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추천의 글 _3
들어가는 글 _8 제1부 바람이 지나간 자리 _15 감꽃 목걸이_17 기다림_19 된장국 _22 다듬이 방망이의 소네트_24 꿈 실은 나무 의자_26 고무대야_29 도깨비 상자의 봄노래_32 군 고구마 사랑_35 고무신과 구두_39 제2부 마음에도 길이 있다면 _43 마리오네트 인생_45 멸치 3마리_49 시래기 국_51 옥수수 계급_53 두 손가락_55 장독에서 퍼 온 사랑_59 밥이 보약_61 사랑, 그 아름다운 이름으로_63 새벽의 속삭임_69 엄마의 노래_72 소 팔러 가는 날_75 제3부 그리움이 말을 걸었다 _79 된장 냄새_81 딱지 한 장으로도 영웅이 되던 날들_84 못 찾겠다 꾀꼬리_85 고무신 배_87 종이비행기 따라 꿈도 날았다_89 교복 주머니에 숨겨둔 사춘기_93 오늘의 시_98 수학 시험지 _101 웃픈 졸업사진_104 우정_107 친구랑 싸운 날 _109 다락에서 찾은 보물_113 낮잠_117 돌아오는 길은 없는지_119 묵은지_123 마음 한편, 묵은 햇살이 눕는다_125 그리움이 그때의 온도로 말을 걸어온다_129 달빛보다 조용하게 눈물보다 따뜻하게_133 제4부 내 안에 머무는 시간들 _135 장날 오후_137 바람 불면 시간은 그리움이 된다_139 지금도 그날처럼_141 아버지의 털신_143 큰형 군대 가던 날_146 황금보다 더 소중한 새 운동화_149 말 없는 사랑의 언어_153 엄마의 기침 소리_156 옆집 순이가 이사 가던 날, _159 네모 상자 안에서 건네는 말_161 제5부 마음에도 하루치 감정이 필요하다 _165 찌개와 국 사이_167 그냥 말해_169 걸레가 행주에게_170 구름에게 부치는 안부_172 그대 창 밖에는_174 나는 축구공이 아니야!_176 때때로_178 막걸리 병의 재취업_180 물 마시기 대회_181 바람은 한 번도 같은 방향으로 불지 않는다_184 복숭아 밭 DJ_186 봄눈이 내리는 날_187 시간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_188 아주 오래된 사랑의 언어_190 연두색 눈이 내린 날!_193 짧은 다리, 큰 사랑_196 편의점 처마 밑에서_198 너라서 괜찮아_200 나가는 글 _203 |
이신우의 다른 상품
|
아버지는 논일로 검게 그을린 손으로
된장국 밥 위에 한 숟갈 퍼서 쏟고 밥을 떠먹고, 누나는 된장국에 밥을 비벼 먹었고, 나는 김치 한 조각과 된장국을 숟가락 끝에 떠서 밥을 비웠다. 된장국 하나면 다 괜찮았던 날들, 그때는 근심도 걱정도 없이 그저 오늘을 먹고, 내일을 살아냈다. 지금도 문득, 입안에서 된장국의 향이 감돈다. 그리고 따뜻하던 저녁이 가슴속 어딘가에서 조용히 숟가락을 든다. --- p.23 둘째 형과 나는 아궁이 앞에 나란히 앉아 오늘 놀았던 이야기, 지금쯤 애들이 뭘 하고 있을까 궁금해하며 소죽이 끓기를 기다리며 무릎으로 삭정이를 부러뜨려 아궁이에 넣었다. 솥뚜껑 아래로 물이 줄줄 흐르면 다 끓은 신호였다. 불씨를 남기고 뜸을 들이기 위해 우린 나무 부스러기를 아궁이에 쓸어 넣고 작은 철문을 ‘철커덕’ 닫았다. 그리고 그 순간, 형은 늘 작은 의식처럼 주머니에서 흙 묻은 고구마 세 알을 꺼냈다. 재를 살짝 파서 고구마를 불씨 속에 묻었다. 소죽을 퍼서 소에게 가져다주고 돌아오면 그새 노릇노릇 익은 고구마를 꺼내 부엌에 있던 큰누나, 형, 그리고 내가 하나씩 나눠 먹었다. 달고 뜨겁고, 무엇보다 따뜻했다. --- p.36 지금은 보리밥 몸값이 더 비싸지만 그때 그 시절, 가마솥 앞에서 퍼주던 엄마의 손맛, 밥 냄새 속에 깃든 사랑은 그 무엇보다 귀했다. 어느새 내 머리에도 세월이 내려앉았지만 지금도 아침밥 냄새가 솔솔 올라오면 문득, 그때의 철커덕 소리와 동시에 내밀던 손가락 두 개 엄마의 웃음이 눈앞에 떠오른다. 생각해 보면 그 한 끼가 고맙던 시절, 그 시절의 밥알은 지금도 내 뱃속 어딘가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 p.56 그런 소를 오늘 팔러 간다. 아버지는 말없이 소의 콧등을 쓰다듬는다. 소는 크다란 눈을 끔벅 끔벅거리며 아버지를 바라본다. 무슨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 무슨 마음인지 안다. 마당에 멍석을 깔고 아버지는 조심스럽게 소의 발굽을 닦아준다. 시장까지 십리 길을 아버지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거래가 성사되어 돈을 받아쥐고는 “다른 집에 가서는 일 안하고 살아라.” 아버지의 말끝은 떨렸다. 손에 쥔 밧줄을 더 꼭 잡았다. --- p.76 그러니까 그 만화는 내 고백이었다. 선명하지 않지만, 틀리지도 않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솔직한 수학의 답안. 