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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
5.18광주민주화운동 해설 ‘광주 연작’에 부치는 글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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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폭력에 희생된 어린이들에게
뒤늦게나마 바치는 간절한 기도 1980년 5월 24일, 한 어린아이의 혼이 구름나라로 올라온다. 아무런 중량도 부피도 없는 혼령이다. 아이는 43년 동안이나 그곳에서 지내고 있는 또다른 아이 마르코를 만나고, 담담하게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인다. “내가 죽었네.” “그래, 넌 죽었어.” 새로운 아이는 겨우겨우 자신의 이름과 나이를 기억해낸다. 이름은 전재봉, 나이는 열한 살, 한국에서 왔고 효덕초등학교 4학년이다. 하지만 왜 죽었는지는 모르겠다. 아침까지 살아 있었는데 설마 사고가 났나? 열한 살은 죽기에 너무 이른 나이 아닌가? 동갑내기 스페인 아이 마르코는 무언가 짐작하는 듯하지만 기억을 재촉하는 대신 재봉이 안심하고 즐겁게 놀 수 있도록 안내한다. 어차피 삶은 끝났으니 되돌아보는 건 천천히 해도 될 것이다. 『두 아이』는 전재수 어린이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고 있지만 실제 광주에서 일어난 사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전쟁과 폭력에 희생당한 모든 어린아이를 보듬어 안는다. 가장 작고 약한 존재에게 닥친 거대한 폭력의 역사는 오늘날에도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르코는 가상 인물이긴 하지만 실제 사건인 1937년 스페인 게르니카 폭격 당시 죽은 것으로 그려진다. 피카소의 그림 ‘게르니카’로 널리 알려진 이 사건은 스페인 내전에서 반란군의 요청을 받은 나치 독일의 전투기가 폭격을 퍼부어 수천 명의 사상자를 낸 참사였다. 스페인 내전과 게르니카 폭격 사건은 사회 혼란을 틈타 권력에 눈먼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무고한 시민 학살로 나아갔다는 점에서 12.12쿠데타에서 5.18민주화운동으로 이어지는 흐름과 매우 비슷하다. 두 아이는 구름나라에서 열한 살 아이답게 신나게 뛰어놀지만 그것만으로 삶과 죽음 사이에 놓인 비극이 깨끗이 씻겨나갈 리는 없다. 마냥 즐거워하던 재봉이 천천히 기억을 떠올리면서 맞닥뜨린 비극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이다. 뒤숭숭한 분위기, 무장한 군인들의 행렬, 갑작스럽게 쏟아진 총탄, 그리고 남은 가족들의 비탄과 울부짖음. 동네 언덕에서 미끄럼을 타고 놀던 어린아이가 군인이 쏜 총에 맞아 죽다니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저 아저씨가 왜 나를 쐈지? 내가 그렇게 환영하며 만세를 불렀는데?” 43년 전 똑같은 경험을 한 마르코는 재봉이 눈물을 줄줄 흘리며 애통해하는 동안 잠자코 기다려준다. 재봉과 마르코는 모든 상황을 이해하기에 너무 어리지만 폭탄과 총알은 어린아이들이라고 피해 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아이는 서로를 바라보며 가장 어린아이다운 방식으로 슬픔을 이겨낸다. 작가가 광주의 재봉과 게르니카의 마르코를 만나게 한 것은 영문을 모르고 죽어간 두 아이가 실컷 놀고 서로를 위로하는 과정을 통해 안식에 이르게 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슬픔이 바닥날 때까지 서로를 껴안고 울고 웃던 아이들은 구름 이불을 덮고 포근한 잠에 빠져든다. 『두 아이』는 『명령』과 『그는 오지 않았다』에 이은 세 번째 광주 연작 시리즈로, 올해도 5월 18일에 맞추어 출간된다. 게르니카에서 광주까지 43년이라는 시간이 놓여 있었다면, 80년 광주에서 2026년 오늘에 이르기까지 벌써 46년이 흘렀다. 전재수 어린이가 희생되었던 송암동 학살 사건은 물론, 80년 광주의 희생자 규모도 아직까지 불분명하다. 우리가 광주를 잊지 말아야 할 이유일 것이다. 한손에 들어오는 작은 판형으로 만들었지만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해설과 작가의 충실한 후기가 부록으로 곁들여져 5월에 읽기 좋은 책이다. 이 작은 책이 오월의 영혼들에게 바치는 소박한 제사가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