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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싱크로나이즈드 바다 아네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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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순
난다 202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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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시의 무한한 가능성 = 김혜순
어떤 시인은 영원히 늙지 않는다. 한국 현대 시의 얼굴, 김혜순 시인이 3년 만에 난다시편 첫 권으로 신작 시집을 펴냈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발 없는 명랑한 귀신‘이 되어 경계를 넘어, 범주를 부수고, 자신의 세계를 새로 쓴다. 총 65편의 시와 편지는 하나같이 새로운 감각으로 번뜩인다.
2025.09.09. 소설/시 PD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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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시인의 말 005

1부


그리운 날씨 012
초저녁 015
싱크로나이즈드 말미잘 018
목덜미 020
쌍둥이 자매의 토크 022
쓰레기통이 있는 풍경 024

2부


흙흙 노래방 028
가을 031
결혼 034
바람의 그림자 036
미술관 카페테리아 038
배터리 케이지 040

3부


혼 몸 원 044
문신 새기고 싶어 046
마음이 하는 온갖 짓 048
알라모아나 050
새에 대한 집요한 생각에 사로잡힌 새 052
태어난 침대와 죽는 침대 054
나 있던 곳 056
시각령과의 동거 059
망상의 세계가 구축되는 방식 062
전국, 연합하고 싶지 않은 여자들 연합 065
샴이었어 삶 068
고백적 진술 모임 071
우울의 머나먼 끝 074

4부


몽골까지 갔어 078
빛의 마음 080
모든 종류의 슬픔 082
Astral Projection review 086
오르간 오르간 오르간 089
The Hen’s Scream 092

5부


깜빡 깜짝 윤회중 096
비명 철사 매미 098
벤조다이아제핀 100
끝없는 앰뷸런스 102
순교하는 나무들 104
만화경 세라핌 트리오 107
혀 110
오션 뷰 112
살림 차릴까? 114
백만 명의 뼈 116

6부


princess abandoned 120
노숙할머니음악인과의 대화 123
해파리 하우스 126
뺨에 닿는 손바닥 128
태안 설위설경 장엄구 130
얼음 밑에서 춤을 추듯이 132
아무것도 아니지만 아무것도 못하지만 134

7부


용접공과 조율사 138
하품과 기지개 사이의 우울증 140
더이상 거울에 비춰지지 않는 사람 142
납작한 세상은 부풀리면서 걸어야 해 144
흰 도살장 흰 가위 147
너에게서 깨끗해지는 법을 가르쳐줄래? 150
미술이 시각 중심에서
음악이 청각 중심에서
벗어나는 현상에 대해 152
마리나와 울라이 155
연인과의 타이틀매치 158
몸에서 나가는 연습 160
이제 우리집에 대해 말해줄게 162

8부


나는 늘 당신 심장을 바라보는 버릇 166
불면의 심포니 168
암컷 귀신 트라우마 170
까마귀 고기를 잡수셨나? 173
혼자 뒤돌아본 순간 176
저녁의 인형놀이 178

