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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제1부 흉터 있는 문장희망보름달어느 택배 노동자의 독백시인들이여하늘 멍아침에태양을 가리지 마시게어느 날새벽세상에 쉬운 일 있더냐세월이라는 것중년나룻배너는 내 친구황제 캠핑주말 농부일 년 열두 달푸른 별은 죽어 가는데부부흉터 있는 문장동백접시꽃 한 그루장가계판소리한여름 밤의 상상밤손님행복다짐사는 게 내 맘 같지 않지?친구 만나러 가는 길에우정선택의 시간들휴면의 시간단풍별제2부 강물처럼해별달낮달눈손산술또 달돈생물음악움트다노을꽃 보듯이손주 꽃경포의 달인연잘 가시게, 나의 가을콩나물시루 법칙가끔은 이럴 때 있습디다동자꽃느낌표고북일상에서딩동댕꽃너를 만나러 간다이런 사람명상개 팔자강물처럼추억의 간식화롯불제3부 목련꽃 그늘에 앉아강냉이고속도로서리꽃그리움어린 시골장독대시골집 마당의 사계백합꽃숲정이 친구들추억춘설꽃샘추위목련꽃 사랑홍매화선암사 매화봄맞이봄의 랩소디유월이 오면목련꽃 그늘에 앉아순백의 여인아봄꽃꽃 피는 봄동백해동(解凍)가장 작은 2월에게봄의 소리내 친구 동백봄기운에 기대어매화마을봄의 전령봄바람 불더니봄꽃이 지기로서니인연의 유통기한제4부 가을, 또 하나의 사색기다림9월이 오면가을 기도가을 독백가을에 쓰는 편지가을 단상가을, 또 하나의 사색가을 서정꽃 겨울에도 피더라겨울은 있다겨울 사랑무등의 겨울꽃눈 내리는 풍경함박눈 내린 아침눈꽃 사연계절이 흐르면아직은 한겨울아버지의 지게어머니의 손당신의 주름진 목에 스카프(Scarf) 하나어머니의 노래어머니 모신 날에어느 겨울날어머니, 그 위대함에 대하여그리움부모님 생각2월에 비가 내리면재미있는 인생이런 사람범종삶의 지혜인생의 길글을 쓴다는 것제5부 쉼어쩔 뻔했어?바람꽃별자리살아가는 일황량한 산하에서인생길휴식세상살이 인연으로사랑설렘연습 없는 삶우리 함께 가자목련이 피고 지면나이 듦에 대하여은퇴정년 퇴임마중물인생구월이 오면9월의 가을마디삶을 위한시간 여행가을에새길 나서며꽃이요 가시였다인생순리(人生順理)낙엽 인생쉼흉터지는 세월에 대하여또 하나의 선택서평 - 삶의 옹이로 빚은 존재의 향기(민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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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옹이로 빚은 존재의 향기민은숙 (시인, 칼럼니스트)정창식 시인의 시는 삶의 진솔한 층위를 통한 울림을 준다. 시인의 시어는 시간의 굴곡이 반죽하고 상처가 다져낸 밀도 높은 경험의 결정체다. 화려한 수사보다 삶의 본질에 가까워 조용히 스며든다.삶 속에서 건져 올린 온기『여백』의 시들을 살펴보면, 상처의 미학이 떠오름을 알 수 있다. 시인은 고통을 미화하지 않고 상처에서 우러난 그대로의 삶을 건너온 따뜻한 통찰로 골격을 세운 시를 구축한다. “매끄럽고 윤기 나는 시어”가 아니라, “고뇌와 아픔 속에서 길어 올린 흉터”가 있는 문장이 비로소 “향기로운 예술로 태어난다”는 시적 주체의 자각에서 시인이 추구하는 시적 정신의 뿌리를 엿볼 수 있다.매끄럽고 윤기 나는 시어(詩語)보다 인생의 길목 고뇌와 아픔 속에서 하나씩 길어 올린 흉터 있는 문장들은 아름답고 향기로운 예술로 태어난다.- 「흉터 있는 문장」 부분홀로 감내한 시간이 남긴 자국이 흉터라 할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아물었다 해도 내면에 고요히 머문 고통이 투영된 흔적이다. 우리는 이를 감추고자 하지만, 예술은 바로 그 자리에서 시작되며 상처의 깊이만큼 공명도 깊다. 시인은 이 흉터 위에 삶을 관통한 문장을 쓴다. 슬픔의 하소로 시간의 압력 속에서 숙성한 사유의 축적으로 빚은 존재는 향기를 입는다.