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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재밌게, 맛있게, 행복하게
언덕 위의 하얀 집 이제 정말 치맨가 보다 내 좋지 않은 습관 덕분에 걷기란 잠자던 감성을 깨우는 것 어디가 많이 아프신가 봐요? 할머니도 소득세를 내세요? 도대체 남자들이란 Trekking 1. 산티아고 순례 길_ 예순여덟 할머니, 피레네 산맥을 넘다 책에 묻혀 사는 즐거움 병상에서 보낸 시월 아~! 대머리님, 안녕하세요?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박범신 문학 기차 여행 자식 사랑은 영원한 짝사랑 붙박이 가구 같은 영감, 그래도 있어야 해! Trekking 2. 지리산 화대종주_ 여덟 번째 지리산 종주에 나서다 2장. 지금이 딱 좋아 축복처럼 내린 함박눈 오래된 상처 빛바랜 추억 속 사진 두 장 자장면집 찾아 떠난 백 리 길 봄의 초대장 우리 가족만의 김밥과 김치 수제비 음, 바로 이 맛이야 장미 한 송이로 끝난 부부 싸움 Trekking 3. 네팔 히말라야_ 차마 그곳이 이리도 그리울 줄은… 나도 내 나이만큼 아프다 잘 늙은 절 화암사 이웃이 없다 늙은 가슴에 잔잔한 평화가 영화 ‘아무르’, 죽음에 대하여 나의 사전장례의향서 매일을 마지막인 것처럼 Trekking 4. 홍콩 4대 트레킹 코스_ 빛의 찬란을 따라가다 3장. 나는 아직도 꿈을 꾼다 날로 빛나는 울트라 냄비 15년째 새벽 운동 2시간 왜 이렇게 화가 나는 거지 서해의 보석 같은 섬, 굴업도 언니라고 부를게요 다이아 반지보다 꽃나무가 좋은 사람들 그냥 오지, 뭘 이런 걸 다 아무래도 당신 비서 하나 붙여줘야 할 것 같아! Trekking 5. 부탄과 북인도 다질링_ 시간이 비껴간 나라 두 며느리 이야기 꿈을 이루는 길은 어디에나 있다 다른 사람에게 마음의 은신처가 되어라 행복이 뭐 별건가 한겨울 밤의 꿀맛 미사보를 쓴 거리의 할머니 삶은 견디는 거죠 Trekking 6. 아이슬란드_ 신들의 정원 |
본명:황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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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을 타고는 빈자리가 있어 조신하게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맞은편에 앉은 아주머니가 나를 흘낏흘낏 자꾸 쳐다봤다. 속으로 ‘내 옷차림이 그래도 괜찮아 보이나?’ 하면서 흐뭇해했다. (내가 이렇게 좀 유치하고 속물스럽다!) 그런데 예술회관역에 전철이 멈추자 이 아주머니가 내리기 전에 내 앞으로 오더니 “저, 옷을 뒤집어 입으셨어요!” 하는 거였다. 얼른 내 옷을 내려다보니 엄훠나! 옆에 ‘호칭90 제품취급시 주의사항’이란 표가 너덜너덜 붙어 있는 데다가 두 쪽을 맞대고 꿰맨 솔기가 어깨에서 옆구리까지 좌악 이어져 있었다. (중략)
이렇게 난 거의 멀쩡한 날이 하루도 없이 실수의 연속이다. 하루에 세 번 치과를 왕복하고, 옷을 뒤집어 입거나 짝짝이 신발을 신고도 모른 채 그대로 외출하기도 한다. 이만하면 치매 수준이 아니고 뭔가! 대가리가 나쁘면 몸뚱이가 고생이라고 했던가. 발한테 미안해서 못생긴 발이지만 쓰다듬어 주고 있다. 〈이젠 정말 치맨가 보다〉 중에서 사람들은 종종 내게 묻는다. “그 연세에 어떻게 지리산 종주를 하세요?” 그럴 때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나이만큼 저도 아픈 곳이 많아요. 툭하면 허리가 결리고 엉치뼈도 아프죠. 그럼에도 떠나는 거예요. 느리고 무겁지만 천천히 한 걸음씩 걷다 보면 마법처럼 도착지에 와 있어요.” 느린 걸음으로나마 나는 여행을 계속할 것이다. 무엇이든 겁먹지 않고 시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일흔다섯 할머니도 화대종주를 해낼 수 있다는 걸 보고 많은 분들이 용기를 내었으면 좋겠다. 〈Trekking 2. 지리산 화대종주〉 중에서 내가 마흔다섯이 되던 그해 겨울은 너무 추웠다. 남편은 사업 실패 후 집을 나가 소식이 끊기고, 남편 채권자들만 내가 근무하는 학교로 찾아와 행패를 부렸다. 나는 버거운 삶에 지쳐 희망도 잃고, 삶의 의욕도 잃었다. 겨울방학이 되자 어디든 떠나고 싶어 무작정 청량리역으로 나갔다. 어디로 갈지 정해진 곳도 없이 코트 주머니를 뒤져 돈을 모두 꺼내 들고 그 액수만큼 갈 수 있는 역을 찾았다. 