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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 삶의 이정표에 담긴 의미
01 태어남 - 태어난다는 것은 스포츠카를 받은 즉시 열쇠를 잃어버린 것이다 02 걸음마와 옹알이 - 결음으로 세상에 흔적을 남기고, 말로써 사물에 의미를 부여한다 03 학교 - 처음으로 나 자신을 타자로 느끼는 곳 04 자전거 - 아빠가 자전거를 잡은 손을 놓을 때, 의심과 믿음의 갈림길에 선다 05 시험 - 선생님이라는 버팀목을 치우고 혼자 만나는 최초의 심판 06 첫 키스 - 키스는 침묵이며, 단 두 사람만이 공유하는 비밀이다 07 순결의 상실 - 우리는 순결을 잃을 때 종의 기원으로 되돌아간다 08 운전면허 - 처음 만나는 신선한 자유, 그러나 동시에 통제를 받아들이다 09 첫 투표 - 한 나라가 나를 가장 진지하게 대하는 순간 10 취직 - 제대로 취직하면 일하는 동물에서 일하는 인간이 된다 11 사랑 - 사라질 운명을 인정하면서도 영원을 믿는 고백 12 결혼 - 서로의 운명을 소유하기로 결정하다 13 출산 - 격렬한 낭만적 사랑에서 소중한 현실적 사랑으로 14 이사 - 바로 그날까지 타인이 살던 불확실함 속으로 뛰어들다 15 중년의 위기 - 결국 어디에도 올바른 길이 없다는 것을 깨닫다 16 이혼 - 사악해질 수조차 있는 불행한 관계를 끝내는 정직한 수단 17 은퇴 - 더 이상 젊지 않지만 아직 늙지 않은 모호한 순간 18 늙어감 - 제3의 인생, 스스로를 신선하게 바라보라 19 죽음 - 우리의 사망은 다른 사람을 살게 한다 20 내세 - 죽음 뒤를 상상할 때 현재가 바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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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는 아마 태어남을 독배라고 말했을 것이다. 태어남은 삶을 주지만 삶에 필요한 의미를 주지는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말하자면 스포츠카를 받고서 곧바로 열쇠를 잃어버린 것과 같다. 우선 태어남은 우리가 전혀 어찌할 수 없다. 삶의 기원일 뿐 우리는 태어남에 관해 아무런 발언권도 없다!
--- p.23 어떤 의미에서 학교에서는 우리의 정체성이 분열된다. 알튀세의 동료 철학자인 폴 리쾨르(Paul Ricoeur)의 말을 빌리면, 우리는 타자로서의 자신이 된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우리는 당연히 자신을 분열되지 않은 존재로 경험한다. 이것은 사실 자신을 진정으로 경험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 p.47 아버지가 옆에서 우리의 등에 손을 대고 함께 달리고 있다면(“아빠, 손 놓지 마!”) 우리는 진정으로 자전거를 타고 있는 게 아니다. 조만간 우리는 낯익은 것과 낯선 것 사이의 틈을 뛰어넘어야 한다. --- p.65 시험은 단순한 테스트가 아니라 다른 버팀목, 예컨대 나를 지지해주는 선생님을 떼어내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시험을 치른 지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도 시험에 관한 꿈을 꾸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시험은 트라우마이고 트라우마는 꿈에 자주 등장하니까. --- p.84 키스는 섹스와도 다르다. 절정도 없고 욕망이 사라지는 종점도 없다. 만약 인간이 잠도 자지 않고 먹지도 않고 목욕하지 않아도 된다면, 연인들은 아마 영원히 키스만 할지도 모른다. --- p.97 어찌 보면 섹스를 하고자 하고 그 과정에서 순결을 잃고자 하는 욕구는 앞에서 말했던 걸음마의 욕구와 닮은 데가 있다. 순결을 잃지 않은 사람은 대체로 욕구가 아니라 기회가 결핍된 것이다. --- p.117 동물은 오로지 생산성을 위해, 즉 가족을 위한 먹이를 찾기 위해 노동하며, 생존 이상의 결과를 추구하지 않는다. 먹이를 얻으면 일은 끝난다. 그와 반대로 인간의 특징은 일하는 능력 자체에 있다. 일은 노동의 요소를 포함하지만(우리도 먹여 살려야 할 가족이 있으므로) 그것은 단지 인간의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한 일의 기반일 뿐이다. --- p.159 구직 신청서 양식은 직업 경력과 관련해서 빈칸들을 메우도록 요구하지만 진짜 알고자 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묻기 어렵다. 즉 바로 내가 누구냐는 물음은 묻지 않는다. --- p.165 사랑은 궁극적으로 삶을 출발할 때처럼 만들어주는 몇 가지 일 가운데 하나다. 국적, 가족, 거주하는 나라가 모두 관계되는데, 실제로 사랑은 이 세 가지를 모두 재정의하는 힘을 가진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운명이 걸린 문제다. --- p.174 집은 많은 사람들이 살았기 때문에, 예전에 거기 살았던 사람들의 삶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잠재적인 섬뜩함을 품고 있다. 