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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고불 맹사성의 옛집, 맹씨행단
2.안동 물돌이 마을의 대종가 양진당 3.서애 유성룡 선생의 고택, 충효당 4.멋진 내외담을 구조한 강릉 최씨댁 5.청빈한 선비의 삶이 깃든 정여창 선생댁 6.사람을 위한 집, 의병장 고경명 장군 종택 7.일류 도편수의 걸작, 해주 오씨 종가집 8.거북바위 위의 정자가 장관인 권충재 선생 종택 9.장대하고 당당한 살림집, 임청각 10.대선비의 기개가 담긴 김성일 선생 종택 11.예학의 거두 동춘당의 종택 12.후덕한 선비의 집, 윤증 선생 고택 13.큰 부자의 질박한 집, 정읍 김동수 가옥 14.둔덕 이씨의 종손 이웅재 씨댁 15.영일 정씨의 매산 종택 16.지리산 오미동의 유씨 종가, 운조루 17.서도의 대가, 추사 김정희 고택 18.법주의 본가, 경주 최부잣댁 19.억새로 이은 초가, 창녕 하병수 가옥 20.문짝으로 벽을 삼은 전주 최씨 해평파 종택 21.모래실 아흔아홉 칸 집, 해평 윤씨 종가댁 22.녹차 향내 그윽한 보성의 광주 이씨댁 23.강릉의 배다리 이씨 종가, 선교장 24.나주 샛골나이의 터전, 최씨댁 25.백제의 후손 천안 진씨댁 26.장려한 규모의 초가, 인촌 김성수 선생 고택 27.안국동의 해위 윤보선 선생댁 28.종가집 특유의 정서와 체온이 담긴 보은의 선씨댁 29.활달하고 미려한 집, 함열의 김해 김씨 파종택 30.지도 제작의 대가, 위백규 선생댁 31.넉넉한 농가의 풍요로움, 영암 최성호 씨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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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이 며칠 남지 않은 날 뜻밖에 하얗고 탐스러운 눈이 내렸다. 그날은 윤상구씨댁을 예방하기로 한 날이었다. 솟을대문을 열고 들어선 반듯한 안마당에도 눈이 쌓여있었다. 눈이 내리면 한옥은 아주 해맑아진다. 눈이 빛을 반사해 주기 때문이다.
해가 높이 뜬다. 내리비치는 볕이 기둥 밖으로 쑥 내민 처마에 걸리면 그늘이 드리우게 된다. 그래서 처마 밑은 어둡게 마련이나 눈이 내려 빛이 반사되는 힘이 강해지면 처마 깊숙한 곳까지 밝게 비추어서 집이 새로 단장한 새색시마냥 아주 산뜻한 맛을 지닌다. "원래 이 집은 120년 전에 민씨 성을 가진 멋쟁이 양반이 지으셨답니다." 상구 씨는 그렇게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집의 내력에 대한 설명이다. 한량이신 민씨 그분은 장안에서도 이름난 풍류남아인데 하도 멋이 도저해서 다들 '민 부처'라 불렀다. 그만큼 후덕한 분이기도 했다. 그 양반이 이 집을 짓기 시작하였다. 뛰어난 솜씨의 도편수에게 의탁하고 멋진 집을 지어 나갔다. 99칸의 고대광실을 경영한다는 소문이 고종에게도 들렸다. 수소문하라 하였더니 그만한 집을 짓더라는 복명이다. 고종은 노하여 민 부처를 소환해 추궁하였다. 대궐을 짓는다니 대역할 의사가 있느냐고 서릿발이 서게 하문 하셨다. 민 부처는 깜짝 놀란다. 그래서 솟아나야 하였다. 소신이 짓고 있는 집은 부처가 살 집이로소이다 하였다. 임기응변이긴 하나 적실하였다. 부처의 집이라면 절간이냐, 민 부처 자기가 살 집도 역시 부처의 집이 되는 것이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고종은 파안대소하고 말았다. ---pp.266~2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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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사람마다 진솔한 산천정기를 기탄없이 받기 위해 명당의 터를 골라 집을 앉혔다. 기슭이나 동부마다 경영된 대소의 사찰이나 관부, 학교나 살림집들이 저마다의 식견에 따라 명당의 터를 고르느라 애를 썼다. 이름난 지사가 잡았다고 해서 명당이라 기대하기도 하고, 짐승이 이끌어 우연치 않게 가보았더니 명당터가 바로 거기 있더라고 해서 집을 짓고 발복하기를 꿈꾸기도 하며, 신비한 이적에 따라 얻어진 터에 집을 짓고 장차 발복을 기대하기도 한다.
