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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3세 이나을 얼룩진 과거의 한 조각 7
1-1 13세 이나을 시간이 지나도 알 수 없는 일 31 2 23세 이나을 내 것이 아닌 인생의 전부 93 2-1 33세 이하영 우리는 시간 속으로 던져졌다 147 3 23세 이나을 어릴 때 잠시 가져본 소망 193 3-1 43세 이시우 유령 같은 우정에 기대어 207 4 23세 이나을 운명을 뛰어넘는 배우 237 4-1 53세 유진호 그런 날은 오지 않아도 253 5 23세 이나을 시간을 다 하는 것 279 5-1 73세 이소영 시간은 비밀스럽게 흐른다 295 에필로그 윤희재 335 작가의 말 3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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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내가 그 애의 머리에 달려 있던 그 붉고 빛나던 앵두 참을 잊을 수 있었을까.
--- p.18 나는 어떤 시간들이 아무리 기다려도 나한테 안 오는 것 같거든. 무한의 기다림.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아. 그러니까 나는 기다리는 역할을 맡은 거지. --- p.26 난 남들은 절대 가질 수 없는 경험을 우리 둘만 나누고 싶어. 우리 둘은 이걸로 영원히 묶일 수 있어. --- p.161 만약 그 여자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 여자라면 끝나지 않는 악몽을 어떻게 떨칠 수 있을까. 나는 손가락을 머리카락 사이로 집어넣고 거칠게 잡아 뜯었다. 머리가 터질 만큼 아팠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 여자가 되고 싶어 참을 수 없었다. --- p.187 그렇게 된다면, 나는 그때 그 시장 한구석에서 팔목이 저릴 때까지 솥을 휘젓던 시절로 돌아가는 게 아닐까? 나을이 찾아오기 전으로? 내 인생에서 한 치의 거짓도 없던 유일한 시절로? --- p.225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당신은 정말 나를 못 본 걸까? 혹 당신은 나를 속속들이 보았던 걸까? --- p.235 그것은 너무나 허술해 보였다. 진실이 아니었기 때문에 계속 헐거워 보이기만 했다. --- p.285 늘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 갈망하던 자리에 가벼운 새 마음이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오래 기다려온 그 마음을 나는 비로소 붙들었다. --- p.293 나도 마음이 가는 쪽에 인생을 걸어보고 싶었다. 진실이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을까. 속이고 속아가면서당신을 잃지 않고 지켜내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은가. --- p.3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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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펼쳐진 가능성 속에서
우리가 선택할 하나의 이야기 소설은 700:1의 경쟁률을 뚫고 윤희재 감독 영화의 주연 자리를 꿰찬 신인 배우 나을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앞으로 펼쳐질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는 것도 잠시. 그의 앞을 가로막은 것은 열세 살 그가 학교폭력을 저질렀다는 폭로 글이었다.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 떠올린 인물은 앵두. 머리에 달려 있던 붉고 빛나던 앵두 참이 특징적인 아이였다. 당시에 괴롭히던 것도 모자라 왜 이런 짓을 벌이는 것일까. 고민하던 사이 더 깊은 곳에서 또 하나의 이름이 끌어올려진다. 시우. 열세 살에 전학 온, 나을이 배우를 꿈꿀 수 있게 만들었던 친구. “나 정말 네가 좋아. 그러니까 네가 다 거짓이라고 해도 나한테는 진짜야.” 잠시 말이 없더니 시우가 내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진짜? 내가?” (……) “네가 이렇게 다정한데 가짜일 리 없잖아. 그러니까 나한테 너는 진짜야. 진짜 친구.” _84쪽 그렇지만 우리의 인생은 뒤집혔다. 마치 나을이 자기 인생을 나에게 준 것처럼, 나는 그 애의 미래를 입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정말로 나을이 나에게 그것을 주었기 때문일까? _209쪽 그 이름을 들은 윤희재 감독이 직접 그를 찾으러 가자고 제안하며 이야기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 겹겹이 싸인 베일이 걷히고 보이는 진실을 마주하게 되면 우리는 그저 시우와 한주를 시나리오 속 인물의 서사를 훔쳐 연기한 존재들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이 얻고자 했던 배역은 시나리오를 뛰어넘은 지 오래다. 그렇게 그들의 운명은 뒤섞이고 분열되며 오로지 자신이 원했던 꿈으로 나아갈 뿐이다. 정해진 운명마저 바꾸어내려는 그들의 열망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인물들에 이입하고 응원하게 한다. “오랫동안 어두웠다가 드디어 밝아져 온전히 드러난 시간이 우리에게 도착해 있었다.” “어떻게든 살아 있기만 하면 되는 걸까요?” 백발의 남자는 잠시 뒷머리를 매만지더니 입가를 부드럽게 올렸다. “그런 거 아닐까요.” _332쪽 작품은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말하지 않는다. 그들이 살아낸 수많은 세계들을 보여줄 뿐이다. 아름다운 가능성의 세계에서 독자들은 기꺼이 헤메게 된다. 그들이 이루어내려는 것은 오직 자신들의 꿈이다. 꿈을 잃지 않은 자에게 세계는 열린다. 《모든 시간이 나에게 일어나》는 그런 이들을 가만히 기다리며 용기를 북돋아준다. 책을 펼칠 독자가 여기에 담긴 무수한 가능세계를 온전히 경험하기를, 그리하여 또 다른 미래를 향해 갈 수 있기를 바란다. 부디 그들이 펼칠 페이지마다 아름다운 시간이 일어나길, 오지 않을 것 같은 순간에도 기다리면 반드시 그 시간들이 찾아오기를 소망한다. _작가의 말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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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현 작가의 《모든 시간이 나에게 일어나》에서는 기억 속의 삶, 실재하는 삶, 속이는 삶, 속아주는 삶, 누군가의 시나리오대로 살아가는 삶, 그러다 마침내 거기서 벗어나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삶, 이 많은 삶의 이야기들이 서로 갈라지고 만나며 무한히 큰 다중우주를 이룬다. 소설 속에서 사람들은 기억과 꿈, 상상 속에서 과거와 미래를 오가고, 시나리오대로 살아가길 원하면서 동시에 그것을 뛰어넘는 우연과 선택을 믿는다.
그런데 정말 우연의 일치인지, 이 소설을 다 읽은 밤 스페이스X가 무인 지구궤도 시험비행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언젠가 우리는 수백억 광년 떨어진 우주를 여행하겠지만, 그때까지도 인간의 내면 그 깊은 심해는 미지의 공간으로 남아 있지 않을까. 문득 나는, (우리들뿐만 아니라) 우주 비행사들도 이 소설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우리 안에 겹겹이 담긴 이야기의 우주를 여행하는 일은, 지구 밖 공간을 탐험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신비롭고 부드러우면서도 따뜻하고 경이로울 테니까. - 김희선 (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