김혜순의 편지 181
Synchronized Sea Anemone - Translated by Mia You 185

저자 소개 1

대상을 주관적으로 비틀어 만든 기괴한 이미지들과 속도감 있는 언어 감각으로 자신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해온 김혜순이 시를 통해 끈질기게 말하는 것은 죽음에 둘러싸인 우리 삶의 뜻없음, 지옥에 갇힌 느낌이다. 그 죽음은 생물학적 개체의 종말로서의 현상적,실재적 죽음이 아니라, 삶의 내면에 커다란 구멍으로 들어앉은 관념적,선험적 죽음이다. 그의 세 번째 시집 제목이 『어느 별의 지옥』인 것도 우연은 아니다. 『어느 별의 죽음』은 세계의 무목적성에 대한 오랜 응시로 삶에 예정되어 있는 불행을 눈치채버린 이의, 삶의 텅 빔과 헛됨, 견딜 수 없는 지옥의 느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비관주의적
대상을 주관적으로 비틀어 만든 기괴한 이미지들과 속도감 있는 언어 감각으로 자신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해온 김혜순이 시를 통해 끈질기게 말하는 것은 죽음에 둘러싸인 우리 삶의 뜻없음, 지옥에 갇힌 느낌이다. 그 죽음은 생물학적 개체의 종말로서의 현상적,실재적 죽음이 아니라, 삶의 내면에 커다란 구멍으로 들어앉은 관념적,선험적 죽음이다. 그의 세 번째 시집 제목이 『어느 별의 지옥』인 것도 우연은 아니다. 『어느 별의 죽음』은 세계의 무목적성에 대한 오랜 응시로 삶에 예정되어 있는 불행을 눈치채버린 이의, 삶의 텅 빔과 헛됨, 견딜 수 없는 지옥의 느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비관주의적 상상력이 빚어낸 시집이다. 그의 시 세계는 일상적이고 자명한 것의 평화와 질서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의 의식을 난폭하게 찌르고 괴롭힌다. 김혜순 시인은 시집 『날개 환상통』으로 미국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한국 최초로 수상하였다.

김혜순은 1955년 경북 울진에서 태어났다. 초등 학교에 입학할 무렵 강원도 원주에 이사해 거기서 청소년기를 보낸 그는 원주여고를 거쳐 1973년 건국대학교 국문과에 들어가 시를 쓰기 시작한다. 그는 1978년 「동아일보」신춘문예에 처음 써 본 평론 「시와 회화의 미학적 교류」가 입선하고, 이어 1979년 「문학과 지성」에 「담배를 피우는 시인」,「도솔가」등의 시를 발표하며 정식으로 문단에 나온다. 대학 졸업 뒤 「평민사」와 「문장」의 편집부에서 일하던 그는 1993년 「김수영 시 연구」라는 논문으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는다. 그는 1998년 '김수영 문학상'을 받음으로써, 낯설고 이색적이어서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하던 그의 시세계는 비로소 문단의 공인을 받는다. 2019년 캐나다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그리핀 시 문학상(Griffin Poetry Prize)를 수상했다.

김혜순 시의 착지점은 '몸', 그것도 해탈이 불가능한 '여성의 몸'이다. 해탈이 불가능한 몸에서 출발한 그의 시적 상상력은 때때로 그로테스크한 식육적 상상력으로까지 뻗친다. 이런 점에서 김혜순의 시를 "블랙유머에 바탕을 둔 경쾌한 악마주의"의 시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그는 자기 시의 발생론적 근거를 '여성'과 '여성의 몸'에서 찾는다. 이에 대해 그는 "식민지에 사는 사람은 절대 해탈이 불가능하다. 여성은 식민지 상황에서 살고 있다. 사회학적 요인이 아니라 유전자에 새겨진 식민지성이 있다. 이때의 여성은 인식론적 여성이 아니라 존재론적 여성이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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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0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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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72.60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3.1만자, 약 1.1만 단어, A4 약 20쪽 ?
ISBN13
9791194171904

책 속으로

이게 나의 어느 순간의 일인지
네가 알아챘으면 좋겠어

나는 지금 아름다운 싱크로나이즈드 말미잘
물도 없는데
물속에 있는 듯

내 코에서 돋아나온 문어 같은 조갯살 같은 코끼리의 간 같은
널찍한 혀 같은
나는 식물도 동물도 어류도 파충류도 아니야

너를 감은 내 손이 갓 땅을 박차고 올라온 새싹 같고
너에게 기댄 내 머리가 커다란 꽃잎 같고, 아니야
한 대야 커다란 닭벼슬 같고

네게 노래 불러주면 나는 성별이 달라져
여자가 되었다가
남자가 되었다가 다시 여자도 남자도 아닌 자가생식의 성

너와 뒤척이면서 나는 인종이 달라져
레드 인종 블루 인종 핑크 인종
고음을 낼 땐 설치류의 얼굴이었다가
저음을 낼 땐 물에 사는 조류의 얼굴이었다가

