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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
이경혜
바람의아이들 2026.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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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두 아이 7
5.18광주민주화운동 해설 93
‘광주 연작’에 부치는 글 103
작가의 말 123

저자 소개 1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글을 주로 쓰며, 영어와 프랑스어로 된 그림책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어요. 그림책 『행복한 학교』 『새를 사랑한 새장』, 동화책 『책 읽는 고양이 서꽁치』 『사도사우루스』 『말 더듬는 꼬마 마녀』 등을 썼고, 『무릎 딱지』 『뉴욕에 나타난 곰』 『가벼운 공주』 등을 우리말로 옮겼어요. 무엇이든 선물하고, 선물 받는 것을 참 좋아해서 작은 선물 가게를 꾸린 적도 있고요. 그래서 이 책을 옮기는 일이 더욱 즐거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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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5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140쪽 | 162g | 110*180*10mm
ISBN13
9791162102626

책 속으로

그럴 것이다. 막 죽어서 올라온 아이들은 누구나 그런 표정을 짓는다.
죽는 게 뭔지, 아니, 죽음이란 게 있다는 것조차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죽었으니.
43년 전의 마르코도 그랬다.
--- p.8

마르코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난 열한 살에 죽어서 계속 열한 살이야. 넌 몇 살이야?”
아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몇 살이더라?”
이마를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던 아이가 말했다.
“아, 나도 열한 살이야! 너랑 나이가 같아!”
--- p. 11

“사람이 죽으면 어디든 갈 수 있어. 전부 그런 건 아니고 우리처럼 어려서 죽은 아이들만.”
“그래? 왜 그런 거야?”
“우리는 너무 조금 살았으니까 더 살아 보라고 그러겠지? 어른들은 여기 없어. 어른들은 어디로 가는지 몰라.”
--- p. 15

“마르코야, 이렇게 누워 있으니 조금씩 생각이 나네.
어른들이 시내에 무슨 난리가 났다고 했어. 내가 살던 도시가 광주거든. 광주는 아주 큰 도시야. 우리 동네는 광주 변두리에 있고. 그런데 대학생들이 데모를 해서 군인들이 다 잡아가고 난리가 났댔어. 그래서 학교도 쉰대서 안 가고 논 거야.”
--- p. 47

재봉은 마르코를 보며 물었다.
“저 아저씨가 왜 나를 쐈지? 내가 그렇게 환영하며 만세를 불렀는데? 북한군 총에 맞았으면 몰라도 국군 아저씨가 왜 나를 쏴?”
--- p.60

마르코는 발을 구르며 울부짖는 재봉을 가만히 지켜만 보았다.
43년 전 자기 모습이 떠올랐다.
온몸이 갈기갈기 찢긴 엄마의 죽은 모습이 눈앞에 나타났을 때 자기도 얼마나 울부짖으며 눈물을 쏟았던가.
그날이 바로 어제의 일처럼 생생히 떠올랐다.
--- p. 80

“있잖아, 재봉! 우린 다 슬프게 죽은 아이들이지만 사연은 다 다르더라고. 그랬는데 드디어 너를 만난 거야! 우린 나이도 똑같고, 죽은 이유도 비슷해! 비슷하면 말이지. 말하지 않아도 딱 통하잖아? 이렇게까지 비슷하게 죽은 애가 올 줄은 정말 몰랐지만!”

--- p. 87

출판사 리뷰

전쟁과 폭력에 희생된 어린이들에게
뒤늦게나마 바치는 간절한 기도


1980년 5월 24일, 한 어린아이의 혼이 구름나라로 올라온다. 아무런 중량도 부피도 없는 혼령이다. 아이는 43년 동안이나 그곳에서 지내고 있는 또다른 아이 마르코를 만나고, 담담하게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인다. “내가 죽었네.” “그래, 넌 죽었어.” 새로운 아이는 겨우겨우 자신의 이름과 나이를 기억해낸다. 이름은 전재봉, 나이는 열한 살, 한국에서 왔고 효덕초등학교 4학년이다. 하지만 왜 죽었는지는 모르겠다. 아침까지 살아 있었는데 설마 사고가 났나? 열한 살은 죽기에 너무 이른 나이 아닌가? 동갑내기 스페인 아이 마르코는 무언가 짐작하는 듯하지만 기억을 재촉하는 대신 재봉이 안심하고 즐겁게 놀 수 있도록 안내한다. 어차피 삶은 끝났으니 되돌아보는 건 천천히 해도 될 것이다.

『두 아이』는 전재수 어린이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고 있지만 실제 광주에서 일어난 사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전쟁과 폭력에 희생당한 모든 어린아이를 보듬어 안는다. 가장 작고 약한 존재에게 닥친 거대한 폭력의 역사는 오늘날에도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르코는 가상 인물이긴 하지만 실제 사건인 1937년 스페인 게르니카 폭격 당시 죽은 것으로 그려진다. 피카소의 그림 ‘게르니카’로 널리 알려진 이 사건은 스페인 내전에서 반란군의 요청을 받은 나치 독일의 전투기가 폭격을 퍼부어 수천 명의 사상자를 낸 참사였다. 스페인 내전과 게르니카 폭격 사건은 사회 혼란을 틈타 권력에 눈먼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무고한 시민 학살로 나아갔다는 점에서 12.12쿠데타에서 5.18민주화운동으로 이어지는 흐름과 매우 비슷하다.

두 아이는 구름나라에서 열한 살 아이답게 신나게 뛰어놀지만 그것만으로 삶과 죽음 사이에 놓인 비극이 깨끗이 씻겨나갈 리는 없다. 마냥 즐거워하던 재봉이 천천히 기억을 떠올리면서 맞닥뜨린 비극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이다. 뒤숭숭한 분위기, 무장한 군인들의 행렬, 갑작스럽게 쏟아진 총탄, 그리고 남은 가족들의 비탄과 울부짖음. 동네 언덕에서 미끄럼을 타고 놀던 어린아이가 군인이 쏜 총에 맞아 죽다니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저 아저씨가 왜 나를 쐈지? 내가 그렇게 환영하며 만세를 불렀는데?” 43년 전 똑같은 경험을 한 마르코는 재봉이 눈물을 줄줄 흘리며 애통해하는 동안 잠자코 기다려준다. 재봉과 마르코는 모든 상황을 이해하기에 너무 어리지만 폭탄과 총알은 어린아이들이라고 피해 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아이는 서로를 바라보며 가장 어린아이다운 방식으로 슬픔을 이겨낸다. 작가가 광주의 재봉과 게르니카의 마르코를 만나게 한 것은 영문을 모르고 죽어간 두 아이가 실컷 놀고 서로를 위로하는 과정을 통해 안식에 이르게 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슬픔이 바닥날 때까지 서로를 껴안고 울고 웃던 아이들은 구름 이불을 덮고 포근한 잠에 빠져든다.

『두 아이』는 『명령』과 『그는 오지 않았다』에 이은 세 번째 광주 연작 시리즈로, 올해도 5월 18일에 맞추어 출간된다. 게르니카에서 광주까지 43년이라는 시간이 놓여 있었다면, 80년 광주에서 2026년 오늘에 이르기까지 벌써 46년이 흘렀다. 전재수 어린이가 희생되었던 송암동 학살 사건은 물론, 80년 광주의 희생자 규모도 아직까지 불분명하다. 우리가 광주를 잊지 말아야 할 이유일 것이다. 한손에 들어오는 작은 판형으로 만들었지만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해설과 작가의 충실한 후기가 부록으로 곁들여져 5월에 읽기 좋은 책이다. 이 작은 책이 오월의 영혼들에게 바치는 소박한 제사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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