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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실패의 늪
왜 망가졌는가, 어떻게 고쳐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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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영국 현대 정치사 개요
저자 서문
들어가며_ 위기 사이클

제1부 과부하

1. 닌자는 없다
2. 내부의 적
3. 죽여주는 계약

제2부 권력 집중

4. 민주주의 건너뛰기
5. 국민의 적
6. 공공 내전

제3부 과속 상태

7. 아무 말 제조기
8. 광란의 질주

나오며_ 위기 해결을 위하여
감사의 말
미주
찾아보기

저자 소개 3

샘 프리드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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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 Freedman

정치 분석가이자 교육 정책 전문가. 영국 교육부 특별보좌관을 지내며 실제 정책 설계와 공공 행정의 현장을 두루 경험했고, 이후 정책연구소와 언론을 오가며 국가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날카롭게 비판해 왔다. 《파이낸셜 타임스》, 《가디언》 등 유력 매체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기고하며, 중앙집중적 행정의 한계, 민영화·외주화의 실패, 정치의 단기주의 문제 등을 통찰력 있게 짚어낸 글로 독자들의 신뢰를 받아왔다. 현재는 정책 자문과 연구 활동을 병행하며, 복잡한 정치·행정 구조를 시민의 눈높이에서 해석해 주는 해설자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Lee Chan-Seung,李贊承

1949년 경북 풍기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였다. 조광무역 수출부와 삼성전자 수출부에서 근무하였고, 이후 능률교육을 창립하고 초대 CEO를 역임했다. 현재는 비영리공익단체인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www.21erick.org」의 대표로서 새로운 공교육을 위한 청사진을 만들고, 뇌기반교육을 전파하며,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아동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연구, 개발, 보급하고 있다. 이찬승은 고교시절부터 영영사전과 TIME잡지를 들고 새벽 학원을 찾았던 영어광이었다. 이러한 영어 열정 때문에 해외 출장과 바이어와 상담 등 영
1949년 경북 풍기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였다. 조광무역 수출부와 삼성전자 수출부에서 근무하였고, 이후 능률교육을 창립하고 초대 CEO를 역임했다. 현재는 비영리공익단체인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www.21erick.org」의 대표로서 새로운 공교육을 위한 청사진을 만들고, 뇌기반교육을 전파하며,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아동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연구, 개발, 보급하고 있다. 이찬승은 고교시절부터 영영사전과 TIME잡지를 들고 새벽 학원을 찾았던 영어광이었다. 이러한 영어 열정 때문에 해외 출장과 바이어와 상담 등 영어 활용 기회가 많은 무역회사에서 사회 첫발을 내딛게 됐다. 영어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갈증을 실감한 이찬승은 무역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위해 1978년, 한국 최초의 영어종합 학습지인 '무역영어 일간지'를 창간했다. 무역 상담영어와 편지작성 등 실무적인 내용과 재미있는 읽을 거리들을 담은 이 학습지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는 1980년, 영어교육 출판 전문회사 능률영어사를 설립해 본격적인 영어연구를 시작하였다. 이어 80~90년대에 걸쳐 중고교생을 위한 어휘교재 '능률 VOCA', 600만 이상의 고등학생이 선택한 독해책 리딩튜터 시리즈, 중학생들에게 재미있는 소재를 통해 영어를 익히게 만든 팬클럽 시리즈 등 수많은 스테디셀러를 배출하였다. 저서로는 『한국인이 꼭 알아야 할 필수 회화 구문 140』과 『이찬승 TOEIC VOCABULARY』『이찬승 미국어 Hearing 『Brownㆍresㆍnavy」』『이찬승 Listening KNOW-HOW 『GreenㆍresㆍBlue』, 『덩어리로 외우니까 덩이라로 말해지네 1,2』, 『능률 한영사전가』, 『능률 고등영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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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출판 편집자이자 번역자로 일하고 있다. 문학과 정치, 교육 분야를 아우르며 책 편집과 원고 검수, 번역 작업을 해 왔다. 꾸준한 번역과 출판 실무를 통해 한국어 독서 세계의 지평을 넓히는 데 이바지하고자 한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7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428쪽 | 152*225*30mm
ISBN13
9788997724413

