 나이테 상선약수上善若水 눈부신 봄날에 아들이 준 반려 식물 붉은 햇살 품은 나이테 전라도 춤 이야기 풀각시의 꿈 맑은 거울 하나 추억 한 보따리 4부_ 우리의 소원은 통일 산과 호수와 구름-노르웨이, '솔베이지의 노래'의 고향 백야의 도시-핀란드 헬싱키 안데르센의 나라, 덴마크 우리의 소원은 통일 독일, 하이델베르크 성 아름다운 도시에 갈매기가 난다 독일의 도시를 둘러보다 한국어를 잘하는 경비원 뮌헨-시간이 느리게 여행하는 곳 5부_ 꿈을 좇는 어른 아이 거울 속에 핀 엄마 꽃 살맛 나는 아파트 아가페정원을 찾아서 따꽃 버스가 곧 내 발 딸각 각시와 뜯개 각시 말의 힘 꿈을 좇는 어른 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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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분명 꿈이 아니었다. 그토록 고대하던 별을 만난 것. 창문 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새벽빛이 나를 어딘지 모를 별 밭으로 들어 올렸을까. 곤한 밤을 지새운 햇볕 쨍쨍한 대낮, 분명 낮인데 별 하나 크게 반짝이고 뭍사람들이 몰려들어 우러르고 있다. 사람들로 북적이나 침묵하고 있는 것은 아닌데 조용하고 수려한 기운이 흐르는 그쪽은 그야말로 새로운 세계, 유토피아를 연상케 한다. 하늘에 있던 별은 모두 땅으로 내려와 사람이 된 듯, 소리도 없이 은은한 별빛을 품었다.
그들이 모두 한쪽을 향해 낮별 바라기를 하는 조용한 웅성거림을 안은 땅에 한 줄기 빛이 섬광처럼 내리꽂힌다. 그 하나의 별이 내려온 것인가. 내가 딛고 서 있는 곳은 땅인가 하늘인가, 아니면 어느 허공을 부유하고 있는가. 나는 가벼이 바람이 된 듯싶고 그 빛이 나를 감싸안았는지 빛이 내 안으로 들어와 빛과 한 덩어리가 된 듯도 싶다. 환하고 밝은 빛이지만 눈부시지 않고 따스한 빛 덩어리다. 내 곁인 듯 나인 듯 서성이더니 한 여인의 모습이 되며 슬며시 하늘을 향해 오른다. 아, 어머니, 아늑한 빛을 길게 끌며 내 곁을 스치듯 사라지더니 다시 하늘에서 깜박이는 별이 된다. 별빛 사람들도 하나, 둘 따라 하늘로 올라 다시 반짝거리는 뭇별이 된다. 깜박 정신이 들어 눈을 떠보니 꿈이었다. --- pp.21-22 「어머니 별」 중에서 친구의 풋풋한 마음을 꽃꽂이하듯 두었던 그때부터 풀꽃과 눈 맞춤이 일상이 되었고 나는 풀꽃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 후 나의 닉네임을 ‘풀꽃’이라 정하고 풀꽃 사랑에 빠졌다. 주저앉아 만나보고 쫓아가서 ‘자세히 오래’ 반가워했다. 진보라, 연보라, 노랑, 하양 등의 색의 조화가 얼마나 다양한지 하늘의 별이 올망졸망 내려와 반짝이는 것 같아 내 몸과 마음에 생기가 돋았다. 그러면서 차츰차츰 이름도 알게 되어 풀꽃이라 부르지 않고 제 고유한 이름을 불러주게도 되었다. 크고 화려한 꽃 못지않게 일상에 쫓기듯 살아가는 사람의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어 고마웠다. 퇴직 후 몸과 마음에 여유 시간이 많아져서 천변이나 둔덕을 오르내리며 풀꽃을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온 들녘에 납작 엎드린 채 꽃등을 켜고 아주 낮게 무더기무더기 마주 앉아 있는 모습이 설중매의 인고를 닮은 것 같다. 아주 작지만 부지런하게 봄을 일깨우는 선두 주자로 앞장서는 모습을 보니 더없이 사랑스럽게 보인다. 봄이 오면 앙증맞은 풀꽃이 지천에 흐드러지게 핀다. 팥알만 한 크기의 자수정이 박힌 것처럼 잔잔히 한들거린다. 낯익은 풀꽃을 넋을 잃고 오랫동안 바라본다. ‘자세히, 오래’ 볼수록 더 예뻐지는 풀꽃. 살랑살랑 웃어대는 것 같아 무릎을 낮추고 마주하다 보면 볼수록 질긴 생명력이 느껴지고 깜빡거리는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우리 서민을 ‘민초’라 부르는 이유가 충분하다 생각된다. --- pp.75-76 「풀꽃 이야기」 중에서 전시관의 현관문을 밀고 2층으로 올랐다. 나무 몸통을 가로로 잘라 바닥에 눕혀 놓은 탁자 형식이 아니라 나를 향해 비치는 햇살처럼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맞아준다. 블랙박스에 찍힌 나이테가 꽃처럼 선명하게 피어나 자연이 만든 예술미의 극치를 보여주는 목공예 작품이다. 이 나무는 왜 베어졌을까. 나무의 수명은 영양 상태가 좋으면 무한히 살 수 있다는데, 어디서 살다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환생하였는지 의문이 든다. 