선생님이 시험지를 걷어갈 때 나는 망설이다가 그림 위에 천천히 덧썼다. “틀려도 되니까, 그냥 네가 좋았어.” 물론 그 시험은 낙제였지만, 그 만화 한 장만큼은 지금까지도 내 마음의 정답으로 남아 있다. --- p.102 서랍 속 낡은 편지처럼 마음에 넣고만 살았는데, 어느 날 아카시 꽃 향기에 이끌려 나는 결국 너를 찾아 나섰지. 백방으로 수소문해서 드디어 너와 통화하게 된 날, 나는 너무 반가워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고 그저 눈물만 뚝뚝 흘렸지. 전화기 너머 “잘 지냈어?” 하는 너의 목소리가 그때 그 온도 그대로여서 가슴이 뭉클했단다. “우리 꼭 한번 만나자.” 그 한마디 약속에 내 심장은 한 달 넘게 쿵쾅거리며 설렜어. 그리움은, 시간을 지나도 식지 않더라. 그때의 따뜻함으로, 그때의 떨림으로, 오늘도 나를 다시 너에게로 데려간다. --- p.130 “영장은… 잘 챙겼제?” 형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고, 아버지는 잠시 형을 바라보다가 다시 숭늉 그릇을 들고 얼굴을 가렸다. 말은 짧았지만, 나는 그 한마디가 아버지의 밤새 뒤척임이었단 걸 그날 처음으로 알았다. 아버지는 고무신을 반쯤 신은 채 마당 끝까지 따라 나가셨다. 형이 뒤도 안 돌아보고 걷는데, 아버지는 대문 앞에 묵묵히 서서 형이 저 멀리 신작로에 멈출 때까지 그저 고개만 끄덕이면서 보고 계셨고, 엄마는 마루 끝에 멍하니 서서 형이 가는 길을 따라 눈만 끔뻑거렸다. --- p.147 드르르륵 - 미닫이 문을 양쪽으로 열면 검은 상자 속에서 불빛이 나왔다 “텔레비전에 사람이 들어있나?” 나는 매번 깜짝 놀랐다 흑백 화면 속에 이철희 아저씨가 걸어 다니고, 김자옥 언니가 눈물을 뚝뚝 흘릴 땐 복순이네 마당에도 바람이 스르르 불었다 “아이고, 또 저 사람이야!” “어휴, 저런 며느리, 어디서 데려왔대?” 어른들은 드라마 보면서 화도 내고 웃기도 하고 가끔은 눈물을 닦았다 온동네 사람들이 모여 앉아 같은 이야기를 함께 보았다 --- p.162 바람은 언제나 예측할 수 없는 길을 걷고, 나는 그저 그 길 위에서 잠시 몸을 맡길 뿐. 바람은 한 번도 같은 방향으로 불어준 적이 없다. --- p.185 참, 웃기다. 내 몸 잠깐 피하는 데도 돈이 드는 세상. 바람은 휘잉, 비는 촐랑촐랑, 얼굴을 적신다. 마음에도 빚물이 스며드는 듯하다. 연신 “괜찮아, 좀 젖으면 어때.” 혼잣말을 되뇌인다. 라면 불 듯, 기다리면 될 것을, 나는 댓가 없는 처마 밑을 벗어나 헐레벌떡 골목을 뛴다. 집으로, 저녁으로, 빗줄기 사이로 오늘도 내 하루가 흘러간다. --- p.199 어느 듯 시간은 유수같이 흘러 아내와 나는 60이라는 나이가 되었다. 노래 가사에도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라 하듯 보통의 부부가 하기 어려운 일로 생각했으나 함께 집필하면서 서로의 추억을 나누며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각자의 기억이 어우러져 더 풍성한 이야기가 되었다. 서로 지난 날을 꾸밈 없이 나누었고 참 많이 웃기도 하고 복잡한 감정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그때는 그때대로 좋고, 지금은 지금대로 좋다. 이야기를 다 쓰고 난 지금, ‘함께라서 더 좋았다’ 인생 2막을 또 함께 출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 p.203 |
|
바람 부는 날, 기억의 우물에서 퍼 올린 이야기들
시간은 흘러가지만, 기억은 머무른다. 그리고 그 기억은 바람이 불 때마다 불쑥 다가와 말을 건다. 이 책은 그런 바람 같은 기억들을 따라 걸어본 여정다. 냄새로 기억되는 된장국 한 그릇, 어머니의 고무신 한 켤레, 아버지의 구두, 형의 손에 쥐어진고구마 세 알. 그 안에는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만든 사랑과 희생, 그리움이 담겨 있다. 우리는 늘 ‘지금’을 살고 있지만,그 속에는 과거의 우리가, 우리의 부모가, 아이들이 함께 존재하고 있다.《바람 불면 시간은 그리움이 된다》는그 모든 시간 속의 이야기를 다시 꺼내어,지금 이 순간의 우리에게 건네는 따뜻한 인사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었던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처럼한편으로는 가슴 저미게 하고한편으로는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짓게 하는절박했지만 따뜻한 마음 비비며 살았던그 시절의 이야기들이 빠알간 대야 한가득담겨있다. 이 책을 펼치는 독자의 마음에도, 소박하지만 깊은 한 줄기 바람이 스며들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