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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메론
10일의 축제 100개의 이야기
구윤숙
작은길 201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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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책머리에: 보카치오, 이야기의 숲에서 길을 내다

1장 보카치오와 그의 시대
<데카메론>, 너는 누구냐
죽음과 이야기: <아라비안나이트>와 <데카메론>
중세의 두 얼굴
삶이 된 이야기, 이야기가 된 삶
<데카메론>, ‘넘버 쓰리’의 버려진 이야기

2장 이야기, 죽음과 축제의 시간
서막, 1348년 페스트
차펠레토 : 죽음 앞에서 선 거짓말쟁이 (Ⅰ, 1)
기스문다 : 난 떠나니, 모두들 안녕히 계세요 (Ⅳ, 1)
안드레우초 : 죽기엔 너무 어리석은 (Ⅱ, 5)
메멘토 모리!, 삶의 찬가
3장 종교, 성과 속의 이중주
성 프란치스코회 : 가난한 이들의 밀고자 (Ⅰ, 6)
시골 신부 : 하느님의 은총으로 그대와 함께 있으려고 왔네 (Ⅷ, 2)
광장의 이야기꾼 치폴라 : 가브리엘 천사의 날개를 보여 주겠소 (Ⅵ, 10)
연옥에 간 틴고초 : 여기선 그런 건 죄도 아니라네 (Ⅶ, 10)
소녀를 만난 은둔자 : 내겐 악마가 있고 네겐 지옥이 있지 (Ⅲ, 10)

4장 에로스, 성(性)스런 그들의 불온한 라이프
마세토 : 수녀원에 간 사나이 (Ⅲ, 1)
리사베타 : 내 꽃병 훔쳐 간 그 나쁜 사람은 누구인가 (Ⅳ, 5)
기타 부인 : 동네 사람들, 내 남편 좀 보소 (Ⅶ, 4)
치모네 : 짐승 같은 그 남자의 변신 이야기 (Ⅴ, 1)
필리파 부인 : 남편에게 주고도 남는 그것을 개에게라도 던져 줄까요 (Ⅵ, 7)

5장 봉건 사회, 왕과 기사의 액션 로망스
페데리고 : 기사도 로망스,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Ⅴ, 9)
로도비코 : 궁정 로맨스, 풍문으로 들은 그녀 (Ⅶ, 7)
루지에리 : 기사, 비정규직 이주 노동자 (Ⅹ, 1)
샤를 1세 : 왕, 자기 욕망을 지배하는 자 (Ⅹ, 6)
나탄 : 귀족적인, 너무나 귀족적인 이방인 (Ⅹ, 3)

6장 민중, 역설과 유머의 달인
유대인 아브라함 : 기꺼이 부패한 기독교의 신자가 되겠소 (Ⅰ, 2)
요리사 키키비오 : 학의 다리는 하나요 (Ⅵ, 4)
바론치와 조토 : 명성에 대한 유쾌한 진실 (Ⅵ, 6) (Ⅵ, 5)
부팔마코와 브루노 : 식객의 판타지와 변신술 (Ⅷ, 9)
의사 시모네 : 속임수, 공생의 기술 (Ⅸ, 3)

7장 너의 서사를 발견하라
백 번째 주인공 그리셀다 : 그녀의 순종이 수상하다 (Ⅹ, 10)
다시 말하는 옛이야기, 질문을 품다
어느 이야기꾼의 간증 : “이야기가 나를 살렸습니다.”
이야기하기, 삶을 가꾸는 기예

부록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데카메론> 원목차
조반니 보카치오 연보

저자 소개

저자 : 구윤숙
정사년(丁巳年), 불기운 뜨거운 해에 머리 위가 복잡한 김포공항 근처에서 태어났다. 내가 세상에 나왔을 때 나를 위해 준비된 이름이 없었다. 부모님은 한 달 동안 고심한 끝에 당시 가장 유명한 여성 작가의 이름을 빌어 정해 주셨다. 그 바람에 이름은 해방 전 분위기가 되어버렸지만, 또한 그 덕분에 남산강학원에서 글 쓰고 강의하는 즐거움을 누리면서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작년까지 13년간 초등학교에 교사로 있으며 바른생활부터 실과까지 과목을 가리지 않고 가르치는 일을 즐겼다. 연구실에서도 공부하는 사람들과 밥해 먹으며 미술사, 동양고전, 서양철학 등을 횡단하며 세상 1%에게만 주어진다는 공부의 복을 맘껏 누리고 있다.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상대를 가리지 않고 배우고 가르치는 일을 평생의 수행거리로 삼으려 한다. 함께 지은 책으로 『인물톡톡』, 『고전톡톡』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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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12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434g | 150*215*18mm
ISBN13
9788998066055