그래도 이 나무는 베어져서도 또 다른 삶을 살아내듯 아름다운 붉은 햇살 품은 나이테를 자랑하며 새로운 의미를 품고 있다. 의인을 만나서일까. 죽어서도 나무의 화려한 기량을 보여주고 있으니, 나이테의 무게가 눈부시다. --- pp.104-105 「붉은 햇살 품은 나이테」 중에서 그러던 어느 날, 어린 시절 기억 하나가 갑자기 튀어나온다. 소환하려 애쓰지도 않았는데, 요즘의 기억력으로는 진즉 사라졌어야 할 먼 옛날의 일이다. 구십을 바라보는 나의 일상에서 폭죽처럼 퍼져나오는 실타래 같은 이야기가 그림책을 펼쳐놓은 것처럼 내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 일이다. 동네 언니들은 학교에 다녀온 오후에는 나를 데리고 놀았다. 언니가 없었던 나는 동네 언니들이 모두 내 언니였다. 나이가 두세 살 더 많은 언니들은 친동생이나 보호자처럼 늘 함께했다. 감꽃이 필 때는 은하수같이 땅에 떨어진 노란 감꽃을 주워 꽃목걸이를 만들어 목에 걸어주었다. --- pp.112-113 「풀각시의 꿈」 중에서 간간이 비치는 햇살이 별처럼 산림 속으로 쏟아진다. 산골짜기 계곡은 파란 이끼가 고풍스럽게 끼어있어, 한결 운치를 더해준다. 고불고불 산길을 미끄러지듯 달리는 차창 밖은 녹색 낙원이다. 그린벨트가 많은 대지는 파란 잔디로 눈이 시리게 평화스럽다. 넓은 초원을 지나는 과수원에 빨갛게 익은 사과가 주렁주렁 달렸다. 금발처럼 노랗게 익은 보리밭. 노란 융단을 깔아놓은 듯하다. 곳곳에 울타리도 없는 집들이 그림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다. 예쁜 커튼을 모양 지게 열어놓은 창틀 위에 놓인 탐스러운 꽃들이 우리를 사열하듯 환하게 맞아준다. 라드델로 가는 길은 온통 그린벨트 길이다.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처럼 여행길은 천상의 꿈길에 들어선 것 같다. 가는 곳마다 산과 호수가 펼쳐진다. 잔잔한 호수에 산그림자가 드리운 모습은, 사진을 찍어 거꾸로 보아도 호수의 위아래를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맑고 투명하다. --- pp.126-127 「산과 호수와 구름 - 노르웨이, '솔베이지의 노래'의 고향」 중에서 나는 이 도시가 하나의 거대한 서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물관과 미술관, 기념관들은 모두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되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책장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 책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면서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있었다. 독일에서의 시간은 단순한 머무름이 아니라, 또 다른 시간을 읽어내는 과정이었다. 어쩌면 여행이란 새로운 공간을 걷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 속에서 나 자신을 다시 읽어내는 일인지도 모른다. 뮌헨의 거리를 마지막으로 돌아보며, 나는 이곳이 언젠가 다시 찾아야 할 한 권의 책처럼 남을 것임을 깨달았다.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시간을 느리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주는 곳이었고 예술은 영원하다는 말을 실감 나게 하는 도시였다. --- pp.169-170 「뮌헨 - 시간이 느리게 여행하는 곳」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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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나는 어디쯤 와 있는가 내 안에 서성이던 추억 하나, 둘 모여 앉아 피워내는 이야기꽃 주섬주섬 주워 담아본다 삶의 여정을 힘껏 이겨 내고 나 아닌 너가 되었던 그 흔적이 살아나 나를 보듬는다 내가 꿈꿨던 그 아이는 어디에 있으며 그가 그리던 나는 어디쯤 와 있는가 아직도 잘 모르는 채로 미지의 땅을 향해 가고 또 간다 2025년 7월 초록으로 물든 날 김연주 삼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