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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곡리에서 마추픽추까지
전범환하시연 그림
홍림 2025.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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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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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장 대한민국 밖으로

홍콩에서 100미터 달리기 신기록을 세우다
본격 동남아 세계문화유산과의 만남
내게는 ‘캄보디아산 대나무숲’이 있다
다분히 개인적인 동남아 맥주 3파전
과일계의 황제와 여왕이, 살고 싶은 호텔
앙코르에서 애국심 한 그릇
화장실과 문화유산ODA
쉼표를 찍는다는 건
앙코르 유적엔 우기에 가세요
팬데믹 탈출기

2장 취미는 땅 파기, 특기는 발굴입니다


나와 고고학
조선 정조와 같은 방을 쓰다
나를 키운 8할
청동기 유적지에서 태극전사 응원하기
태양 가득한 한기
총성이 울리는 현장
동물의 왕국 라이브
주말부부
발굴 현장의 파트너들을 소개합니다

3장 망가져도 행복한 이유


맨발로 박쥐의 똥을 밟고 다니다
가장 힘들었던 출장
발바닥 패치
미얀마에서 준비한 DR콩고 사업 제안서
난생 처음 비즈니스 업그레이드
진토닉 금주령이 내려진 사연
한국 음식을 대접합니다
당신 방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요
코끼리도 아파 눕는, 치쿤구니야
근로자의 날엔 체크인을

4장 월요일에 출근, 금요일에 퇴근


직장의 역습
유물복
김포의 처녀귀신
유적지 집수정과 워터파크, 그리고 된장찌개와 탕후루
설경에 어울리는 흰색의 작은 집
흙탕물 샤워
박 부장 추억
이건 얼마예요?
지표조사의 일상화
어느 초등학교 1학년생의 등교

5장 20년의 인연, 아프리카


콘도아 암벽화를 찾아
‘동물의 왕국’을 눈앞에서
아프리카의 위대한 유산 이시밀라
탄자니아 반장님과의 추억
발굴자에게 술이란
에티오피아에는 예가체프가 없다
국제회의에서 점심에 라면을 먹으면
운수 좋은 날
2023년 무형유산 정부간 위원회는 시작부터 불길했다

6장 그리운 미얀마


산툰의 죽음과 그리운 미얀마 친구들
양곤 권 씨의 시조
호텔에 박쥐가 나타났다!?
코리아 1호기
소들의 퇴근길에 생긴 일
더운 맛과 매운맛, 그리고 마라샹궈
적당히 알아야 낭만적이다
미얀마의 미래와 만남
지진으로 맺은 인연을 지진으로 안타까워 하며

7장 면도와 샌들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다 사람이 하는 일
간다라 미술과 간다라 불상의 고장
티케라는 말의 진의
숙소 이야기
내가 아는 가장 멋진 파키스탄 여성, 니말
면도만 하고 떠나는 남자들
파키스탄 여성들의 복장
초록색 망고의 비밀
컨테이너의 도시
파키스탄 남자화장실과 이스틴자

8장 발굴자의 퇴근 시간


발굴 현장 촬영 기술의 진화사
현장의 나이아가라 폭포
석기 매트릭스
백령도 지표조사의 추억
토치의 수상한 용도
내가 당신의 한을 풀어 줄게
퇴근 시간은 11시입니다만

9장 마추픽추에서의 꿈


새로운 도전, 페루의 신규사업 개발
마추픽추 신들의 정원 잃어버린 도시
쿠스코, 하늘의 별들이 내려 앉은 도시
마추픽추
그녀와 함께 춤을

저자 소개 2

학부에서 역사를, 대학원에서 고고학을 공부했으며 20대에 참여한 아프리카 탄자니아 발굴 조사를 계기로 연구하는 전공을 청동기에서 구석기로 바꿨다. 그리고 이 구석기 고고학을 인연으로 대한민국 구석기 발굴의 한 획을 그은 김포 장기동 유적을 만났다. 김포 장기동 발굴을 시작으로 한국문화재보호재단(현 국가유산진흥원)에 몸을 담은 그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김포, 파주 운정, 화성 동탄 등 굵직굵직한 대한민국 고고학 현장에서 발굴 조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그간의 발굴 경험을 바탕으로 캄보디아, 라오스, 파키스탄, 미얀마, 방글라데시, 우즈베키스탄 등 세계의 유수한 문화유산 현
학부에서 역사를, 대학원에서 고고학을 공부했으며 20대에 참여한 아프리카 탄자니아 발굴 조사를 계기로 연구하는 전공을 청동기에서 구석기로 바꿨다. 그리고 이 구석기 고고학을 인연으로 대한민국 구석기 발굴의 한 획을 그은 김포 장기동 유적을 만났다.