--- p.1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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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니뭐니해도 물돌이 마을에선 조선시대 선비들이 이룩해 놓은 문화를 탐색하는 일이 제일 가치가 있다. 마을 전체가 지니고 있는 금도(襟度,남을 받아들일만한 도량)를 느껴야 탐색의 길에 들어설 수 있다. 보는 깊이는 마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찾아 나선 사람의 수준에 있다. 그만큼 밖에 받아 들일 수 없기 대문이다. 자기만큼 보는 지경에서 끝나는 것이긴 하지만 깊이를 더해 가면 갈수록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물돌이마을에 깔려 있음을 터득하게 된다. 물돌이마을을 자주 찾아 다니는 까닭이 있다. 옛 어른들이 가시던 길이 거기로부터 어귀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벌서 땅거미가 졌다. 차분히 가라앉은 마을을 뒤로 두고 우리 일행은 속세를 향하여 차를 달렸다.
--- p.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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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감이 살아있는 종가집 답사기
'한국의 종가집'이라는 주제로 여러 매체에 연재되었던 글을 새롭게 묶어 편집한 책이다. 따라서 전국의 손꼽히는 종가나 명가를 선정해 직접 찾아가는 과정, 그 집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듣는 집안 내력, 또 한옥 전문가의 눈으로 찬찬히 돌아본 우리 옛 집의 아름다움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전달된다. 또 상태가 좋지 않았던 사진은 보충 촬영하고, 연재에서 빠졌던 종가나 한옥을 추가하여 더욱 짜임새 있게 꾸몄다. 이제는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우리 사회에서 종가(宗家)가 차지하는 무게감은 여전히 크다고 할 수 있다. 반면 그런 의미 부여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종가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지, 전통을 지키며 사는 종손들의 삶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들여다본 적은 거의 없었다. 신영훈 선생은 한옥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의 역사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옥이 발산하는 향기는 단순한 옛 건축의 향기가 아니라, 바로 그 집을 가꾸고 지켜온 사람들의 향기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단순한 옛 건축물이 아니라,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을 본다는 데 있다. 궁궐이나 사적지처럼 안내문을 보고 상상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살림을 하고 있는, 그래서 삶의 훈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한옥의 모양새를 요모조모 살펴보는 것이다. 한옥을 보는 재미는 남다르다. 처음 볼 때는 다 똑같은 집인 것 같지만, 지식이 조금씩 늘어갈수록 무궁무진하게 많은 한옥의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사람이 살고 있는 한옥을 방문하면 그 놀라움은 더 커진다. 비로소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한옥은 똑같은 집이 거의 없다. 맞춤 집이기 때문이다. 그 집에 사는 사람의 몸에 맞게 방의 넓이와 천장의 크기를 정하고, 그 사람이 하는 일을 고려한 구성이기 때문에 옛 집은 곧 그 집안의 역사를 대변한다고도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신영훈 선생을 따라 앞마당으로 뒤꼍으로 고샅으로 사랑채로 이리저리 다니다보면, 이 집이 왜 이렇게 지어졌는지, 이 집의 어떤 부분이 아름다운지 비로소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런 깨달음이 늘어갈수록 집구경은 점점 재미있어진다. 신영훈 선생의 사진 작업은 늘 김대벽 선생이 맡는다. 글에서 천장의 가구 구조법을 언급하면, 어김없이 생생한 사진이 따라붙는다. 웅장한 규모의 집안 전경을 찍기 위해 산을 오르거나 전신주에 매달리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기에 독자들은 그들과 함께 답사를 다녀온 듯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또 공부하는 이들을 위한 배려로 한옥 배치도를 첨가했다. 글이나 사진으로는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운 집의 평면을 그림으로 꼼꼼히 보여주기로 한 것이다. 평면도라고 하면 전문적이고 어려운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 그림들은 일반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린 것으로, 글과 그림을 맞춰가면서 읽으면 새로운 재미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