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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역사, 사라지는 건축물
김정동 저
대원사 2001.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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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근대사와 근대건축
2. 20세기 우리 건축의 시대사
3. 여러 민족의 해후지, 심양
4. 2백여 년 간 존치되었던 부산의 왜관들
5. 가톨릭 박해의 묏자리, 해미읍성
6. 가톨릭 건축의 '킹 볼트' 역할을 한 코스트 신부
7. 영국인 건축가 마샬이 서울 한복판에 세운 영국공사관
8. 우리에게 건축 정신을 보여주었던 캐나다인 건축가 고든
9. 우리나라 최초의 신싯무기 제조공장, 번사창
10. 한말 풍운이 담긴 서양건축물, 정관헌
11. 식민지시대의 산물, 조선총독부 그 마지막 기록
12. 2대 포구, 3대 시장의 신화를 간직한 강경포구
13. 선교사들의 해안 별장촌, 대천 외국인 수양관
14. 90여 년의 연륜을 가진 도시, 대전의 근,현대사
15. 전남 지역의 한국인 상점가, 목포,나주,광주

저자 소개

저자 : 김정동
1948년 개성 출생. 1970년 홍익대 건축학과 졸업. 이후 같은 대학원에서 공학석사, 박사학위를 받았고 1993년 일본 동경대학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일했다. 현재 목원대학교 건축도시공학부 교수로 한국 근,현대건축사를 연구하고 있다. 근대 건축물 보존운동과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을 앞장서 이끌어오고 있다. 1996년 한국건축가협회 특별상 초평상과 199년 대한건축학회 학술상 남파상을 각각 수상했으며, 문화재 전문위원을 역임했다.

저서로 '일본을 걷는다' '하늘 하래 도시, 땅 위의 건축' '김정동 교수의 근대 건축 기행'이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671g | 189*225*30mm
ISBN13
9788936909574

책 속으로

해미의 근대사는 미국과도 관련이 있다. 1876년 5월 26일 미국의 아시아 함대가 해미현에 불법 침입해 통상을 요구한 바 있다.
'매천야록'은 해미에 관한 기록을 하나 더 올리고 있다. '1903년(광무 7)' 항에 나온다. "해미인 이승화가 작은 윤선(輪船)을 제조하여 독도(纛島, 뚝섬)앞에 있는 강물에서 진수식을 가졌다" 해미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화륜선 한 척이 한강 지금의 뚝섬 앞에서 진수된 것을 알 수 있다. 선박사(船舶史)에도 중요한 기록이다.
이제 이 아름다운 이름을 갖고 있는 읍성과 그 안에 많은 역사를 담은 건축물들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 장렬한 역사도 잊혀졌다.

어쨌든 이곳은 1960년 7월 4일, 사적 제116호로 지정되었다. 일제도 이 성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1943년 12월 30일 고적으로 지정해 놓은 바 있다.
1973년에는 복원 공사가 일부 이루어져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그나마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민가와 초등학교(객사 터), 면사무소, 우체국 등이 자리잡고 있었으나 성을 복원하면서 모두 헐어 버렸다. 안타까운 일이다.

남북을 잇는 큰길을 따라 조금 걷다 보면 오른쪽으로 감옥 터가 나온다. 물론 지금 그 건물들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감옥 두 채는 일제강점기에 철거되었고 지금 그 자리에는 순교 기념비만이 세워져 있어 그때의 참상을 알려주고 있다.

현재는 동북쪽의 구릉을 배경으로 몇 채의 관아 건물들과 크고 작은 나무들 그리고 성벽 위에 세워진 몇 개의 문루가 성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5월이면 만발하는 유채꽃이 해미읍성의 의미를 우리에게 되새겨주고 있다. 이제 해미읍성은 해미읍성사, 천주교 박해사, 동학혁명 운동사, 의병사, 해외 교류사, 충절사 등의 측면에서 동시에 연구, 복원되어야만 할 것이다. 이것은 충청도의 양식사(良識史) 측면에서도 시급한 일이다.

--- p. 76-77

철거론과 보존론의 출발은 다 같았으나, 흑백논리로 넘어가는 우를 우리는 범하게 되었다. 박물관 철거의 논쟁도 사실은 여기서 출발된 것이다. 철거를 주장했던 사람들의 논조도 일제잔재 또는 민족정기,과거청산이란 말뿐이었고 건축물을 보존하려는 측도 말만 바꾼 정도의 수준이었다. 흘러간 우리 근대사의 궤적을 담고 있는 국립 중앙박물관이 총독부 건물이므로 철거되어야 한다는 논리보다는 근대사를 지켜온 역사의 현장으로서 보존되어야 한다는 여론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 p.251

출판사 리뷰

식민지와 한국전쟁을 경험한 지난 100년은 과거 5천 년의 역사와 맞먹는 격동의 세기였다. 서구화와 일제 침략이라는 이중적 문화 침투에 의해 한국문화는 상처를 받았고 지금까지도 서구문화의 아류 내지는 무분별하게 들어오는 외래문화의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있다. 근대건축물 또한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상처를 입었고, 자본주의의 힘에 밀려 하루아침에 훼손되었거나 사라져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전통건축과의 골 깊은 단절을 초래했고 근대건축사가 없는 기록 부재의 아니, 역사 부재의 나라로 만들어버렸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아직도 기와지붕에 솟을대문을 한 한옥이나 고궁 등은 그 건물이 가지는 장소성과 역사적 배경 등으로 인해 당연히 보존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일제강점기 때 세워진 대다수의 건물에 대해서는 시대적인 상황 때문인지 서자(庶子) 취급을 하고 있다.

