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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령
5.18광주민주화운동 해설 ‘광주 연작’에 부치는 글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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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령이 방패가 되어 줄 때
인간은 어디까지 사악해질 수 있는 걸까? 어느 중학교 3학년 교실, 교사 일을 그만두기로 한 수학 선생님이 마지막 수업을 시작한다. 수업 내용은 뜻밖에도 어린 시절 친구에 대한 이야기다. 오래전 쌍둥이처럼 붙어다니며 똑같이 비틀즈와 이소룡을 좋아하고 함께 만화책을 보던 친구. 늦둥이로 태어나 어머니에게 귀여움을 받고 수학을 좋아해서 우등생 금배지도 달고 다니던 기훈이는 중년에 이른 수학 선생님과 달리 여전히 열여섯 살이다. 오래전 광주에서 세상을 떠났으니까. 이야기는 어쩌다가 중학생 기훈이가 80년 5월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에게 맞아 죽었는지, 그 일이 얼마나 황당하고 비극적이었는지 설명한다. 군인들이 책방 앞에서 자전거에 올라타는 어린 중학생에게 머리뼈가 바스러질 만큼 세차게 몽둥이를 휘두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때 몽둥이를 휘둘렀던 군인들은 자신들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알았으며,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을까? 그들은 참회하고 있을까, 아니면 명령과 상명하복의 규칙을 따랐을 뿐이라고 합리화하고 있을까? 「명령」은 어린 소년의 죽음과 그 죽음을 초래한 폭력성의 근원을 탐색하는 이야기다. 작가는 “명령이 방패가 되어 줄 때 인간은 어디까지 사악해질 수 있는 걸까?”라고 묻는다. 인류가 저지른 많은 전쟁 범죄는 대부분 명령이라는 이름 아래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명령을 내린 자는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명령을 받은 자는 자신의 사악함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 학교를 그만두는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인간에 대한 믿음이 없는 자가 어린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겠냐고” 되묻는다. 학교 역시 위계와 규칙이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묵직한 질문은 특별한 울림을 갖는다. 이제 곧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는 아이들에게 인간이란 무엇인지, 어떤 인간이 되어야 하는지 질문을 건네는 일은 그 어떤 수학 공식보다 중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상부의 명령은 부당하고 잔인할 수 있다. 그럴 경우 명령을 하달받은 사람들은 선택을 해야 한다. 작가가 광주 연작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동안 12.3 비상계엄이 일어났다. 당시 군경의 소극적 임무 수행이 민주주의를 위기로부터 구했다. 「명령」은 2011년 쓰여진 소설이지만 여전히 현재형의 질문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역사는 반복되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한 잘못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더욱더 이 시리즈가 필요한 이유다. 한손에 들어오는 작은 판형으로 만들었지만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해설과 작가의 충실한 후기가 부록으로 곁들여져 5월에 읽기 좋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