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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프롤로그 1부. 독서모임 첫날 다목적실 녹턴 크레센도 첫사랑 부재 무화과 문 틈별당 오리엔테이션 봄 편지 2부. 여섯 권의 책 첫 책 두 번째 책 세 번째 책 네 번째 책 다섯 번째 책 마지막 책 부록 - 독서와 글쓰기 독서와 독서모임 독서모임 운영 방법 독서의 끝, 글쓰기 에필로그 참고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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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적인 지방의 축적으로 몸은 울퉁불퉁 망가지고 파손된다. 그래서 생명이 소실된 몸은 다이어트라는 반작용을 일으킨다. 성공하면 사는 것이고 실패하면 죽는다. 정신도 같다. 정신이 살기 위해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정신 다이어트는 책 읽기다. 축 늘어지고 쭈글탱이 된 정신머리를 되살려야 하는 과업이다. 시간이 남아서 다이어트를 하는 게 아닌 것처럼, 독서는 없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해야 하는 당위다. 몸이 음식을 섭취하는 것처럼 정신은 책을 꼭꼭 씹어 먹어야 한다.
--- p.11 딸부자 외할아버지는 하루라도 빨리 딸들에게 짝을 지어 시집보내는 게 일생의 업이었다. 그전에는 절대 목숨줄을 놓지 못할 분이셨다. 그렇게 당신 여식이 꼴 보기 싫었을까, 외할머니에 대한 미안함이었을까, 아들 손자라도 보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을까. 어느 날, 허우대 멀쩡한 총각이 외할아버지 눈에 들었다. 과묵하지만 생활력도 있어 보여 제 식구는 굶기지 않을 터라 믿었다.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혼사를 치르자고 독촉했고, 한들거리는 코스모스 길을 따라 어머니는 서둘러 시집을 갔다... 집도 절도 없는 형편에 아버지는 당장 거처할 곳이 필요했다. 형님에게 부탁해 뒷간 가는 길에 비스듬히 버티고 있던 골방을 얻었다. 틈새마다 별이 보이는 집, ‘틈별당’이라는 현판을 달아야 할 처지였다. --- p.25~26 “좋은 시간이 될 거라 믿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독서는 혼자 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혼자 읽고, 느끼고, 만족하면 그만인데 굳이 경험과 느낌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합니다. 저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혼자 하는 독서는 단편적이고 맹목적으로 혼자만의 세계에 갇힐 우려가 농후합니다. 그런 점에서 함께하는 책 읽기를 통해 상대의 틀림이 아닌 다름을 수용하고 배려하고,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에 대한 이해의 폭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 p.31 어머니는 항상 나를 무르팍에 앉혀놓고 양손으로 내 볼을 쓰다듬어 주시며 귓속말하셨다. “천지간에 이렇게 이쁜 아들이 어서 나왔으까나?” 간지럽다며 손사래를 쳐도 환하게 웃으시며 그랬냐고 토닥여 주셨다. 어머니에게 나의 존재는 당신의 아들이자 무뚝뚝한 남편을 대신한 연인이었나보다. 이 세상의 모든 걸 다 합해도 우리 아들보다 귀하지는 않다고 하셨다. 내가 나이를 제아무리 많이 먹어가도 여전하셨다. --- p.52 능소화는 한여름에 피어나는 꽃으로 기다림의 꽃이며 애절함의 화신이다. 그 임이 오실까, 혹시 모르고 지나가실까, 길가 담벼락을 움켜쥐고 피는 꽃. 기다림에 지쳐 사랑받지 못하면 통으로 떨어지는 꽃. 청록색이 어울리고, 황톳빛이 더 잘 어울리는, 혼자보다는 함께 있을 때 눈길이 가는 꽃이다. 내 마음에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호수 같은 여자를 닮은. --- p.68 땀을 흘리며 돌아온 막내 이모는 호박꽃 속에다 반딧불이를 집어넣고 노랑 꽃잎을 등갓처럼 만들어 실로 묶었다. 노란색 호박꽃 등 안에서 반딧불이 형광이 요동칠 때 은은한 달빛처럼 노랗게 반짝인다. 예쁜 호박꽃 등이 되었다. “아따, 요거시 배불뚝이 언니처럼 이쁘구먼.” 막내 이모는 요리조리 만든 호박꽃 등을 틈별당 틈새 틈새마다 조심조심 걸었다. 어두침침했던 틈별당은 커다란 호박꽃이 되고 북두칠성처럼 반짝거렸다. --- p.77 사랑은 소실점으로 가서도 안 되고 자신을 향해서도 안 된다. 기꺼이 상대의 짐과 고통을 함께 짊어지는 비례적이고 상호적인 마음이어야 한다. 사랑은 내가 그녀에게 조건 없이 베푸는 것이지만 그녀가 그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녀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며 나의 사랑을 받을 자격도 없다.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우리의 독서모임이 일방적이 아닌 상호적이고 대칭적이고 비례적인 관계가 되기를 희망한다. --- p.91 그때까지도 겨울이었다. 아버지는 뜬금없이 봄을 가져왔다. 