책 속으로

이 책은 지금이 역사상 가장 암울한 시기라고 주장하려는 게 아니다. 더 큰 위기를 겪은 적도 있었다. 다만 지금은 반복되어 온 위기 사이클의 끝 지점, 즉 다음 위기로의 전환이 불가피한 지점에 와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은 분명히 암담하고 두렵게 느껴지지만 변화의 시점은 코앞에 와 있다. 앞으로 닥칠 변화가 상처뿐인 혼란이 될지, 새로운 출발이 될지는 지금의 위기를 제대로 진단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 「들어가며」 중에서

이런 종류의 책들이 흔히 빠지는 함정이 있다. 초반에 문제점을 길게 늘어놓고는 마지막 장에 가서야 빈약한 대안 몇 가지로 마무리한다는 점이다. 그런 함정을 피하기 위해, 나는 문제의 흐름을 거스를 수 있는 긍정적인 추이들, 즉 앞으로 발전시켜 볼 수 있는 희망적인 조짐에 초점을 맞추려 노력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 이 모든 접근을 하나로 모아 개혁을 위한 실행 계획을 제시했다. 책을 처음 구상했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급진적인 개혁안이지만, 책을 쓰는 동안 점진적 개선만으로는 지금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 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지금 우리에겐 혁명적이고 전면적인 대전환이 필요하다.
--- 「들어가며」 중에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부의 모습과 정부의 실제 작동 방식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습니다. ‘이 장관이 무능하다, 저 특별 보좌관이 문제다’ 말하는 것은 쉽지요. 정당하든 아니든 개개인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부의 운영 방식을 지탱하는 구조적 기반 자체가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과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 「들어가며」 중에서

정책 영역만 놓고 보면, 총리들은 보통 10~12명 정도로 정책실을 꾸린다. 이들은 대부분 특별 보좌관이며 각자 한두 개 부처를 담당한다. 때로는 그보다 인력이 더 적기도 하다. 트러스 정부에서는 25세 보좌관 한 명이 교육, 보건, 복지 세 부처를 동시에 담당했다. 이 세 부처의 예산은 연간 약 5,000억 파운드에 달한다. 총리는 또한 6~7명으로 구성된 비서실을 두고 있는데 이 공무원들은 여러 부처를 묶어 담당하고, 총리와 정부 조직 간 정보 흐름을 조율한다. 이들이 과로에 시달린다는 것은 예상할 만하다. 전략적 사고는커녕, 사고 자체를 할 시간이 아예 없다.
--- 「1장」 중에서

영국은 두 체계의 약점을 모두 떠안고 있다. 총리는 국내외 모든 정책 영역에 걸쳐 막강한 집행권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권한을 뒷받침할 지원 체계는 사실상 집행권이 없는 인물에 맞추어 설계되어 있다. 영국 총리는 미국 대통령보다 책임은 더 많이 지지만 독일의 작은 도시 시장보다도 적은 수의 보좌진과 일한다. 총리가 전략적 방향을 설정하는 데 고전하고 수많은 사안에 압도되는 것은 당연하다. 애초에 총리가 다룰 수준이 아닌 사소한 정책 세부 사항에 대해서도 수많은 회의마다 끌려 들어간다. 동시에 다른 국가 정상들처럼 연간 수십 일간 글로벌 정상회의에 참석해 각종 만찬과 환영 행사에서 악수하며 시간을 보내야 한다. 매주, 하루하고도 반나절씩 의회 질의응답을 준비한다. 그 질의응답은 정책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이런 상태는 바람직하지도 않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 「1장」 중에서