내 몸에서 내 몸이 돋아나올 때
내 몸이 세상 전체일 때

이게 어느 순간의 일인지
네가 정말 알아챘으면 좋겠어

나는 명랑한 싱크로나이즈드 말미잘
내 몸에서 끝없이 돋아나는 천 개의 줄
물속인 듯 물 없는 공중에 일렁이는 기나긴 줄

이 줄로 아무것도 묶고 싶지 않아
아무것도 매달고 싶지 않아

나는 그냥 줄을 흔들고 싶어

나는 그냥 해삼 말미잘 문어 뱀장어 여자
내게서 솟아나는 수생식물을 내가 먹는 여자

--- 「싱크로나이즈드 말미잘」 중에서

출판사 리뷰

뭉뚱그려진 세상을 끊임없이, 일순에 중심을 쪼개어보는, ‘없음, 죽음’의 칼, 그 바순 것 속에 편재하는 생명. 시 속의 웃음은 네모지고 딱딱한 현실에 구멍을 뚫고자 한다. 삶 속에 죽음이, 죽음 속에 삶이 있는, 부재하나 존재하게 된 ‘삶/죽음’의 미끄러짐. 엉기고 번지고 함께하는 삶. 죽음은 끝이 아니기에 삶도 시작이 아닌, ‘아닌’ 것의 한가운데에서 씌어지고 불리어져서 들리어(lift up) 있는 것(『김혜순 죽음 트릴로지』). 그에게 시는 한사코 나이면서 나와 다른 것, 나 아닌 것, 낮고 분열되고 작은 사람들을 향해 가는 ‘하기’의 작용, 도착이 가능한 어떤 세계가 아니라 도래해 있었으나 알 수 없었던 것, 분자적이면서 연결망인 그 도정에 있는 감응이다(『여자짐승아시아하기』). 시인에게 유머는 웃음으로 고통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유머는 무거운 것들 속에 숨어 있는 구멍을 알아보는 눈. 무거운 것, 그 어떤 고매한 것도 가벼이, 친근한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이 작은 칼날, 위트의 칼날은 어느 것이든 내동댕이칠 수 있다. 시인은 한 개의 물방울, 소립자 하나가 무한과 다르지 않은 그 우주에 선을 그린다. 밖과 안을 함께 아우르는 만다라와 같은 구조를 띠는 시의 틀. 시인은 동시적으로 그어지는 선의 무늬들, 파동들 속에 거주한다. 해석할 수 없는 이 세상. 세계라는 기호는 단번에 꿰뚫어야 한다. 시의 주체란 리듬으로 대체될 수 있어야 한다. 시의 주체란 그 집의 호흡, 맥박이어야 한다. 그에게 시인은 다양한 개인에게 숨쉴 수 있는 공간을 부여하는 자. 그 공간은 움직이며, 떠다닌다(『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은』). 리듬은 시인의 모국어. 리듬을 타고 가며 죽은 자들의 나라에서 온 투명한 공기를 한잔씩 마실 때마다 옷이 벗기고, 나이가 벗기고, 성별이 벗긴다. 시인은 시간을 묶었다가 풀고 다시 묶는 놀이 속에서, 죽은 자들의 나라에서 날아온 사자, 천사, 없음인 당/신을 연주하고 당/신은 ‘나’를 연주하는 리듬의 나라에 시간을 담근다. 있음으로 ‘없음’을 호흡하는 리듬, 있음과 없음의 길항 속에서 시는 파동으로 움직인다. 언어를 사용하지만 언어가 사라진 세계에서 시인은 언어의 음악을 듣는다. 단어와 단어가 만나는 파동으로 언어 속에서 수수께끼를 끌어내는 시를(『여성, 시하다』).