책 속으로

첫째 날은 저마다 하고 싶은 주제로 이야기하는 ‘혼돈의 날’이라면, 둘째 날은 기대 이상의 달콤한 결실을 얻는 ‘행운의 날’이다. 셋째 날은 무척 열망하던 것을 교묘한 수법으로 손에 넣거나, 잃었던 것을 다시 찾는 ‘전화위복’의 날이라면, 넷째 날은 사랑으로 인해 불행한 결말을 맺는 ‘슬픔의 날’이다. 그러다 아홉 번째 날이 되면 나름대로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이야기를 자유롭게 하는 ‘혼돈의 날’이 다시 찾아온다. 마지막 날인 열 번째 날엔 관용으로 일을 아름답게 마무리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 p. 27

<데카메론>의 이야기들은 종잡을 수가 없다. 차펠레토의 고해에는 눈물과 웃음, 진실과 거짓이 함께 있고, 기스문다의 유언에는 신분사회에 대한 날선 비판과 사랑의 열정, 그리고 그 모든 것에 대한 초연함이 함께 있으며, 안드레우초의 하루엔 똥과 주교의 루비반지가 함께 있다. 이렇게 온갖 이야기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까닭은 서두에 놓인 페스트 때문이다.
--- p.76

“자, 그런데 말이야, 벨콜로레! 나를 이런 식으로 그냥 죽게 만들 셈인가?”
벨콜로테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습니다.
“어머, 신부님! 제가 뭘 어쨌는데 그러시죠?”
“어쨌다는 건 아니지만, 내가 원하고 하느님께서도 명하신 걸 극구 마다하니까 하는 소리네.”
“아유! 어서 빨리 돌아가세요, 어서요! 아니, 신부님들도 그런 일을 하시나요?”
“당연히 우리가 다른 남자들보다 더 잘하지! 왜 그러면 안 되나? 좀더 말해 줄까? 우리는 그쪽 일에 비책을 갖고 있다네. 왜인 줄 아나? 우리는 모아 놨다가 빻거든. 그건 그렇고, 솔직히 내게 말해 봐. 자네, 뭐 필요한 게 있는데도 말을 못 꺼내는 거 아닌가. 그냥 얘기해 보지 그러나. [중략] 신발? 비단 리본? 아니면 고급 양털로 만든 허리띠는 어떤가? 뭐가 갖고 싶은가?” (여덟 번째 날, 두 번째 이야기)
--- p.90~91

그런데 그녀의 이름이 ‘베아트리체’,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다. 맞다. 보카치오가 죽을 때까지 숭상했던 단테의 그녀다. 단테가 스치듯 한 번 보고도 사랑에 빠져서 엄청난 찬양을 쏟아내게 한 여인. 단테는 그녀를 『신곡』에서 자신을 천국으로 이끄는 가이드로 삼은 바 있다. 베아트리체는 그런 마성을 지닌 여자들의 이름인가 보다. 그러나 ‘인곡’이라 불리는 『데카메론』의 그녀는 좀 다르다. 일단 그녀는 천국이 아니라 ‘성지순례를 다녀오는 기사들’의 수다 속에 등장한다. 순례자와 기사, 한쪽은 신앙심으로, 다른 한쪽은 충성심으로 가득했을 것 같은데 실상 그들이 풀어 놓는 이야기가 ‘미인열전’이었다. 그 이야기에 ‘귀족의 예의범절’을 잘 갈고 닦은 청년 로도비코가 빠져들었다.

--- p.188

출판사 리뷰

르네상스 인문주의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받는 보카치오의 대표작
르네상스 최고의 걸작이자, 가장 완벽한 이탈리아 고전산문의 본보기
단테의 『신곡(神曲)』에 비견되는 『인곡(人曲)』
세계문학사상 『데카메론』만큼 모방, 변형, 표절된 작품은 없다

<데카메론>, 그 명성의 처음과 지금

이처럼 뜨르르했던 명성도 이제는 쪼그라들 대로 쪼그라들고 말았다. 같은 하늘 아래 숨쉬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데카메론>이 어떤 책이냐고 묻는다면 열에 아홉은 무슨 책인지 모를 것이며, 단 한 명 정도만이 ‘야한 고전’이 아니냐고 반문하듯 대답할 것이다. 하기야 책이 출간된 해가 1353년이니까 오래되어도 참 오래되었다. 또 백 편의 이야기를 엮었다고 하니, 피렌체의 어느 골목골목에서 뒹굴던 옛날 이야기들을 ‘고전’이랍시고 읽어야 하느냐는 항변도 충분히 수긍할 만하다. 그런데도 <데카메론>이 고전의 반열에서 제외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이 책의 저자도 같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가 처음 가졌던 <데카메론>에 대한 인상기를 먼저 들어 보자.