제천까지 가보고 싶었지만 차비가 턱없이 부족했다. 왕복 차비가 되는 곳은 양평이었다. (중략) 마침 가방 안에는 편지지와 우표를 붙인 봉투가 들어 있었다. 편지지를 꺼내 남편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난 애들하고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 ‘용기를 잃지 말고 건강해라’ 같은 내용이었다. 그리고 말미에 사랑한다는 말을 썼던 기억이 난다. 남편 거처를 모르니 시댁 주소를 적어 역 앞 우체통에 넣었다. 한 달 남짓 지난 어느 날, 어둑어둑 땅거미가 퍼질 무렵 꿈결처럼 남편이 찾아왔다. 맨발로 달려 나가 부둥켜안았다. 실의에 빠져 행여 삶을 포기했을까봐 그게 가장 불안했는데 돌아와준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그날도 눈이 내렸다. 축복처럼 내린 함박눈 중에서 지금은 수술을 해 조금 나아졌지만, 나는 척추가 세 마디나 내려앉은 척추 협착증에다가 목 디스크까지 있어 오른쪽 어깨와 팔이 늘 저리고 아팠다. 치료를 받았지만 별 차도가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며칠 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집에 있어봤다. 그런데 집에 있으니 온통 신경이 아픈 데로만 가서 더 아팠다. 집에 있어도 아프고 나가도 아플 바엔 나가는 게 나았다. 밖에 나가 돌아다니는 동안은 통증을 좀 잊게 되니 말이다. 아프지 않아서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비명 지를 정도로는 아프지 않으니 견디면서 다니는 거다. (중략) 기분 나쁘게 아프긴 하지만 아직은 견딜 만하다. 견딜 수 있을 만큼 아프니 이만하기가 다행이란 생각도 한다. 비가 오니 안부 전화가 왔다. “비 오는데 어떻게 지내세요? 건강은 괜찮으시죠?” “네, 그냥 내 나이만큼 아파요!” 낭랑하게 말했더니 농담인 줄 알고 웃는다. 할 수 없이 그냥 나도 따라 웃었다. 아, 나 정말 아프다니깐! 〈나도 내 나이만큼 아프다〉 중에서 샤프픽은 높이가 468미터밖에 안 됐지만 해발 제로에서 시작하니 쉬운 산행이 아닐 것이었다. 게다가 출발 전 인솔자는 자신이 없는 사람은 올라가지 말고 아래서 기다리라고 언질을 줬다. 지금까지 단체 도보여행이나 등산을 할 때 A팀과 B팀으로 나뉠 경우 B팀으로 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고집 때문이 아니었다. 정상에 오르면 어떤 풍광이 보일지, 나 같은 칠십 대도 오를 수 있을지 늘 궁금했다. 난 궁금하면 직접 해보는 성격이니 올라가 보는 수밖에…. (중략) 바람은 세차게 불고, 가파른 산길에서 몸을 의지할 만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밤톨만 한 돌들이 길에 쫙 깔려 있어서 기다시피 올라갔다. 오르다 뒤를 돌아보면 파도가 일렁이는 코발트블루 빛 바다가 눈을 씻어주었다. 산들의 능선 위로 실 가닥 같은 길들이 이어져 아지랑이처럼 아른거렸다. 그러나 발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슬아슬하고 겁이 나서 발바닥이 저릴 지경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드디어 정상! 우리는 서로 얼싸안고 정상에 오른 기쁨을 나눴다. 〈Trekking 4. 홍콩 4대 트레킹 코스〉 중에서 비교적 넉넉한 삶을 살게 된 지금도 견딜 게 참 많다. 싫은 사람을 만나는 일, 이상하게 돌아가는 세상사들, 가까운 이들이 주는 상처들, 더구나 나이 들어가니 지병도 늘어간다. 지병은 죽는 날까지 짊어지고 견뎌야 하는 고통이다. 이처럼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견디는 일이다.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도 추위와 더위, 비바람을 견뎌냈기에 꽃을 피울 수 있는 거다. 국토종단과 해안일주를 할 때도 비상식량은 바닥나고 주린 배로 숙소조차 찾지 못해 밤길을 걸으며 두려움에 떨었다. 발바닥이 부르트고 무거운 배낭 때문에 너무 힘들었지만 참고 견디었기에 완주할 수 있었다. 주변을 돌아봐도 모두 나름대로 ‘견디며’ 살아간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사람은 ‘견딤’을 통해 성숙해지는 것 같다. 다만 기억해야 할 것은 희망을 가지고 모든 걸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때 견디는 것이 한결 수월해진다는 것이다. 힘들어도 억지로라도 웃다 보면 정말 그 한순간이 행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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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할머니도 하는데 나라고 왜 못 하겠어?”