중앙정부는 이런 세부 사항 하나하나 다 지시할 뿐 아니라 예산 집행도 철저히 통제한다. 지방정부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행할 돈이 없다. 점점 더 많은 예산이 공모 방식으로 배분되고 있다 보니 장기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지방세는 마지막으로 남은 재정 수단이지만, 이마저도 명확한 상한선이 정해져 있다. 이렇게까지 조세권이 제한된 나라는 없다. 결과적으로 지방정부는 중앙정부 장관의 변덕에 좌우되는 이름뿐인 공공서비스 제공처로 전락하고 말았다.
--- 「2장」 중에서

더 근본적인 문제는 어떤 권한을 이양하고 어떤 권한을 계속 국가에 배속시킬지에 대한 명확한 원칙이 없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일회성 맞춤형 협상으로 처리하다 보면 혼란이 불가피하다. 교육 분야를 예로 들어보자. 학교 감독권을 광역연합에 이양하면 교육부의 부담은 줄어든다. 어차피 교육부는 모든 아카데미 학교를 직접 관리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지역 사무소를 따로 설치해야 했기 때문이다. 해당 권역이 학교를 경찰, 주거 등 다른 서비스와 연계할 수 있는 기반도 생긴다. 반면, 교과과정이나 시험은 중앙정부가 통제하면서 전국 공통 기준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처럼 더디게, 일회성 맞춤형 협상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지방정부를 확대해 나갈 것이 아니라, 속도감 있고 포괄적인 분권화를 위한 제대로 된 개혁이 필요하다
--- 「2장」 중에서

서비스의 질이 낮아지는 것을 넘어, 이처럼 불안정한 시장 구조는 서비스 자체를 붕괴시킬 위험이 있다. 많은 지역은 요양 병상 자체가 부족한데, 이는 민간 운영자들이 수익을 보장할 만큼 인건비를 주고 직원을 채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가 지원이 적고 기업 부채는 많은 상황에서 인건비는 가장 먼저 줄여야 할 비용이기 때문이다. 2023년 기준, 성인 돌봄 분야에는 수요에 비해 15만 명에 해당하는 인력이 모자랐다. 영국 전체의 의사 수보다도 많은 수치다. 결국 의학적으로는 퇴원해도 될 환자들이 돌봄 병상이 없어 병원에 눌러앉게 되어 국민건강보건서비스의 병상 부족 문제도 심각해졌다. 2023년 겨울 기준, 국민건강보건서비스의 입원 대기자 수는 770만 명을 넘어섰다. 팬데믹 이후 적체가 심화된 주요 원인이 바로 이 돌봄 공백이다. 겉보기에는 전체 시스템이 천천히 망가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비즈니스 모델의 구조적 불안정성을 고려하면 언제든 급속히 붕괴할 수 있다.
--- 「3장」 중에서

의회를 다시 설계하려는 문화적 변화가 있어야만, 의회는 감시를 통해 더 나은 정부를 뒷받침할 수 있다. 향후 장관이 되려는 사람들은 당연히 이런 변화가 자신들의 자율성을 제한할까 봐 걱정할 수 있다. 그러나 다수당이 집권한다면 기본적인 의제는 여전히 관철할 수 있을 것이다. 더 강한 의회란, 정부가 정말 필요한 정책에 집중해서, 더 적고 더 정교한, 더 명확한 목표로 만들어진 법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이 국정 운영의 위기를 풀어갈 핵심 열쇠이다.
--- 「4장」 중에서