애꿎은 봄만 차가운 된바람에 오돌오돌 떨어야 했다. 한참 아궁이에 불을 때도 구들은 뜨겁지만 얼굴은 시린 겨울, 한 이불속에 서로 몸을 새우처럼 구부려 달라붙어도 추운 겨울, 아버지는 새벽이면 봄이 얼어 죽을지도 모른다며 당신의 배 위에 올려놓고 주무셨다. 아버지 배꼽 안으로 파고드는 봄, 온기 한 점 없는 윗목의 발걸레마저 얼어붙는 한겨울 새벽이었다. --- p.94 2번 항목 ‘인상 깊은 문장 발췌하기’에서 허당 지은이 손을 들었다. “저는 읽다가 깜짝 놀란 부분이 있어요. ‘한번은 배가 파선되어 한국 동해에서 2주일 동안 표류하다가 일사병으로 죽은 동료의 시체를 먹고 살았는데, 그 짭짤한 살은 햇볕에 잘 익어서 쫄깃쫄깃하더라는 얘기도 했다.’ 방랑자 호세 아르카디오가 이야기를 하는 부분인데 갑자기 한국 동해 이야기에서 빵 터졌습니다.” --- p.103 “다음은 그림들을 보고 가장 고독해 보이는 그림을 고르는 문항입니다. 각자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그림을 통해 작품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문항을 만들고 싶었다. 취향 차이가 드러나는 흥미로운 문항이며 회원들의 관심을 끌어올리고 의미도 되새김질하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림은 1번은 에드워드 호퍼의 〈철학으로의 소풍〉, 2번은 앙리 제르벡스의 〈롤라〉, 3번은 조지 프레드릭 왓츠의 〈희망〉, 4번은 에드바르트 뭉크의 〈비명〉, 5번은 질리언 웨어링의 〈나는 절망적이다〉, 6번은 폴 델보의 〈외로움〉을 뽑았다. --- p.140~141 “두 소설(『테레즈 데케루』, 『금각사』)은 절대성을 욕망하지만, 규정 받는 순간 무의미의 허상으로 노출되고 의미를 상실합니다. 비상구는 두 가지밖에 없어 보입니다. 온전히 소멸시키든지, 아니면 또 다른 절대성에 자신을 의탁하든지. 그런 의미에서 소설 『테레즈 데케루』는 모리아크의 가톨릭 신앙을 전면에 등장시키는 매개체가 되는 것 같습니다.” 생각하지도 못한 결론이었다. 어렵지만 어렴풋하게 이면을 이해하는 순간이었고 함께 하는 독서가 이런 묘미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 p.171 사무실에서 쫓겨난 바틀비는 건물 앞에 앉아 있다가 경찰에 의해 투옥되지만 ‘투옥되지 않는 편을 선택하겠다.’라며 죽음을 맞이한다. 독자들은 당혹스럽다. “이유가 뭐지? 왜 그랬을까?” ‘하지 않겠다.’와 ‘선택하겠다.’에 모든 게 있는 듯하다. ‘하지 않겠다.’는 ‘있음’의 반대이며 ‘선택하겠다.’는 ‘강요’의 반대이다. ‘있음’은 일방적으로 주어진 것에 대한 반대이며 선택은 자유에 대한 확신이다. “더 이상 안 하는 편을 선택하겠습니다.”라는 말은 결국 고정관념과 차별이 가득한 이 세상 모든 기득권에 대한 저항이며 자유 선언이다. 그것은 생명보다 더 소중하다는 자기 고백이자 자기 확신이다. --- p.226~227 이 작품의 마지막이 눈물겹다. 온갖 고난을 겪고 처량한 신세가 된 살림은 메리를 만나고 피클 공장을 운영하며 파드마를 아내로 맞이한다. 만신창이가 된 살림의 행복한 엔딩이랄까. 1947.8.15 태어난 자정의 아이들, 그중에서도 살림과 시바는 선과 악을 표현하지만, 뒤바뀐 삶처럼 악이 선의 가면을, 선이 악의 가면을 쓴 어이없고 무의미한 이야기에 불과할 수 있다. 선과 악은 태동부터 전혀 다를 수 없고 일란성 쌍둥이처럼 뭉치고 섞여간다. 손바뀜이라는 말처럼 서로 다른 존재가 순환되는 존재의 또 다른 표현이다. 불교의 윤회 같은 삶이다. 인간은 참 슬픈 존재임을 이 작품을 통해 또다시 깨닫게 된다. --- p.240 독서모임은 대화를 통한 나눔이며 소통의 기본 단위이고 시작이다. 특정 시공간 속에서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만나고 같은 책을 읽고 다른 이야기를 나눈다. 지인들과의 진솔한 담화도 어려운 형편이고 보면 독서모임은 극도로 놀랍고 뜬금없이 요상한 일이기도 하다. 우리의 독서모임은 특정 쟁점에 관한 진위를 밝히는 게 아닌, 타인을 어떻게 대하고 어떤 방식으로 소통할 것인지에 대한 성찰에서 시작하여야 한다. --- p.253 발제문에 공을 들이는 데에는 회원들이 발제문을 보고 모임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을 소홀히 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 형식이 충실하면, 더 실속 있고 내실 있는 토론이 되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피드백을 받아보면, 회원들은 운영자가 소소한 부분까지 챙겨주기 때문에 발제에 맞춰 더 열심히 준비하게 된다고 말한다. --- p.269 모든 읽기의 종착점은 글쓰기이다. 읽다 보면 뭔가를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써보자니 막연하다.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까? 처음이라면 서평 쓰기를 권하고 싶다. 주제 없는 막연한 글쓰기보다는 책을 읽고 정리해서 서평을 쓴다면, 글쓰기뿐만 아니라 문해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된다. 잘 읽는 것이 잘 쓰는 길이고, 잘 쓰는 것이 또한 잘 읽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 p.275 어느덧 시간이 흘러 제2기 독서모임을 준비하고 있다. 