집은 자신에게 익숙한 장소지만 가장 낯선 곳일 수도 있다. 전에 거기 살았던 사람들만큼 낯선 존재도 없기 때문이다. --- p.228 중세에는 보통 마흔이면 죽었으므로 중년의 위기라는 호사를 누리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백 살까지 살고 예순 살까지 일한다고 가정할 경우, 정의하기도 어렵고 문화적으로 정해진 형태도 없는 인생이 40퍼센트나 남게 된다. --- p.232 중년은 대개 사적인 결산 보고, 득실의 명세서를 요구하게 마련이다. 자기분석의 훈련을 거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단지 자신을 들여다본다는 사실만으로도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 --- p.235 우리가 죽으면 어쩔 수 없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통을 안겨준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우리에게는 그 고통이 없다. --- p.295 내세는 철학처럼 작용하면서 실시간으로 우리 행동의 넓은 함의를 고찰하도록 한다. 철학은 몽테뉴가 말했듯이 어떻게 죽을 것인지를 배우는 것인 동시에 어떻게 살 것인지를 배우는 것이기도 하다. --- p.3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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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며, 인문학 대중화를 위해 역사와 철학에 관한 책을 쓰거나 번역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개념어 사전》, 《종횡무진 역사》, 《한눈에 읽는 현대 철학》, 《누구나 한번쯤 철학을 생각한다》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문학과 예술의 문화사 1840-1900》, 《페다고지》, 《비잔티움 연대기》, 《소크라테스와 아침을》 등이 있다.
역자 : 남경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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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거치는 인생의 경로, 20가지 통과의례로 조명하다
잊고 싶었던 순간에 의미를 부여하면 자기소개서의 삶이 자서전의 삶으로 변모한다 현대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대체로 비슷비슷한 하루를 보낸다. 바꾸어 말하면 비슷비슷한 인생을 보낸다고도 할 수 있다. 태어나 산부인과 요람에 눕고, 곧 옹알이를 하며 걸음마를 시작하고, 학교에 들어가 첫 시험을 치른다. 시간은 계속 흘러 첫사랑에 빠지고, 운전면허를 따고, 취직을 하며, 짝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다. 그 이후에도 인생은 멈춤 없이 진행되어, 중년이 되어 방황하기도 하고 은퇴 후 새로운 생활을 하는가 하면, 끝내는 세상을 뜬다. 취업준비생이 자기소개서를 쓰기 어려워하는 것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과정을 거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운명은 다를지언정 우리들이 거치는 인생의 경로는 대체로 위와 같다. 하지만 인생의 경로가 비슷한데도 왜 어떤 사람은 삶에서 충만함을 누리는 반면 어떤 사람은 후회와 괴로움을 더 강하게 느끼는 것일까? 같은 경로를 거치는데도 인생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은 모두 다르다. 이 평범한 경로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나라는 독특한 존재 그리고 내 인생에 대한 해석도 달라진다. 《이토록 철학적인 순간》 그 때 도움을 주는 것이 철학이라고 말하는 책이다. 알랭 드 보통과 함께 ‘인생학교’를 설립한 철학자 로버트 롤런드 스미스는 이 책에서 세상사람 모두가 거치게 되고 거쳐야 하는 순간 20가지를 ‘통과의례’라는 ‘철학적 순간’으로 풀어냈고, 이 책을 번역한 인문학자 남경태는 ‘인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라고 추천했다. 인생의 가치는 자신이 생각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데서 나온다. 누구나 겪는 인생의 통과의례에 자기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 성장의 계기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인생은 자기소개서보다 깊은 ‘자서전’의 모습으로 풀려나오게 된다. 《이토록 철학적인 순간》이 가장 보통의 인생에게 제안하는 성찰과 사색의 시간을 소개한다. 왜 하필 20가지 통과의례인가? 가장 가깝지만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던 경험 속에 삶의 철학이 담겨 있다 보통 철학이라고 하면 정치, 사회, 문화 같은 묵직한 단어들이 떠오른다. 