행정부와 사법부 간의 갈등은 앞으로도 쉽게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노동당은 다른 입장을 취할지도 모르지만, 앞서 살펴보았듯이 신노동당 시절에도 행정부는 사법부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한편 영국 보수층에서는 법원이 필요한 정책을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로 인해 향후 정부가 유럽인권협약 같은 국제협정에서 탈퇴하거나, 최소한 르완다 법안의 전례를 통해 영국 법원이 이를 논하지 못하도록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더욱 책임지지 않으면서 더욱 강력한 권한을 휘두르는 행정부가 탄생할 것이다. 이 흐름이 낳을 결과는 명백하다. 사법부는 더 강하게 반발할 것이고, 법 집행의 질은 더 나빠질 것이다. 정부가 재판에서 패소하는 이유는 거의 항상 충분한 사전 협의나 핵심 증거 검토 없이 성급하게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 「5장」 중에서

정책보다는 홍보에 집착하게 된 문화도 문제다. 언론을 달래기 위해 발표거리를 끊임없이 만들어야 하는 환경에서는, 깊이 있는 개혁을 설계하고 추진할 능력보다는, 피상적일지언정 언론 친화적인 구상을 내는 능력이 중시된다. 빠르게 교체되는 장관들은 이 흐름을 더 악화시킨다. 정치인들이 다음 인사 개편 전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자극적인 아이디어를 쏟아내기 때문이다. 커밍스의 말처럼, 장관들이 왜 ‘증거에 기반해 행동할지, 증거에 역행해 행동할지, 증거 없이 행동할 것인지를’ 고민하겠는가. 증거는 이해관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무언가를 말해야 할 때 방해만 된다. 개혁이 어려워진 또 다른 이유로, 공무원이 독립되어 정부에 중립적인 조언을 제공하는 존재라는 원칙이 계속 훼손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앞서 열거한 문제들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 모드나 커밍스처럼 체계 개혁에 관심 있는 이들도, 인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데서 오는 좌절감 때문에 정공법이 아닌 행정부 권한 확대라는 편법을 택하게 된 것이다.
--- 「6장」 중에서

정치인들이 자신의 실패를 게으른, 무능한, ‘뚱보’, ‘깨시민’ 공무원 때문이라는 식으로 공격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 인위적인 감원이라거나 봉급 동결, 재택근무 금지 같은 ‘강경’ 조치 선언 등은 언제나 우호적인 언론 보도를 보장해 준다. 하지만 진짜 개혁을 하려면, 공무원에게 주어진 동기와 보상 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블레어 시절의 비서실장이었던 조너선 파월의 말처럼 “문제를 잘 해결했다고 해서 얻는 보상은 거의 없고, 무언가 잘못되기만 하면 책임을 뒤집어쓰는 상황”이다. 행정부 통제를 늘리는 방식은 이런 ‘책임 전가 문화’만 더 심화시켜 왔다.
--- 「6장」 중에서

단순히 총리나 장관이 그들을 싫어한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되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장관의 인사 감시 기능을 전면 폐지하자는 뜻이 아니다.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총리가 어떤 인물을 해임하고자 한다면, 그 이유를 명확히 밝히고, 당사자의 반론권을 보장하며, 의회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 이런 권한은 아주 드물게,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행사되어야 하며, 이념적 순응을 강제하는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총리가 공직사회의 수장을 임명할 최종 결정권을 가지되 그 절차는 공개되어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일단 이런 신뢰가 회복되면, 보다 실질적인 구조 개편도 가능해진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총리가 그 개혁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고, 해당 개혁을 실질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강단 있는 내각 사무처장을 임명해야 한다.
--- 「6장」 중에서