김포 장기동 발굴을 시작으로 한국문화재보호재단(현 국가유산진흥원)에 몸을 담은 그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김포, 파주 운정, 화성 동탄 등 굵직굵직한 대한민국 고고학 현장에서 발굴 조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그간의 발굴 경험을 바탕으로 캄보디아, 라오스, 파키스탄, 미얀마, 방글라데시, 우즈베키스탄 등 세계의 유수한 문화유산 현장을 누비며 문화유산 국제개발협력사업(ODA)에 참여해 왔다.

현재 고고학 연구자로서 현장 실무도 감당하고 있는 그는, 걸어 다닐 수 있을 때까지 현장에 있는 것이 꿈이며 고고학 외에 국제개발협력으로도 연구 분야를 확대,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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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하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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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딸의 아빠. 문화재를 그리는 일이 취미고 업이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9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436쪽 | 128*182*30mm
ISBN13
9788969340603

책 속으로

웃음이 나는 이야기지만 당시 사업을 이끌었던 나는 매 순간 순간이 가시방석이었다. 비행기표를 그렇게 예약해서 덩치 좋으신 교수님을 홍콩 공항에서 우사인볼트처럼 뛰게 하지를 않나, 고위급 인사를 만나는 자리에 동네 마실 나온 차림으로 나가 망신을 당하질 않나.
--- p.24

그렇게 한 시간만에 나는 크메르 문화의 절정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앙코르 유적이 있는 도시, 시엠립에 도착했다. 2008년 해외연수로 처음 밟아본 시엠립 공항에 일을 하러 다시 오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었다. 새로운 나의 일이 그렇게 동남아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 p.32

그 두리안 아저씨는 오랜 기간의 숙박으로 합의가 되었던 건지 그의 방을 지날 때마다 두리안을 생각나게 하는 퀘퀘한 냄새가 난다는 연구원들의 제보가 잇따랐다. 아니나 다를까 두리안 아저씨가 거의 매일 방에서 두리안을 먹는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하필 그의 숙소는 첫 번째 방이었다.
--- p.43

앙코르와트는 전 세계에서 독일, 미국, 이탈리아, 일본만 보수 복원에 참여한 유적이다. 캄보디아 국기에 그려질 정도로 중요한, 캄보디아의 국보이자 국민의 자긍심인 세계유산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앙코르 유적의 대표적인 사원으로 알려진 곳이다. 그런 앙코르와트에 대한민국의 기술이 전달될 기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는, 아니 대한민국은 앙코르와트의 보존 복원에 참여하게 된 다섯 번째 국가가 되었다.
--- p.52

어쨌든 활은 당겨졌고, 처음 내가 ‘한 달 살기’로 선택한 곳은 캄보디아 시엠립이었다. 앙코르 유적이 있는 시엠립은, 일을 하면서 1년에도 서너 번씩은 출장을 가던 곳이었다. “휴직을 하고도 일하던 데를 가고 싶냐?”고 묻는 동료도 있었다. 하지만 난 가족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하는 일을 보여주고 싶었고, 앙코르라는 유적을 보여주고 싶었다.
--- p.61

우기에 앙코르 유적을 방문해 보라고 강하게 권하고 싶다. 비에 씻겨 내리는 세월의 흔적들이 어느샌가 스펑나무 가지를 타고 뿌리로 내려 고일 때 쯤 사원의 부조에 새겨진 압사라와 힌두신들의 모습이 더욱 뚜렷하게 보일 것이다. 라마야나의 이야기들이 오롯히 새겨진 사원들의 부조에 한걸음 더 다가서면 고대 힌두신들의 전생이 그려진 부조가 눈앞에서 살아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뜨거운 햇살에 눈을 찌푸리며 보지 않아도 선명하게,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 p.72

