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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글7
머리말14 엮은이 서문22 1부|첫잔: 커피와형이상학 1장 커피: 까만 흙탕물인가, 만병통치약인가38 2장 신이꼭필요한 이유70 3장 음미되지 않는 커피는 마실 만한 가치가 없다88 4장 커피 한 잔 속의 윤회: 자아, 고해 그리고 깨달음의 업112 5장 진정한 공동체의 실존적 근거: 커피와 타자136 2부|토론을위한밑거름: 커피의문화 6장 벤의 엄마가 들려주는 슬기로운 조언: 커피하우스의 가치162 7장 공론장으로서의 커피하우스: 사회 변화의 욕망을 끓이다192 8장 블랙커피: 갈망, 존재 그리고 커피하우스214 9장 철학자의 커피240 3부|경이로운커피콩의향기: 커피의미학 10장 커피 석 잔: 어느 지나간 오후의 해부262 11장 스타벅스 커피는 슈퍼마켓 커피보다 정말 더 맛있을까?284 12장 선택의 향미: 신자유주의와 에스프레소의 미학308 13장 스타벅스와 제3의 물결336 14장 어떻게 맛있는 커피를 제공할 수 있을까: 스텀프타운의 맷 라운즈베리와의 인터뷰372 4부|원두와생두: 커피의윤리학 15장 일당 27센트 이상: 직접무역 혁명392 16장 더 높이, 더 빨리, 더 강하게 흥분시키다: 경기력을 높이는 약물, 카페인410 17장 녹색 커피, 녹색 소비자.녹색 철학432 18장 커피와 좋은 삶: 커피콩과 중용452 후기: 할리우드에서 성공하는 법4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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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 마르크스는 자신이 매우 좋아하는 블렌드 커피를 마시면서 사적 소유권 주장을 공격한 반면 자유무역은 지지했는데, 그것이 국민국가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무정부주의자 옘마 골드만Emma Goldman은 마르크스에게 갈채를 보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20세기 미국의 여성 작가 에인 랜드Ayn Rand는 남편 프랭크 오코너Frank O’Connor나 손님들에게 커피를 끓여주고 대니시 페이스트리 같은 과자 조각을 내오면서 아마도 마르크스를 경멸하며 비난했을 것이다. 랜드의 소설 속에는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커피를 마시며 특별히 철학적으로 사색하거나 토론하는 장면은 본 적이 없다. --- p.19 부버는 이런 활동들을 자신이 주장하는 ‘대화 원리dialogical principle’(개인들이 서로 참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의미 있는 경험을 공유할 때를 말한다)의 예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이 활동들은 공동체의 실존적 근거가 된다. 부버가 말하는 이 실존주의의 원리는, 커피를 마시려고 모이는 전통에 힘입어 형성되는 공동체를 통해서 희망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카페가 공동체에 속한 서로 다른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우리가 혼자가 아님을 깨달을 기회를 제공하듯, 부버는 의미 있는 실존적 삶이란 개인이 소속감을 갖게 되는 데서, 또 인간이 된다는 것에 따르는 고통을 깨고 나오는 데서 비롯된다고 말할 것이다. 부버가 생각하기에, 고독은 인간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지만, 공동체에 참여함으로써 이러한 고독을 달랠 수 있으며 이는 고립된 상태에서라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대단히 실용적인 방안 하나를 생각건대, 커피 한 잔을 나눔으로써 사람들이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열수 있다면, 커피 공동체가 만들어내는 지역 사회는 함께 살고자 하는 우리의 실존적 욕구에 큰 힘이 될 것이다. --- p.152~153 커피하우스가 공동체를 세우고 토론을 촉진하고 사람들이 공론장에 참여하도록 북돋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커피하우스는 모든 사람이 똑같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중립적이고 매력적인 공간을 제공한다. 그곳은 누구의 집도 아니고 경배를 드리는 장소도 아니다. 즐겁게 먹고 마시며 서로 어울릴 수 있는 장소다. 격식을 차리지 않는 분위기 때문에 사회적·경제적 신분에 따른 차별 없이 동등한 기회가 제공된다. 실제로 17세기 런던에서 커피하우스가 널리 번창하고 있을 무렵 그곳을 뻔질나게 들락거리던 사람들을 일러 (당시 한 정당 이름과 같은) ‘평등주의자’라고 했다. 평등주의자들은 엄격한 사회 신분을 기반으로 하는 옛 봉건 질서의 몰락을 찬미했다. 둘째, 커피하우스는 모든 사람에게 문이 열려 있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이웃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사회 활동의 중심이 될 수 있다. 