현실보다는 언론 보도 주기에 맞춘 입법이 주가 되는 추세는 아마도 예산안 발표 및 전당대회 오용보다 더 큰 피해를 끼친다. 부처, 장관, 의원, 해당 법안에 대응해야 하는 숱한 조직들의 인력과 자원을 엄청나게 낭비하게 만든다. 기회비용도 있다. 이 모든 일들이, 진짜 신경 써야 할 시급한 문제들이 ‘해결하기에 너무 어려움’ 상자에 처박혀 있는 동안 일어난다. 예산안 발표와 전당대회에서 요구되는 수십 건의 발표, 국왕 시정 연설을 위한 눈길 끄는 법안, 각종 공약, 매일매일 그리드를 채우고 기자들을 바쁘게 하기 위한 발표… 정부는 끊임없이 정책을 만들어 쏟아내야 하는 부담을 떠안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같은 발표를 방식만 조금씩 달리해 여러 번 반복하기도 한다. 문제 해결은 뒷전이고 발표가 목적이 되어버렸다. 이런 구조에서는 장기적 개혁이나 실질적 집행에 능한 공무원보다 그리드용 눈속임 아이디어에 탁월한 공무원이 더 빨리 승진한다.
--- 「7장」 중에서

기후변화부터 제도적 분열에 이르기까지 오늘날의 정책 문제는 과거와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정당의 정강이며 정치적 연설은 모두 과거에 대한 복고, 반복으로 가득하다.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를 대처나 블레어 같은 역사적 인물이 좋아했을지 여부로 판단하는 관습은 혁신 자체를 가로막는다. 역설적이게도, 가장 영향력 있었던 총리들(대처, 블레어, 더 과거의 로이드 조지, 애틀리 등)은 기존의 정치 합의를 과감히 깨거나 최소한 재해석하면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던 이들이다. 정치적 언어마저 구식이다. 정치 ‘팬’들에게는 역사적인 힘이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절대 쓰이지 않는 단어나 구절이 지겨울 정도로 반복된다. 정치인들 스스로도, 수십 년째 쓰이는 고정된 정치 상투어를 쓴다. 다른 맥락에서는 결코 쓰이지 않는 표현들이다.
--- 「8장」 중에서

모든 것을 고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권력 분산이다. 간단해 보이지만 실현하기란 무척 어렵다. 실제로 권력 분산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핵심은, 지금까지 장관들이 쥐고 있었던 많은 결정 권한과 행정 기능을 지역과 지방 수준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광역 시장을 중심으로 한 광역연합은 유권자의 지지를 바탕으로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유망한 수단이다. 다만 이 제도는 아직 역사가 짧고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으며, 어떤 권한이 부여되고 어떤 권한은 부여되지 않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다. 따라서 시급하게, 전국적인 통합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어떤 권한이 어떤 조건에서 분권되는지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 「나오며」 중에서

그런 거대한 도전 과제들을 국가가 제대로 다루려면, 그 정책들을 감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즉, 이번에는 의회로의 권력 분산이 필요하다. 존재한 적도 없는 황금기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복잡성과 전문성을 감당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를 설계하자는 것이다. 핵심은, 정부에 소속되지 않은 의원들의 권한과 지위를 강화하는 것이다. 장관이 되어 입각하는 것보다, 평의원으로 남는 것이 더 매력적이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상임위원회에 법적으로 보장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가령 입법 사전 심사, 의사일정 설정, 증인 소환, 정부 자료 요청, 공공기관 인사 승인권 등을 부여할 수 있다. 또한 상임위원장과 위원들에게 장관과 비슷한 수준의 급여를 지급해 그 위상을 높여야 한다. 이런 구조가 정착되면 힘의 균형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행정부는 여전히 정책 의제를 설정할 수 있지만, 의회가 훨씬 강력하게 감시할 수 있어 도덕적 기준을 강제하고, 엉터리 법률이 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일을 줄일 수 있다.
--- 「나오며」 중에서

무엇이 해결책이 될지는 전적으로 정부의 손에 달려 있다. 정부는 지금의 진단을 받아들이고, 질서 있고 일관된 방식으로 권력을 분산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더 강하고 더 나은 제도를 구축하고, 언론 대응보다 정책을 우선시하며, 중요한 사안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확보할 수도 있다. 그렇게 한다면, 그 시기의 총리는 정말로 이 나라의 장기적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아주 드문 지도자로 손꼽히게 될 것이다. 바꾸려는 생각은 이미 많다. 공공 부문 전반에 걸쳐 수십만 명이 실질적인 변화를 간절히 원하며, 기회만 주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 위기 사이클을 끝내겠다고 선언할 사람뿐이다.