그러나 이 책이 ‘이토록 철학적인 순간’이라고 꼽는 것은 학교, 자전거 타기, 운전면허, 이사 같은 일상적인 주제들이다. 저자는 이런 일상적 경험들이야말로 ‘극히 모호한 순간’이라고 말한다. 이런 순간들은 스스로 겪거나 주변에서 자주 접하더라도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고 넘어가기 일쑤다. 왜냐하면 이 순간들이 겉으로는 평범해보여도 닥쳤을 때에는 감당해내는 것만도 급급해 한 발자국 떨어져서 생각해볼 시간이 없었던 경험이며, 그렇기에 겪었어도 모호한 순간으로 남는다. 가깝다면 가깝지만 멀기도 한 이 통과의례들은 ‘삶의 이정표’라고 부르기에 충분한 경험들이다. 이 순간들을 겪고 나면 인생이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 책을 읽게 될 독자들에게 이 통과의례들은 절반 정도가 지나갔고, 절반 정도는 앞으로 다가올 것들이다. 자기 경험에 따라, 너무도 좋았던 순간들을 먼저 읽거나 가장 잊고 싶은 순간들부터 찾아 읽어도 좋고, 앞으로 기대되거나 걱정되는 순간을 찾아 읽어도 좋다. 경황없이 이미 겪은 경험들은 한발자국 떨어져 통찰하며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앞으로 다가올 경험은 미리 생각해보며 준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내 인생이 이토록 지적이고 신선할 줄 몰랐다! 철학자들과 드라이브를, 풍부한 예술·철학 텍스트와 나누는 교감 이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인생이라는 풍경 속을 철학자와 드라이브 한다고 상상해보라 한다. 조수석에는 플라톤이 자리를 잡았고 뒷좌석에는 수많은 지성사의 명사들이 동승하고 있다. 데리다, 사르트르, 니체, 하이데거, 아렌트와 같은 철학자들부터 성경의 《아가》서와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암굴의 성모 등의 고전 작품, 영화 델마와 루이스, 마돈나의 히트곡 라이크 어 버진 등 대중 문화에 이르기까지, 철학으로 인생을 해석하기 위해 끌어들이는 텍스트는 무궁무진하다. 사르트르가 인용한 ‘내던져짐’을 새롭게 해석하여, 태어남을 ‘스포츠카를 받았지만 바로 열쇠를 잃어버린 것’으로 풀이하며 생은 우리 의사와 상관없이 주어진 것임을 상기한다. 키르케고르의 ‘신앙의 도약’ 개념을 빌어,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때 아빠가 자전거를 잡아주는 손을 놓는 그 순간을 믿음과 의심 사이에서 도약하는 순간으로 풀어낸다.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에 따라, 실수투성이인 신입사원이나 직업을 찾아 분투하는 취업준비생을 ‘아니말 라보란스(일하는 동물)’에서 ‘호모 파베르(물건을 만드는 인간)’으로 재평가하기도 한다. 새롭게 접한 철학적 화두이든 이미 알고 있는 이론이든, 철학이 우리의 삶과 이토록 신선하게 접목된다는 사실에 놀라는 한편 철학과 한층 가까워지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무조건적 힐링과 긍정도, 냉소와 비관도 아닌 사색으로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철학의 치유 이 책이 다시 그려내는 인생의 풍경들을 따라가다 보면, 거창하고 어려운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뜬구름을 잡는 것 같던 철학자들이 사실은 다른 것이 아닌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법’을 고민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렌트는 우리가 왜 취업을 하려는지를, 스피노자는 왜 우리의 사랑이 위대한지를, 헤겔은 아이를 낳는다는 것이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통찰하고 고심했다. 철학은 본디 덧없이 흐르는 인생에 의미를 주고 그를 통해 더 성장한 내가 되기 위해 행했던 것이다. 철학이나 인문학을 배우자는 권유가 넘치는 시대다. 그러나 그것을 배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이용해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멘토’라 자청하는 이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우리는 너무도 쉽게 타인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치유를 요청하곤 한다. 그러나 그 때마다 자기 문제는 결국 자신이 해결할 수밖에 없고, 삶의 의미는 스스로 찾아낼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될 뿐이다. 이 책과 함께 인생의 통과의례들을 다시 한 번 순례해보자. 때로는 웃고 때로는 생각에 잠기면서 ‘이토록 철학적인 순간’들을 통과하다보면 판에 박힌 말만 되풀이하는 유명인사가 아닌, 내 안에 단단히 자리 잡고 나를 돕는 진정한 멘토 ‘철학’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