거기서 사람들은 그동안 만나거나 이야기해본 적도 없는 이들과 우연히 마주칠 수도 있다. 커피하우스는 이렇게 의도치 않은 뜻밖의 기회를 제공한다. --- p.212~213 따분한 근무일을 어떻게 버텨낼 수 있을까? 커피는 짧은 휴식과 각성을 제공한다. 돈을 벌어 무엇에 쓸까? 중산 계급의 빠듯한 수입으로 실컷 살 만한 것이라고는 5달러짜리 커피밖에 없다. 단조로운 일터와 고립된 가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갈 만한 곳은 어딜까? 유감스럽게도 오늘날 미국에서 공공의 공간은 소비 공간이다. 커피숍은 돈을 많이 쓰지 않고도 외출할 기회를 제공한다. 시간에 쫓기며 통근하는 직장인의 삶에 무슨 낙이 있을까? 비록 차 안에서라도 커피 마실 시간은 있다. 캐러멜 시럽을 탄 커피는 몇 푼 안 되는 돈으로 누릴 수 있는 향락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즐거움이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 p.218 커피숍의 고독은 묘한 종류의 고독이다. 나는 파스칼이 자기 방에 홀로 있었을 방식으로 홀로 있지는 못한다. 그것은 타자와 함께하는 고독이다. 하지만 그것은 또한 타자와 함께하는 특별한 종류의 고독이다. 혼자서 극장에 가는 것은 우울한 행동이라는 말도 때때로 나온다.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은 의심과 억측의 대상이 되게 마련이다. 그러나 카페 속의 고독은 기꺼이 인정된다. 아니, 인정받는 것을 넘어 과시되기까지 하는 종류의 고독이다. 그곳의 고독한 독서가는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이보시오, 난 책을 읽고 있단 말이오! 난 노트에 글을 쓰고 있소! 난 신문을 읽고 있소! 그러니 날 귀찮게 하지 말아요!” 이런 식으로 커피숍의 고독은 가장 대중적인 종류의 고독 가운데 하나다. 그것은 타자를 배제하는 고독이 아니다. 사람들은 카페에 앉아서 글을 읽거나 쓰거나 커피를 마실 때, 역시 고독하게 커피를 마시는 다른 사람들과 일종의 동지애를 느낀다. 이것은 레비나스가 두려워할 법한 비非 사회, 곧 연대 없는 사회가 아니다. 우리처럼 월요일 오후에 게으름을 피우며 숨는 사람들 사이에는 일종의 예의가 있다. 우리는 서로의 고독을 존중한다. 우리는 마치 저마다 타자의 고독을 보호해주는 사람인 양 서로 방해하지 않도록 조심한다. 우리는 자기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우리는 여기서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으며 함께 있는 것이다. --- p.272~273 커피 맛의 상대성을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주장은, 북아메리카의 전문가들이 매우 저급한 커피의 증거로 생각하는 특징 가운데 어떤 것을 다른 나라에서는 대단히 즐긴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예컨대, 다소 부실하게 건조된 브라질산 아라비카종 커피에 들어 있는 ‘리오이rio-y’라는 향미가 있다. 이것은 불쾌한 약 같은 맛으로 곰팡이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보이는데, 북아메리카의 커피 블렌더와 로스터들은 대개가 싫어한다. 눅눅한 신발장에서 꺼낸 곰팡내 나는 신발, 여기에 요오드 용액을 한 방울 뿌린 것 같은 맛을 상상해보라. 이 향미가 아주 약하게라도 함유된 커피를 미국 소비자들에게 소개하면, 금방 눈치챌 뿐만 아니라 얼마나 불쾌한지 한마디씩 꼭 한다. 그러나 중동과 중유럽의 커피 애호가들은 이 혐오스러운 향미를 대단히 좋아한다. 나는 중동에서 가장 촉망받고 성공적인 커피 로스팅 회사를 운영하는 커피 로스터를 알고 있는데, 그는 자기 회사의 인기 블렌드 커피에 쓰기 위해 이 향미가 나는 브라질 커피만을 산다. --- p.296~297 에스프레소 한 잔을 제조하는 일도 미학 연구의 훌륭한 모델이 될 수 있다. 에스프레소의 극도로 압축적인 뛰어난 맛과 향, 그리고 이것이 제공하는 생리적 효과(카페인도 따지고 보면 일종의 약물이다)는 그 무엇보다도 심오하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들의 보호받지 못하고 힘없는 노동자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들의 도시에 있는 카페의 바리스타로 이어지는 수많은 노동 사슬을 상징하는 것이 바로 이 25밀리리터짜리 추출물인 에스프레소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어쩌면 이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는 것은 지독한 탐닉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 에스프레소 한 잔이 더블-디카프-라이트-소이-헤이즐넛 프라푸치노를 만드느라 애쓰는 사람들에게는 훨씬 소박하고 아름다운 기념물일 수도 있다. --- p.332~333 기업이 선한 일도 하고 돈도 버는 것이 정말로 가능할까? 이것은 제3의 물결 커피, 좀 더 일반적으로 말해서 스페셜티 커피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이다. 알다시피 어떤 기업은 다른 데보다 이러한 이상을 실현하는 능력이 훨씬 뛰어나다. 