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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조선의 기반확립 위해 희생양이 되는 왕비들
ㆍ신덕왕후 강씨 ― 조선 최초의 왕비, 명예를 회복하다 ㆍ원경왕후 민씨 ― 왕자의 난을 성공으로 이끈 지략가, 조선의 여걸 ㆍ소헌왕후 심씨 ― 남편은 성군이건만 평생을 눈물과 한숨으로 ㆍ현덕왕후 권씨 ― 죽은 지 오십 년 만에 눈을 감다 II. 체계화되는 유교적 이념을 철저하게 실행하는 왕비들 ㆍ정희왕후 윤씨 ― 조선 최초 여성정치가로 국정을 다스리다 ㆍ소혜왕후 한씨 ― 여성교양서 《내훈》을 편찬한 지식인 ㆍ폐제헌왕후 윤씨 ― 내 아이가 보전되거든 나의 원통한 사연을 알려 주오 ㆍ폐비 신씨 ― 왕의 비(妃)로 십 년, 폐위되어 군(君)의 부인으로 살다 ㆍ단경왕후 신씨 ― 역적 가문의 딸, 왕비 된 지 7일 만에 폐위되다 ㆍ문정왕후 윤씨 ― 수렴청정으로 군주의 권력을 휘두르다 Ⅲ.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친정 가문과 함께하는 왕비들 ㆍ인순왕후 심씨 ― 왕의 탄생을 도운 왕비, 사림들의 정치시대를 열다 ㆍ의인왕후 박씨 ― 진정 살아있는 관음보살이었다 ㆍ인목왕후 김씨 ― 대군의 탄생으로 집안의 화(禍)가 시작되다 ㆍ폐비 유씨 ― 후세에는 왕비로 태어나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ㆍ인열왕후 한씨 ― 큰 세상을 꿈꾼 소현세자, 비운의 왕세자로 만든 어머니 ㆍ장렬왕후 조씨 ― 아들과 며느리가 죽었는데 내 상복이 중요하더냐! ㆍ소현세자빈 강씨 ― 세계화시대로 나아갈 준비가 된 여인, 사사되다 ㆍ인선왕후 장씨 ― 청나라 정벌을 조선 최대의 과제로 여긴 내조의 왕비 ㆍ명성왕후 김씨 ― 권력에 집착했지만 간절한 모정을 지닌 어머니 ㆍ인현왕후 민씨, 희빈 장씨 ― 폐위와 복위로 엇갈리는 비극적 운명의 두 여인 ㆍ인원왕후 김씨 ― 영조의 영원한 후견인이 되다 ㆍ헌경왕후 홍씨 ― 친정 변명과 억울한 인생을 호소하기 위해 쓴 《한중록》 IV. 국정을 주도하는 왕비들 ㆍ정순왕후 김씨 ― 여주(女主)임을 자처하며, 정권유지 위해 천주교도 학살하다 ㆍ순원왕후 김씨 ― 왕비 가문의 세도정치시대를 열다 ㆍ명성황후 민씨 ― 망국의 왕비, 조선의 국모 살해당하다 ㆍ순헌황귀비 엄씨, 정화당 김씨 ― 상궁 출신이라고 국모 노릇 못할쏘냐? ㆍ순명효황후 민씨 ― 종묘사직 위해 모든 슬픔을 속으로 삼키다 ㆍ순정효황후 윤씨 ― 마지막 국모로 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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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조 즉위년(1800) 문무백관들이 용상 아래 모두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용상에는 솜털도 가시지 않은 보송보송한 얼굴을 한 앳된 11세의 순조가 앉아 있었다. 순간 긴장된 분위기를 깨는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수렴 뒤에서 터져 나왔다.