그렇게 김혜순 시인은 죽음이 끝이 아니기에 삶도 시작이 아닌 이항적 구조를 무너뜨리며 부재 속 존재, 없음 속 생명이라는 역설로 죽음과 여성성의 언어가 공존하는 자리를 만들어낸다. 그에게 없음, 죽음의 칼은 세계를 해체하는 도구가 아니라 뭉뚱그려진 중심을 쪼개서 새로운 생명을 드러내는 장치다. 김혜순 시인의 시에서의 죽음/없음은 소멸이 아닌 삶을 드러내는 통로가 되며 ‘아니’라는 부정(不定)은 다른 생명 가능성의 편재를 불러낸다. 시인에게 유머는 단순한 가벼움이 아니라 고통과 무거움을 뚫는 구멍으로서 현실의 경직성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감각을 가능케 한다. 밖과 안, 중심과 주변을 동시에 품는 원형의 구조로서의 만다라, 소립자와 물방울 하나가 우주 전체와 다르지 않다는 인식은 시적 주체가 ‘나’가 아니라 리듬, 호흡, 맥박이라는 살아 있는 운동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것은 해석하려고 하는 시선에 맞서 끈질기게 자체의 리듬과 무늬 속에서 존재하려는 시를 보여준다. 그것은 해석 불가능한 세계를 꿰뚫음으로 접속하게 한다. 싱크로나이즈드 말미잘은 그 자체로 흔들리고 파동하며 다른 존재와 공명하는 감각적 몸으로서 빛이 닿지 않는 영역, 생과 사의 경계에 가까운 죽음 같은 공간인 심해로 우리를 초대한다. 바닥 없는 바다는 그럼에도 독자적 생태계와 발광, 새로운 생명 양식이 편재하는 생성의 장소가 되며 ‘죽음 아닌/삶 아닌’ 것을 사는 공간으로 미끄러지게 한다. 고정된 경계와 중심이 없는 개체적이면서도 군락적인 말미잘은 하나하나의 촉수가 모여 리듬, 파동, 동시성 속에서 반응하는 존재다. 살아 있지만 죽음처럼, 죽어 있지만 삶처럼 보이는 집단적 유영은 ‘아닌 것의 한가운데’라는 개념을 새로운 차원에서 구현한다. 이들은 안과 밖, 죽음과 삶, 개인과 집단, 빛과 어둠의 경계를 동시에 품은 만다라적 존재들로서 인간의 언어로만 사유할 수 없는 세계에 구멍을 내고, ‘아니’의 상태를 체험하게 하는 통로가 된다.

출판사 난다의 새로운 시집 시리즈 난다시편. 시를 모아 묶어 ‘시편(詩篇)’, 시인의 ‘편지(便紙)’로 대미를 장식함에 이리 칭한다. 모든 것이 시의 대상이자 모든 말이 시의 언어로 발산될 수 있다는 그 정신과 감각으로 다양함과 무한함과 극대화를 추구한다. 캐치프레이즈는 “시가 난다winged poems”이다. 날기 위해 버려야 할 무거움과 가져야 할 가벼움을 생각한다. 날개 없이도 우리들 몸을 날 수 있게 하는 건 시가 아닐까. 사랑처럼 희망처럼 날개 없이도 우리들 마음을 날 수 있게 하는 건. 하여 해설 없이 발문 없이 온전히 시인의 목소리만을 담아내기 위한 그릇을 빚는다. 한 편의 시를 최적격의 역자와 함께 영어로 번역해 시집 끝에 싣는다. 그렇게 난다는 무한한 가능성의 말, 여기 우리들 시를 거기 우리들 시로 언어적 경계를 넘는 또하나의 재미를 꿈꾼다. 난다시편은 두 가지 형태의 만듦새로 기획했다. 일반 시집 외에 “손에 쏙 들어오는 시의 순간”이라 할 미니 에디션 ‘더 쏙’을 함께 선보인다. ‘난다’라는 말에 착안하여 디자인한 이 휴대용 시집은 어디서든 꺼내 아무 페이지든 펼쳐 읽기 좋다. 한정판 아트북을 염두하여 수작업을 거친 ‘더 쏙’은 소장할 가치가 충분하다. 시를 읽고 간직하는 기쁨, 시를 쥐고 스며보는 환희. 건강하게 지저귀는 난다시편의 큰 새와 작은 새가 언제 어디서나 힘찬 날갯짓으로 여러분에게 날아들기를 바라며.

