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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각기 우는 시간이 필요하다
문갑연
창조문예사 2025.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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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문예 산문선

책소개

목차

1. 십자가의 무게
2. 그림자 재기
3. 제각기 우는 시간이 필요하다
4. 인각
5. 잠재력
6. 추억이 묻은 흔적
7. 쓰레기장의 현주소
8. 담금질
9. 열쇠
10. 사랑의 날갯짓
11. 집으로 가는 길
12. 꿈의 숲

스마트 소설
1. 지구촌
2. 어깨너머의 농심
3. 인고의 세월
4. 마침내
5. 자승자박

저자 소개 1

한국문인협회, 한국소설가협회, 한국기독교문인협회 회원 장편소설 『꿈이 묶여있는 땅』, 『비자금』, 『메아리의 고백』, 소설집 『거울 없이 사는 사람들』, 『추도식의 가족들』, 『꿈꾸는 사람들』, 『해바라기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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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152*224*20mm
ISBN13
9791191797770

책 속으로

친구야, 네게만 이 무거운 짐을 맡기고 떠나니 정말 미안해. 벌거벗은 이 산들이 유실수로 우거지는 날 우리의 삼천리금수강산에서 젖과 꿀이 흘러넘치겠지?

나는 조용히 근찬의 마지막 부탁을 웅얼거리며 사방으로 둘러싸인 산들을 빙 둘러보았다. 반세기가 넘도록 무엇 하느라 숲으로 우거진 이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보지 못했던가.

나는 생각했다. 근찬이는 수십 년을 내다보는 예언자였다고. 반세기가 지나도록 먼 타국에서 내 민족을 대표해서 봉사하는 동안, 나는 줄곧 나무를 심어 왔으면서도 이 광경을 오늘에서야 겨우 보았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근찬이의 이종 여동생만이 아니라 나 역시, 고향만 아니라 지구까지 지키는 데 일조를 해 왔다는 자부심까지 생겼다. 나는 마지막으로 제자리에서 360도를 돌아 가며 숲을 이룬 산의 모습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 pp.58-59 「그림자 재기」중에서

나는 편지를 다 읽자마자 악의 근처에도 못 가 본 사람처럼 입가에 인자하기 그지없는 잔잔한 미소를 피워 물었다. 분노와 배신감으로 아내를 향해 이를 갈면서 부들부들 떨었던 그날의 나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리라. 꼭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최후의 만찬에 얽힌 실화처럼, 최악의 악마 유다의 모델로 선정되었던 사형수가 7년 전 19세의 청년일 때는 사랑의 극치인 예수의 모델이었다고 했다. 그 모델이 바로 나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오갈 데 없던 내가 아내를 만나면서 결혼과 동시에 데릴사위의 자격으로 한꺼번에 사랑하는 가족과 집 그리고 농토까지 다 얻었던 그날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고 있었다.
--- pp.74-75 「제각기 우는 시간이 필요하다」중에서

“벌레가 좀 먹으면 어떤가요. 고놈들도 깨끗한 농산물에만 입을 대는데요. 고놈들이 있어야 더 가치가 있다는 걸 왜 모를까. 그 아까운 놈들 잡아내느라 시간은 시간대로 고생은 고생대로 하나 모르겠네요. 못난이라도 우리가 손수 가꾼 농산물이란 게 가치가 있으니 대충해요.”

톡은 곽 장로의 말에 대꾸할 여가도 없었다. 톡은 서둘러 준비한 농산물과 동시에 승용차에 탑승했다. 곽 장로도 톡에 뒤질세라 부랴부랴 운전석에 앉자마자 약속 장소로 향했다. 약 30분 정도가 지나자 드디어 약속 장소인 청정가든이 보였다. 도시 주변이라 상호에 걸맞은 위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톡은 연방 만날 사람들을 찾느라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그때 주차를 하던 곽 장로가 엇, 저기 저! 하였다. 톡은 즉시 곽 장로의 시선이 닫는 지점을 찾기 위해 눈동자를 부지런히 움직여 봐도 그럴 만한 걸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때 가든 입구에서 서성거리는 한 무리의 남녀가 시야에 포착됐다. 모자를 쓴 남성과 여성도 있었다. 그중에는 머리가 흰 남성과 허리가 굽어서 지팡이를 짚은 여성 한 명도 보였다. 저들은 나와 상관없는 무리다. 톡이 부정하면서 시선을 돌려 먼저 차에서 내렸다. 그런데 그 무리가 한결같이 만면에 웃음꽃을 피운 채 마주 보고 걸음을 재촉하는 게 아닌가. 하지만 아무리 톡이 아는 사람들이 아니라고 속으로 부정해도 간격이 가까워질수록 낯익은 모습들이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었다.
--- pp.138-139 「추억이 묻은 흔적」중에서

이 지역의 중심부를 관통하는 도로 옆이기도 하지만 버스 정류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런 사각지대가 있으리라고는 수십 년을 지나치면서도 겨우 안 나처럼, 누구도 상상조차 못 했을 터였다. 벌써 수십 년 동안 쓰레기 불법 매립지로 이용되고 있었다고 생각하자 맥이 탁 풀렸다.

나는 막막함으로 우거진 조릿대를 한 움큼 쥔 채 난간에 퍼질러 앉았다. 그런데 그 밑에서 야옹, 하는 소리가 들릴락 말락 났다. 처음에는 환청인가 했다. 하지만 그 소리는 사라지는가 싶더니 또 들리기를 반복하여 주변을 유심히 살폈다. 드디어 찢어진 검은 소형 타이어에 짓눌려 있는 고양이를 발견했다. 그런데 그 위치가 조릿대가 무성한 언덕 아래였다. 나는 가까스로 기어들어 가 겨우 타이어를 밀었다. 하지만 이미 고양이의 입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다음 순간 내 기억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가만히 정신을 가다듬고 귀를 기울였다. 저 위에 계신 그분이었다. 나는 곧 전지전능한 그분께 머리를 조아렸다. 곧 자신의 목소리를 내게 전달하는 순간까지 목숨을 부지했던 고양이의 고귀한 생애가 느껴졌다. 저런 미물도 목숨이 넘어가는 순간까지 억울함을 알리려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에 미치자 갑자기 가슴이 뜨끔했다. 즉시 벌떡 일어섰다. 내가 지금 어디로 가는 중이었던가 하는 생각이 퍼뜩 뇌리를 스쳤다. 이때 비로소 개발제한구역 전면 해제를 위한 주민연합회 모임에 꼭 참석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내 혼신을 사로잡았다. 때마침 저만치 택시가 오고 있었다. 나는 즉시 택시를 세우기 위해 오른손을 번쩍 들은 채로 달음질치기 시작했다.

--- pp.150-151 「쓰레기장의 현주소」중에서

출판사 리뷰

작가의 말

억울하고 외면당한 농촌의 이야기를 쓰면서, 소망 안에서 나 자신의 삶을 깊이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왜 글을 쓰게 되었는가를 다시 질문하게 되었고, 내면 깊은 곳에서 속삭이는 그분의 음성을 들으려 애썼다. 사랑으로 인류를 구원하신 삼위일체 하나님, 특히 성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심을 외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다. 하나님께서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사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신다”(고린도전서 1:27)라는 약속의 말씀을 믿고 시작한 글쓰기, 처음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꿈처럼 생각되었지만, 오직 그분의 은혜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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