유언처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고 싶다던 지은 씨의 눈빛이 떠오른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장편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제목만 들어도 소름끼치는 책이다. 혼자서는 읽기 어렵고 광활한 문장이 넘치는 소설, 20세기를 상징하는 대하소설이다. 저자 마르셀 프루스트의 평생의 역작이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 프루스트를 읽은 사람과 읽지 않은 사람만이 있다.” - 소설가 앙드레 모루아 나는 읽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기왕이면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고자 한다. 서로 의지하고 배우면 삶이 변하지 않을까? 완독한 후 우리는 파리로 훌쩍 떠날 것이다. 프루스트의 발자국이 스며든 곳을 찾아가는 여행은 또 한 번 책을 읽는 계기가 될 것이다. --- p.298~2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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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힙 시대에 만나는 단비 같은 책
독서인구가 줄어들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는 책 읽기를 즐기는 사람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 책의 저자도 그러한 사람들 중 한 명이다. 저자는 책 제목처럼 ‘책 읽는 동장님’이다. ‘우공의 책 읽기’라는 독서모임을 운영하면서 송파구청 동료, 주민들과 함께 열심히 책을 읽고 있다. 『책 읽는 동장님』에는 저자의 독서모임 경험이 응축되어 있다. 책을 읽다보면 실제 독서토론 모습을 생생하게 느끼게 되고, 독서모임 운영 방법, 발제문 작성 등 저자가 직접 체득한 독서모임 노하우들을 ‘내 것’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여러 특징을 갖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소설 형식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독자들에게 독서모임 운영 방법을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야기 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소설을 읽는 기분으로 가볍게 책장을 넘기다보면 자연스럽게 독서모임에 대해 알 수 있다. ‘가볍게’라고 표현하기는 했지만 ‘사랑과 고독’이라는 다소 거창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만큼 내용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는 점은 미리 염두에 두는 것이 좋을 듯하다. 독서모임 회원인 등장인물 여섯 명 ― 나이와 직업의 차이만큼이나 생각의 스펙트럼도 다양한 ― 의 ‘난상 토론’과 화자인 ‘나’의 생각, 서평 등의 형태로 『너무 시끄러운 고독』, 『백 년 동안의 고독』 등 고전 반열에 포함될 수 있는 여섯 권의 책을 심층 분석하고 있는 것도 이 책이 갖고 있는 주요한 특징이다. 이들 책은 처음에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저자의 뒤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책 속에 깊이 빠져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독자들은 책 속에서 16개의 QR코드와 마주치게 된다. 이것은 독자들을 위한 ‘깜짝 선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책 속에 소개된 그림과 책 표지들은 물론 『백 년 동안의 고독』 발제문을 바로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책 내용을 보다 잘 이해하고 독서모임의 핵심인 발제문을 어떻게 준비하면 되는지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어도 좋지만, 책에 소개된 독서모임 대상 도서를 먼저 읽고 나서 해당 부분을 읽는다든지, 혹은 여섯 권의 책에 대해 토론하는 내용을 먼저 읽어본 후에 해당 작품을 읽어보는 방식으로 접근해도 좋다. 독서모임 운영 방법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부록부터 읽어도 되고, 저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담긴 글들부터 찾아서 읽어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를 가져다줄 것이다. 이 책은 텍스트힙의 형태로나마 독서문화에 희망이 비치고 있는 시점에서 만나는 단비 같은 반가운 존재다. 우리의 독서 저변을 보다 확대하고, 독서토론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데 마중물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