내 몸에서 내 몸이 돋아나올 때
내 몸이 세상 전체일 때

이게 어느 순간의 일인지
네가 정말 알아챘으면 좋겠어

나는 명랑한 싱크로나이즈드 말미잘 _「싱크로나이즈드 말미잘」 부분

손에 쏙 들어오는 시의 순간
시를 읽고 간직하는 기쁨, 시를 쥐고 스며보는 환희

2025년 9월 5일 출판사 난다에서 시집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시를 모아 묶었음에 ‘시편(詩篇)’이라 했거니와 시인의 ‘편지(便紙)’를 놓아 시집의 대미를 장식함에 시리즈를 그렇게 총칭하게도 되었습니다. 난다시편의 라인업이 어떻게 이어질까 물으시면 한마디로 압축할 수 없는 다양한 시적 경향이라 말을 아끼게 되는 조심스러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시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또 모든 말이 시의 언어로 발산될 수 있기에 시인에게 그 정신과 감각에 있어 다양함과 무한함과 극대화를 맘껏 넘겨주자는 초심은 울타리 없는 초원의 풀처럼 애초부터 연녹색으로 질겼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은 단호함은 있습니다.

난다시편의 캐치프레이즈는 “시가 난다winged poems”입니다. 날기 위해 우리가 버려야 할 무거움은 무엇일까 생각했습니다. 날기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가벼움은 무엇일까 생각했습니다. 바람처럼 꽃처럼 날개 없이도 우리들 몸을 날 수 있게 하는 건 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사랑처럼 희망처럼 날개 없이도 우리들 마음을 날 수 있게 하는 건 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하여 온전히 시인의 목소리만을 담아내기 위한 그릇을 빚어보자 하였습니다. 해설이나 발문을 통한 타인의 목소리는 다음을 기약하자 하였습니다. 난다는 건 공중에 뜰 수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의 말이니 여기 우리들 시를 거기 우리들 시로 그 거처를 옮김으로 언어적 경계를 넘어볼 수 있겠다는 또하나의 재미를 꿈꿔보자 하였습니다. 시집 끝에 한 편의 시를 왜 영어로 번역해서 넣었는가 물으신다면 말입니다. 시인의 시를 되도록 그와 같은 숨결로 호흡할 수 있게 최적격의 번역가를 찾았다는 부연을 왜 붙이는가 물으신다면 말입니다.

난다시편은 두 가지 형태의 만듦새로 기획했습니다. 대중성을 담보로 한 일반 시집 외에 특별한 보너스로 유연성을 더한 미니 에디션 ‘더 쏙’을 동시에 선보입니다. “손에 쏙 들어오는 시의 순간”이라 할 더 쏙. 7.5×11.5cm의 작은 사이즈에 글자 크기 9포인트를 자랑하는 더 쏙은 ‘난다’라는 말에 착안하여 디자인한 만큼 어디서든 꺼내 아무 페이지든 펼쳐 읽기 좋은 휴대용 시집으로 그만의 정체성을 삼았습니다. 단순히 작은 판형으로 줄여 만든 것이 아니라 애초에 한정판으로 특별한 아트북을 염두하여 수작업을 거친 것이니 소장 가치를 주기에도 충분할 것입니다. 시를 읽고 간직하는 기쁨, 시를 쥐고 스며보는 환희. 건강하게 지저귀는 난다시편의 큰 새와 작은 새가 언제 어디서나 힘찬 날갯짓으로 여러분에게 날아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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