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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시카고
너의 마지막 모습 마이 리틀 텔레비전 불 용산역 우리는 은행을 털었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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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아이들의 섬찟함은 어른의 세계로부터 온다
표제작 「우리는 은행을 털었다」는 돈과 자본에 잠식된 어른의 세계가 아이들의 사고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동네 친구인 은수, 준호, 정우는 용돈이 너무 적어 과자를 충분히 사 먹을 수 없게 되자 영화에서 본 것처럼 은행을 털기로 결심한다. 영화에서 본 대로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쓰고 은행 사전답사까지 마친 아이들은 어린이집 가방을 들고 서로의 할 일을 정한 뒤 은행으로 향하는데…. 세 아이들은 과연 무사히 은행을 털어 원하는 만큼의 돈을 얻을 수 있을까? 영화에서는 어떤 아저씨가 장난감 총을 들고 은행으로 뛰어들었다. 그러자 안에 있던 사람들이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얼굴도 못 들고 벌벌 떨었다. (…) 은수가 영화를 골똘히 보더니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은행을 털자.”(188쪽) 「헬로, 시카고」는 로봇 강아지와 한 가족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아들 현수가 길에서 주워 온 로봇 강아지. 죽은 반려견을 떠올리며 아빠는 그것을 수리해 준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 강아지는 정상적인 작동을 하게 되자 자신을 ‘시카고’라고 소개하고 말도 하며 가족이 된다. 시카고와 깊은 감정의 교류를 나누는 현수. 과연 AI는 인간의 ‘진짜’ 친구, ‘진짜’ 가족이 될 수 있을까. 임정연 소설가는 순수한 아이의 눈을 빌려 인간의 자리를 대체해 가는 인공지능의 편리함에 질문을 던진다. 관음의 대상이 된 일상, 게임이 된 타인의 고통 「너의 마지막 모습」은 명상 동호회를 가장한 자살카페 회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익명을 쓰는 사람들이 역에서 만나 펜션으로 향한다. 함께 맛있는 고기를 구워 먹으며 그간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은 술이 떨어지자 창문을 테이프로 막고 번개탄을 피운 뒤 수면제를 먹는다. 하나둘 쓰러지는 사람들 사이 ‘솔로’가 산소 캔을 들이켜며 일어난다. 그리고 액션캠을 꺼내 쓰러지는 사람들을 하나씩 화면에 담기 시작한다. 게임에서 빠져나와 양쪽 옆의 모니터를 켜고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라는 프로그램을 띄웠다. 메인 화면에서 ‘1102 채널’을 선택했다. 화면에 6개의 창이 떴다. 엘리베이터 CCTV, 복도 CCTV, 거실 CCTV, 스마트폰의 화면, 아기방 CCTV 등 1102호의 모든 화면이 6개의 창에 떠올랐다.(82쪽)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나’는 평범한 회사원처럼 보이지만 퇴근 후 회사 사람들과 이웃들의 집을 관음하는 악취미를 가지고 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라는 프로그램에는 회사 사람들의 핸드폰을 해킹해서 얻은 집 CCTV 화면과 핸드폰 화면, 결제 내역 등이 펼쳐진다. ‘나’는 그들의 가족관계와 연애 등 일상과 그 속의 폭력을 관찰하며 주변 사람들의 숨기고 싶은 모습을 훔쳐보고 즐거움을 얻는다. 고립된 채 무너져가는 참혹한 개인의 세계 「불」과 「용산역」은 고립된 개인들이 가닿는 극단적인 파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불」의 주인공은 가상화폐 투자와 실패를 반복하며 고시원에서 살아가는 한 남자다. 그는 옆방의 반찬을 훔쳐 먹고 담배는 나가서 피우라는 총무의 말도 듣지 않는다. 어느 날 남자는 옆방의 열린 문으로 들어가 핸드폰을 훔쳐 팔게 되고, CCTV를 확인한 총무가 방으로 찾아온다. 자신이 저지른 범죄가 들통나기 직전, 남자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내린다. 「용산역」의 주인공 ‘나’는 역 근처에서 구걸을 하며 집 없이 사는 노숙인이다. 자신의 자리에 누워 있는 시체를 살아 있는 사람으로 착각하고 위협하다 징역을 산 ‘나’는 출소한 뒤에도 이전과 다름없는 삶을 산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역 근처에서 돈을 빼앗는 무리를 만나고, 그들에게 주기적으로 돈을 빼앗기기 시작한다. 분노를 느끼며 복수를 계획하는 ‘나’. 그는 어떻게 궁지에 몰린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까. 담배 한 갑 버는 데 한 시간이 걸렸다. 어떻게 힘든 사람 도울 생각도 안 하고 지들 생각만 하는지 한심했다. 담배를 사서 허겁지겁 빨았다. 힘껏 빨아들이자 담배가 타들어 가는 소리가 ‘짜지직’ 하고 났다. 기분이 째졌다. 하늘이 어둑해지려고 했다. 슬슬 자리를 맡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좋은 자리를 잡지 못한다.(145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