스타벅스는 그동안 윤리적 구매 원칙을 지키고 공정무역 인증을 받은 원두커피를 제공하는 등 선의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평판이 어느 정도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까지 제3의 물결 커피 업체들은 스타벅스의 이러한 성장통을 잘 피해왔다. 하지만 그들의 사업 모델이 넘어서야 할 진정한 시련이 눈앞에 놓여 있다. 영리 추구와 사회적 기업이 균형을 이루는 혼합 자본주의에 대한 전망은 스페셜티 커피의 세계에서 점점 공통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 스텀프타운에서 인텔리겐치아, 내가 일했던 일리노이 주 샴페인의 컬럼비아 스트리트 로스터리Columbia Street Roastery에 이르기까지, 이런 혼합형 커피 업체들은 윤리적 책무와 맛있는 커피 제공이라는 이중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 커피 전문가인 양 떠드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이 회사들이 생산한 원두커피를 마시면서 말 그대로, 그리고 상징적으로도 이들에게 큰 빚을 지는 셈이다. --- p.368~3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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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비’는 가장 오래된 농기구로, 쟁기로 갈다 남은 구석진 땅이나 소가 들어서지 못하는 좁은 땅을 가는 데 쓰였습니다. 도서출판 따비의 로고는 농경문청동기의 ‘따비질 하는 남자’를 본뜬 것입니다. 마음과 문화의 밭을 일구고 싶은 소망을 담았습니다.
철학자, 커피 전문가, 저널리스트, 역사가 21명이 커피를 마시며 사색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 말하다 자유로운 사상을 싹 틔운 음료, 커피 전세계의 사무 공간에서 아침마다 즐겨 마시는 커피는 오늘날 지구상에서 석유 다음으로 많이 교역되는 상품으로, 해마다 무려 5000억 잔이 소비되고 있다. 커피는 이제 거의 모든 현대인의 일상생활에서 빠뜨릴 수 없는 필수품이다. 사람들은 여유가 생길 때마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심지어 온종일 카페에 틀어박혀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서로 모여 커피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고, 함께 웃고 떠들거나 다투고, 개인적이거나 공적인 문제를 놓고서 진지한 논의를 벌이고, 사업적 거래를 추진하기도 한다. 물론 그저 혼자서 조용히 사색에 빠지기를 즐기기도 한다. 커피를 마시면, 카페인의 작용으로 인해 두뇌의 사고 능력이 좀 더 날카로워지고, 미처 생각지 못했던 상세한 부분에까지 주의력이 미치게 되며, 기억력이 다소 좋아지는 등 우리의 정신 활동이 더욱 강화된다. 커피의 유래를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오래전 에티오피아의 목동이자 시인이었던 칼디는 어느 날 커피나무 잎과 열매를 먹고 난 염소들이 뒷발로 일어서서 춤추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자기도 커피 열매를 씹어 먹었더니, 시와 노래가 저절로 입에서 흘러나왔으며, 앞으로 다시는 결코 피곤해지는 일이 없을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커피의 역사를 살펴보면, 커피가 인간의 정신과 신체에 미치는 효과가 모든 사람에게 환영받은 것은 아니었다. 커피가 지닌 놀라운 치유력을 찬미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정신을 훼손하고 질병을 불러일으키는 해로운 음료라며 멀리할 것을 주장하는 사람도 많았다. 수많은 종교 지도자나 통치자들이 커피를 ‘악마의 음료’라는 식으로 깎아내리면서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1511년, 메카의 통치자 카이르-베그는 시중의 커피하우스들을 자기를 풍자하는 시들의 온상으로 지목하고는 강제로 폐쇄해버렸다. 영국 왕 찰스 2세는 1675년, “놀고먹으면서 정부에 불평만 하는 자들의 거대한 놀이터”로 전락한 커피하우스를 금지하는 포고문을 발표했다. 대중의 생각과 토론을 활성화하는 이 음료가 권력자들의 눈에는 자신의 권력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골칫거리로 보였던 것이리라. 하지만 커피를 통해 고양되던 자유로운 사상적 활동을 억압하려던 이런 시도들은 결국 모두 무위로 돌아갔다. 철학 속의 커피, 커피 속의 철학 프랑스의 역사가 미슐레Michelet는 커피의 등장을 일컬어 “시대의 흐름을 바꾼 상서로운 혁명이며, 새로운 관습을 창조하고 더 나아가 인간의 기질을 바꾼 위대한 사건”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커피를 찾으면서 알코올 소비가 줄어들었으며, 카페의 토론 문화는 급기야 프랑스 혁명을 잉태하기에 이른 것이다. 근대에 들어와 산업혁명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커피는 이제 싼값에 누구나 즐기는 음료가 되었다. 