밤 새워 소설책 읽기, 좋아하는 작가 강연회 찾아다니기, 영화관에서 영화 4편 연이어 보기, 매일 새벽 6시부터 헬스장에서 2시간 동안 운동하기, 개인 블로그 운영하기… 75세 할머니의 일상이라곤 믿기지 않는 일들이다. 더 놀라운 건 이런 것들은 그저 취미생활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본업은 도보여행가. 65세에 800km 국토종단을 시작으로 전국의 길을 샅샅이 걸었고, 50대 이후 50여 개국의 길을 밟았으며, 올해까지 무려 여덟 번이나 지리산 종주를 완주했다.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팔자 좋고 체력 좋은 할머니려니 생각하지만, 쉰이 넘어서야 빚을 청산하고 겨우 자신의 인생을 살기 시작했고 예순에야 운동을 시작해 기본 체력을 다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옷을 뒤집어 입거나 짝짝이 신발을 신고 외출을 하고, 가스 불을 잊어 집에 멀쩡한 냄비가 없을 정도로 심각한 건망증 환자다. 또 몸도 일흔다섯 나이만큼 아파서 척추 수술까지 했고, 비명 소리만 내지 않을 뿐 늘 기분 나쁘게 아프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렇게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 않거나 실은 그보다 못한 면조차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남들과 다른 왕성한 호기심과 열정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처음에는 ‘저 나이에 어떻게 저렇게 살 수 있을까?’ 하던 의문이 나중에는 ‘저 할머니도 하는데 나라고 왜 못 하겠어?’ 하는 용기로 바뀌게 된다. 하고 싶은 걸 그냥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 책 속에는 저자가 적지 않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깨달은 삶의 교훈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둘러보면 참 견뎌야 할 것들이 많은 세상이지만, 희망을 가지고 모든 걸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때 견디는 것이 수월해진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달려가기보다,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고 즐겁다’,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건강이 첫째다’ 등 삶의 순간순간을 즐겁게 살아가기 위해 우리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다시금 되짚어준다. 100세 시대, 한 가지 목표만을 향해 달려가기에는 너무나 긴 시간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미 30대 때부터 인생 후반을 위한 두 번째 직업 찾기에 고심한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즐거움’으로 채워져야 할 우리들의 인생은 ‘고통’으로 얼룩지기 일쑤다. 이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때다. 저자의 말처럼 목표만을 향해 달려가기보다 일단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삶을 살아보면 어떨까? 일흔다섯, 나는 아직도 꿈을 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