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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새녘 나리 경주에 오 / 겨울 국화 / 두 그루 소나무 겨울 연못 / 고드름 / 미추왕릉 / 단풍의 일생 천관사지에서 / 월성의 소녀 / 진평왕릉 다시 보며 보고 싶은 황룡사 / 볕 / 소나무 / 수월루 가교 보현산 별 따라 / 별 / 날마다 염하노니 제2부 갈녘 나리 소리의 산 / 고독 / 고민 / 염불 / 소원 / 분서 피향정 / 중봉 조헌 / 부월든 선비들 / 설경 / 봄빛 제3부 마녘 나리 금정산 범어사 / 금정산성 / 금정산의 봉우리들 동문과 서문의 전설 / 융단 같은 성내길 망루에 서서 / 정암진 대첩 지휘자 충익사 앞의 상 / 세상을 저울같이 / 지정된 길 왕후의 노을 / 나무는 나무를 낳고 / 약천사 샘 탐라순력도의 추인 / 슬픈 동굴 / 마라도 바람 철야 / 벚꽃 / 백일홍 / 삶은 바다에서 수평선 맞닿은 하늘엔 꽃구름 걸렸다 제4부 되녘 나리 기차를 타면 / 달성습지 / 대명유수지 우산같이 양산같이 / 천생산성 쌀바위 흙집에서 / 봉정사에서 / 병산서원 소수서원에서 / 호수 / 배롱나무 제5부 바람의 나리 혼례 / 오일장만 되면 / 씨앗 / 계관화 홍시와 반시 / 껍데기의 진실 / 일주일의 기운 금 나와라 은 나와라 / 도깨비만 남아라 효의 길 치성 / 터무니없는 소동 / 입원 병동 죽다 깨어나면 산다 / 심장에 든 고통 / 생수 물은 물 / 바람 / 기다림 / 비움 / 중추 아무렇게나 마구 되는대로 / 인연 사람아 사랑으로 / 묘지 / 담보 / 돌아와 / 노인 인생 고 / 슬퍼서 운다 / 겨울과 봄 사이 / 분신 개나리 / 나리꽃 예찬 해설_이토록이나 아름다운 고향문학을 만나 | 김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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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전에 모시고서 / 햇볕을 업었으니
저 먼 곳 눈길 주며 / 앞날을 생각하면 일렬의 업보길 마다 / 찬기마저 녹는다 --- p.19 「미추왕릉」 중에서 비우고 명상하면 자연에 동화되고 숲속길 걸어가면 산소리 푸르르니 조계문 삼해탈문의 일심 상징 웅장타 천왕문 소나무는 용처럼 꿈틀대고 악 기운 내쫓고서 한 걸음 더 나가면 분별이 본전 이르는 불이법문지나고 줄지은 스님들은 박석을 밟으시며 연기는 백성 보호 염송은 화엄 신중 현몽신꿈속 나투샤 화장세계 범어사 --- p.48 「금정산 범어사」 중에서 차가운 손바닥을 / 너에게 뻗어본다 잡힐 듯 / 천년미소 / 반월성 / 드러내고 수줍게 피어오르는 / 천년 속의 / 소녀여 --- p.22 「월성의 소녀」 중에서 파사를 싣고 오다 숨을 곳 가려 하다 해풍에 흔들대다 금바다 다 못가네 슬픔의 눈물 흘리니 수로왕 손 내밀고 눈물을 거두고서 행차차 오른 길에 농익은 석양 아래 광목천 쳐다보네 고향을 그리워하는 허왕후의 눈망울 --- p.59 「왕후의 노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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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어머니는 아직도 내 오른쪽 어깨에 앉아 계신다. 퍽이나 눌러앉아 제 아들 모난 구석을 샅샅이 보고 듣고 간섭 아닌 간섭을 하고 계신 탓에 말하는 것이 어눌해도 글 잘 쓰게끔 다독여 주신다. 못내 아쉬웠던, 순탄하지 않았던 길을 손수 다듬어 주시어 내 젊은 날의 갈망이었던 주유천하를 어렵지 않게 안내하여 주신다. 그 세월을 모두 담아 보려 느지막하게 길을 나섰다. 