미얀마를 시작으로 라오스, 캄보디아 모든 국가의 연구원들이 속속 귀국하고 우리는 생각지도 못했던 10년만의 사무실 동거를 어색하게 시작했다. 진흥원 국제협력팀의 연구원들은 대부분 번갈아 가며 해외에 체류하기 때문에 국내 사무실의 절반은 늘 빈 책상이다. 그런데 팀이 만들어지고 처음 다 같이 모인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만든 풍경이었다.
--- p.79

회곽묘는 3-2지점에서도 유구가 집중된 능선의 중심부로부터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중심부에 소리를 쳐야 의사소통이 될 정도의 거리였다. 와중에 노출된 회곽묘 덮개 주변으로 조금씩 흙을 파 내는데 갑자기 ‘쉬익~’ 하고 바람이 새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냄새가 잠깐 새어 나왔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 p.101

발굴 조사를 하다 보면 수많은 동물과 곤충 등을 만나게 된다. 땅속의 벌집을 건드리기도 하고, 동남아의 경우 뱀이 똬리를 틀고 있는 걸 보기도 하고, 누군가는 작은 전갈에 쏘여서 병원에 가기도 하고, 별의 별 경우가 허다하다. 와중에 가끔은 아이들과 현장을 지나는 부모님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소리도 듣는다. “너 공부 열심히 안 하면 저 아저씨처럼 된다.”
--- p.112

사원 하나 하나를 조사하고 나올 때 쯤이면 발바닥은 온통 부서진 박쥐 배설물들이 붙어 있었고 아무렇지 않게 털어내고 다음 사원으로 향했다. 조사를 하면서 발바닥 패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발바닥 모양의 스티커 비슷한 물건인데, 바닥에 붙이면 이물질이 묻지 않을 건 확실했다. 우리는 그걸 미얀마에서 관광객들에게 팔면 많은 돈을 벌지 않을까 이야기를 나눴다. 실제로 그 다음 출장에서 김 연구원은 그 물건을 사서 들고 왔다. 하지만 며칠 붙이고 다니더니 불편한지 다시는 붙이지 않았고 그의 발바닥은 다시 까만 무언가가 덕지 덕지 붙어 있었다.
--- p.134

짬뽕 가루는 마법의 가루였다. 한국 중식당의 짬뽕을 거의 그대로 동결건조해 온 느낌의 첫 맛을 시작으로 숟가락들이 쉴새 없이 냄비로 향하고 밥은 금새 동이 났다. 옆에 있던 반찬들은 대부분 그대로 남아 있어서 그걸 처리할 방법을 찾느라 고심을 했다. 결국 호텔에 밥을 더 요청했다. 그리고 남은 반찬을 밥과 함께 먹어치웠다. 한국의 맛이 그리운 날, 그리고 매운 맛이 땡기는 날에 우리는 어김없이 짬뽕을 먹었다.
--- p.156

통증과 씨름한 사흘간 이러다 죽는 건 아닌지, 뎅기열 아니라는 이 동네 병원 진단이 잘못된 건 아닌지, 집에 연락을 해야 할지 등 수없이 많은 고민과 갈등을 했다. 결과적으로 회복이 되고, 뎅기열이 아니었던 것에 너무 감사했다. 그리고 코끼리도 견디기 힘든 그 병은 다시 나에게 오지 않기를 바랐다. 누구는 말했다. 이미 한번 걸려서 면역이 생겼을 거라고.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 p.163

짐을 풀고 있는데 방문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네, 라고 대답을 하고 꾸물거리다가 문을 열었다. 이미 해는 져서 빛이라고는 내 방에 켜진 노란색의 불빛뿐인데 그 빛 맞은 편에 호텔 직원 다섯 명이 서 있었다. 한 사람은 와인을 들고 있고 한 사람은 케이크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한 사람은 반짝이 술이 달린 모자를 들고 있었다.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는 내 앞에서 그들이 다짜고짜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 p.165

이후 김포 장기 신도시의 구석기 유적에서는 수많은 유물이 발견되었고 주먹도끼 등 전공자들의 관심이 굉장히 높은 유적이 되었다. 만나는 전공자들마다 ‘전 선생은 유물 복도 많지!’라며 좋은 유물들을 한꺼번에 만난 나를 부러워 했다.
--- p.174