물론 괴테와 루소 등 19세기의 많은 철학자들도 커피를 즐겨 마셨다. 커피는 그림이나 문학 같은 다양한 창조적 작업은 물론, 업무 회의를 위한 발표 준비 등 집중력이 필요한 모든 활동에 유익한 효과를 발휘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철학적 활동에 커피가 큰 힘을 불어넣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세상과 인간의 본질에 대해 의문을 품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면서 사유와 토론을 전개하는 이 학문의 본질을 생각해보면, 단연 철학이야말로 커피의 효용이 십분 발휘되는 영역이라 할 수 있다. 비록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커피를 전혀 알지 못했지만, 오늘날의 많은 철학자들은 이처럼 커피의 도움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소크라테스가 아테네의 시민 광장인 아고라에서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스스럼없이 철학적 대화를 나누었던 반면, 오늘날의 철학은 대중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철학은 지난 수백 년간 점점 상아탑 속으로 깊숙이 틀어박히면서 전문 철학자들만의 유희로 그 입지가 축소되었다. 이런 현실에 위기감을 느끼는 철학자들은 철학을 다시 세상 속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한 시도 가운데 하나가, 오늘날 보통 사람들의 일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현상이나 사물을 주제로 삼아 철학적 논의를 펼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자동차나 컴퓨터 같은 현대 기술이나 팝 음악이나 패션 같은 새로운 문화를 대상으로 그 본질이나 윤리 등을 깊이 있게 고찰하고 논의를 주고받는 작업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수많은 사람이 즐기며, 엄청난 교역량으로 세계 경제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커피야말로 철학자들이 간과할 수 없는 테마일 것이다. 커피는 인간의 정신적 활동을 고양함으로써 철학에 기여하며, 철학은 커피라는 거대 문화의 본질을 분석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니 커피와 철학만큼 서로 결코 떨어질 수 없으리만치 긴밀한 관계를 이루는 주제 쌍도 없어 보인다. 도서출판 따비의 신간 《커피, 만인을 위한 철학》은 이런 시대적 요청에 따라 자연스럽게 탄생한 결실이라고도 할 수 있다. 형이상학, 문화, 미학, 윤리학 등 네 가지 철학 영역으로 구성된 이 책 속에서, 커피를 사랑하는 철학자는 물론, 커피 전문가, 저널리스트, 역사가 등 각계의 전문가 21명은 커피에 대한 크고 작은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커피로 우리의 삶과 세상을 들여다보다 그렇다면 커피에 대한 철학은 과연 어떤 것을 이야기할까? 커피와 카페는 하나의 거대한 문화 현상이다. 커피를 둘러싼 이 문화는 대단히 다양하고 역동적이며, 《커피, 만인을 위한 철학》은 이것과 관련된 모든 층위를 다루고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철학적 문제에서부터, 공동체와 같은 사회적 주제, 나아가 지구적 차원의 논의에 이르기까지 그 이야깃거리는 실로 광범위하다. 예를 들면 우리는 이런 질문들을 던질 수 있다. 재배와 생산 과정이 세심하게 관리된 최고급 품종의 커피가 슈퍼마켓에서 파는 싸구려 커피보다 맛있다고 단언하는 것은 과연 미학적으로 타당한가? 기술의 발달과 도시화로 인해 점점 소외되어가는 개인들을 위해 커피를 매개로 하는 만남, 즉 커피하우스라는 공간을 활용하는 모임으로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를 창출할 수 있을까? 오늘날 세계화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커피 무역에서 자행되는 불평등한 거래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좀 더 친환경적인 커피 재배와 수송은 과연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과연 누가 이 작업을 이끌 것인가? 이 책은 이런 의문들을 비롯한 온갖 차원의 철학적 논의를 다룬다. 물론 철학이 늘 그렇듯이, 이 책의 목적은 준비된 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커피와 우리 삶 사이의 관계에 대해 철학적으로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할 수 있는 방법들을 펼쳐 보여준다. 그리고 커피에 대해 미처 몰랐던 새로운 사실과, 나아가 커피를 좀 더 완벽하게 즐기는 방법도 몇 가지 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날마다 마시는 커피의 향이 훨씬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