특히 건축의 본질을 뒤로 한 채 일본에 대한 민족감정론을 건축물에까지 덧씌워 무조건적인 철거를 주장하기도 한다. 이 책은 필자가 20여 년 넘게 근대건축사를 연구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여러 매체에 써온 글들을『김정동 교수의 근대 건축 기행』에 이어 두 번째로 묶어낸 것이다. 기존에 펴낸 책이 근대건축에 대한 단편적인 이야기들이었다면, 이번 책은 근대건축사를 연대기적으로 풀어낸 한 편의 근대건축 드라마다. 우리의 근대건축사에도 에피소드가 있었고, 휴머니즘이 존재했었다는 사실에 대해 이 책은 사실적인 자료들을 통해 일러준다. 낡아서 헤진, 그러나 구하기 힘든 많은 귀한 사진들이 설명을 돕고 있다. 어느 사회나 아름다운 것만을 담을 수 없다. 이 책 또한 아름다운 것만은 담지 않았다. 시대의 얼굴인 건축을 담기 위해서는 우리의 치부도 들어내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은 말없이 보여주고 있다.

제1부에서는 개항 이후의 우리의 근대사와 근대건축물을 연대기적으로 다루고 있다.

제2부에서는 역사상 우리와 밀접한 관련을 맺었던 심양과 부산의 왜관 그리고 가톨릭 역사 외에도 숱한 근대사의 상흔을 간직하고 있는 해미읍성을 소개하고 있다. 고구려와 발해시대에는 중심도시이면서 병자호란 때는 우리 조선인이 인질로 끌려갔던 곳, 심양은 지금 우리 모두의 기억에서 잊혀진 곳이다. 또한 외교상 조선과 일본과의 교류를 위해 이 땅에 설치된 뒤, 일제의 조선침략 때까지 서울과 부산 등을 중심으로 존치되어 왔던 왜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특히 부산 도시 발전의 핵이었던 왜관은 지금은 도시화되어 흔적조차 찾을 수 없음에 대한 저자의 안타까운 시선이 많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웠던 해미읍성에 얽힌 사연들을 얘기하고 있다.

제3부는 암울했던 조선 땅에 근대건축물들을 설계한 이방인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가톨릭 선교 사명을 띠고 조선에 와 명동성당 및 성당건축에 있어서 킹 볼트 역할을 했던 코스트 신부와 1890년에서 1910년대에 세워진 공사관 건물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영국공사관과 설계를 한 마샬에 대해서 그리고 기독교와 관련된 건축물들을 설계한 캐나다 건축가 고든 등 이 땅에 근대건축물을 세운 이방인 건축가 및 신부를 소개하고 있다. 이 3부를 통해서는 그동안 근대건축물 모두가 일제의 산물인 양 다루어지던 인식을 불식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제4부는 우리나라 최초의 공장건물인 번사창과 서울 한복판 덕수궁 안에 고종황제가 다과를 들며 음악을 감상하던 휴게소로 이용되어진 정관헌 그리고 복원과 철거 문제로 떠들썩했던 조선총독부 청사를 소개하고 있다. 준공부터 철거까지 약 70년 넘게 이 땅에 존재해왔으나, 지금은 철거되어 증거 인멸된 조선총독부 청사에 좀더 무게를 실었으나, 이보다 더 자세한 조선총독부 청사에 대한 기록은 없을 것이다. 이제는 사라지고 역사만 남아 있으므로.

제5부는 근대 이후 성장한 지방 도시들과 그곳에 남아 있는 혹은 사라진 건축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여기에 실린 자료들은 일일이 그 지방도시들을 찾아 조사한 것들이라 자료로서도 가치가 있다. 충청도와 전라북도가 맞닿는 접경지역에 위치해 있어 근대사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었으나, 점점 퇴락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 강경과 해송으로 둘러싸여 있어 천혜의 자연 환경을 지니고 있던 대천 외국인 수양관 그리고 점점 광역화되어 근대성을 찾을 수 없는 도시 대전과 목포·나주·광주 등 전남지역의 근대도시들의 상점가를 알아보았다. 특히 이 5부를 통해서는 일제강점기의 도심지의 건물들 대부분이 일본인들의 소유 건물로 알고 있던 인식을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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