그때 아주 작은 반짝거림이 눈에 들어왔고, 바로 굴삭기 가동을 중지시켰다. 트라울을 들고 확인된 유물의 주변 흙을 조금씩 걷어내었다. 끝이 약간 뭉툭하긴 했지만 양쪽으로 날을 세운 것을 보니 확실히 구석기시대 유물이었다. 트라울과 호미를 양손에 들고 주변 흙을 조금씩 걷어내는데 범상치 않은 유물일 거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기록을 위해 카메라를 챙겨 들고 사진을 찍었다. 다시 조금씩 주변의 흙은 걷어내다가 1/3쯤 노출되었을 때 짧은 감탄사가 나왔다. “와 ……!”구석기 전공자들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석기 중의 석기. 구석기 고고학을 전공했음에도 평생 직접 발굴해 보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인 바로 그 석기, 주먹도끼였다.
--- p.177

만들어 놓은 집수정은 용량이 꽉 차서 넘치기 직전이었다. 그 집수정 주변을 걷던 연구원 한 명이 그만 미끌어져 물에 빠지고 말았다. 다행히 수영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 연구원이 그 흙탕물에서 갑자기 수영을 하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그러자 몇몇 젊은 아르바이트생들이 뛰어들었다. 이미 모두가 비로 흠뻑 젖어 있던 터라 이판사판 같았다. 속으로는 미쳤다고 생각하면서 그들이 자유롭게 수영하는 것을 재밌게 바라봤다. 마치 아주 커다란 된장찌개에 동동 떠 있는 애호박처럼 그들은 자유롭게 개헤엄을 즐기고 있었다.
--- p.187

고고학은 기본적으로 땅을 파면서 땅속의 것을 훼손하기도 하기 때문에 한편으로 생각하면 유적을 파괴하는 행위를 기반으로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조사는 항상 신중하게 진행해야 하고, 중요한 정보들도 놓치는 일 없도록 무던히 애를 쓴다. 한번 판 땅은 되돌릴 수 없으니까.
--- p.208

종일 매직으로 비닐 위에 그림을 그리는 바람에 팔은 떨어져 나갈 것 같았고, 긴장하고 그린 탓에 목도 한쪽으로는 잘 돌아가지 않았다. 뜨거운 아프리카 초원의 한복판에 있는 작은 산에서 우리는 결국 그림을 완성했다. 혹시라도 겹친 부분에서 매직이 번질까 봐 비닐과 비닐 사이 신문과 종이를 번갈아 끼워가면서 그림을 둘둘 말아 차에 실었다.
--- p.222

여행을 하다보면, 그리고 출장을 다니다 보면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에 자주 놓인다. 일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쏟는 그런 변수들이 출장을 통해 처리해야 할 업무보다 훨씬 힘들게 할 때도 많다.
--- p.255

코로나가 괜찮아지자 이번에는 2021년에 발생한 정치적 사건으로 인해 미얀마에 가는 일은 더 요원해졌다. 2021년 미얀마 쿠데타 이후 대한민국 정부는 미얀마를 대상으로 한 인도적 지원 외에는 당분간 모든 사업을 중지했다. 그렇게 미얀마는 점점 멀어졌다. 문화유산 관련 사업을 하면서 제일 첫 번째로 다시 가 보고 싶은 곳, 그리고 여행을 목적으로 하는 누군가에게도 추천을 한다면 반드시 첫 번째로 추천하고 싶은 곳은 바간이다. 그러나 이제는 정말 가기 어려운 곳이 되어버렸다.
--- p.268

그녀는 현지 한국팀과는 연락이 안 된다고 했다. 이 또한 겨우 겨우 인터넷 연결을 해서 전화를 했는데, 당시 쿠데타 세력이 통신을 거의 차단해 놨기 때문이다. 현지에 있는 한국팀은 그날 점심 때에 이르러 상황을 눈치 채고 한국에 전화를 시도했으나 연결 후 “쿠데타, 쿠데타! 미얀마 쿠데타!” 말만을 남기고 끊어졌다.
--- p.272