내 몸속에 자라는 새파란 움들이어서 빨리 나가겠다고 발길질을 해댄다유리창에 부딪혀 내리는 봄봄은 솔잎에도 매달리고내 마음에도 꿈처럼 흐른다꿈처럼 이렇게 말이야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봄의 랩소디」 부분삶과 직면한 경험이 쌓이고 쌓이면 사랑이 되고, 희망이 차올라 마침내 하나의 경전이 되어가는 시의 진경을 선언하는 시적 주체는 고통을 곱씹되 절망으로 흐르지 않는다. 오히려 고단한 현실, 지나간 인연, 버려진 것들과 생의 무상 속에서도 봄을 기다리는 내면의 힘을 발휘한다. “봄”조차 매달려 희망을 희구한다.시간이 빚은 단단한 자세시적 주체는 밥 한 끼, 차 한 잔, 친구와의 단톡방이 고스란히 행복의 화소로 도출된다. 특별하지도 고귀하지도 않은 삶의 바닥에서 길어 올린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다. 「아버지의 지게」는 생계와 사랑이 무게로 직조된다. 후들거리는 두 다리가 짊어진 지게는 자식을 향한 사랑이자, 고단한 삶을 버텨낸 숭고한 아버지의 기록이다. 이러한 시적 태도는 시인이 삶을 대하는 절제된 시선에서 비롯된다. 환희조차도 조심스럽게 오직 낮은 시선으로 삶을 관조하는 자세로 임한다.눈 내린 겨울이면 시린 발 굴러가며땔감을 짊어지니 나뭇짐 아니던가등줄기를 타고 내리는 땀방울은아버지의 자식 향한 사랑이었네- 「아버지의 지게」 부분예행연습이 없는 우리의 인생은 “연습 없는 생방송”으로 시인의 시 세계가 지닌 주제 의식을 은근하게 드러낸다. 인생은 늘 초연이면서도 곧 본 공연이다. 시인은 이 말 속에 우리가 던지는 말 한마디와 하루하루가 얼마나 조심스럽고 귀중한지 일깨운다. 실패 또한 부끄럽지 않다. “어쩌다 잠 못 이룬 샛별에 얼마나 많이 그리움”을 잠재웠는지 계량할 수 없는 시간의 궤적은 모두 시의 재료이다. 수치가 아니라, 시로 품고 안아 더욱 따뜻한 숨결과 느슨한 숨으로 문장을 한 땀 한 땀 꿰매어 간다.오르라고 산이 있나내리라고 산이 있나굽이굽이 오르막 또 내리막바위랑 흙이랑나무랑 풀이랑인생마냥 그렇게 오래 쌓였나 보다- 「산」전문“오르라고 산이 있나 내리라고 산이 있나”는 혼잣말 같은 물음과 “눈보라 몰아치는 허허벌판에 서 있는 모습”에서 마주하는 겨울의 시편에서 조용히 웃고 있는 봄날의 ‘목련꽃 그늘’까지, 시인의 시는 계절의 흐름을 따라 삶에서 만난 시와의 접점을 절절하게 담아낸다. 아프고 버거운 겨울에도 시인은 굳건한 인내로 길을 낸다. 봄도 인생도 콩나물시루처럼 매일 정성스럽게 물을 부어야만 자라나는 것임을 노래하고 있다.상처를 언어로 꿰맨 시시인의 시편에서 뚜렷하게 감지할 수 있는 주제는 인연이다. “유통기한 없는 인연”을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은 속도와 소멸이 지배하는 시대에 던지는 조용한 반문이다. 스쳐 가는 관계 속에서도 마음을 품고 끈을 놓지 않으려 하는 현대 사회를 향한 제안이다. 때로는 관계가 끝나더라도, 마음만 품고 사는 것보다 진심 어린 소통에 무게를 두고 진술한다. 이에 빈자리는 누군가의 접근을 갈구한다. 그것이야말로 시의 본질이며 독자에게 건네고자 하는 가장 크고 따뜻한 선물이다.밀물 같은 인연들도 썰물 되어 떠났구나사람의 인연에 유통기한 표시 없건만식품들의 그것처럼 유통기한 있었던가- 「인연의 유통기한」 부분상처는 아파도 언어로 잘 꿰매질 때 시가 된다. 시는 치유이자 진술이다. 정창식 시인은 화려한 시적 수사보다 오늘을 간신히 살아내는 이들을 위한 조용한 위로를 건넨다. 시인의 시는 기억을 치장하지도, 희망을 과장하지도, 고통을 미화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 모든 것을 수렴하는 언어로 풀어놓는다. 흉터 위에 세운 시인의 시어는 향기롭다. 상처와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게 눈물에도 의미가 있고 상처에도 온기가 있다고 속삭인다. 그 온기야말로 시인의 시가 시작되는 발화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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