<데카메론>은 전혀 성스럽지 않았다. 14세기 단테를 잇는 이탈리아 문학의 거대한 별 보카치오가 썼다지만, 결코 고상한 책이 아니었다. <데카메론>의 등장인물들은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진탕 울다가 진한 농담을 건넨다. 심지어 페스트가 온 도시를 휩쓸어 죽음이 연일 눈앞에 보이는데도 이야기하고 노래하고 춤춘다. 왜 이러는 걸까? ― ‘책머리에’ 중에서

그럼에도 그 서막은 예사롭지 않았다

하느님의 아들이 태어나신 지 1348년이 되던 해,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도시인 피렌체에 치명적인 흑사병이 돌았습니다. [중략] 병에 걸린 환자와 감염되지 않은 사람이 섞여 있으면 그 병은 불이 마른 장작이나 기름종이에 확 옮겨 붙듯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습니다. 더 끔찍한 상황도 있었습니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환자와 말을 주고받거나 접촉하기만 해도 이내 감염되어 전염된 사람들처럼 똑같이 죽어갔습니다. 뿐만 아니라 환자가 입었던 옷이나 그 밖의 물건들에 닿기만 해도 병이 옮겨 가는 것 같았습니다. ― ‘첫 번째 날’ 중에서(본문 45쪽)

야하고도 웃긴 이야기들을 모아 엮은 책의 서두가 유럽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1348년의 페스트 대참사’에 대한 생생한 보고로 시작되리라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페스트의 참상은 원전에서 꽤 여러 페이지에 걸쳐 소상히 묘사된다. 혹자는 이를 두고 “‘리얼리즘 문학의 시작’, ‘생생한 르포르타주(기록문학)’라고 찬사를”(47쪽) 보내기도 했는데, 저자 구윤숙은 이 장면에서 무언가를 감지해낸다. 이상하다. 페스트는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 축제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이야기의 발단이 반드시 그 사건일 필요는 없지 않나. 죽음과 이야기, 혼돈과 축제라는 극단적 대비. 이는 단순한 ‘르포’가 아니다. 보카치오가 순수한 기록자를 표방하는 이면에 감춘 단 하나의 ‘창작’ 의도가 있다면 바로 이것일 것이다. 후자를 위해 전자를 준비시켜야 한다는 의도. 이야기 축제를 위한 혼돈!
저자는 이 구도를 파악하고 나자 보카치오의 증언들에서 매우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흑사병은 무차별적인 죽음을 의미한다. 선한 자와 악한 자, 기독교와 이교도, 성직자와 민간인,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지 않는 무자비한 평등. 죽음은 목숨만을 앗아가지 않았다. 신의 진리, 인간이 지켜온 법과 제도, 이웃 간의 신뢰와 사랑, 우정…… 등 거의 모든 비물질적 가치들도 모조리 사라지게 만들었다. 그야말로 문명 이래 일찍이 본 적 없던 혼돈의 사태를 맞이한 것이었다.
한낱 옛이야기 모음집에 지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데카메론>이 근대소설의 첫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개인’이 중시되는 근대문학의 시작으로 거론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카치오는 실재했던 역사적 사건을 끌어들여 완전히 새로운 지대가 열릴 무대로 삼았다. 그리고 그 무대 위에 저마다 다른 개성을 가진 열 명의 주인공을 세워 그를 대신해 이야기하도록 기획했기 때문이다.

열흘간의 이야기 축제

원작의 시간적 무대는 열 명의 주인공들이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에 모이는 화요일로부터 두 주 뒤의 화요일까지 열닷새 동안으로 설정되어 있다. 주인공들은 <데카메론> 전체에서 두 번째 날이 되는 수요일에 피렌체 교외의 별장을 찾아간다. 그러니까 이날이 이야기 축제의 첫날이 된다. 기독교 관례에 따라 주의 수난일인 두 번의 금요일과 주일 전날인 두 번의 토요일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쉬기 때문에 열흘 동안의 이야기가 된다.
열흘 동안 이어지는 백 가지 이야기. 부록에 실린 원목차를 보면 날마다 달라지는 이야기 주제를 일목요연하게 일람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원작을 구성하는 백 편의 이야기 중 스물네 편을 선별하여 죽음(2장), 종교(3장), 에로스(4장), 중세의 왕과 기사(5장), 민중의 삶(6장)이라는 다섯 개의 주제 아래 묶었다. ‘이야기들을 엮은 이야기책’이라는 원전의 면모를 잘 살리기 위해 저자 역시 보카치오처럼 구성진 입담을 지닌 이야기꾼으로 거듭나기 위해 애쓴 흔적이 책 곳곳에 스며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독자들은 원전에 담긴 이야기들의 해학과 함의를 온전히 맛볼 수 있다. 원저자인 보카치오와 그가 살던 시대를 이해하고, 원전의 구성과 내용을 조감할 수 있도록 돕는 저자의 해설, 또한 원전을 찬찬히 읽어 오는 가운데 길어낸 고유한 사유의 자취까지 더해져, 빽빽한 이야기 숲을 이루는 <데카메론>을 완주하는 데 아주 좋은 동반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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