연필과 공책과 카메라를 들고 동서남북을 다닌다. 뭇사람들은 여행이나 행사에서 남는 건 사진이라 했지만 내게는 사진이 전해준 글이 남는다. 여행 사진 속에서 심상이 튀어 올라 심장의 고동 소리를 가라앉히고 발바닥에 물집이 부르트다가 글이 되어 지금 이렇게 흔적이 되었다. 우리 국어사전은 ‘녘’이란, 어떤 때의 무렵이나 어떤 방향·지역을 가리키는 말이라 한다. 동틀 녘이나 황혼 녘처럼 하루는 인생과 같다. 또한 인생은 하루와 같다. 벌써 황혼 녘에 다다랐으나 좀 더 나다니고 싶어서 새, 갈, 마, 되 쪽 즉, 동서남북을 순우리말 혹은 어부들의 말을 빌려, 나리를 데리고 나리꽃 찾으러 다니며 쓴 기행 시조 모음을 내놓게 되었다. 다만 다녀온 지명을 내색하지 않는 것은 모두가 우리나라에 있기에 지면을 아끼고 싶기 때문이다. 말이 나서 말인데, 심장이란 요망한 펌프질의 멈춤으로부터 다시 뛰기까지의 역동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남은 삶을 어찌 허투루 보내겠는가. 살려준 사람의 공덕을 어찌 모른 척 하겠는가. 신앙을 두르고, 하고자 하는 일을 돕고, 옆구리가 시린 빈 곳을 메우고, 사제간의 은빛 동경을 기차에 실어 밤의 은하를 마음껏 달려보고자 時와 詩라는 윤활유를 시도 때도 없이 공급하기로 마음먹은 찰나에 예술 작품 지원 사업에 편승하게 된 좋은 운수가 하늘에서 은하철도와 같이 내려왔다. 정작, 고향은 청도이지만 외지에 돌다가 귀향한 이곳에서 경사가 겹친다. 그 중앙에 나리꽃이 있다. 푸른 사파이어, 하얀 크리스탈, 붉은 루비, 검은 진주의 四神과 自然의 원색인 초록 에메랄드에 심취하며 글을 쓰는 아동문학가인 스승의 길에 항상 은하수 길이 있기를 기원한다. 또, 경북의 멋과 미래의 가치를 함께해준 경북문화재단에 감사드린다. 2025년 7월 청도 혜문정 별관에서 김병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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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애無碍의 향기 품은 그대는 꽃이어라
절벽 끝 자생하듯 관상용 뿜어내고 문향文香을 품어버리고 꿈꾸면서 산다네 광풍狂風에 부서지고 햇살에 검어져도 날마다 피어나서 해마다 이루나니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 다 와 감을 알리네 그대가 내다보는 미래는 절벽 위로 설익게 덤벼들어 모난 돌 캐어내고 거친 땅 갈고 엎어서 무사자오無師自悟 이루네 광풍光風이 불어오는 절벽 위 평등 세상 무향無香의 꽃일지나 살갑게 피었으니 한 송이 따르려는 자 학부종사學不從師 통하네 - 「나리꽃 예찬」 시인은 나리꽃을 닮아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을 품고 있다. 그의 고고함을 흠모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줄 것임을 약조하는 하나의 의식일 수도 있다. 어려운 삶을 견뎌온 사람들은 말이 없는 법이다. 자신의 고된 처지를 웅변하지 않아도 하늘은 그의 성심을 알아준다. 침묵하며 내면의 성숙을 이룬 사람들이 있다면 어쩌면 시인은 그런 존재들을 나리꽃과 같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사람에게 기대지 않고 스승을 찾아 나서지 않고 오로지 하늘의 뜻대로 살아가는 그 어떤 누군가는 절벽 위에 굳건하게 사는 나리꽃들이 아닐까. 시인은 그런 나리꽃 같은 사람들이 많아야 세상이 아름다워진다고 믿고 있는 듯하다. 그렇기에 시인의 나리꽃 예찬은 끝없이 이어지는 것이다. - 김둘 (미루나무숲에서문학연구소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