어느날 저녁, 퇴근 후 K선생은 빨래를 한 모양인지 옷걸이와 빨래를 들고 나와 방 앞의 작은 테라스에 높게 줄을 묶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옷걸이에 빨래를 하나씩 걸어서 그 줄에 걸었다. 저녁 해는 금방 넘어갔고, 저녁을 먹은 후 내가 작은 베란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 근처를 지나가던 어떤 여자분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 “Oh my god! what’s that! There are Bats?” 같이 가던 남자에게 여자가 소리치자 남자도 흠칫 놀라서 “Oh My God!”을 외쳤다. K선생이 널어놓은 빨래가 불빛이 거의 없는 곳에서 보면 흡사 날개를 잔뜩 펼친 박쥐처럼 보였던 것이다.
--- p.275

심각했던 코로나19가 창궐했던 그 중심에서도 결국 모든 일을 진행한 건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연구원들 곧 사람들이었다. 수많은 우여곡절과 논의, 그리고 수많은 다툼과 갈등이 있었지만 돌아보면 그 결과는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또 이 결과는 이후 2022년부터 우즈베키스탄 2차 사업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배경이 되었다.
--- p.316

우리나라의 문화유산 국제개발협력은 라오스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시작으로 2011년부터 시작되었다. 한국전쟁 이후 세계 여러나라의 지원이 분명히 우리나라 발전에 어느 정도 역할을 했음을 인지한다면 쉽게 이해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문화유산 보존 관리 능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문화유산 중 수많은 유적들이 전쟁으로 사라지고 또 경제발전의 논리가 우선시되는 시기에도 상당수 훼손되고 멸실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으로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국가가 되었다.

--- p.402

출판사 리뷰

작가의 말

문화유산은 항상 그 자리에 있는데, 갈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똑같은 앙코르와트를 수십 번도 더 가 보았지만 갈 때마다 보여주는 것은 새롭고 또 다르다. 함께하는 사람, 그때의 시간과 공기, 그리고 햇빛과 비바람. 이 모든 것이 어느 것 하나 똑같은 날이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밑 어디에선가 유물과 유적이 발견된 이야기일 수도 있고, 오래된 다큐멘터리 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다. 당시를 살았던 어느 고고학 전공자의 이야기와 우스꽝스러운 일들이 고스란히 담겨 오늘날 당신을 만날 것이다. 시대는 다르고 기술은 발전했지만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는 한결같이 재미있고 유쾌하고 또 슬프고 눈물 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디아나 존스처럼 멋있는 고고학자의 이야기는 아니며 고고학에 애정을 가진 어느 평범한 발굴자의 이야기다.

새로운 세상과 일을 만난 고고학자는 나라 밖으로 눈을 돌려 개발도상국의 세계유산을 함께 보존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여 지금도 진행하고 있다. 경험이 쌓일수록 더 많은 나라에 가고 싶고, 더 많은 국가의 사람들과 일을 하고 싶어진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성격임에도 언제나 설레는 건 지금도 변함이 없다.

추천평

고고학자의 시간과 공간의 여정이지만 과거라는 미지의 세계를 읽게 되는 과정을 그린 고고학자의 성장 여행기이다. 한국이지만 우아하고 정돈된 문명과는 거리가 있는 고고학 발굴현장에서 겪은 인디아나 존스식의 체험과 이를 통해서 깨닫게 되는 세상사, 즉 고대 사람들의 문화를 발굴하면서 겪은 경험으로 미래 세상을 보는 법을 터득하는 과정을 자전적으로 그리고 있다. 그리고 아프리카 대륙에서 남미대륙의 가장 높은 곳의 도시 유적에 이르는 세계 각지의 다양한 유적들을 답사하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인류문화유산들의 장엄함과 경이로움과 함께, 그곳에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다양한 모습과 이들의 문화에서 풍기는 휴머니즘에 대해 애틋한 감성으로 묘사하고 있다.

우리나라 개발발굴현장이라는 극한직업의 현장으로 내몰렸던 제자가 이제 성숙한 눈으로 세상의 과거와 현재를 통찰력 있게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은 선생으로서 큰 기쁨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고, 크고 작은 장애를 극복하는 인내심을 가지고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신념, 그리고 열린 마음으로 사물을 보는 훈련으로 세상 이치에 대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되는 행복의 순간들이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것이라면, 전범환 필자의 경험이 큰 의지와 지침이 되지 않을까? - 배기동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한양대학교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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