“사람이 사람 구실을 하는 것은 인륜이 있기 때문이며, 나라가 나라 꼴이 되는 것은 교화가 있기 때문이오. 그런데 지금 이른바 사학은 어버이도 없고 임금도 없어서 인륜을 무너뜨리고 교화에 배치되어 저절로 금수와 같은 지경에 이르렀으며, 저 어리석은 백성들이 점점 물들고 어그러져서 마치 어린 아기가 우물에 빠져 들어가는 것 같으니, 이 어찌 측은하게 여겨 상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수령은 각기 그 지역 안에서 오가작통법(五家作統法)을 닦아 밝히고, 그 통 내에서 만일 사학을 하는 무리가 있으면 통수(統首, 민가의 우두머리)가 관가에 고하여 징계하여 다스리되, 마땅히 의벌(?罰, 코를 베는 형벌)을 시행하여 진멸하도록 하라.” 목소리의 주인공은 정순왕후 김씨였다. 그녀는 순조가 즉위하자 왕실에서 최고의 어른이라는 이유로 수렴청정을 시작했는데 이때 나이 56세였다. 그녀는 순조 즉위 초 정국 최대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사학에 대해 엄금한다는 명령을 내리고 있는 중이었다. 이는 마치 조선의 신분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순왕후 김씨와 뜻을 같이 하는 노론 벽파가 반대당인 남인들과 일부 노론 시파를 탄압하기 위한 구실이었다. 개혁군주 정조가 나라를 다스리는 동안 남인들은 하나의 세력을 이루게 되었다. 일부 남인들은 새로운 학문이자 종교였던 서학, 즉 천주교를 받아들였는데 이를 신서파(信西派)라 한다. 그리고 정조가 죽고 정순왕후 김씨가 수렴청정에 나서면서 사학을 뿌리 뽑는다는 명목으로 신서파를 공격했던 노론 벽파 중심의 정치세력을 공서파(攻西派)라 부른다. 정순왕후 김씨는 그 공서파의 가장 강력한 배후인물이었다. 정순왕후는 왕권과 다름없는 정치력을 행사하였다. 국왕과 똑같은 권위에 똑같은 방식으로 권력을 행사하여, 본인 스스로도 여주(女主), 여군(女君)임을 자처할 정도였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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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조선왕비 오백년사》 출간 이후 학계에서는 다양한 관점과 새로운 방법으로 조선시대 여성사를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국내는 물론 일본 대중들에게도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성과를 낳았다. 그래서 2010년 9월 일본 출판사인 〈일본평론사〉에서 《왕비들의 조선왕조》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어 지금까지 적지 않은 판매부수를 기록하고 있다. 한편 2011년 일본 방송국 NHK에서는 이 책을 바탕으로 조선시대 왕비들에 대한 이야기를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방송하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조선시대 여성사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과연 이러한 평가가 정당한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여성의 정체성을 새롭게 조명하려는 연구들이 계속하여 나오기 시작했다. 여성들이 국정에 참여했던 최고의 여성 정치권력이라고 할 수 있는 수렴청정에 대해, 이를 조선시대 정치운영의 형태로 새롭게 부각시키기도 하였다. 왕실 여성들에 대해서는 구중궁궐에서 암투나 일삼던 존재가 아닌 삶의 주체로서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러한 학계의 지대한 관심과 연구는 대중들이 조선시대에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역할이 되기도 하였다. 이번에 새로 전면 개정 증보된 《왕비로 보는 조선왕조》는 이러한 학계의 다각적이고 깊이 있는 연구와, 철저한 고증을 거친 내용을 실어 더더욱 충실하고 풍성하게 만들었다. 특히 조선 후기에 더 중점적으로 많은 이야기들을 새롭게 추가하고 보강하였다. 고종비 명성황후, 순헌황귀비 엄씨와 정화당 김씨, 순종비 순명효황후 민씨, 순정효황후 윤씨에 대한 연구 내용을 토대로 그동안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국정을 주도하는 왕비들에 관련된 사건과 일화들을 실어 내용의 깊이와 흥미를 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