--- 「나오며」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간 직후 정치인과 관료들의 교과서가 된 책
새로 시작하는 한국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할 조언

실제로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새로운 영국 정부의 관료들과 정치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얻고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가디언》, 《타임즈》 등 유력 일간지에서도 호평을 쏟아냈다. 이 책의 강점은 단순히 문제를 분석하고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천 가능한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점에 있다. 중앙정부의 과부하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 견제와 감시 기능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장기적인 비전을 어떻게 수립할 것인가 등, 새 정부에서 장기적 관점을 갖고 추진해야 할 국가 시스템 개혁의 방향을 제안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민주주의 국가들의 위기가 구체화되고 있는 시점에, 민주주의 선진국 영국의 실패 사례는 큰 통찰을 제시한다. 민주주의는 어떻게 무너지고 훼손되는가? 그리고 어떻게 고쳐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머잖은 미래에 큰 복리로 돌아올 것이 분명하다.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 이야기다”

의사 파업으로 인한 의료 공백, 치솟는 물가와 저성장 경제, 끝없이 오르는 주거비, 공공서비스의 무기력함. 사법 불신과 무기력한 관료제. 무책임한 언론과 소셜미디어 정치. 영국 사회가 겪는 이 불만과 불신의 풍경은 낯설지 않다. 한국 사회 역시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정권은 몇 차례나 바뀌었는데, 왜 나아지는 건 없는가?

저자는 이것이 사람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임을 지적한다. 민영화와 외주화, 중앙집중식 행정의 병목, 정책의 단기주의, 언론 헤드라인에 휘둘리는 ‘발표 중심 정치’?이 모든 구조적 문제들은 현대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가 직면한 현실이다. 저자 샘 프리드먼은 교육부 정책보좌관과 정책연구소 활동, 언론 기고 등 다층적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 국가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불능 상태에 이르렀는지를 치밀하게 해부한다. 원인은 ‘무능한 정치’에 있지 않다. 더 깊고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저자는 이를 ‘과부하, 권력 집중, 과속 상태’라는 세 개의 틀로 정리하고, 민주주의 시스템이 무너지는 과정과 정치 제도가 제 기능을 못 하고 작동을 멈추는 원인을 설명한다.

읽다 보면 한국의 현실과 놀라울 만큼 비슷해서 소름이 돋을 정도다. 모든 행정기능이 수도권 중앙정부에 집중되며 지방정부의 자율성이 심각하게 저해되고 있는 현실, 입법, 사법, 행정 각부가 본연의 기능을 상실하고 견제와 균형의 구조가 무너진 현실, 유튜브를 비롯한 SNS 이용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선정적 미디어 환경에서 여론과 정치적 의사결정이 왜곡과 혼란을 거듭하는 현실, 저자는 이것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원인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시스템의 위기는 곧 우리가 다시 질문하고 고쳐나가야 할 현실의 구조다.

추천평

“프리드먼은 영국 정치를 가장 예리하게 꿰뚫는 분석가 중 한 명이다.” - 이언 던트 (『웨스트민스터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저자)
“프리드먼의 진단은 냉혹하다… 해결책에 대해서도 맑은 눈을 지녔다.” - TLS
“간결하고, 통찰력 있으며, 명확하다.” - 데이비드 애러노비치
“훌륭하다. 내부자들의 생생한 인용과 흥미로운 이야기로 구성된 설득력 있는 주장. 읽기 쉬우면서도 강력하다.” - 더 타임스
“재치 있고, 날카롭고, 충격적이다. 이성에 근육을 단 책.” - 에밀리 메이틀리스 (방송인, 베스트셀러 작가)
“개혁을 향한 절박한 외침.” -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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